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이토록 크고 넓은데 또 갈만한 곳은 뻔하디 뻔한 걸까.
2주 전에 소개팅남1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걸었는데
이번엔 소개팅남3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정말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카페에서 똑같은 음료를 사서 똑같은 지점까지 걸어갔다가 되돌아왔다.
2주 전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코스모스는 어느새 후두둑 떨어져있었다.
추석이라 사람이 제법 적어진 서울밤은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다.
이미 해는 다 졌는데 지평선을 따라 여운을 남기는 붉은 빛 어스름이
조금은 이 곳도 낯선 여행지처럼 느껴지게 했다.
조수석에 탈때마다 문틀에 써있는 차이름 때문에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내 연봉보다도 비싼 차를 타는 느낌이 이런걸까.
나는 뚜벅이로 사는게 좋다고 자부했는데
내 차도 아니면서 차에서 타고 내리며 묘한 자신감과 또 묘한 불편함이 뒤섞여 느껴졌다.
선루프를 열었는데 머리위로 달빛이 쏟아져내렸다.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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