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II. 삶'에 해당되는 글 172건

  1. 2015.09.27 2015년, 가을 밤
  2. 2015.09.20 Un momento solo para mi.
  3. 2015.09.16 노을 패티쉬
  4. 2015.09.10 Goodnight Sweetheart
  5. 2015.09.08 Maroon5 live in #Seoul
  6. 2015.09.06 La maladie D'amour
  7. 2015.08.27 Raindrop. 2
  8. 2015.08.25 Un sueño de una noche de verano 2
  9. 2015.08.22 Hasta luego.
  10. 2015.08.19 BA

 


 

 

서울이 이토록 크고 넓은데 또 갈만한 곳은 뻔하디 뻔한 걸까.

2주 전에 소개팅남1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걸었는데

이번엔 소개팅남3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정말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카페에서 똑같은 음료를 사서 똑같은 지점까지 걸어갔다가 되돌아왔다.

 

2주 전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코스모스는 어느새 후두둑 떨어져있었다.

추석이라 사람이 제법 적어진 서울밤은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다.

이미 해는 다 졌는데 지평선을 따라 여운을 남기는 붉은 빛 어스름이

조금은 이 곳도 낯선 여행지처럼 느껴지게 했다.

 

 


 

조수석에 탈때마다 문틀에 써있는 차이름 때문에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내 연봉보다도 비싼 차를 타는 느낌이 이런걸까.

나는 뚜벅이로 사는게 좋다고 자부했는데

내 차도 아니면서 차에서 타고 내리며 묘한 자신감과 또 묘한 불편함이 뒤섞여 느껴졌다.

선루프를 열었는데 머리위로 달빛이 쏟아져내렸다.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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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일어나
김밥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좋아하는 아몬드 봉봉도 먹고
내친김에 일주일간 정리가 안되던 방도 깨끗하게 치우고

주섬주섬 책과 프린트,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카페에 간다.
제일 구석진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이 카페에서 제일 좋아하는 민트맛이 나는 밀크티 한 잔.

어제 배운 스페인어 단어들을 찾아
단어노트에 하나하나 정리를 한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시간.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
오직 나를 위한 시간.

 

 

 


 

 

 

Hoy es Domingo.  

Me levanté tarde,

Vi la tele,

Comí un helado que me gusta,

Y limpié mi habitación,

 

Fui a la cafetería con un libro de español y mi móvil.

Me senté al lado de la ventana.

Me gusta un té de menta que se vende en esta cafetería.

 

Estoy reparsando vocabularios nuevos que aprendí ayer.

Un momento de paz.

Un momento feliz.

un momento solo para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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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패티쉬

■ 삶/II. 삶 2015. 9. 16. 19:01








노을 때문에 퇴근을 못할 정도.
1분 1초가 달라지는 1시간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노을은 언제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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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카카오톡 대화 목록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찍어 놓았던 사진들도 결국 보내지 못했다.


기억이 흐릿흐릿하다.
사진이 마치 기억인척 하지만 나는 아주 작은 클립처럼 너와의 만남이 기억난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던 모습.
뒷좌석에 앉아서 내게 환전할 필요가 없다고 건넸던 말.
물을 사러 갔던 내 옆에서 처음 인사하던 순간.
가끔 눈이 마주치면 괜찮냐며 물어봐주던 눈빛.
힘들어 엎드려 있는 내 머리를 짖궂게 흐트러뜨리던 손길.
앞좌석에 걸친 내 손에 가만히 기대어 오던 얼굴.
물론 썩 내키지 않는 모습, 당혹스럽게 했던 제스쳐, 실망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


주황빛 가로등불만 겨우 분간이 가던 그 사거리에서
내 앞에 서 있던 네 실루엣이 가장 많이 기억 나.
분명 내 앞에 서 있었었는데
어째서였을까.
내 옆에서 걷고 있지 않았었나.
그런데 어째서 그 때의 너는 그 가로등 불빛들을 등지고 내 앞에 있었던 걸까.


너 뿐만 아니라 나도 기억이 안나. 실은.
그냥 너의 실루엣이 내 앞에 서 있었던 그 순간만 마치 잊어버린 기억이 튀어오르듯
기억이 나.
생각이 나.



거기까지만 생각하고서
이제는 안녕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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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밴드 (Dirty Loops) 공연 끝나고 잠시 무대 체인지.
I'm ready, too.


초록색 조명과 함께 늑대 울음소리가 흐르고 Animals 로 드디어 공연 시작.


역시 Animals. 강렬한 조명.


밴드는 밴드였다.


애덤이 기타를 들고 점점 공연은 막바지로.


첫 곡부터 목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지만

내 첫사랑 같은 She will be loved 만큼은 달콤하게 불러줘서 고마워.

다음엔 꼭 더 멋진 공연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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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에 늦어 나답지 않게 쿨하게 택시를 탔다.
아르헨티나에 다녀온 이후로 툭하면 택시를 타는 버릇이 들었다며 스스로를 조금 타박하던 찰나,
맑은 하늘 아래 한강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항상 지하철과 버스노선에 따라 보던 풍경과 사뭇다른, 처음 보는 한강의 풍경에
비싼 돈을 내고 택시를 탄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아니,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택시비는 기꺼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르게 펼쳐진 하늘 아래 서울의 모습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보였다.

문득,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어이 없어 실웃음이 나면서도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라고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Hey, dear. See. I want to show you this beautiful Seoul."



from rooftop of Artnine.


영화《미라클 벨리에》를 보았다.
이미 평점에서 내 취향의 영화일거라고 각오하고 들어갔지만
영화가 끝나갈때 정말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했다.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이 이렇게 크나클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가득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영화만이 갖고 있는 감동과 위트, 스토리와 연출의 힘이 있다.
헐리웃 영화의 강렬한 기승전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는 혹자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예술적이고 어려울거라고 단정짓지만.
우리의 인생을 솔직담백하게 그러나 절대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명작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한편의 영화 때문에 나는 오늘 얼마나 행복한지.
마음이 이렇게 가득찬 느낌은 또 얼마나 오랜만이지.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야경



영화를 보고서 홀로 걸어나온 한강.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바람에 구름들이 휩쓸려가고
서울의 하늘이 모처럼만에 맑고 또 맑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에 별 몇개가 반짝인다.

 


나의 감정은 시시각각 바뀌고
인생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만

 


오늘, 지금 나는 참 행복하다고.
여기 이렇게 적고 또 세상에 대고 속삭이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 슬픈 날들이 있었고
혼자인 것만 같아 외로운 날들도 있었다.
내가 나 그자체로 이해받지 못할까 두려운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유없이 지금의 내 모습 그 자체로 행복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래서일까
지금 내가 있는 이 세상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상은 어제와 작년과 다르지 않을텐데
어째서 오늘은 이토록 아름다운지.



내일은 또 힘들 수 있겠지만
오늘은 지금만큼은 나 참 행복하다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더 바라는 것도 없이, 희생해야 하는 것도 없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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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drop.

■ 삶/II. 삶 2015. 8. 27. 08:15


나는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떻게 나랑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바로 전 남친의 결혼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괜찮아! 라고 대답했지만 정확히 10초 후에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시차 때문에 저녁시간부터 혼이 나갈만큼 졸렸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드러누워 자고 싶단 생각을 10573번쯤했다.
떠나기 전 시원했던 지하철 에어컨바람이 맨살에 닿으니 저절로 살결이 떨렸다.
버스 한정거장도 안되는 거리에서 택시를 탔다.
정확히 3천원을 결제했다.


이게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축의금이다.
내가 당신때문에 쓸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정은 딱 3천원어치의 택시비였다.



- - -


또 원하지 않았지만 또 어떻게 상관없을 수 있을까.


아무 의미 없는 흔하디 흔한 단어라는 걸 알면서도
난 왜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웃게 되는지.
왜 나는 별것도 아닌것에 없던 힘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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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eiza Intenacional Aeroperto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길었다.

지구 반대편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났다.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려 10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또 3시간을 기다려 5시간을 날고 있는데도

나는 미국 오레곤주 땅 위 어딘가를 날고 있었다.

 

그 뒤로도 나는 감금같은 10시간을 더 버틴후에야 도착했다.

확실히 한번에 이동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거리였고, 그 만큼의 체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한 번 가고 싶어졌다.

 

 

 

 


El cielo de la plaza de Mayo.

 

 

 

 

돌아오자마자 씻고 머리를 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준비를 하고서 잠이 들었다가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시간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마음아래 커다란 홀이 생긴 것 처럼

마음이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그 깊이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공허함과 허무함이 온 몸을 감싸안았다.

 

 

나는 장장 5개월간을 이 여행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내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고, 한국에서의 내 모습을 외면하고 싶을 때

이 여행을 생각하면서 참고 견뎌왔다.

 

 

그런 그 여행이 끝났다.

여행을 했다고 해서 내가 피하고 싶었던 것들로부터 딱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면서도 이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짐짓 했다.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들은 그대로 내가 뿌리내리고 사는 이곳에서, 침묵으로 나를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이 문제들을 온 몸으로 부딪혀 내야 했다.

또다른 일탈을 하려면 또다시 1년이 필요했다.

그래봤자,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일탈일 뿐이다.

해결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티게 해줬던 올해의 여행도 끝났다.

나는 이제 정말 정면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55주의 주어진 시간동안 행복한 2주가 아니라, 행복한 53주가 되어야 내 삶이 진짜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피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라는 것을.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럴싸한 현실에서, 이런 내 생각을 외면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을까.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전혀 예상치 못한 이번 여행의 결론은,

그래. 사랑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행복한 일도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었다.

마음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무엇이 이것을 극복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결론은 '사랑'이었다.

내가 비록 이 여행지에서 세찬 비바람을 맞고 춥고 아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나는 기꺼이 행복했을 것이다.

내가 비록 애지중지하던 카메라를 떨어뜨려, 그렇게 고대했던 사진들을 찍지 못하게 됐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나는 기꺼이 긍정했을 것이다.

내가 비록 떠나고 싶은 이 나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곳이라면 나는 이 곳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을 것이다.

 

 

지금 내게 간절한 것은,

사랑.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실한 관계, 믿음.

 

 

 

 

누군가의 일기에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까지 같이 갈 수 있었다라는 문장을 읽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어떤 마음인지 뼈저리게 공감했다.

지옥도 이겨내게 해줄 힘.

 

 

 

스물아홉의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결론은,

사랑.

 

 


Cementerio de la Recoleta

 

 

 

 

 

구름이 끼면 한 낮에도 쌀쌀한 기운이 돌던 곳

새삼 여긴 겨울이구나 싶었던 곳.

쌀쌀한 바람에 얇은 코트를 여미고 바삐 발걸음을 옮기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아직 채 피지 않은 프리지아 꽃 다발을 스치듯이 보았다.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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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ta luego.

■ 삶/II. 삶 2015. 8. 22. 09:46



Último día en Buenos Aires, Argentina.
Hace sol y fresco. Tengo suerte.

Me acosto delante de la Casa Rosada escuchando la música, siento viento suave.

Me gusta mucho esta ciudad.
Por que...hay muchos edficios hermosos, parques verdas, hombres guapos y amables. :)

Yo estoy feliz en BA.
¿Puedo volver a BA en mi vida?
No sé, pero
Hasta luego, no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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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 삶/II. 삶 2015. 8. 19. 21:48


제일 중요한 일정들을 앞두고 카메라를 떨어뜨려 고장을 냈고
간밤엔 마음을 흐트려놓을만큼 황당한 일도 있어 마음이 번잡했다.
까사 로사다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한 길목에서 친구 카메라까지 제대로 작동이 되지않아
잠시 벤치에 앉았고,
나는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순간을 마주했다.

까사 로사다에 가지않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아무말없이 내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행복했다.
그리고 평화로웠다.
꼭 무얼하지 않아도, 꼭 멋진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곳이 있었다.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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