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읽은 책, 『인플레이션』

 

년에 동학개미, 서학개미가 되어 삼성전자와 테슬라 주식을 충동적으로 구매한 이후로 

주식시장과 경제상황에 대해서 아주 사소한 만큼의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잘 몰라서 그렇지 원래도 고등학교 선택과목도 경제였고, 대학교 때도 미시/거시경제학을 다 들었다.

나 법보다 경제를 좋아했는데 어째서......)

그러다 보니 계속 접하는 기사들에는 항상 미국 연준,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고

도대체 인플레이션이 왜?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보에서 집어들게 된, 『인플레이션』.

 

 

추천사에서 3번을 읽기 전 까지는 이 책을 읽었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처음엔 정말 3번 읽을 생각도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의 탄생과 과거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듯 하고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법은 너무 성경과 같은 진리를 전하고 있어서 과연 3번이나 읽을 필요가 있는지....(..)

(아닌가? 3번 읽으면 좀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으려나?)

일단 1번은 읽었으니, 나같은 주린이에게 의미있게 다가왔던 구절들을 남겨놓으려고 한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
-p50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필리프의 아내 리제로테 폰 데어 팔츠가 쓴
편지구절에서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지금 프랑스에는 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분명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백만 단위가 아니면 얘기도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재물의 신이 파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p93 

 

 

요즘 부동산 시장 생각하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10억짜리 아파트는 강남부자들이나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라고 생각했는데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미쳐서 서울과 경기도에서 10억 돌파는 우스운 일이 되어 버렸다. 

타워팰리스, 트리마제 이런 유명한 건물이 아니라

웬만큼 괜찮은 조건의 34평짜리 아파트들은 20억대에 수렴해가고 있다. 

책에 적힌 문구처럼,

지금 한국에는 벼락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제 사람들은 10억단위가 아니면 아파트는 얘기하지도 않는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시민들은 정치가 짊어져야 할 짐의 대부분을 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긴 짐은 적게 가진 자가 더 많이 짊어지게 되어 있다.
-p211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현금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작년 주식과 부동산이 불장으로 솟구쳐 오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가 개미처럼 노동으로 알뜰살뜰 적금, 예금으로 모은 현금의 가치는

자산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동안 계속 뚝뚝 떨어지는 구나. 

그 말은 곧 나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적금과 예금을 부어가며 뿌듯해했던 내가 미련하게 느껴지고 

내 임금이 자산 인플레이션과 동일하게 올라주지 않는 한, 

아무리 돈을 열심히 벌어도 서서히 후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심까지 들 정도였다. 

뒤에 나오겠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그동안의 예금, 적금식 재테크에서 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나치 정권은 인플레이션을 억제시키기 위해 엄격한 가격 통제 및 가격 동결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가격 동결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가격을 동결하거나 수돗물을 잠그듯 강압적으로 가격을 통제해도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p144


 

하. 여기에 또 할 말 많다.

지금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시장이 그렇지 않은가. 

임차인을 보호한답시고 전세계약에 2년 계약갱신권을 부여하면서 인상률을 5%로 제한해버렸는데

결과는, 전세시장을 완전 들쑤셔버린 악법이 되어버렸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니, 4년치를 선반영하여 전세가격을 새로 체결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전세가격이 2년 만에 2배 가까이 상승해버렸다.

물론 5%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남은 2년은 안심이 되겠지만, 

4년이 지나고 완전히 새로운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될 때, 전세가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도, 2020년 1월에 알아보고 계약한 곳인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전세가격은 2배가 되어서 그 때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되어버렸고

당연히 아파트 매매 가격은 그만큼 껑충 뛰어올라있는 상태다.

결국, 그 때 아파트를 매매할 가격으로 사람들은 이제 전세를 살게 된 것이다. 

이번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계속 부동산 시장이 이런 추세라면, 그리고 그 전에 매매해지 않는다면 

과연 3년 뒤에 이 전세금 빼서 과연 어느 동네에서 살수 있을지 마음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이 무겁다. 

 

 

은행에 저축을 해도 이자는 쥐꼬리만큼 붙는다. 
예금자들은 이런 악조건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적은 수입으로 노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는 것에 만족하던지,
리스크가 높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리스크가 높은 쪽을 선택했다면 모아놓은 돈을 잃을 각오도 돼 있어야 한다.
저금리 정책은 모든 저축 세대의 주머니를 마이너스로 만들 수 있다.
-p247

 

 

그래. 사실 내가 처음 일하기 시작하던 2013년에도 이미 저금리 시대였다. 

그 때 당시 '적금 풍차 돌리기' 같은 책을 사서 저축하는 법을 공부하면서 

회사 선배들에게 저금해서 부자될꺼라고 큰소리를 펑펑 쳤던 사람이 나다. 

그래도 그때는 가끔 7%, 5%짜리 특판 적금이나 예금이 있어서

어찌저찌 큰 욕심 안부리고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정말 찾기 어렵고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그러는 와중에 작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오히려 주식시장은 불장이었다.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예금과 적금으로 돈을 모은 것은,

월급을 남겨서 모으는 것이지  모아놓은 돈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더 이상 저축을 통해 돈을 모으는 것은 돈을 불리는 관점에서는 선택지가 아닌 순간이 온 것이다. 

돈을 불리려면 물가인상률을 뛰어 넘을만큼의 연봉을 매년 높이거나,

아니면 예금/적금 외의 재테크를 해야만 했는데

현실적으로 전자가 더 어려운 일이다. 

원금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투자는 오랫동안 내 성향이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점점 휴지가 되어가는 현금거지가 되어갈 것만 같은 두려움과 그 현실에 

싫든 좋든,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의 투자라도 각오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원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주식시장에 떠밀려 들어왔다. 

 

 

 투자도 똑같다. 전략이 없는 투자는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투자의 성공 사례를 조사한 결과 90퍼센트 이상이 포트폴리오 구성이 성공의 열쇠였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개별적인 수치가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종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좌우된다.
-p 305

 

 

당연한 얘기이지만 매우 어려운 부분. 

재테크에 관심이 없을 때에도 계란은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의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게 막상 실제로 구성하는게 쉽지가 않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며, 위험자산 중에서도 종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등등. 

사실 아직은 내 투자에 어떤 전략이 없다.

하노 벡에 따르면 빈 깡통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것도 모르는데 전략을 짤 수도 없는 것이니

조금씩 공부를 하면서, 투자의 저변을 넓혀가면서, 쓰라리지만 수업료를 내가면서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우상향 할 것 같은 주식을 골라서 매일의 가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투하는 것이 당장의 전략이다.)

 

그나마(?) 추상적으로라도 깨달은 바가 있는데

예전에 분산투자를 하라고 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사실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들이 있는데

결국 어떤 영역에서 플러스가 되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마이너스가 되면 의미가 없지 않나.

사람 마음이 어떻게든 마이너스를 피하고 플러스 투자만 하고 싶은 것인데

분산 투자에서 과연 그게 가능한가? 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울며겨자먹기로(?) 여러 섹터/종목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는데

게 중에는 높은 수익률도 있고, 마이너스 수익률도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은,

모든 섹터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내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욕심이고

(그것이 개별 주식이든, 위험/안전 자산의 구분이든)

내가 그 때 그 때 시장상황을 예측해서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종목이나 자산을 예측해서 매수하고,

떨어질 것을 예측해서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어떤 한 섹터, 한 종목에 올인 할 수도 없고, 그럴 배짱도 없다. 

그렇다면 분산투자 할 때는 다양한 투자 중에 어디선가는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별주식 각각의 수익률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수익률의 합이 내 투자의 수익률이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인 것 같기는 하다. 삶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으니 뭐.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가 침체되는 부분이 있고, 각 국가는 지원금을 뿌리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누군가들은 아직도 여력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엄청난 대폭락이 올 거라고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안하자니 왠지 한동안은 계속 오를 것 같고 난 벼락거지가 될까봐 무섭고, 

지금이라도 시작을 하자니 이미 오를대로 올라서 내가 상투잡고 떡락할까봐 무섭다. 

어쩌다보니, 책의 인상깊은 구절을 남기는데서 시작해서

2021년의 나의 부동산 걱정과 주식 걱정까지 다 털어놓게 되었네. 

그만큼 이 책을 보면서 지금의 한국 자산시장과 내 재테크 상황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여튼, 결론은 캐나다 가고 싶다(?) 쌩뚱맞지만 매우 적절한 마무리.

그리고 티스토리 새에디터 진짜 너무너무 불편하다. (-_-) 끝. 

 

 

 

 

벌써 4년 전, 여행 못가니까 더 가고 싶은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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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인사

■ 삶/IV. 삶 2021. 7. 5. 01:08

 

어느새 2021년 상반기가 끝나고 7월이네요. 

여전히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2021년, 건강하고 또 행복하게 잘 살고들 계시겠죠?

일부러 방치해둔 건 아니었지만,

여행기를 주력으로 쓰던 블로그다보니 쓸 것이 마땅치 않아 이렇게 6월이 흘러버리고 말았네요. 

그저 흘려만 보내었던 6월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글을 쓸 만한 마음이 드는 달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몇 장 사진을 넘겨보면서 지난 6월을 추억해봅니다. 

 

커다란 나무 덕분에 여름 분위기가 물씬 났던 경복궁 돌담길. 6월 중순이라 꽤 더웠어요. 

 

성수동에 BTS와 관련된 샵이 생겼나봐요. 애니메이션같이 귀여운 연보라 파스텔 톤 컬러. 귀여워.

 

근황 하나. 

5월에 이어 6월에도 진주로 재판을 다녀왔어요.

날씨가 좋으면 진주성 건너편에서 진주성을 바라보면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하필 그 날 비가 주륵주륵 내려서... (;ㅅ;)

자문을 주로 하기 때문에 소송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는데 왕복 8시간에 몸은 피곤했어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어요. 

100% 승소를 자신했는데, 재판부에서 화해권고판결을 내려버려서 허무했지만. 

 

 

성수동. 평일 오후라 편안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큰 소리로 얘기하는 분들 때문에 귀가 너무 피곤했다.

 

퇴근시간 무렵의 테헤란로. 키마저 비슷한 빌딩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곳이 흔치 않아. 

 

 

근황 둘. 

원데이클래스로 승마와 테니스를 시도해봤어요. 

둘 다 엄청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어떤 건지 경험해보고 싶어서. 

승마는 인터넷 써치로 남양주에 있는 승마클럽에서 원데이(1시간)으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말이 너무 크고 또 높아서 떨어질까봐 겁이 좀 났는데 금방 적응이 되더라구요. 

잘 배워서 잘 달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비용도 좀 나가는 편이고 많이 멀어서 일단 보류.

 

테니스는, 프립(Frip)앱으로 2:1레슨을 예약해서 진행했는데 

채가 무거워서 손목과 전완근이 아프긴 했지만 나름 또 공치는 매력이 있었어요. 

공 칠때마다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는 기분도 들고.

역동적인 운동이라 성격에도 잘 맞는데

문제는 연골연화증이 있는 왼쪽 무릎때문에 뛸 수가 없어서 오래는 못배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레슨시간이 30분 밖에 안되어서 아쉬웠는데 

프립이 아닌 정규레슨을 찾아봐도 기본 레스시간이 1회 20분 또는 30분. (이래서 어떻게 배우지?...)

그래도 테니스 한 번 배워볼까 고민중이에요. 

내 또래 다 골프 배우는데 골프를 배워야 하나 싶기도. 

 

점점 해가 길어지던 6월의 노들섬. 캐나다의 English Bay가 참 많이 생각나던 순간. 

 

2021년 하지. 아직 여름은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해가 짧아질게 걱정이에요. 

 

오랜만에 나와본 주말의 강남 저녁.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코로나가 끝난것 같은 것 빼고. 

 

적고 나니 별게 없어 보이기도 하는 6월이네요. 

원래의 지금쯤이라면, 이제 여름여행을 한달 정도 앞두고 여행 준비에 여념이 없을텐데 말이죠. 

아마 비행기표는 연초에 샀을테고, 경로와 호텔은 이미 확정을 했을 것 같구요. 

지금쯤이면 여행할 곳들을 구글링하면서, View spot과 맛집과 공연 정보 등을 써치하고 있었을 거 같아요. 

회사에서는 이제 한 명, 두 명 여름 휴가를 가기 시작하고 

그분들 Backup을 하느라 일이 많이 몰리긴 하지만 곧 다가오는 여름여행 생각하면서 꾹 참고 일을 했을텐데. 

코로나가 없었다면 올해 저는 어디로 여행을 갔을까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보니 상상조차 안해본 것 같아요. 또르르 

생각해보면 제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은 제법 다 다녀봤던지라 가고 싶은 곳이 쉽게 떠오르지 않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코로나가 없었다면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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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rry

■ 삶/IV. 삶 2021. 5. 20. 10:50

 

 

석가탄신일의 하루 휴일을 즐기고 다시 시작하는 똑같은 일상의 아침.

토도독 토도독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피곤함. 

저기압과 피곤함에 더해지는 적막감을 깨보려 플레이리스트를 만지작 거리다

이런 우중충한 날씨에 어울리는 곡을 찾았다. 

오래 전에 즐겨 듣던 노래. 이런 날씨에 듣던 노래. 태평양을 너머 혼자 있던 캄캄한 밤에 듣던 노래. 

새벽에 꾸었던 꿈이 너무 생생했던 탓일까.

익숙한 전주 멜로디에 피곤한 눈을 감았는데 

오히려 이 순간이 모두 꿈 같이 느껴진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가 아주아주 긴 - 꿈은 아니었을까. 

이 노래가 끝날 때 눈뜨면 신기루처럼 다 사라져버리고서

그 때로 돌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의미있었고, 행복했었고, 또 지금도 부족함 없이 행복하지만

마치 꿈 속에서 일어난 일처럼, 허공에 그린 그림처럼 가볍고 흐릿하기만 해.

오히려 불안하고 고군분투했지만 마치 땅에 딱 달라붙어있었던 것처럼,

단단한 땅 위에서 이를 앙다물고 다시 힘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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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

그녀는 알았을까. 자신이 75세에 오스카에서 상을 받을 줄.

인생은 길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것이 반드시 상으로 보답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고 축하합니다. 윤여정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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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Pomeriggio @_@ 좋은 오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산지미냐노(San giminagno)아그리투리스모(Aguritrismo, 농가민박)의 그 날이 왔습니다. (쏴리질러!!)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정말 좋았던 곳들이 많았다. 

북부의 알페디 시우시, 돌로미티, 베로나를 비롯해서 여러 도시들. 그리고 토스카나를 마지막으로

이 얘기까지 써버리고 나면 사실상 이탈리아 여행기도 곧 끝나기 때문에 시원하면서도 섭섭 ㅠ

이후로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여행이 없기에, 내 마지막 보물 상자 속 이야기까지 다 탈탈 털어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써야지. 

 

 

뜨거웠던 시에나에서 햇볕을 피해 도망치듯 (그런다고 피해질 햇볕이 아니지만) 30분간 차를 몰아 흙길을 달려달려

드디어, 가장 기대했고 그리고 이번 숙소중에 가장 비싸기도 했던 (데헷) 산 지미냐노의 아그리투리스모에 도착!

농가민박은 이미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도시가 아니라 포도밭에 둘러싸여 나홀로 우뚝 서있기 때문에 

왁자지껄하게 놀 거리는 없지만, 자연풍경과 하나 되어 힐링할 수 있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해서 

(솔직하게 말하면 수영장에 반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내가 왔다!!!  

두둥..☆ 

 

시원하게 뻗은 입구 -*

 

민박이라고 번역하기에는 너무나도 고퀄리티 숙소인 거시다. 우리 숙소 뒷뜰 

 

쭉쭉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와 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휴식휴식 

 

저 멀리 우뚝 솟은 탑들이 있는 산 지미냐노 (San giminagno) 도심이 눈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체크인 시간 맞춰 도착했던지라 그리 한낮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햇살이 너무 뜨거워 잠시 실내에서 노닥노닥 하다가

조금씩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마자 때는 이때다 하여 수영장으로 돌진!

(내가 검색해 본) 대부분의 아그리트리수모가 농장 내부에 수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형 호텔보다 투숙객이 많지 않다보니 수영장 이용이 너무나도 쾌척한 것이다.

게다가 풍경도 얼마나 예쁘게요....♡

 

짜잔 - 여기가 바로 수영장 되겠습니다.

 

풀장이 넓은데 나밖에 없쒀여.

 

그 와중에 탈까봐 벙거지햇을 꽉 눌러쓰었다...예전에 크로아티아에서 대책없이 태웠다가 고생했기에..

 

 

투숙객 규모에 비해 넉넉하게 지어진 수영장에는, 여댓명의 투숙객들이 썬베드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pool에 첨벙 뛰어들어 고개를 들어 천천히 평영으로 물살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데

피부에 차르르 감기는 시원하면서 편안한 이 물의 감촉, 

그리고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눈앞에 펼쳐지는 토스카나의 초록초록한 구릉들과 저 너머 뾰족한 탑들의 실루엣이 돋보이는 산 지미냐노의 모습.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요. 

이탈리아 중부의 아주 작은 도시, 그리고 그 보다 더 깊이 숨겨진, 지도 속엔 점과 같은 곳.

이 곳 밖의 세상에서 미사일이 날라다니고 쓰나미가 몰아치고 그런 소란스러움에 정신이 없어도

여기 이 곳만큼은 언제나 이렇게 평온할 것만 같은 시간과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 북부에서의 자연 속에 파묻혀있다가, 혼이 쏙 나갈만큼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도시 속을 헤메여서일까

한 템포 쉬어가는 이 풍경과 여유로움이 너무 달콤해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포도밭 위로 드리워지는 황금빛 노을 

 

토스카나의 풍경을 물들여가는 황금빛 노을. 이 풍경을 꼭 보고 싶었다.

 

지평선이 낮아서 해가 사라지고 난 뒤의 붉은 여운도 한참이나 즐길 수 있었다.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다가 씻고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부분 아그리투리스모가 도시와는 멀찍이 떨어진 포도밭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식사하기에도 너무나 편리...♡

레스토랑 건물 안에서도 식사가 가능하고 야외에서도 가능한데, 

해가 저물면서 날씨도 선선하고 산 지미냐노의 풍경도 볼 수 있기에 당연히 야외 착석. 

민낯으로 식사를 기다리는 행복한 나....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된 음식. 라구파스타 먹었습니다. >.<

 

달다구리 디저트!

 

 

 

포도밭에 둘러싸인 아그리투리스모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심지어 당나귀들이 거닐고 있었다...!!)

쭉쭉뻗은 사이프러스의 시원한 풍경, 그리고 저 멀리 꿈결처럼 보이는 산지미냐노의 모습, 

여유로운 수영장에서 물을 가르던 시간, 그리고 밤이 내려앉은 야외에서 와인잔을 마주치며 먹었던 식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이 곳. 

너무 좋아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으면 하는 이 아이러니한 마음.

하루 밖에 머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2주간 여행했던 숙소 중에 가장 비쌌다...^^;;)

너무 좋으니까 5년 이내에 꼭 다시 오리라.

그 때는 여기에 좀 더 오래 머물면서 시에나와 근처 작은 소도시들을 돌아보겠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최소 +3년은 더 미뤄야겠지..?

다시 갈 때까지 그 때의 이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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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Bon giorno! 좋은 아침 :)! (이탈리아 여행간다고 생활 이탈리아도 배워서 갔는데 다 기억에서 희미해진지 오래...)

이탈리아에서 맞이하는 8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선 10일째 아침!)

오늘은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Siena)까지 내려갔다가 산 지미냐노(San Giminano)로 살짝 올라오는 여정이다.  

산 지미냐노의 아그리뚜리스모(Agriturismo, 농가민박)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여서 기대 만발인데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뜨는데 피렌체보다는 새로운 도시를 가보고 싶어서 시에나를 루트에 넣었다. 

피렌체에서부터 시에니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오전에 부랴부랴 짐싸서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로 왔는데 

야....이거 1시간씩 내려올때마다 8월 한여름의 햇볕 장난 아니다야.........(-ㅅ-;;)

심지어 오전에 이동하다보니 매번 제일 뜨거운 정오 한낮에 돌아다니게 된다는 함정이 ㅠㅠ

여름의 이탈리아 중부/남부는, 사실 너무 힘들다. 

어쨌든, 시에나 구도심 외곽에 차를 주차하고, 시에나의 관광의 핵심인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으로 향했다. 

여느 이탈리아 중세 도시가 그렇듯, 구도심안으로 들어오면 중세시대에 들어온 듯, 영화 세트장에 온듯 

지금껏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공간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난 참 이탈리아가 좋더라. 2008년에도 그랬고, 2019년에도 그랬고. 

 

저 멀리 우뚝 솟은 만지아의 탑(Torre del Mangia)가 보이는 곳이 캄포 광장이닷!

 

 

캄포광장(Piazza del Campo)는 부채꼴 모양으로 생긴 광장인데

고대 로마의 공회당과 시장 자리에 1293년 시에나 의회가 공공장소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여기 캄포 광장에서 시에나 대표 축제인 팔리오(Palio)도 개최되는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축제를 비껴서 가게 되었다. 

원래 여행자들이 여기 광장에 드러누워서 토스카나 하늘을 즐긴다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여기 누웠다가는 화상각...

부채꼴 모양의 광장을 조망하려면, 광장의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만지아의 탑(Torre del Mangia)에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무려 500개나 됩니다요.......무릎 괜찮은 분들만 추천드립니다. 

 

캄포광장은 중심지답게 그리고 관광지 답게 관광객들이 복작복작 거렸다.

그래도 피렌체에 비하면 출퇴근길 2호선에 있다가 한낮의 널럴한 2호선을 탄 듯한 느낌이다. 휴.

피렌체는 전 세계 관광객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라면, 시에나는 주로 유럽 관광객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

 

 

캄포광장을 한 장에 찍기 어려워서 광각으로 찍었다. 만지아의 탑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 ㅎㅎ

 

 

한때 시에나 시청으로 사용되었던 우아한 푸블리코 궁전과 만지아의 탑 

 

 

만지아의 탑이 너무 높아서 사진 찍기 참 어렵죠잉 >.<

 

 

 

 

정오를 지난 시에나의 햇살은 정말 뜨거웠다. 사진이고 뭐시기고 찍고 싶지 않을 만큼 뜨거움....ㅠㅠ

오늘 일정의 핵심은 시에나가 아닌 아구리트리스모였기 때문에 시에나에서 머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은 캄포광장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와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오렌지쥬스로 간단히 해결!

사실 내 여행에서 맛집 기대하면 안된다. 엄마아빠 닮아서(?) 굶거나 대충 때우면서 관광하는 스타일임..(-ㅠ-)

점심먹고 그래도 시에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두오모(Duomo)로 가봅니다. 

 

구도심 건물들 분위기가 베로나, 피렌체와는 또 다른 느낌. 훨씬 앤티크한 느낌이랄까.

 

 

캄포광장에서 두오모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 입장권을 사는 줄이 또 한참 늘어져있다.

거대한 이 두오모는 무려 12세기에 시작되어 200여년에 걸쳐 완성된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혼합양식 교회인데 

원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14세기 페스트 때문에 설계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지금 규모에서 멈추어버렸다고 한다. 

두오모의 전면부는 마치 밀라노 두오모의 축소판 같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부분은 피렌체 지오토의 종탑의 어딘가를 닮은 것 같다. 

그나저나 두오모를 짓기 위해서 200년이라니, 유럽에 몇백년씩 걸려 지어진 성당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시에나의 두오모(밀라노 두오모와 피렌체 지오토의 종탑을 어딘가 믹스매치한 느낌ㅎ)

 

 

두오모로 들어가니 다소 캄캄하기는 하지만 내부 장식이 압도적이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 성당이라든지, 스테인드글라스로 영롱한 빛감의 성당들은 많이 보았는데,  

얼룩말 같은 흑백 줄무늬의 대리석 기둥들과 밤하늘 별이 총총 쏟아지는 것 같은 천장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성당/교회의 모습과는 다른, 시에나 두오모만의 독특한 느낌. 

나중에 출처없이 사진만 보더라도, 시에나 두오모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대낮이지만 마치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은 시에나 두오모의 천장

 

 

흑/백 조합의 대리석 기둥도 참 인상적이다. 흑과 백은 시에나의 문장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하!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닥의 모자이크도 대단하였다. 56개의 종교적 장면을 표현했다고 한다

 

 

두오모에서 나와 왼편 건물로 가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면 세례당(Battistero)이 나온다. 

이 곳은 두오모내부와 다르게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데 정교한 프레스코화 장식에 입이 떡 벌어졌다.

 

천정이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두우모 통합권에는 원래 두오모, 세례당 그리고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까지 입장이 가능했는데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은 바로 입장되지 않고 시간대마다 오픈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땡볕에 사람들이 진짜 땀을 뻘뻘흘리면서 거의 악에 받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ㅠㅠ

여기까지 오고 티켓도 산 거, 웬만하면 오페라 박물관까지는 보고 가고 싶었지만 

이런 땡볕에서 15분이상 기다리다가는 날씨요정과 철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곱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여름 땡볕의 이탈리아 여행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지금의 이탈리아는 1800년대 후반에 통일된 나라이고, 중세시대에는 도시국가로 이루어져있었다. 

잘 알려진 피렌체, 시에나,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같은 도시들이 중세시대에는

피렌체공화국, 시에나 공화국, 나폴리 공화국 같은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공화국마다 조금씩 문화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유산도 다르고, 심지어는 언어도 달랐다고.

그래서 지금의 이탈리아에 문화유산이 이토록 많이 남았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눈에는 모두 한 나라의 여러 도시들 중에 하나일 뿐인데,

몇백년 전에는 모두 다른 나라여서 서로 경쟁하고 심지어 싸우기도 했다니. 

이탈리아 여행이 한 나라 여행이 아니라 여러 과거 나라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겨난다. 

시에나는 15세기까지 교통과 상업의 교통지였는데 그 이후 피렌체에 밀려 쇠락했다고 한다.

관광지로서도 피렌체가 압도적으로 유명한 탓에, 시에나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지가 않아서

시에나를 짧게나마 돌아보면서도 아는게 없어 너무 겉핥기식 둘러보기만 한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끊임없이 다시 올 핑계를 구상하는 중)

시에나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보고, 조금은 더 선선한 날에(핵심) 시에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그렇게 시에나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땐 너무 더워서 아쉬운줄 몰랐다...)

드디어 아구리뜨리스모(Aguritrismo)가 있는 산 지미냐노(San giminagno)로 출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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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

■ 삶/IV. 삶 2021. 2. 16. 15:59

 

 

 

 

 

 

 

 

 

 

 

 

 

 

 

많은 것들을 달라지게 만든 코로나 19.
코로나만 사라지면 금방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비록 백신도 치료제도 나오고 있지만
금방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줄 알았던 예전의 기대는 허무맹랑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생각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구나 체념하게 되었다.

예전에 썼던 나의 여행기들을 하나씩 읽다보니
내 마음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여행을 생각하면 느껴지는 설레이는 마음, 낯선 곳을 여행하는 내 모습에 대한 상상.

눈을 감고 그 마음이, 그 모습이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보려해도
현실, 자유롭게 해외로 이동할 수 없고, 그 곳도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이
내가 꿈꾸는 상상의 차단기를 내려버리고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모두 동화로 버렸다. 
상상하고 싶지만 상상되지 않는다.
상상하려고 해보아도 내가 나에게 되묻는다. "과연 이 상상이 수년 내에 가능하게 되기는 하는걸까?"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건 현실 뿐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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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믿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가는 중.

Happy Birthday to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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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여행기. 

어느 새 재작년 여행이 되어버린 이탈리아 여행...또르르 ㅠ

간간이 일상생활에 대한 포스팅은 올렸는데 여행기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그 사이에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와 '코로나'라는 가장 큰 전염병의 탓이라기보다 (아예 없진 않겠지만)

결혼 전에 쓰던 내 데스크탑 사망 + 티스토리 에디터의 변경으로 다량의 사진을 편집해야 하는 여행기 쓰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 쓰려고 하는 피렌체 편이 내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날이기도 했음.

그래도 여기를 넘어야 이번 여행의 원 오브 하이라이트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숙제하는 마음으로 쓴다. 

(바뀐 티스토리 에디터 정말 별로네요..ㅠㅠ 오히려 왜 역행하는 거지?)

- * - * - 

 

[오늘의 여정] 볼로냐에서 피렌체로!

 

어느 새 여행이 반을 넘어 3/4지점까지 왔다. 

원래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엔 아쉬운 법인데, 그래도 아직 이 이탈리아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하나 남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보다는 아직도 설렌다. 

이래서 (항상 누누히 말하고 또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여행의 후반부에 가장 기대하는 곳을 넣어야 한다. 

사실 난 2008년에 피렌체를 한 번 들렀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뺄까 하다가, 

11년 전에 못갔던 우피치 미술관과 미켈란젤로의 언덕에서의 노을만 보겠다는 생각, 

그리고 날씨요정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라 피렌체를 여정에 넣었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오후라 오전엔 날씨요정에게 피렌체의 가장 유명한 두오모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사진에 이래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흰색, 분홍색, 초록색의 대리석의 조화가 아름다운 지오토의 종탑.

 

두오모가 있는 광장에 들어서마자 두 가지에 깜짝! 놀라게 된다. 

첫번째는 두오모의 실물이 생각보다 거대하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정말 지금까지 이탈리아를 8일 여행하면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두오모 근처에서 보게 되다는 점이다. 

거대한 두오모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고개를 들고 우와 우와 하며 두오모를 쳐다보며 걸어오는데, 

이 때 갑자기 그림을 파는(척 하는) 남자 둘(사기꾼)이 잽싸게 바닥에 하늘 보고 걷는 관광객 발 앞에 그림을 깔기 시작했다.

두오모만 쳐다보면서 걸어들어오던 어린 여학생이 (밟으라고 놓아 둔) 그림을 밟자마자 

그 사기꾼들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그림을 밟으면 어떡하냐며, 

너가 그림을 밟아 상품이 훼손됐으니 너가 사가야 한다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림 가격이 얼마냐고 묻고

이 사기꾼들은 그림을 돌돌 말아 주면서 그렇게 그림을 팔아먹었다. 

그 앞에 잠깐 서있었는데 워낙 두오모만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순식간에 두명이 당했...ㅠㅠ

그렇게 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나도 관광객이지만) 관광지 주변에 사람도 너무 많고 사기꾼도 많고 피렌체의 매력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전에 머물렀던 베로나에도 관광객이 꽤 있다고 생각했지만 피렌체에 비하면 그 곳은 그냥 사람사는 동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에서 피렌체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워낙 유명한 도시이고, 주변에 아울렛도 있고 여행에서 빼기 어려운 도시이니만큼 

피렌체 여행가시는 분들은 두오모 근처에서 ★그림팔이 사기단을 꼭 조심하세요!★

일단 걸을 땐 무조건 정면을 보고 걷고, 한 곳에 멈춰 서서 두오모를 쳐다보기!!!

걸으면서 두오모를 쳐다보면, 밟으라고 깔아놓은 그림 밟고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뜯기게 될거에요!!

 

 

8월의 한 여름이라 땡볕은 너무 뜨겁고,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숙소로 돌아와 기진맥진 쉬다가

오후에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은 원데이 투어를 선호하는 편!

원데이 투어를 신청하면 표도 구매대행을 해주고, 또 미술관에 따라서는 우선입장이 되기도 하고

또, 잘 모르는 미술작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지역 맛집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기 때문!

나와 날씨요정도 가이드의 속사포 같은 설명을 경청하면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화가의 이름도 외웠지만

퓨....뭔가 뿌듯한 마음은 그 날 뿐이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피치에 어떤 미술작품이 있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ㅠㅠ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관광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해외에서 가이드를 업으로 하시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이드 분이 중간에 어떤 음료(?) 아이스크림(?) 혹은 그 두개(?)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나와 날씨요정은 전열을 정비하고(?)

피렌체 Must to do No.1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노을보기를 하러 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구글맵을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언덕까지 다다르니 여기에도 온 세상에서 모인 듯한 사람들이 복작복작거리며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이 가까워지니 살갗이 따갑도록 작열하던 태양의 기운도 한풀 꺾이고

(하지만 아랫동네에서는 더한 더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언덕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마음이 당장이라도 살랑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쿄쿄

 

계단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앉은 풍경이 너무 낯설다. 흑흑

 

뜨겁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노을지는 이 풍경만큼은 참 평화롭네 ♥

 

조금씩 해가 지평선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하고 

은은한 아르노 강 너머에 압도적인 붉은 지둥도 노을 빛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오늘 낮에 겪은 저 곳은 소란한 세상 그 자체였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그저 한 폭의 그림일 뿐이네. 

(물론, 미켈란젤로 언덕도 이 노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소란 그 자체이긴 했지만 ㅎㅎ)

다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피렌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일까? 

십여년 전엔, (적어도 일본인과 한국인들에겐) <냉정과 열정사이>이라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 때도, 사실 피렌체에 아주 큰 매력은 못 느꼈었지만..(피렌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ㅅ-;; )

만일 이탈리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면, 

다음번엔 정말 유명한 도시보다 소도시들 위주로만 알차게 돌아다녀보고 싶다. (베로나는 필수!)

 

그래도 사진 한 장 안남기면 서운하니까요! :)

 

자, 이제 내일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곳으로 갑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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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랑, 너의 성품, 너의 배려, 너의 양보.

이 모든 것들이 느껴지는 너의 행동, 너의 언어.

그리고 그 한결같음. 

너의 사랑은, 그리고 너의 존재는

(나만 알고 있는) 나의 자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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