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카카오톡 대화 목록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찍어 놓았던 사진들도 결국 보내지 못했다.
기억이 흐릿흐릿하다.
사진이 마치 기억인척 하지만 나는 아주 작은 클립처럼 너와의 만남이 기억난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던 모습.
뒷좌석에 앉아서 내게 환전할 필요가 없다고 건넸던 말.
물을 사러 갔던 내 옆에서 처음 인사하던 순간.
가끔 눈이 마주치면 괜찮냐며 물어봐주던 눈빛.
힘들어 엎드려 있는 내 머리를 짖궂게 흐트러뜨리던 손길.
앞좌석에 걸친 내 손에 가만히 기대어 오던 얼굴.
물론 썩 내키지 않는 모습, 당혹스럽게 했던 제스쳐, 실망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
주황빛 가로등불만 겨우 분간이 가던 그 사거리에서
내 앞에 서 있던 네 실루엣이 가장 많이 기억 나.
분명 내 앞에 서 있었었는데
어째서였을까.
내 옆에서 걷고 있지 않았었나.
그런데 어째서 그 때의 너는 그 가로등 불빛들을 등지고 내 앞에 있었던 걸까.
너 뿐만 아니라 나도 기억이 안나. 실은.
그냥 너의 실루엣이 내 앞에 서 있었던 그 순간만 마치 잊어버린 기억이 튀어오르듯
기억이 나.
생각이 나.
거기까지만 생각하고서
이제는 안녕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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