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아 얘가 드디어 갈 때 까지 갔구나...라고 한숨을 쉬는 친구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_-
그리고 실제로도 정신나갔냐고 말한 친구도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한참 들떠서 동방신기 좋아를 외치던 나는 일주일만에 폭삭 식어버렸고
우연히 들은 동방신기 4집 앨범의 발라드 곡 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난 월요일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사왔다
(사실 난 CD소장하는 걸 좋아해서 좋은 음반들은 종종 사서 듣곤 한다)
솔직히 말해서
CD를 살 때는 아주 신중하게 사는 편이기 때문에
그동안 오기로라도 동방신기의 앨범은 사고 싶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다 거기서 거기지,뭐 얼마나 좋겠어.
더이상 빠순이로 낙인찍히고 싶지는 않아!
거의 한 달간,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내 마음과 철부지처럼 보이고 싶지않은 마음때문에
계속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재고 있었는데 결국 사버렸다.
핫트랙스에서 직원에게 '저기...동방신기 앨범은 어디 있나요?' 라고 묻는데
왜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지.
이사람이 날,
다 커서 동방신기 앨범이나 사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고 순간 생각했다.
결제했더니 포스터도 챙겨준다. 헐. 더 민망해; 난 포스터나 받고 희희낙낙하는 빠순이가 아니라고!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들어본 동방신기 4집에 대한 나의 소감은?
솔직히 말해서
100점 만점에 95점 주고 싶다.
댄스곡과 발라드 곡이 3:7의 비율로 실려있는데
타이틀곡과 후속곡이었던 '주문'과 'Wrong Number'도 그렇고.
특히나 발라드곡들이 정말 거의 다 괜찮아서 친구들에게 MP3로 리핑해서 보내주고 싶을정도.
동방신기가 처음 데뷔할때 '아카펠라 댄스 그룹'라는 컨셉이었던 걸 기억하면
방송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가창력과 감성이 돋보이는 발라드곡들을 이렇게 잘 소화할줄 몰랐다.
이 앨범 덕분에 난 동방신기란 아이돌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그동안 나는 동방신기를 단순히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들도 사실 그래오지 않았을까?
YG의 양싸는 이렇게 말했다. 동방신기에게 출중한 외모가 없었다면, 남자가요계의 빅마마로 평가되었을 거라고.
이번 4집활동하는 동방신기를 보고
격한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부르는 라이브 실력과 화려하고도 세련된 퍼포먼스에 매료되었는데
앨범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그들의 '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귀기울이게 되었다.
오늘 셤공부를 끝내고 컴퓨터를 키니까
동방신기가 골든디스크상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런 음반침체시장에서 46만장의 음반을 팔았단다. 10만장 넘기면 박수받는 지금같은 때 50만장 가까이 팔았다는 건,
그 옛날(?) CD의 전성기때 100만장, 200만장을 팔아치운거나 다름없다.
아마 동방신기에 대한 선입견으로 일단 무시하고 보는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거 다 빠순이들이 사준거라며 동방신기가 피땀흘려 만든 앨범의 가치를 깔아뭉갤지도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러고 있다.
하지만, 오늘 골든디스크대상 기사의 댓글들을 보고있노라니
유난히 지금까지 동방신기 안티였는데 동방신기의 라이브무대들을 보고 앨범을 샀다는 20~30대 어른들의 댓글이 그렇게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멤버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번 앨범의 노래들이 정말 좋다는 댓글들도.
왠지 내가 이러는 것이, 단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모를 유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빅뱅이나 원더걸스들처럼 대중적인 음악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동방신기는 확실히 이번 4집을 통해
그저 외모만 출중한, 10대 소녀팬들에게만 인기있는 아이돌이 아닌
노래도,라이브도,퍼포먼스도 뛰어난 가수로서 그 음악적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지금 댄스가수시장에 동방신기만큼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보이는 가수가 또 있을까?
어려운 노래가 아니라서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는거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원더걸스는 그야말로 딱들어도 아무나 다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율동하면서도 끊임없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라이브를 보여주고
격한춤을 추는 비는, 노래는 MR이 다 해주고 '컴언요','후','하' 추임새만 넣거나 'I'm gonna bad boy'같은 후렴구만 줄창 부르잖나.
어떻게 보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노래도 잘하면서 춤도 잘 추는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대중적 인기도 있는 그런 실력있는 댄스가수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동방신기는 내가 지금까지 기대했던 가장 완벽한 '댄스가수'인데
동방신기를 완벽한 '댄스가수'로만 평가하기엔, 그들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가창력이 너무나 아깝다.
그들은 댄스가수와 발라드, 아카펠라를 모두 자기 색깔에 맞게 소화하고 있으니까.
아마 앞으로 방송무대에서 그들의 가창력을 드러낼 수 있는 'Love in the ice'같은 노래들을 부른다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많이 무너지지 않을까?
(실제로 일본에서 활동한 Love in the ice란 곡의 라이브를 보고 동방신기에 놀란 사람이 많았다.
사실 나도 그 영상을 보고 지금까지 무시해왔던 동방신기를 다시 보게 되었으니까)
'동방신기'라는 이름하나로,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전에 비웃어버리지는 말자.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가리고 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귀기울이게 될 좋은 노래들이 많으니까.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전에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떴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그들의 실력을 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사람들이 진지하게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가 오겠지.
다섯명 모두 가창력이 뛰어난편이다. 그중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은 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