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ce of Life'에 해당되는 글 1119건

  1. 2011.02.09 잊지 못할 2011년 2월 8일 1
  2. 2011.02.02 롯데월드
  3. 2011.01.23 절차법 재미있게 공부하기 2
  4. 2011.01.21 夜밤생각
  5. 2011.01.17 so sick 2
  6. 2011.01.16 내 생에 특별한 일주일
  7. 2011.01.12 마력의 법학 1
  8. 2011.01.08 아니-싫어
  9. 2011.01.06 07/ Jan/ 2011
  10. 2011.01.01 2011년



2011년 2월 8일 자정, 나는 가까스로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보안키를 눌렀고, 문을 여는 순간 00시 01분이 되었다.
불편한 정장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씻고난 후에 대표변호사님과 담당 변호사님께 한 자 한 자 메일을 써 보내고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간 closer를 몰아보느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던 버릇때문에
역시나 어젯밤도 침대에 누워서 잠이 안온다고 뒤척거리다가 결국 3시 30분까지 시계를 확인하고 잠이 들었나보다.


6시 30분,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말짱한 정신으로 3시 30분까지 확인했으니까 나는 채 3시간을 못잤다.
한시간만 더 잘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브스스 일어나서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헬쓰클럽으로 달려가선
시속 8km와 시속 6km의 인터벌로 총 4km정도 뛰어주고 나니 8시.

재빨리 씻고, 아직 사이가 서먹서먹한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고 출근준비를 마쳐 9시에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 산뜻하게 출근했지만 그제도 어제도 3시간 채 못잔터라 정신은 비몽사몽
12시엔 어제 노래방에서 랩으로 이름 석자 날려주신 이상민 변호사님팀과
이제 입사 3일차인 신입변호사님들과 함께 입사 2일차인 로스쿨 인턴들이 한데 어울려 해장 국수전골을 먹었다.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강의- 점심 직후 정말 혼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지만, 금새 정신차리고 끝까지 수업을 들었고
오후 5시, 오늘 생일이라는 핑계+학교에 책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핑계로 조금 일찍 퇴근을 했지만,
내 생일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퇴근에 임박한 2호선 지하철을 타고선 입구역까지는 가는 도중에 서류를 읽고 있다가
5시 37분 혹은 38분 지하철에서 내려 세창이를 만나서
내 아지트인 하나에 가서 저녁을 먹고, 파리바게뜨에서 '두근두근 어쩌고'하는 케잌을 사서
25개 초를 꽂아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빌고, 한번에 촛불을 끄고, 맛있게 나눠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음..내 노트북?
노트북?
노트북노트북노트북!!!!!!
내 노트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세창이한테 나 만날때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처음부터 안가지고 있었다고 ㅠ
아뿔싸, 나 노트북을 지하철 선반에 올려놓고는 정신없이 그냥 내려버린 거다.
가뜩이나 이틀동안 잠을 못자서 정신이 거의 오락가락 하고 있었는데 당장 노트북까지 잃어버리니까 퓨즈가 나간듯한 그런 느낌?
그 안에 뭐가 들었지? 어떻게 찾지? 누가 이미 가져갔을게 뻔하잖아ㅠ


그래도 급하게 입구역으로 뛰어내려가서 유실물센터에 전화했더니 유실물중엔 없다면서
역무실에 가서 내린 시간즈음해서 지나간 열차번호를 물어보고 직접 찾아보라고 팁을 주셨다.
또 얼른 역무실에 쫓아 내려가서 정확히 5시 32분에 사당역을 지났다고 말씀드렸더니
입구역에 지나가는 그 시간대 열차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 열차번호를 가르쳐 주셨는데, 이게 순환을 하면서
열차번호들이 바뀌었다면서 바뀐 열차번호와 이 열차들이 입구역을 지나가는 시간을 가르쳐주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쪽지를 하나 달랑 들고 내가 올라온 길을 역추적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만났고,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고, 문이 열렸을 때 대충 에스컬레이터가 어느 거리에 있었으니
문 번호는 대충 5-3 혹은 6-2쯤인듯, 그리고 지하철은 낡은 옛 지하철이고, 내가 서있던 자리 머리 위에는 지하철의 全노선도가 그려져있다...
라는 단서들을 가지고 우리는 처음 예상되는 지하철과 만나기 위해 방배역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방배역에서부터 이제 열차가 올 때마다 번호를 확인하면서 칸에 직접 들어가서 찾아보고 나오고,
사람이 많아서 찾기 힘들땐 그 열차를 탄 채로 다음역에 내리고
그렇게 한시간 가까이 반복했지만 영영 내 노트북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봉천역까지 왔을 때, 허무하기도 하고 가망도 없어보이고, 이제 더 찾아서 뭐하나 싶은데
세창이가 그래도 이제 들어오는 열차까지만 딱 찾아보고 가자고 하여
마지막으로 봉천역에 들어오는 2호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앗!!!!!!!!!!!!!!!!
아직도 그대로 선반위에 누워있는 내 노트북 발견!!!!!!!!!!!!!!!!!!!!!
얼른 빼들고 다시 내려서 6번칸을 찾고 있을 세창이한테 뛰어갔는데 아뿔사;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움직이는 순간 세창이가 밖에 있는 나를 보곤 "찾았어?" 라고 말하길래 고개를 끄덕끄덕 했는데
그렇게 세창이는 다음역으로 가버리고야 말았다.



정말, 혹시나 싶어 김주하 기자님께 트위터로 노트북분실에 관련한 RT를 부탁드렸는데
정말 수십, 수백개의 RT와 걱정과 위로와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Reply해주셔서
노트북을 찾는 와중에도 정말이지 마음 한켠이 뜨뜻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무사히 노트북을 찾았고
나는 잽싸게 요가예약을 잡아서 택시를 타고 여의도까지 날아가서
9시 반부터 핫요가. 한 시간동안 땀을 뚝뚝 흘리고 나왔는데 왠 낯익은 아가씨를 발견했다.
거의 직감상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혜지?" 라고 운을 뗐는데 역시나 혜지.
중학교 3학년때 마지막으로 보고 10년만에 그렇게 나는 혜지를 여의도 핫요가에서 만났다.
10년전 우리는 서로 거리낌없이 반말하며 언니동생하는 사이였는데
아무 교류가 없었던 10년이 지나면서 혜지는 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다.
서로 너무 오랜만이라면서 짧게 얘기를 나누고는 내일 또 보자며 헤어졌다.


어쨌든,
11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 정장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11시 30분, 가족들이랑 또 케잌을 앞에두고 생일 파티를 했다.
일주일 뒤면 군대를 가는 내 동생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나는 진담반농담반 에이뿔이 그득그득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



하아....

정말 잊지 못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그런 25살 생일로 기억될꺼 같다.
그리고 남은 2011년이 얼마나 다이나믹할지 진심 걱정된다. ㅠㅠ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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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 삶 2011. 2. 2. 01:58


추위가 풀리기 시작한다던 어제,
대학원친구들이랑 롯데월드에 갔다.
개장시간 맞춰가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윤재랑 버스타고 잠실까지 가는데
친구들끼리 롯데월드를 간다라...
정말이지 고등학생이 된 느낌 하하

나는 고등학생때 그렇게 친구들이랑 놀러다닌 기억도,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내가 꿈꿨던 그런 고등학생시절의 놀이를, 대학원생이 되어서야 해보다니.
그래도 해봤잖아 :)


롯데월드의 상징 +_+

난 자이로드롭은 스킵. 5년전에 세번 연속으로 타고 오바이트했던 기억때문에 -_-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매직아일랜드로 나갔는데
으윽, 날씨가 풀린다더니 아직 하나도 안풀려서 정말 추웠다ㅠ
게다가 자이로드롭이랑 아틀란티스같은 기구들도
예열이 덜되서 못탄다고 그러고 ...
우리는 얼른 탈 수 있는것만 골라타고 다시 실내로 고고씽

아침엔 화창했는데 점심먹고 왔더니 날이 흐려지고 급기야 눈발이 휘날렸다.

추뱌추뱌

깜찍한척 하는 고비티님

호피무늬귀가 매력적인 우지




초등학생들도 개학하고
슬슬 방학의 끝물이어서 그랬는지 그래도 사람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대부분은 5분~10분정도 기다려서 탔는데
가장 오래기달린건, 어이없게도 아틀란티스 예/약/줄/이었다.
그것도 완전 찬바람 쌩쌩맞으면서 25분을 기다렸다.
왜?
기계가 고장나서..
정확히는 기계가 자꾸 종이를 먹어서 ㅠㅠ

가장 마지막에 탔던 회전목마 히히

I love this pic the most.

고비티가 벅벅우긴 모노레일도 탔다. 나는 모노레일 타면서 사진도 찍고.

우지 ♥ 윤재 ♥ 나 by 병무



그러고 보면 난 대학원 사람들이랑 외부활동을 잘 안하는 편이라
개인생활 <-> 학교생활이 나뉘어진 편이었는데
그래도 1년정도 지내면서 조금씩 동기들이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들이랑은 더 잘맞고 편하고.


저녁약속이 또 있어서
오후 5시에 칼 같이 나왔지만
재밌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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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형사소송법전 ♡ 민소법전도 있다.




다음 주에 다시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번 과목은 형사. 더 정확하게는 형사소송법.
아직 형사소송법을 안배웠기 때문에, 민사와 형사 사이의 일주일 사이에 형사소송법을 혼자 예습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책을 혼자 읽고 있는데, 처음엔 너무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앞에서 민법3를 공부하고 있는 송가에게 재미없다고 했더니 "절차법이잖아 ㅜ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 확실히 실체법보다 절차법이 따분하고 재미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따분한 과목을 꿋꿋이 공부하다가, 문득 교과서 안에 내용이 다 써있다는 이유로 (더 정확하게는 귀찮아서)
 법전 한 번 안펴보는 나를 발견했다.
교과서나 수험서로 공부하다보니 자꾸만 법전을 안들쳐보게 되던데
연수원에서 교수님들이 항상 무엇보다도 법전을 가까이하고 법전을 꼼꼼히 읽어보라고 하셨던 말씀들이 생각났다.
게다가 이건 절차법인데 법전 한 번 안펴보고 책만 읽는건 공부하나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험용 법전은 한문때문에 거부감이 많이 들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안 읽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인지라
작년 프리세션 때 사뒀던 한글 법전중에 형사소송법만 뜯어서 얇은 나만의 형사소송법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교과서를 읽다가 법조문 표시가 있으면 무조건 그 부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제일 재미있었던 증거법 부분 조문들




사실 지금까지 나는 법전보는 버릇을 못들였다.
법전이 무섭(?)기도 하고 왠지 성스럽게(?)느껴지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없고...(...)
민사소송법을 공부할땐 좀 뒤척뒤척 들여다 보았는데,
형사소송법을 공부하기까지 이렇게 법전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뜯어본적이 없었다.

이번에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책 내용에 법조문 표시가 있으면 무조건 그 부분 조항을 찾아가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책 내용과 법조문을 번갈아가면서 공부하다보니, 책을 읽는 속도는 무한으로 늘어났지만 (;;;;_
그렇게 따분하고 재미없던 소송법교과서가 마치 법전 설명서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조문안에서 주체와 대상과 효과를 나눠서 보게 되고
한 조문 안에서 각 항마다 비교하면서 그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조문을 읽어도 그냥 스윽 무슨 내용인지 훑어보는 그런 정도였는데
이렇게 법조문을 하나하나 뜯어가면서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법조문들이 그물망처럼 짜임새있게 짜여져있고, 조문과 조문이 서로 연결되면서 조건이 되고 효과가 되고
마치 보물지도의 힌트들을 찾아가는 그런 재미!


요로케요로케 책 읽고 법전한번 찾아보고, 법조문 구절을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재미있게 공부한 김에 복습까지 했다면 좋았을테지만
오전, 저녁으로 운전학원이랑 핫요가 다니느라고 그날그날 배운걸 복습까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일주일동안 형사소송법 법전을 꼼꼼히 뜯어서 읽어보면서 교과서도 한 번 읽었고,
무엇보다도 법전 포비아를 물리쳤다는 게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왜 연수원 교수님들이, 법전 하나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셨는지, 그 말이 깊이 와닿기도 했고. 

어느새 새로운 과목의 법서를 혼자 읽는 것에도 겁내지 않고,
하루에 수십~백페이지씩 혼자 읽어나가는 것도 이젠 부담도 안되는 걸 보니
그래도 1년 간 법학공부에 매달린 효과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싶다.
조금씩 속도와 자신감이 붙어가는 것 같다. 좋다.

내일 공판절차까지 읽으면 형사소송법 1회독하고 연수원 들어간다.
이렇게 혼자 독학한 형사소송법을 연수원에서 어떻게 단단히 다지고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아, 결론!
절차법을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
교과서를 읽으면서 그 내용을 한 번 이해하고 그 조문을 찾아가서 읽으면서 그 법조문의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면 된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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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밤생각

■ 삶 2011. 1. 21. 01:59




그 조문이 몇 조인지 같은 건 못 외우면서
10년넘게 봐온 영단어 스펠링도 아리까리 하면서
참 쓰잘데기 없는 건 잘 외우고 있다.
뜻도 잘 모르는 일본어 가사라던가,
가르쳐준 사람마다 버전이 다른 프랑스 문구라던가.

오늘 여러 나라 언어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하는 날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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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sick

카테고리 없음 2011. 1. 17. 23:59



다 나은줄 알았는데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오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라니...
오늘도 아침에 운전 갔다와서 학교 가려던 계획 대신 쓰러져 잤는데
엄마랑 동생이 병든 닭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왜 이렇게 오래도록 아픈건지
연수원에 있을때만 해도 다 나은것 같았는데
아프니까 운동도 공부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개강 때까지 체력회복이 안될까봐 걱정이다.



몸이 아프니까 마음까지 덩달아 아프네
아무렇지 않을 일도 크게 다가오고
잊어버렸던 아픈 기억도 생각없이 클릭한 작년 일기탓에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맞아
그런일들이 있었지

반대로 그 땐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팠지.
어서 낫고 싶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고 싶진 않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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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일주일은 신종플루 때문에 정말 집에만 꼭 갇혀있었고,
그 다음 일주일은 나의 애증의 도시, 일산- 그것도 사법연수원에서 보냈다.

나 잘아는 친구들은 "일산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
내게 일산은 정말이지 이런 저런 기억과 나의 개인적인 느낌들이 뒤섞인,
서울 다음으로 잘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좋아하고 싶지만 좋아할 수 없었던 그런 -, 그런.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주일간의 연수원 생활, 더 정확히 말하면 일산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차마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다.


일주일이 아주 짧은 것도 같았는데
낯선 환경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하루하루가 길고도 빠듯하게 지나간 것 같다.
연수원 시간표처럼 아침 10시부터 강의가 시작하고, 12시에 점심먹고, 1시 반부터 오후 강의를 듣고-
그리고 3시 10분부터는 기록작성이나 주어진 문제 풀이를 하고 - 그렇게 일주일을 꽉 채워보냈다.


노을이 지는 기숙사 복도

붉은 빛으로 가득한 복도는 몽환적이었다.



낯선 환경이기도 했고, '사법연수원'이라는 이름자체에서 오는 무게감때문인지, 첫날 둘째날은 조금 긴장해있었던 것 같다.
처음 받아보는 22페이지 짜리 기록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첫째나 받았던 숙제가 가장 난감하고 어려워서였는지
첫날 들어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자체드롭해버린 1학년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담임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우리들이 낯선 곳에서 어색하고 긴장할까봐 다독여주시고
생각보다 연수원교수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셔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사실 입소하기 전에는 도대체 연수원에서 왜 우리를 불러다 가르쳐주려는 건지,
연수원 교수님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대해주실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으로, 나는 당당하게 새로 만들어진 제도를 선택한 것인데
왜 기존의 제도권 사람들에게 바짝 경계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얗게 얼어버린 호수공원,

복작복작한 점심시간,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곤 혼자 호수공원에서 햇살을 즐겼다.



그동안 - 일산에서만큼은 난 항상 손님이었다.
내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난 일산에 갔었고, 항상 안내를 받았고, 마중과 배웅을 받았다.
그렇게 많이 오가면서 항상 나도 일산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바로 여기 사람이길 바랐던 적이 있었다. 어릴때. 5년전 쯤에.
그래서 여름밤에 편한 차림으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근처 호수공원의 호숫가에 걸터앉아,
여름 밤 호수바람을 맞으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친한 친구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는
손 흔들고 헤어져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밤 하늘에 뜬 별을 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꿈을 꿨다.


목요일 점심 땐, 학교 사람들과의 복작복작한 점심시간을 피해
카페라떼 한잔과 샌드위치를 사들고는 혼자 호수공원에 갔다.
5년 만에 마주하는 호수공원, 항상 누군가의 인도로 찾아왔던 여기, 이제는 나 혼자 나만의 여유를 즐기러 오게 되다니.
호수는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햇볕이 바로 드는 계단에 걸터앉아서, 하얀 들판같은 호수공원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한 모금, 샌드위치를 한 입, 커피를 한 모금.

좋았다.
짧았지만- 그 짧은 순간 평온하고, 행복했다.

..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제법 두꺼운 기록을 보는 것도 겁먹지 않게 되었고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내 힘으로 소장도 써보고,
오후에 나오는 숙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모든걸 손으로 써서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은 있었지만 말이다.

알고보니, 오직 우리 반만 수기로 개인과제를 써서 냈다고 한다.
어쩐지, 다른 반 애들은 저녁마다 놀러나가고 영화관가고 술마시러 가는게 이상했는데
우리반만 죽어라고 손으로 숙제를 하고 있었다니.
거기다가 6명으로 맞춰준 우리 팀원중에 4명이나 중도이탈을 해버려서, 팀숙제까지 두명이 맡게 되서
정말, 월화수목 내내 밤늦도록 숙제만 했다.
원래 계획은 연수원들어가서도 민 3부분 예습하는게 목표였는데, 숙제가 좀 짧았던 수요일 하루 빼곤
매일 밤을 숙제하다가 다 보냈다. 그래도 임대차와 채권자대위의 쟁점이 되는 모든 판례를 내 손으로 찾아 써봤으니
제대로 공부는 되었겠지.


궁극의 수기 13장의 채권자대위 숙제. 제출할때 복사본이라도 만들어두고 싶었다.



또 하나, 연수원에 있어서 좋았던 점은 - 기숙사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 했다.
자취에 목말라있는 내게 집에서 떨어져 나와 기숙사 생활을 하는건 오랜만에 느끼는 정신적자유랄까.
게다가 룸메이트가 하루만 하고는 서울로 돌아가버려서 남은 연수원 생활을 모두 혼자 했는데
정적이 감도는 방안에서 혼자 사각사각 공부하는 느낌도 좋았고, 어쨌든 나만의 자치 공간을 갖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물론 지금도 내 방은 내 자치공간이지만, 엄마가 들락날락 하는 것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는 참 별로다. )


뿌연 하늘의 금요일 아침



연수원에 있었던 일주일은 날씨가 계속 화창했는데, 단 하루 금요일만 날씨가 좀 흐렸다.
그 13장의 수기로 작성한 개인과제와 아침 일찍 일어나 완성한 팀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따뜻한 물에 씻고선 또 하루를 준비하려 방에 들어왔는데 조용한 아침 풍경이 참 좋았다.
침대 위에 올려놓은 아이폰에서는 maroon 5의 just a feeling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블라인드 사이로 뿌연 아침하늘과 그래도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가 보였고
가습기의 뿌연 수증기가 그 햇살을 가려 왠지 모르게 그 순간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그냥 그런 순간들이 좋았던 것 같다.
조용하고, 세상에 나밖에 없는 느낌. 내가 느끼는게 전부인 그런 느낌-


사법연수원 본관 1층의 사진전



사법연수원 본관 1층 '미네르바'라는 전시장에는 연수원 사진콘테스의 수상작과 출품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둘러보았는데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연수원생들이 이 사진을 이 곳에 걸게되는 자격을 얻게되기까지 정말 자기의 감수성들을 죽여가면서 공부해왔을텐데도
그 와중에도 이렇게 자기 감성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작품 하나, 하나 - 누가 찍었는지, 무얼 찍은 건지 천천히 - 그리고 지그시 감상했다.

나도 - 아무리 공부에 치이고 지치더라도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내 눈을 잃지 말아야지.



민사 수업을 위해 가져갔던 교과서들.



마지막 숙제는 그 전 과제들에 비하면 간단했다. 지금까지 배운 요건사실론을 총 평가할 수 있는 빈칸채우기 문제들이었는데
요건사실에 맞춰서 청구 주장을 하거나, 판결서의 빈 부분을 채워넣는 그런 간단한 숙제였다.
처음으로 6시 안에 완성해서 제출하고는,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과 수고했다며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고,
그리고 거기서도 끝까지 남은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를 하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곤 기숙사로 돌아왔다.

연수원측에서 2주일뒤에 있을 형사프로그램 사이의 1주일동안 기숙사를 연장해서 사용하게 해주었지만
운전면허 도로주행교습과 시험이 남아있는 나는, 눈물을 머금고 1주일간은 서울에서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정이 넘어서 기숙사로 돌아와서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방에 들어섰지만
나는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이제는 이렇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내 방에 들어가는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나를 더 아쉽게 만들었다. 여기서 밤새도록 숙제를 하는 것도,
아침에 눈뜨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슬며서 미소짓는 것도,
다들 서울로 못돌아가서 안달이었는데, 유독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았다.


오늘, 아니 어제 아침. 해가 떴다.

이상하게도 저렇게 블라인드를 거쳐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참 좋더라.



다 좋았지만, 단 하나 불편했던 건
기숙사에서도 강의실에서도 인터넷이 안된다는 거......21세기, 그것도 2011년에 인터넷이 안되는 곳이 있다니.
덕분에 나는 판례도 죄다 아이폰으로 찾았고, 일주일 동안 미니홈피가 네이트고 외부 세상과 거의 격리되어 있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사실 공부할때 검색하기가 어려운 거 말고는 인터넷이 안되서 오히려 좋았다. (....)

그리고 왠만한 여행하며 쪽잠자는데는 도가 터서
잠자리 바뀌는 것 때문에 잠을 못자지는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일주일동안은 정말 꿈파티를 벌일정도였다.
꿈에서 내가 아는 로스쿨 사람들이 거의 다 출현했던 것 같고,
그래서 나는 항상 피곤했다. ..........(....)



어쨌든, 마지막으로 이원교수님(♥)의 강평강의를 듣고, 감사의 박수를 치고
1주일 동안의 사법연수원의 민사 프로그램이 그렇게 끝이 났다.

수업은 수업대로 알찼고 ,
개인적으로도 1학년때 공부한 민법과, 미리 예습해놓은 민법부분을 총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때문에 민법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민법에 대한 애정폭발의 기폭제가 되었달까.
법학이라는 학문자체에 대한 애정과 흥미, 재미도 덩달아 솟구쳤다.
그리고, 애증의 일산도 - 이젠 내게 누군가의 기억들이 휘저어 놓을 일 없는 "나의 - 애정의 일산"이 되었고.
게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환경에 있어서였는지 마치 여행을 하고 온것처럼 refresh되고 현실과 분리된 그런 딴 세상에 있었던 그런 기분.



정말이지,
즐겁고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이젠 조금-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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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잘하고 못하고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아마 내 인생에서 공부하면서 잘하는게 중요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

그냥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이 순간순간들이 즐겁고
내가 끙끙거리며 읽고 이해했지만 머릿속에 중구난방 펼쳐져있던 것들이 구슬처럼 꿰어지는 느낌이 좋고
마치 습기 가득한 창문을 조금씩 닦아내면 그 밖의 커다란 풍경이 보이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큰 그림들이 점점 보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재밌고 즐겁고 흥이 나서
지금 당장 내가 이 모든걸 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워서 잘해야지..라는 욕심이나 그래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더 빨리 더 많이 알고 싶고
스폰지처럼 지금 배우는 것들을 흡수해서 이 모든 것들을 진짜 내 것으로 탄탄히 다져넣을만큼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보고싶다.

아팠던 탓에 공부할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게 속상하네 ㅠ
오늘은 일찍 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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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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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아니면 싫어
진실이 아니면 싫어
어줍잖게 떠보는 건 정말 싫어
진심이면 - 그 마음이 정말 진실한 마음이면 -
내 마음이 어떤지 눈치보지않고
내 주위만 빙빙돌지 않고
당당하게 진심을 다했어야지

내가 한발짝 다가올지 말지 재면서
내가 안다가가면 자기도 장난이었다고 내뺄준비하면서
비겁하게 사람 반응 봐 가면서 하는 그런건 싫어
그게 나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끝까지 내 마음 문 한틈도 못 연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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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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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Jan/ 2011

■ 삶 2011. 1. 6. 19:51



다 나았다. 89.9%
한참 아플때 공부할 땐, 아파서 집중이 잘 안되더니
이제 다 나으니까 다 나아서 딴 생각하느라고 집중이 잘 안된다.
정말 다 나았다는 증거인 거 같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동영상강의 4개 듣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그래도 동영상강의만 후루룩 들어버리고는 공부 다했다는 빈껍데기같은 예습 안하려고
배운만큼씩 복습하려고 노력중- 노력중- 그러다보니 시간이 한참 걸린다.

이제 유치권이랑 질권 복습하고 나면
저녁부터는 저당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주에 저당권이랑 전세권까지 끝내고 월요일에 연수원에 입소하는게 목표 -
그전까지 체력 완전히 회복해야지.


Bach, Concerto for two violins를 듣고 있는데 좋다.
내가 연주했던 1악장부터 2악장, 3악장 까지 다 듣고 있는데 확실히 Vivace와 Allegro가 제일 좋다.
Largo는 따뜻한 차 한잔이랑 마시면 분위기가 좋을 것 같고. 

이제 유치권/질권 복습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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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 삶 2011. 1. 1. 00:07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11년
스물다섯
그리고 나


1. 나를 지키기
2. 행복하기
3. 최선을 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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