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이라고 단정짓기엔 열흘 조금 남았지만.
오늘로써 나의 대학생활 4학년 2학기를 마쳤다.
(그러나 아직 졸업은 아니다;)
동시에, 4시간 전에 끝낸 관리회계시험을 마지막으로
이중전공인 경영학 51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2학년 1학기 경영대학에 지원하고 도대체 언제 51학점을 다 채우냐며,
어떻게 원전공 필수인 36학점보다 이중전공필수가 더 빡셀수 있냐며 걱정했는데
이렇게 다 끝내버렸구나.
마지막 관리회계 시험공부를 할 땐, 공부하기는 싫었지만
왠지 이 시험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은 경영학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더이상은 이 엘포관을 오가며 경영대생인척 보여질 일이 없다는 것도,
무엇보다도 해야할 것을 다 채우고 이젠 끝이 났다는 생각에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도 왠지 모르게 서글프고 허무해서 공부하던 샤프를 몇번이나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시험은 쳐야했고,
학생들을 문제풀다 지쳐뻗게 만들 속셈이었던 빈센트 교수의 어마어하게 많은 그 문제들을
빛의 속도로 답안지 가득 빡빡하게 채워놓고 홀가분하게 제출하고 나왔다.
시간은 벌써 밤 8시, 도서관에 돌아가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가 예상치못한 문자통보를 받았다.
[이노션 동계인턴에 합격하셨습니다]
!!
발표날을 금요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합격통보라니;!
최종면접에서 너무 쟁쟁한 경쟁자들과 피튀기며 면접했던 터라, 실망하지 말자고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면접관들이 이쁘게 봐주셨던걸까 합격시켜주셨네.
서류도 딸랑 이노션 하나 넣어놓고, SK는 귀찮아서 은행계열은 관심없다고 뻐띵기고 안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그동안 내가 관심가지고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 붙어서 마음이 좋다.
기쁜 소식을 엄마한테 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 한 켠으로는 합격의 기쁨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과 해냈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 켠엔 이제 정말 대학을 벗어나서 인턴이지마는 사회생활에 발을 담그는구나.
나의 12년의 학생생활은 여기서 이렇게 끝이 나는 구나...하는 오래된 나의 생활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뒤섞여
마음이 말그대로 말랑말랑해졌다.
내가 정신이 트이고 학생이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7살부터 시작한 학교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비록 내년 하반기 졸업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지금처럼 조모임과 레폿과 퀴즈와 숙제에 시달리며 엉덩이 붙이고 책속에 파묻힐 일은 없겠지?
막상 공부하고 숙제할 때는 짜증나고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이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혹은 이것은 나의 착각?;)
그런 학교생활마저도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요즘 대학생 취업5종세트로 인턴 다 하는데 왜 나혼자만 호들갑인건지.
그러나 무엇이든 간에 '시작'과 '끝'이란건 사람의 마음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것이니깐.
이런 시작의 설렘과 두려움, 끝의 아쉬움과 성취감이 없다면 인생은 좀 더 밋밋했겠지?
어쨌든 출근은 1월.
갑자기 방학이 달랑 2주로 줄어버렸다.
남은 2주동안 친구들도 만나고, 좀 집에서 뒹굴뒹굴 느긋하게 쉬고
피튀긴다는 정글의 그 곳에 마음 단단히 발을 들이밀어야지.
어쨌든,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의 22살도.
모두 마무리를 잘 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