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일찍 일어나 운동으로 땀흘리고 지하주차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어제 아빠와의 대화가 생각나면서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딸, 아빠 눈에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아빠 눈에만 그런거냐?"
- 아빠 딸이니까 주관적으로는 이쁜거겠지. 객관적으로 이쁜 것 같진 않은데.
"그럼 다른 사람들이 딸이 이쁘냐고 물어보면 어떡해?"
- 그냥 제 딸이라 제 눈엔 이쁘네요- 라고 해.
아무리 제 자식이 이뻐도 객관적 평가는 가능하다던데
군대에서 남자만 보며 삼십년을 지내온 아빠 눈에는
심지어 내가 김태희보다도 이쁘다고 하셔서
아빠 어디가서 그런소리 하면 큰일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는 사람은
아빠 단 한사람 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들도 나를 만날땐 내가 이쁘다고 하고 또 했겠지만
그 또한 주관적이고 나를 만나는 동안 일시적인 평가였을테니까.
언젠가 이 세상에서 아빠가 없어지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태어났을때부터 나이가 들어 주름이 생겨도
내가 웃고 있을때도 화가 났을때도
영원히 변함없이 날 이뻐해주고 사랑해줄 사람은 영영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버리고 말았다.
주책이다 주책이다 하면서도 나이 서른둘에서야
세상에서 단 한순간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이뻐해준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번뜩 깨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