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썼는데, 개설한지 1년 된 유튜브에 신경쓰느라 블로그에 너무 손을 놓았네.

지난 1년간 상당한 시간을 골프레슨/연습과 또 유튜브 영상만들기에 시간을 쓴 것도 사실이나,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같이 한두줄 쓰는 포맷에 익숙해지다보니

그 포맷에 맞추어 생각의 아웃풋을 내게 되고,

또 가끔은 길게 쓰고 싶은 얘기가 있다가도 각잡고 쓰는게 귀찮기도 하고 완성도 있게 쓰지 못할 것 같아

어영부영 포기해버리고 마는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나의 소중한 삶의 순간들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함께 휘발되어버리고

나중에 추억하고 반추해보려고 해도 더 이상 어딘가에 정리되어 기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도 좋지만, 나를 위해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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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글은 2023년의 자하연 벚꽃 사진과 함께한 기념 사진에 대한 글이다. 

 

도리와 처음 만났던 2018년 4월, 대학원에 있던 도리에게 서프라이즈로 놀러가서 사진을 찍은 이후로

매년 빠지지 않고 자하연에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도리와 함께 가서 심플한 기념 사진을 찍곤 했다.

올해가 벌써 6년 째라니. 만으로 누군가와 5년이나 함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2018년, 2019년도의 추억들은 이제 제법 오래된 추억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동안 자하연이 서울의 다른 곳보다도 벚꽃이 일주일 가량 늦게 피었기 때문에

다음 주말즈음 필 거라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벚꽃이 활짝 핀 사진을 보았다. 

주말은 이미 다 지나갔고, 화요일부터는 비가 온다던데. 월요일을 놓치면 올해 벚꽃사진은 포기해야할 것 같았다.

도대체 자하연 벚꽃사진이 뭐라고.

사실 특별히 기념할 만한 장소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닌데

그저, 내가 매년 찍기로 혼자 다짐해왔을 뿐인데 이제 그만 찍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새벽에 일어나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월요일 아침에, 서울대까지 들렀다가 출근하는 무리는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렇지만, 그것이 무리인 줄을 알면서도 나는 도리를 설득해 오늘 아침

부랴부랴 서울대에 가서 이제 막 관악산을 넘어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자하연의 만개한 벚꽃사진을 찍었다.

왜 자하연의 벚꽃사진에 유난이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는데 나는 두 가지 답을 했다.

첫째, 나는 결혼생활이나 결혼식에 큰 로망은 없지만 (없는데 손태진님 부른거 실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과 한 해, 두 해 기념 사진을 찍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두번째, 처음 만날 땐 함께 겪는 계절들 모두가 낭만적이었지만, 이제 매일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제는 챙기는 것이 더 귀찮기도 하고.

하지만 자하연에서의 벚꽃 사진 찍기로 인해서 내 안의 귀찮음을 떨치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봄처럼 사소한 계절의 변화도 특별하게 느끼는 순간을 상기하고 싶어서. 

 

어쨌든, 그런 이유로 아침 7시 40분 - 오늘따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교정을 가로질러 

빠르게 휘휘 벚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올해로 6번째 사진을 찍었으니,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고서야 10년은 채울 수 있겠지? :)

 

👇2022년도 자하연 벚꽃 사진 보러 가기👇

https://sollos.tistory.com/1260

 

2022 자하연 (다 진) 벚꽃 사진

도리랑 처음 만난 2018년도부터 연례행사처럼 (내가 하자고 해서) 하고 있는 자하연 벚꽃사진 찍기 (❁´◡`❁) 올해 벚꽃이 조금 늦게 피어서 평소보다 한 주 늦게 갔더니 지난 수요일 비바람 칠

sollo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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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랑 처음 만난 2018년도부터 연례행사처럼 (내가 하자고 해서) 하고 있는 자하연 벚꽃사진 찍기 (❁´◡`❁)

올해 벚꽃이 조금 늦게 피어서 평소보다 한 주 늦게 갔더니 지난 수요일 비바람 칠 때 벚꽃잎 다 떨어지고 

남은 벚꽃잎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직전에 도리랑 같이 야외에 두어시간 있었는데 정오의 봄볕에 녹초가 되다시피해서 (4월 햇볕 무엇......)

푸릇푸릇한 캠퍼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후루룩 걸어가서 후루룩 셔터 한 10번 누르고서 후루룩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 중간고사가 끝난 주말이어서 (버들골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지만)

자하연 주변에는 사람이 없어서 삼각대에 미러리스 장착하고 마스크도 내리고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정장입은 도리와 :)

 

단독사진도 빠질 수 없지

 

2018년도 사진. 구형 핸드폰 카메라 사진이라서 화질이 썩 좋진 않다.

 

 

도리랑 키를 맞춰보려고 야심차게 12cm짜리 힐을 신었는데 얼굴 작아보이려고 뒤로 좀 누웠더니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네....(..)

평소에는 도리 키가 잘 안느껴지는데 사진 찍어보면 내가 얼마나 땅꼬마인지 실감이 난다. 

그래서 말인데 키 크고 싶다.

나이 서른 여섯에 키 크고 싶다...............

내 키도 164cm라서 적당한 키라고 딱히 키에 불만족인 적은 없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 키가 커서 그런지 한 170cm까지 늘씬하게 키 큰 여자들이 멋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늘 사진 찍는다고 옷이랑 구두랑 신경을 좀 썼는데

사진을 찍고나서 대학교 다닐 때 좀 더 잘 꾸미고 다닐걸...엄마가 그 때 살도 좀 빼고 예쁜 옷 좀 입고 다니랬는데

(지금도 그다지 센스는 없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패션 센스도 없고 더 통통한데다 화장도 안하고 그래서

이십대 시절에 예쁜 사진이 별로 없다..... 이쁜 추억이랍시고 꺼내서 올릴 사진이 없음. 😅😅

그런 의미에서 40대가 오기 전에 지금이라도 자기관리도 잘 하고 예쁜 사진 많이 많이 남겨놔야겠다. 

 

4년간 찍어온 자하연 벚꽃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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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에 핀 벚꽃 

서른 둘이 되어 다시. 이젠 얼굴에서 어른티가 나는 것 같아.


햇살이 눈부셔 >.<


미세먼지와 황사로 괴로운 2018년의 봄.

모처럼 만에 맑고 화창했던 토요일.

(4월 치고 많이 추웠지만)

비록 기대했던 것 만큼 자하연에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벚꽃의 만개와 화창한 날씨와 

그런 모든 조건들이 최상을 이루는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은 욕심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환경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이고 최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쉽지도 조바심이 나지도 않는다. 

그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도 다 어린 시절의 치기이구나.

하면서도, 또 어리기 때문에 해봐야하는 욕심부림이고 

한 번은 해봤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은 욕심이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구나 싶다.

순간의 벚꽃놀이에 참 많은 생각을 하네. 


애증의 캠퍼스도 시간이 지나니 애정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이 순간들이 모두 아름답게만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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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 사진 2011. 11. 7. 22:59




하늘과 호수가 구별되지 않는다.
2011. 11. 07.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자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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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요즘 오락가락 하는 날씨 중에 정말 화창하고 맑았던 봄날,
수업 끝나고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발길을 돌려
따뜻한 아쌈밀크티를 하나 들고 자하연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제법 꽃잎이 많이 져버려 만개한 자하연 벚꽃은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호수에 덜어진 수많은 벚꽃잎들이 물에 반짝거려 정말 환상적이었다.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던 학부생들. 청춘이다. 정말.

햇살에 반짝이는 벚꽃잎들, 햇살도 반짝, 물도 반짝, 꽃잎도 반짝.

분홍 꽃신 ㅎ

자하연

자하연.

무지개가 떴습니다. :)

스물다섯, 봄. 계절도- 나도 -




윤경언니와 자하연을 마주하고 앉아
등뒤로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과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즐기면서
그렇게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가 작년 여름, 여기에서 아포가토를 먹으면서 나눴던 얘기들
정말이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의 우리들 얘기,
어느새 우리가 이곳을 '우리'학교라고 할만큼 심정적으로 많이 정 들었다는 얘기,
그리고 적응하느라 벅차지도 않고, 시험준비하느라 조급하지도 않은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2학년인 것 같아서 좋다는 얘기.


좋았다. 정말.
봄이 왔다는 것도,
이제는 여유를 즐길 마음이 된 것도,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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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그 세번째

■ 삶 2010. 11. 9. 20:10






아침햇살에 빛나는 이 단풍나무를 보았을 때, 그 기분은 표현할 수 없다.
문자그대로, 찰-칵. 하는 소리에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

우연이 아니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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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그 두번째

■ 삶 2010. 11. 8. 15:56





11월이면 이미 겨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11월은 아직 가을이 맞나보다.
중간고사가 오기 전부터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서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가을이 저만치 가 있을것 같았는데
지금, 가장 가을의 절정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산속에 있는 학교여서 그런지 가을이 일찍 시작해서 이렇게나 늦도록 순간순간 그 모습을 바꿔가며 가을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 학교를 겨울, 봄, 여름을 지나오면서  아기자기하기보다 휑하니 넓기만 하고, 역동적이기보단 정적인 학교라고 생각해왔는데
가을이 되고 나니, 그 넓은 공간들들은 각양각색의 색으로 가득 차있었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학교 캠퍼스 곳곳을 밟으면서 - 매일같이 조금씩 달라지는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 아름답다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매일 같은 모습도 아닌 채로 일년 중 아주 잠시, 꿈처럼 펼쳐졌다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내가 못보고 지나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을 까봐 조바심이 나고,
이 순간을 놓치고 다시 이 모습을 보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제일 처음 자하연을 봤던 08년도 여름의 자하연은, 그냥 청록색의 왠지 걸죽할 것 같은 그런 연못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면 아름답다고 했는데 이번 봄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지 않아서였는지 아님, 너무 우중충한 날 봐서여서인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안개가 자욱했던 금요일,
우체국 가는길에 오랜만에 본 자하연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아이폰 카메라로도, 필름카메라로도 내 눈이 보고 있는 그 순간의, 그 느낌의 자하연을 담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가을의 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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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 사진 2010. 10. 29. 00:34


역시 이 학교에서 아름다운 건, 자연 그것 뿐일까.
그건 굳이 이 곳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는데.
어쨌든, 자하연의 이런 모습은 조금 새롭다.
필름카메라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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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 Blossoms 2.

■ 삶 2010. 4. 21. 22:51
 
 


벚꽃놀이 제 2탄

아침에 지각까지하면서 벚꽃에 정신줄을 놓고는 점심시간에 벚꽃에 정신줄을 또 놓았다.
같은 조 언니오빠들이랑 점심을 먹으면서 맘 착한 오빠들한테 징징거려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막간 캠퍼스 벚꽃놀이 :)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혼자 카메라들고 벚꽃사진찍으러 다녔을텐데
아직은 오빠들 눈치보느라 그냥, 급한대로 사진찍기에만...
본교출신인 상민오빠가 나름 벚꽃 이쁜곳을 추천해주셔서
아직도 15동주변과 식당 주변 말고는 학교지리를 모르는 나도
벚꽃이 이쁘게 피는 음미대까지 가봤다.




착하고 친절한 상민오빠랑, 정말 큰오빠같이든든한 민영오빠 . 그리고 아름드리 벚꽃나무.

가족사진 같아! 큰오빠 작은오빠 막내여동생......(응?)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은사진 - 뭔가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 :)

무슨 얘기에 상민오빡 빵 터진걸까, ㅋㅋ


2시부턴 수업이라 다들 들어가실줄 알았는데
상민오빠가 자하연엔 가봤냐면서 자연스럽게 자하연으로 이동했다.
앗...오빠들 은근히 사진찍고 얘기하는 이런 여유를 원하고 계셨던거야..후훗.

자하연으로 이동 중....나름...파파라치 샷?...완전 신나서 걸어간다.


벚꽃핀 자하연, 상민오빠 말론 원래 뒷 건물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흐드러진다그랬는데...ㅠ

자하연에서도 인증샷 - 내년엔 좀더 이쁜 자하연을 볼 수 있길...:)


다들 부랴부랴 사진찍고, 그래도 나름 이것도 다 추억이 될꺼라면서
흔쾌히 바쁜 시간 쪼개서 사진찍는데 동참해준 든든한 오빠들
조모임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어느 한명도 모난 사람없이
서로 잘 챙겨주고 푸근하고 든든해서 가끔 모이는 조모임에 빠질 수가 없다.
(나보다 어린 주희도 있지만) 나름 나도 오빠들 앞에서 어리광 피우게 되는 우리조 :)

벚꽃나무 아래 걸터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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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한지, 그래 정식으로 학교를 다닌지 이제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음의 지치는 정도로 치면 벌써 3주는 다닌 것 같다.
첫 날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강으로 몰아듣고 (아, 오전에도 수업을 하나 또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파김치 마냥 늘어져버린데다
요 며칠 알 수 없는 불면증으로 잠까지 설쳐서 체력적으로 따지면 거의 배터리 방전 수준일텐데 자습할때 잠시 졸린걸 빼면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면 ......체력이 좋다기보다 나 스스로 자각을 못하는 피곤함인가 싶기도 하고.


어쩄든, 어제부터 말로만 듣고 항상 지나치기만 했던 '법오' 열람실에 자리를 잡고 책을 폈다.
법대 친구들은 시작부터 달리냐고 물었지만, 아침에 자리 잡으러 가보면 이미 칸막이 칸마다 얼굴만 겨우 익힌
로스쿨생들이 가득가득 앉아있어서 이것이 달리는 페이스가 아님을 깨달았다.

또 한편으론 이게 달리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드는게 워낙 입학전부터 비법학사들은 죽을만큼 고생한다는
살떨리는 소리들을 많이 들은터라 뒤쳐지지 않으려면 죽을 각오로 덤벼야겠다고 생각한 탓도 있고,
아직 과제가 휘몰아친다거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진도를 맞출 필요가 없어서 조금은 내 공부할 시간이 있음이 감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무궁무진한 미지의 세계인 법학의 그 다음 장은 어떤 곳일까 스스로 궁금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이게 달리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달리는 거라면 타의가 아니라 나 스스로 기쁘게 달리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


Pentax MeSuper 2008. 06. 25



어제 처음 법오에 자리를 맡았는데 텅텅 빈 오픈형 테이플 맞은편에 KJ가 앉아있었다. (너 지금 읽고 있지?ㅋ)
첫날 우왕좌왕한 유민홀에서 잠시 마주쳤었는데, 같은 열람실에서 마주보는 식으로 공부하게 될 줄이야.
앞에 독서대를 세우고 차분하게 책을 읽고 있는 KJ를 보면서- 나는 사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렇게 덥지 않았던 2008년 6월의 이른 여름 날이 잠시 생각이 났다.
'출사'라는 목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나도 KJ도 카메라를 들고 만났었으니까.
그러나 '출사'라는 목적이 무안하게도 나는 그 날 딱 2장의 사진만을 찍었었다.
그 날, 자하연에 걸터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KJ가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껀지도 물었었고
나는 법대생인 KJ에게 조심스럽게 당시에 로스쿨 얘기를 꺼냈었던 기억이 난다. 구체적인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그런 얘기를 꺼냈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니까.

그러고 나서 KJ가 사물함에 책을 넣고 오겠다고 법대에 잠시 들어갔는데 - 15동이었을까?
나도 따라서 1층에 잠깐 들어가서 KJ를 기다렸는데 내 기억속의 그 법대의 1층과 현재 15동의 1층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
그땐 1층에 소파가 있고 낮은 키의 테이블이 있어서 거기에 앉아서 기다렸던 기억이 나는데.


어쨌든, 2008년 그 여름날,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그 곳이 - 이제는 내가 가장 익숙해져야할 곳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내게 학교를 안내해줬던 친구가 이제는 같은 열람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공부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밴쿠버와 사진과 노래에 관한 것 말고도 KJ와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이 모든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1년 반 전, 자하연에 앉아 조심스럽게 꺼냈던 그 이야기가, 그 때 꿈꾸었던 것보다 더 큰 현실이 되어 내 앞에 펼쳐졌다는 것까지도.


Pentax MeSuper, 2008.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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