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2.

■ 삶 2010. 1. 25. 01:54




+
내가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게 된 건-
그런 1년짜리 거창한 목표는 실은 잘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허무할뿐이라는 것.
그리고 하루의 계획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어느순간부터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바라는 건 있지만 그것을 강력하게 바라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욕심이 과하게 생기고, 초반에 쏟아붓게 되고, 그러다 어느순간 중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해버리기 때문이다.
거기다 난 뭔가 빨리 이루고 싶은 그런 조급증까지 있기 때문에 초반에 너무 열을 올렸다 제 풀에 지치곤 하니까.
그래서 비록 같은 계획일지라도 매일매일 사소한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꾸준히 - 꾸준히 - 그리고 묵묵하게만 지켜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던 그 것에 가까이 왔음을 깨닫게 되니까.
그러니까 everyday new starts up


+
새터자소서를 쓰면서- 아 난 역시 언론학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 난 이런게 재미있어. 그런데도 이걸로 일을 하라고 하면 왜그렇게 싫던지.
그냥 이런건 취미삼아 하면서 인생에 양념친다 생각하고 살자.
자소서는 나중에 공개할게요 새터끝나고 ㅋ
참.
그래요 나 새터가요 -_- 10학번이지롱- :P



+
어쩌면 난 또 상처받을게 무서워서 꾹 웅크리고 있는걸지도 모르겠어
사람을 너무 쉽게 좋아하고 쉽게 믿어서 그리고 너무 쉽게 마음을 다 줘서-
근데 그런 내 마음이 너무 진심이라서, 그리고 그게 행복한 나라서
참 싫다. 밴쿠버에서 귀국하고 한동안은 그런 성질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누구 말대로 천성은 천성이라 쉽게 못바꾸나봐.
그래서 근 2년동안 거의 인간관계+연인관계의 확장없이 편하게 지냈는데 .

밴쿠버 약빨도 거의 다해가는 건지 - 아님 갑자기 훅 인간관계가 늘어나서 인지
요즘 바짝 긴장된다. 단단하게 쪼였던 마음이 또 말랑하게 풀어질까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내 마음이 누군가들에 흔들리지 않게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
또 혼자 생각하고, 혼자 그리워하고, 혼자 상처받고 - 혼자 지우는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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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연애할때가 됐나?
뭔가 열중했던 것들이 끝나고 조금 느슨해지니까
내 앞길만 바라봤는데 딴 거에 곁눈질 하게 되네.
꾹 닫아놨던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 분들이 생기네.
연애는 귀찮고 밀땅은 더더욱 하고싶지 않은데
머리론 그런데 마음은 자꾸 말랑말랑해져- 피곤하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12월부터 거의 한달간 폭풍우가 몰아치는구나.
머리가 복잡할땐 운동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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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안개

■ 삶 2010. 1. 20. 17:04


등교할때도 안개가 꽤 자욱하다고 생각했는데 -
점심을 먹으러 학관에 갈때는 정말 10m도 깨끗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해졌다.
오전에 수업을 들을 땐, 창밖으로 산의 형상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오후수업을 들으며 가끔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관악산은 하얀 안개에 뒤덮여 아무런 형상도 남아있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보라매 공원에 막 들어서는데 긴 가로수 길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같이
저 길을 걷다보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같은 묘한 기분까지 들게 하더라.


ps. 잃어버린 디카를 대체할 새로운 카메라를 사야 하는데 -
유행상 또는 미래를 위해 DSLR을 사야 할 것 같은데 - 솔직히 DSLR에 매력을 잃었고 + 향후 4년간 쓸 일이 없을 것 같고
그냥 똑딱이 디카를 사자니 DSLR보다는 유용할 것 같은데 - 왠지 그냥 찝찝하고
이제는 출사의 개념보다는 학교에서 혹은 집에 오가다가 찍을 일이 많을 텐데 그러면 성능좋은 카메라가 있는 휴대폰을 사야 하나?



ps2.

안개속에서 남 눈치 안보고 셀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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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9일 * 이베리아 여행 4일째 * Granada, Barcelona



요즘엔 워낙 저가항공들이 가격도 싼데다가 시간도 얼마 안걸려 많이들 이용하지만 그래도 유럽여행에서 야간 기차이동을 빼면 섭섭하다.
남들은 야간 기차를 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  나는 야간 기차만 타면 정말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숙면 중 숙면에 빠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약간은 덜컹거리는 뜨렌호텔의 2층 침대에서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도착하기 20분전에 가까스로 깼다.
일기예보에 Heavy Rain & Thunder라고 며칠동안 예고되서 무척이나 걱정했는데-
이른 아침 그라나다 역에 내렸을 땐 아주 조금 보슬보슬 비가 내릴 뿐 큰 비가 쏟아지고 있지는 않았다.
중세의 돌바닥에 캐리어를 끌고 구글맵에 표시된 길을 따라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을 찾아갔다.
비가 오는 이른 주말의 아침이어서였는지 기차역을 벗어나자 골목길들은 사람의 흔적 없이 사방이 고요했다.
돌바닥에서 덜덜거리는 캐리어 끌리는 소리만이 그 공간을 메울뿐.
아침에 내리던 보슬비 때문일까 - 내 기억속의 그라나다는 촉촉함. 으로 남아있다.
아마 다시 그라나다에 가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그라나다를 기억할 것이다. 촉촉함.


비가 내리던 그라나다 기차역.



다행히 어렵지 않게 호스텔을 찾았고 그라나다의 숙소는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이 아니라 더블룸, 싱글룸만 존재하는 여관같은 곳이었다.
주인 아저씨가 능숙한 영어와 친절하게 그라나다 설명을 해주셨고, 화장실이 딸려있는 더블룸도 안락해보여 꽤 마음에 들었다.
유랑에서 이 호스텔 바로 앞에 카페가 있어 아침 식사를 하기 좋았다고 써놓았는데,
바로 그 호스텔 앞의 이름도 모르는 그 카페에서 우리는 3일 아침을 ToastaCafe를 시켜먹었다.
바로 맞은편 호스텔 주인과 달리 카페 종업원 혹은 사장? 은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했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파는지 물어보기가 난감했고 그중에 손짓발짓과 견본품으로 알아낸게 토스트(Toasta)와 커피였다.
나의 한 뼘 길이보다 조금 더 긴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바싹하게 구워 버터와 딸기잼을 맘껏 발라먹었는데 -
진열대에 다른 빵들도 있었는데 나는 3일 아침내내 매일 똑같은 메뉴를 주문했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우유를 조금 넣은 그 카페의 따뜻한 커피가 맛있다! 라고만 느껴졌다.

매일 따뜻한 토스트와 커피를 마셨던 그 카페에 앉아서.

토요일 아침부터 조금 북적북적 분위기가 좋았어.


그라나다에 처음 도착했던 그 날, 카페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데 티비에선 마드리드에 폭설이 왔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막 주문을 하고 창가 옆 테이블에 앉는데 뒷 테이블에 엄마, 아빠와 함께 앉아있던 아주 잘생긴 금발머리 소년이
우리에게 "Hello~" 인사하며 발랄하게 손을 흔들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젊은 남자애들이 "니하오"나 "곤니찌와"라고 치근덕 거리는데
곤니찌와도, 니하오도- Hola도 아닌 hello라니. 아직 인종차별의 선입견이 없는 꼬마의 순수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찐찡이와 함께 그 녀석의 눈부신 외모(?)에 대하여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
우리 주위를 괜히 얼쩡얼쩡 거리던 그 녀석이, 부모님을 대동하고 우리 테이블에 와서는 "Have a nice day" 라고 쑥쓰럽게 인사를 했다.
하하, 나랑 찐징이 모두 그 수줍수줍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thanks! have a nice day!"를 같이 대답해줬는데
아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우나보다 - 외국인들한테 영어로 인사하고 싶어서 알짱알짱 하다가
부모님이 한번 해보라고 등떠밀어서 수줍수줍하며 우리한테 인사하는 모양새였다.


그라나다에 도착한지 채 한시간도 되지 않은 때였다.
기차에서 내릴타이밍을 몰라 텅빈 기차에 우리둘만 앉아있었는데, 우리만 내리면 된다면서 우릴 귀여워했던 친절한 역무원과
호스텔 바로 앞에서 호스텔을 찾아 우왕좌왕 하는 우리들에게 친구들한테 물어물어 가르쳐준 청소부 아저씨와
그라나다 코스를 설명해주며 우릴 따뜻하게 맞아줬던 Hotel Alcazar 주인 아저씨와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그 카페에서 만난 귀여운 금발꼬마 신사까지-
창밖에 보이는 우산든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하늘은 조금 흐리지만 빗줄기도 그쳐가고 있었다.
조금 피곤하고 으슬으슬 했지만 따뜻했던 것 같다.
출발이 - 그리고 느낌이 좋은 그라나다였다. 
 


우리는 그렇게 바싹 구워진 토스트와 따뜻한 커피, 그리고 그라나다 사람들의 친절함에 으슬으슬했던 몸과 마음을 녹이고
촉촉한 그라나다의 Gran Via거리를 걸어 성당에 잠시 들렀다가 La Alhambra, 알함브라 궁전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보다 작지만 아담해서 좋았던 그라나다.


알함브라 올라가는 골목길. 난 왜그렇게 골목길들이 좋은지 모르겠다.



그라나다에 와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곳곳에 노란 오렌지들이 주렁주렁 달린 오렌지 나무들이 보였다는 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오렌지 나무를 보는 것은 불가능인데 그런 오렌지들이 길가에 주렁주렁 있다니-신기했다. 하하
오렌지 나무들 때문에 그라나다의 길가엔 오렌지 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거리를 향긋하게 메우고 있었다.





알함브라 성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도 되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알함브라 궁전 예약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천천히 성벽을 따라 알함브라 성으로 올라갔는데, 올라가는 길이 울창한 숲길이어서 너무 좋았다.
확실히 남쪽은 남쪽인가보다. 바르셀로나는 거의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그라나다는 이렇게 숲이 울창한거 보니.
밤새 비가 내린 촉촉한 숲길을 걷는 기분, 을 지금 다시 떠올려도 흐뭇해진다. 룰루랄라 콧노래가 났었다.

성벽 너머로...그라나다의 하얀 마을이 보인다..

중간에 귀여운 차를 만났다. 나도 나중에 이런 귀여운 차 몰고 싶어 :) 근데...운전면허증 먼저 따자...


이제 알함브라 성으로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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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8일 * 이베리아 여행 제 3일 째 * Barcelona, Spain


세계의 많은 유명한 도시들에는 주로 '강'이 있다. 서울의 한강, 런던의 템즈강, 파리의 세느강, 리스본의 테주강..
어짜피 물은 물일진데, 이상하게도 강이 있는 곳과 바다가 있는 곳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도시의 느낌도, 내 느낌도.
강은 꿈꾸게 하지 않지만, 바다는 꿈꾸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적어도 내게는.
어쩌면 바다가 있는 곳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밴쿠버 때문일까?
막상 내가 밴쿠버에 살땐 가을을 지나 비가 줄줄 오는 겨울과 갓 날씨가 풀릴것 같은 봄이었기 때문에
밴쿠버의 비치에서 따땃한 햇살에 몸을 뒤척뒤척하며 물놀이 하던 그런 기억은 없었다.
오히려 그 으슬으슬하고 비가 오는 겨울 밤새 불면증에 침대에서 뒤척뒤척하다
비너리가 문을 열기 무섭게 런던포크에 쿠키하나를 싸들고는 질척질척하는 렉비치에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울컥울컥 밀려오는 바닷물을 구경하던 것이 내 인상에 깊게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바다에서 물장구친 기억이나 우울의 청승을 떨었던 인상깊은 기억들을 슥슥 지워봐도
내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 매일같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냥 산으로 둘러쌓인, 혹은 건물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사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경험이었다.
조깅을 하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자전거를 탈 때도 파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도심가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다는 이유도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을 땐, 바닷가에 가 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민박집에서 만난 언니들이 바닷가에서 가서 태닝을 할꺼란 얘기를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리고 원래 가려던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무 예고 없이 마주쳤던 바르셀로네따 해변은, 즐거운 충격이었다.
바다가 있다는 것보다도 '지중해'라는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바르셀로네따 해변에 다시 한 번 발길을 옮겼다.




문득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 가게는 찾지 못했지만
빵과 쿠키와 케잌과 피자를 파는 그런 가게를 발견했다. 분명히 손가락을 가르키며 주문을 했는데-
바보들, take away해준 상자를 열어보니 주문한 빵 하나도 빼먹고-(다행히)계산서에도 빼먹었다.

여름엔 에메랄드빛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겨울바다는 이렇게나 파란 파다였다.


우리의 소원대로 해변가에 앉아 가벼운 점심을 먹었다.


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패스......


하하 귀여운, 찐찡. 사진찍는데 갑자기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스냅샷


{경인v한민 BCN} 이런건 꼭 해줘야 한다며.....저 멀리 보이는 건 W호텔.


해변가에 사람이 없어서 사진찍어줄 사람을 못만났다. 어느 건물 유리창에 비친 우리.


그래 찐찡. 세상을 다 가져라!



그땐 5월이었는데 태양이 어찌나 뜨겁던지, 선글라스를 끼고도 눈이 이글거리고 피부가 따끔따끔했는데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 맞나보다. 파란하늘과 파란 바닷물 때문에 뭔가 상큼했던 기억으로만 남았다.
다시 고딕지구로 돌아가는데 뉴초콜렛폰을 광고하는 옥외광고를 보았다. 뭐라고 써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녀시대가 모델은 아니다. 생각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광고여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아직도 타국에서 우리나라 회사제품들을 보면 반갑다.............아......날 RPST에서 떨어뜨린 LG...........미워하려 했는데..


바르셀로나는 참 매력적인 도시다. 색다른 가우디의 건물들이 관광객을 끌어들이지만-
바르셀로나에 발을 디디면 다들 책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바르셀로나만의 매력에 푹 빠지곤 한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가우디가 만들어 놓은 독특한 건물도 있고 시원시원한 도로사이로 중세풍의 건물이 있고
무엇보다도 나는 한번 길을 드면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는 미로같은 고딕지구가 참 좋다.
골목골목을 걸으며 맘에 드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 물건들을 구경하고, 셔터를 내린 가게는 셔터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구경하고
길을 잃은 것 같지만 걷고 또 걷다보면 잠시 미로속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이번에도 그런 미로같은 길찾기를 기대하고 고딕지구 안으로 들어갔는데 - 길을 잃어야 하는데 -
이상하게도 자꾸 똑같은 길로 똑같은 광장으로 되돌아 나오더라. 어떻게 가도 계속 되돌이만 하는데 공포영화 찍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츄로스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제일 처음 스페인의 츄로스와 초코라떼를 먹었을 때, 엄청 실망했었다.
초코라떼는 마치 물탄것처럼 밍밍하고 츄로스는 설탕과 계피없이 조금 짭쪼롬하고 - 쫀득하기보단 조금 바삭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번에는 두번째 먹는다고 원래 초코라떼는 이렇고 원래 츄로스는 이렇구나.....음미하면서 먹는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도도하게 우리한테는 신경도 안쓰던 머리 희끗희끗한 주인 아저씨가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더니 갑자기 잘 코팅된 사진을 보여주신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엔 바로 이 카페bar에 왠 잘생긴 소년이 활작 웃고 있었는데 - 그게 어렸을 적 자기라며 어깨를 으쓱하신다.
생김새를 보니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가 딱 이 아저씨인데, 이 천진난만한 웃음은 세월따라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금 쌀쌀맞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첫인상이 아저씨의 얼굴에 자리를 잡았다.
항상 이렇게 웃고 계신다면 훨씬 좋을텐데요.................

어딘지 까먹었지만...어쩌다보니 키위주스 홍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밤이 되서 그라나다로 가는 야간 열차를 타기 위해 (그 망할 놈의) Estacion Sants역에 짐을 싸들고 왔다.
시간이 한참 남아서 매표소의 좌석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데 옆에 젊은 아빠,엄마 그리고 5살정도의 귀여운 아들의
세 가족이 앉아서는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가 귀여워서 몇번 눈을 마주치고 까꿍 웃어주었는데
낯선 이방인이어도 자기 아이를 이뻐하는 걸 보고 그 부모님도 좋아한다.
뭐라고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서 스페인어 책을 뒤적뒤적 해서 '아들','귀엽다'는 단어를 용기내어 말했는데
표정을 보니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어서 낙심하려는 찰나, 애 엄마가 "beautiful?"이라고 반문한다.
..............여자한테만 beautiful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뭐 그런 뜻아리치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더니
"Guapo!!"라는 스페인어를 다시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Guapo!"라고 외쳐주었더니 "Mucho Guapo! (아주 잘생겼어!)" 라고
말하며 깔깔 웃는 애엄마의 센스. 그 뒤로 정말 손짓 발짓 해가며 단어로만 대화를 하는 엄청난 내공을 쌓았다.
대화는 대충...어디서 왔니? 한국에서 왔어. 어디로 가니? 그라나다로 갈꺼야. 바르셀로나는 구경했니? 응, 바르셀로나 아주 좋아
바르셀로나 어디어디 가봤니?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사밀라,바르셀로네따, 바리고딕 등등.
한참 대화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이제는 기차를 탈 시간이 왔다.
아주 잠깐 얘기했는데 왜이렇게 아쉽던지, 이 가족도 정말 진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몸조심해서 여행하라고 몇번이나
잘가라며 인사를 해주었다. 같이 기념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껄-
아들이 잘생겼단 말에 엄청 좋아하던 아이 엄마, 바르셀로나가 좋았다고 하니까 눈을 반짝이던 아이 아빠-
그리고 내 까꿍에 쑥쓰러워하면서도 좋아했던 고 구아포!
비록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 기억속엔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으로 오랫동안 남아있겠지.
내가 바르셀로나에 2번이나 가게될 줄 알았을까? 어쩌면 또 가게 되지도 않을까. 그러니까 Adios라고 인사하지 않을게.
Hasta la Vista, Barcelona.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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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

■ 삶 2010. 1. 10. 17:15

요즘 수면시계를 조금씩 조금씩 옮겨서 밤 12시에 잠드는 연습을 (?)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여행할때는 일기를 쓰다가도 12시가되면 바로 덮어버리고 잠이 드는데
일상생활을 할 때면 할 일도 없이 정말 시간만 죽이면서 새벽 2, 3시까지 인터넷속을 뒤지고 다니니.
정말 막 겨울방학을 시작한 초등학생처럼 일부러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데
일찍 자니까 늦잠을 자려고 해도 7시가 되기 전후로 눈이 딱! 떠진다. 아 바른생활 어린이야 *-_-*

너무 일찍일어나서 아직 밖이 캄캄한데 갑자기 한강이 걷고 싶어서 홀로 중무장을 하고 집밖을 나섰다.
지난주 월요일에 온 폭설들이 이젠 많이 치워졌을것 같았는데, 한강가는 인도도-차도도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도 사람들이 밟지않은 하얀 설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신발이 다 젖을걸 알면서도 어린애처럼 아무도 밟지 않은 그 설원을 자박자박 걸어들어갔다.
일요일 아침8시여서 그런건지, 아님 너무 추워서 그런건지 까치 한마리만이 푸드덕 날아가버린 그 조용한 한강가에서
준비해간 엠피쓰리도 귀에 꽂지 않은 채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눈밭을 한참걸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고등학교, 대학시절을 생각했고- 얼마전 여행도 생각했고
아직은 많이 불안한 나의 3년간의 미래, 그리고 더 먼 미래까지도 생각했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도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거창하지 않은 계획들과 영영 못이룰지도 모르는 꿈들도 가슴에 새겨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새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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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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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8일 * 이베리아 여행 제 3일 째 * Barcelona, Spain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건, 아무래도 날씨였다.
항상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자랑하는 이베리아 반도이지만 겨울철이 '우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출국하기 전에 구글로 검색했던 날씨도 일주일 내내 Heavy Rain 이 경고되고 있었으니까
(급기야 알함브라 궁전에 가는 그라나다는 Thunder가 예고되고 있었다. 여행시작부터 기를 꺾는 이 일기예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던 첫째날은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리고 으슬으슬춥기까지 했는데
둘째날은 감사하게도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그 초가을 날씨처럼.
1년 반, 처음 구엘 공원에 가는 날에도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뜻했었다. 초여름 날씨처럼.



작년에는 오르지 못했던 구엘공원의 꼭대기에선 바르셀로나의 시내와,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바다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개선문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처럼 뭔가 정갈하고 잘 계획된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난 그런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좋아했다.
이쁜건 이뻐서 좋다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라도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들이 없다. 그냥 - 그냥 좋을 뿐.


행복해보인다.



여행오기 전 급하게 샀던 무려 분홍색 디키즈 후디. 예전같으면 엄마가 이제 취직해야하는데 무슨 후디냐고 핀잔을 줬을테지만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서, 엄마말로 "대학교 1학년"같은 옷을 아무말 없이 사주셨다. 표정은 좀..탐탁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징크스를 만든게 있다면, 날씨가 좋은 날엔 항상 이 분홍 후디를 입고 있었다.
내가 이 옷을 입으면 날씨가 좋앗던건지, 날씨가 좋으면 이 옷을 입었던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렴 뭐 어때.




구엘공원 한 가운데에는 이렇게 얼굴없는 신사가 홀로 서 있었는데, 사진찍을 때 보니까 딱 티피컬 스패니쉬 남자더라.
처음보는 여자의 허리를 확 끌어안아 잡는걸 보니. 아, 혹시 여자였나...............확인할 길이 없군.........................

여전히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리게 하는 과자같은 집.


여전히 최고 인기몰이를 하는 구엘공원의 도마뱀



그리고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저 도마뱀도 여전히.


태양을 닮은 구름을 보았다.



구엘공원은 산 꼭대기에 지어져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올라갈 수도 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 계단+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잔디가 있고 산책로가 있는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라,
산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있고 넓은 공터도 있고 타일로 꾸며진 발코니도 있고 과자로 만든것 같은 건축물도 있는 가우디만의 공원이다.

나는 가우디를 특별히 존경하지도 천재적이라 생각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는 머리를 뽀개가며 설계를 했을지라도)
천진난만하다라.....바르셀로나를 만날때 느끼는 나만의 느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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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7일 * 이베리아 여행 제 2일 째 * Barcelona, Spain

마드리드를 통해 스페인에 입국하여 바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한정된 돈과 시간이라는 제약안에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다보면 한 번 갔던 도시는 자꾸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게 밴쿠버를 찬양하면서도 이번 여행추천지list에서 top3안에 들지 못했으니까.
사실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바르셀로나는 방문도시에 없었다.
18개월 전에 그것도 아주 넉넉하고 여유롭게 볼 걸 다 봐서 - 라는 이유로.
그러나 아직 바르셀로나를 가보지 못한 친구에게,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를 빼자는건 스페인의 50%를 포기하는 것과도 마찬가지기에
이번 18일의 여정속에 짧지만 이틀간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었다.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 유럽유행에서 가장 피해야한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끼어있었기 때문에 야간이동을 조절해야했고
때문에 우리는 인천>모스크바>마드리드의 항공이동에 곧바로 바르셀로나로의 야간버스를 타는 경로를 택했다.
그 결과 16시간의 비행+2시간의 환승+2시간의 대기+8시간의 야간버스이동이라는 체력적으로 무리하며 바르셀로나로 입성(!)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기진맥진하며 바르셀로나까지 왔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같은 야간버스를 탔던 승객에게 내 카메라를 도둑맞는 어이없고도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Estacion Norte역에 허망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내렸을 때, 일기예보에서 봤던 영상 17도와는 달리 날씨는 스산하게 쌀쌀했고
전날의 밤샘과 장기간의 이동, 그리고 카메라 분실에 나는 그만 힘이 쭉 빠져버렸다.
지난번 영국에서 지갑을 도둑맞았을 땐 당황해서 손이 덜덜 떨렸는데 그런 경험들마저도 모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냥 허망할 뿐이었다. 허망하고 조금 어이가 없고 마음껏 사진을 못찍는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짜증이 날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짜증도 화도 낼 수 없었던 건
내 기억 속에 너무나도 즐겁게 사랑스럽게 각인되어있던 바르셀로나의 기억과 추억들이
두번째 맞는 이런 찝찝한 경험으로 인해 짜증나고 화가나는 기억으로 되덮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내 카메라를 가져간 그 사람은 이미 이 전 역에서 내려버렸고 나는 카메라를 다시 되찾을 길은 없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해야하는데,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폭발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쉬지도 않고 바로 바르셀로나 관광을 위해 걸어나왔는데, 미친 체력이 아닐 수 없다.
15일은 시험을 보고 밤을 새서 레포트를 쓰고는 16일엔 30시간가까이 이동하고 17일 아침 바로 걸어나왔으니까.
그렇게 거의 바닥나다시피한 체력과 카메라 분실이란 찝찝한 경험에도
나는 람블라스 거리로 들어서는 순간 배시시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바르셀로나구나. 바르셀로나야.

정말 뭐라 설명해야할까, 아무 이유없이 좋다는게. 분명 어떤 이유들이 있을텐데 그걸 뭐라 꼭 집어 말할수 없으니.
한 번 와봤던 도시라 시시하지는 않을까,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하던 나의 걱정들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18일간의 여행 일정중에 가장 기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였으니 말이다.
한 번 가봤던 도시에, 그저 추억만 하던 그 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옛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설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발을 디딜수록 1년 반만에 만나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에 나는 정말 이유없이 행복하고 웃음이 났다.


맞아, 이 길을 쭉 걷다보면 까사 밀라가 나왔었지- 그 길에 명품점들이 꽤 많았는데.
이 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이 그렇게 많이 열렸었는데- 나랑 시은언니가 같이 옷구경했던 그 가게다!



그것은 낯섦과 낯익음의 미묘한 교차였다.
 
그때 그 파랗던 하늘, 뜨거웠던 햇살, 푸르렀던 가로수들을 추억하면서
구름낀 겨울 하늘, 구름에 가려 스산한날씨, 아직 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 늦가을의 가로수 아래를 걷는 것은.
비록 날은 따뜻했던 초여름에서 쌀쌀한 초겨울로 바뀌고, 나시티를 입었던 사람들의 옷은 외투로 바뀌고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던 해변가는 관광객 몇명만이 걷고 있었지만
1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바르셀로나는 , 내겐 그대로였다.
여전히 지하철 환승통로마다 아마추어 악사들의 연주가 콧노래를 부르게 했고
아직 100년도 더 지어야할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얼만큼 더 지었졌는지 모를만큼 기괴하면서도 웅장했고
가이드 북에 나와찾아갔던 그 핀쵸스 가게에선 18개월전에 사먹었던, 모짜렐라치즈를 얹은 그 바게트를 여전히 팔고 있었다.



2009년 12월의 쌀쌀하고 나뭇잎들이 떨어져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거리는 바르셀로나를 찐찡이와 함께 걷고 있는데
정말 영화처럼 저 앞을 걸어가는 2008년 5월의 나와 시은언니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그 때처럼,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시간이 다가올 수록 자꾸만 아쉬워졌다.
제일 처음, 가우디의 성당이 보고 싶어 무작정 왔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바르셀로나.
다음 유럽여행에서 또 오게되더라도,  또 설레고 - 또 반갑고 - 그리고 또 그리울 것이다. 


겨울답게 조금(?) 쌀쌀하고 스산했지만 분위기만큼은 활기찼던 바르셀로나였다.


작년엔 입장하지 않았던 까사바뜨요의 2층 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 12월 중순인데 아직 플라타너스의 잎이 채 지지않았다.


까사바뜨요의 꼭대기층. 다행히도 구름들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와줬던 첫날.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지우지 되는 나는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나도 한장 :)


1년반만에 다시 찾아간 까사밀라. 정말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파란 하늘까지.


까사밀라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거리. 처음 왔을땐 울창한 가로수들로 길거리가 푸르렀는데.


그리고 또 여전한 사그라다파밀리아. 그래도 기둥을 둘둘감고 있던 장막들을 많이 걷어냈다.


처음 찾아갔을 땐 골목골목사이에 숨어있어 한참을 찾았는데, 이번엔 딱 두번만에 찾아냈던.


벨 항구. 밤은 밤대로 고즈넉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밴쿠버를 떠올리게 했고.


항구 가득한 요트들.


북적북적 했던 람블라스 거리가 텅텅 빙어있었다. 연휴라서 그랬던걸까.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선 빠질 수 없는 샹그리아와 빠에야. 단하나 변한게 있다면 조금 싱거워진 것 같은 샹그리아의 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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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t lag

요즘 말도안되는 시차때문에 고생이라면 고생(?)하고 있다.
저녁먹기 바로 직전쯤 잠이 들어서 지금같은 새벽에 깨는 일상의 반복.
그렇게 여러 시간대를 넘나들며 여행했건만, 지금처럼 귀국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시차때문에 생활리듬이 바뀐채로 살고 있는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새벽 3시에 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초저녁에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게 수면건강에도 더 좋은 것 같지 않나?


+ 관악산 그 학교, 첫 등교

(등록은 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입학하지 않은 채로 Pre-session을 들으러
어제, 빙판길을 헤치고 처음으로 수업때문에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는 방법이 너무 여러가지라 (그렇다고 특히 빠른길은 또 없다-_-) 어떤 방법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는데
당분간 날씨 풀릴때까지는 이 방법으로 안다닐테다. -_-
신대방역까지 걸어가는데 목숨을 걸고 빙판을 지치면서 갔다.-_- 당분간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겠어.

처음으로 들어서는 15동 601호 강의실.
꽤 널찍한 강의실이었는데 사람들로 꽉꽉 차서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100여명정도 사람들이 바글거리면 공기가 훈훈해야하는데, 정말 수업에 집중 못할정도로 너무 추웠다는....
분명 히터가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에어컨을 튼게 아닐까...싶을정도로.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사이에 한시간 점심먹는 텀이 있는데
어디에 뭘 파는지 몰라 그냥 사람들 가는데로 따라가서 '후생관'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수업이 끝나고는 학생회관을 찾아서 플래너도 사고-
분명 내려갈때 셔틀이 있을텐데 어디서 타는지 몰라 그냥 빙판길을 엉거주춤 걸어내려와야 했다.


교재와 강의 프린트위에 또렷이 박혀 있는 학교 문장
한 때 내가 다이어리 안쪽에 그려놓고 항상 다짐했던, 눈감고 그리라 그래도 그릴 수 있었던-
그 문장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래도 자주 봐왔는데 그 문양이 왜 그렇게 낯이 설던지
교재를 살 때도 조교가 '본교세요?'라고 묻는데,, 학부본교인지 대학원본교인지 몰라 그냥 어정쩡하게 '네'라고만 대답해버렸다.
대학원 교재니까 당연히 대학원본교일텐데.


그래도 자하연은 꽤 봤다고 법대뒤에 있는 (?) 눈쌓인 자하연을 보니 반가웠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이 눈이 녹은 자하연은 어떨까,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자하연은 어떨지
상상속의 자하연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의 상상만큼 앞으로의 생활도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꺼라는 아주 작은 기대도.

차츰 낯익어지겠지, 차츰 정이 들고 , 차츰 익숙해져갈꺼야.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어디에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꿰차게 되고, 어디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 어떻게 가는게 제일 빠른지, 셔틀은 어디서 타는지-
교재에 그려진 그 문장들도, 본교라는 말도 다 익숙해지겠지.
'우리학교'라는 말도.




+ 첫 수업

정식 수업은 아니지만 맛보기 수업이라도 수업은 수업이니까.
정말, 법적 지식은 커녕 법학적 마인드도 없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법학'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들을 많이 깨뜨린 첫날이 아니었나 스스로 되돌아본다.
교수님 한 분은 차분하면서 교양있으신 분이라는 느낌이었고, 한 분은 유쾌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교수님이셨다.
아직은 배경지식을 쌓는 단계라 세세한 법조항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민법과 형법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면 Interesting.
아마 교수님들도 비법학사들이 법학에 겁먹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신거겠지?
시작 첫날부터 이건 나랑 아니야..........싶었으면 큰일인데, 다행히도 엄머, 재미있네? 라고 느껴서 (이게 더 큰일인가?ㅋ)
앞으로의 수업들이 기대가 된다.
수업을 들으면서 그래도 수업을 듣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할땐 뭔가 나를 소모하는 느낌이었는데, 수업을 들을 땐 나를 더 채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데서 느끼는 그런 행복?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르는 걸 스스로 깨닫는것보다 처음에 누군가 지도해주고 후에 이해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학교 수업의 형식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교수님은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 하셨고, 나 또한 이제 정말 시작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고생길의) 시작이면 어떠하랴,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 얼마든지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몇년간 혹은 몇십년간 법학을 전공하신 분들의 입장에선
이제 겨우 특강 한차례 들어놓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이 풋내기가 가소로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부터 죽상을 쓰고 시작하는 것보다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태도를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건 앞으로 시작될 그 고생길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니까.
이런건, 나의 일기장에 써야되는데 이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삘 받아서 여기까지 쓰는구나..............

앞으로 어떤 가시 밭길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미 안다.첫수업 퀴즈에서 백지로 시작했으니까 -_-)
항상 첫 수업,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겠다는 나의 다짐만은 잊지 말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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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mos!

■ 삶 2010. 1. 8. 00:18


드디어 내일이다.
비록 Pre-session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일부터는 북악산 기슭이 아닌, 관악산에서
아침9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대학 1학년이후 단 한번도 없었던 주 5일로 수업을 듣는다.
이건 정말 시작에, 그리고 아주 개껌에 불과하겠지.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가는 것은 항상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참 이상한 일이지,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 다른 학교에 다른 전공을 공부하러 가는 것도 -
모두 내가 잘 모른 새로운 세계로의 발딛음인데
왜 전자는 두려움1%에 기대감99%이고, 후자는 두려움 99%에 기대감1%이지?

다들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 가서 잘 해낼꺼라고 다독여주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미리부터 너무나도 겁을 집어먹고 시작도 안한 학교생활에 질려있다.


그동안 앞으로의 3년+알파는 내가 외고에서 보냈던 3년과 같을거라고 생각하며
한번 잘 지나쳐 왔으니 그 경험과 저력으로 또 앞으로의 3년을 잘 보낼 수 있을거라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참 당황스럽게도, 대학입학 후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는게 재미있었어요.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라고 자신만만했는데
그 재미있었고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그 과정을 또 한 번 더해볼라치니
갑자기 그 껌껌하고 오리무중이었던 터널을 어찌 지났었나 눈앞이 다 캄캄하다.


2002년 3월 5일 새벽의 다이어리에 적힌 나의 일기를 보면
외고 입학식을 앞두고 떨리고 설레는 16살의 멋모르고 철없던 나의 다짐과 각오들이 반듯반듯 적혀있다.
3년을 죽은듯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면서도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곳곳에 묻어나니까.

그때도 나는 참 많이 겁을 먹었었다.
홀로 경기도에서 대전으로 진학하는 거라 대전아이들의, 그리고 외고아이들의 수준이 어느정도일지
또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잘 버텨내고 따라갈 수 있을지 전혀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고
나는 따른 선수학습과정 없이 중학교때의 높은 내신으로 외고 7개과 중에 가장 치열했던 중국어과에 덥썩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역시 입학하고 보니 모의고사 대전시 1등 같은 괴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7일 뒤인 3월 22일 일기에는, 처음 겪어보는 반 아이들과의 실력차와 그로인한 자신감 상실로
극 우울감과 자기 비하에 시달리는,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일기가 휘갈겨져 있다.
그때도 배짱 따위는 없었나보다. 까짓거 다 이겨버릴 수 있다라는 그 정도의 배짱.
고작 잘 할 수 있을꺼란 귀여운(?) 다짐들이 적혀있을 뿐.
그런 외고생활에 적응하는데 초반 적응하는데는 반년, 그리고 완전히 적응하는데는 1년이 걸렸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뭔가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나 친구들과의 경쟁보다는, 친구들과의 인간관계나 애정(?)등의 문제로 관심분야를 돌렸으니까.


한 번 해봤는데 뭐가 또 이렇게 두려운지 모르겠다.
한 번 해봐서 이렇게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겁도 없었던 시절에는 무작정 뛰어들 패기라도 있었는데
좋은 결과로 잘 포장해놨던 과거들속에 삐죽삐죽 숨어있는 작은 생채기들이 똑같은 상처를 또 받을꺼라고 내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어른이 되면서 그런 경험들로 더 단단해지는 줄로 믿었는데, 그리고 각종 기업과 대학원 자소서에 그렇게 성장했다고 써놨는데
오히려 너무 많이 알게 되서 겁먹은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것만 같다.

2002년 3월의 나는, 새 친구들, 새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설레고 있었는데
2010년 1월의 나는, 새 친구들과 새 교수님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예민해하고 있다.
편하게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데 이젠 나이가 있다보니 사람들 만나는것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자꾸 내 본 모습을 숨기게 되는것 같아.


요즘 자꾸 연애도 아닌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그 살떨린다는 과정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평생을 내 지원자가 되어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평생 믿고 의지하고 또 함께할 사람이 응원해준다면, 그 아무리 살떨리는 공부과정을 이수한다해도
나는 꾹 참고 우리둘이 함께 그려놓은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아주 즐겁게- 그리고 아주 열심히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있는데, 그건 아마 0.00001%의 가능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드는구나.
자야지. 내일 첫날부터 졸아서 찍히지 말고-
두려움만 백만개라도, 앞날이 깜깜해도- 묵묵히 걸어나가야지.
19살의 내가 하루하루를 감사해하며 괴로웠던 3년의 기억까지도 모두 행복했었다고 했던것처럼
27살의 나도 하루하루 감사해하며 행복해하며 앞으로 3년의 기억들 모두 가치있었고 보람찼다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너무 겁먹지 말고 가자. 가자.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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