늪 - R.I P.

■ 삶/II. 삶 2017. 12. 19. 13:33

 

 

마음 속 커다란 늪 같은거지. 난 이걸 늪이라고 해. 처음엔 발 하나가 빠진 줄 알았는데 무릎, 허리, 가슴팍을 지나 목까지 차오르는거지.
죽을 용기로 살아가라고들 하지만 살아있어야 하는 날이 너무나 길고 끝없고 눈뜨는 순간 순간 힘을 짜내어 살아내는 척 하는게 더 어려운 일이지.
이건 배부른 소리도 나약한 마음도 아니야. 죽으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데 그게 가장 간단한데 살아있는 날 동안 해내야 하는 일들은 어렵기만 해.
원하는 걸 이룬것도 같은데 마음이 원하는걸 이뤄내지 못한 것 같은 삶도 괴롭지. 무의미하지. 내가 나로 사는게 가장 힘들고 버겁지.

무엇보다도 이 늪에서 빠져나와 홀가분해지고 싶은 건 나인데 늪에서 빠져나갈 방법도 가능성도 보이지 않아 발버둥치는 것도 이젠 지쳤을거야.  

 

이런 마음의 늪에 잡아먹힌 것만 같은 시간도 있다고,

그게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않고 나를 오래도록 좀먹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그렇게 말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수고했어. 고생많았어.

산다는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 속에서 영원하길.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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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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