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2

■ 삶 2010. 4. 20. 17:32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는 바람이 서늘하지도 으슬하지도 않은 걸 보니, 정말로 봄이 왔나보다.
가만히 이 바람을 맞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좋다'라는 단어가 너무 다양한 의미들을 담고 있어서 괜히 '좋다'라고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 머리카락을 스치고, 볼을 스치고, 얇은 소매를 스쳐가는-  이 바람을 맞는 기분을
무어라고 자세히 형언할 수가 없다. 굳이 어떤 느낌인지 파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조금 모호하기는 하지만 , 그 모호한 느낌 그대로 '좋다'-


바람은 항상 부는 것인데
왜 유독 4월 중순 즈음에 불어오는 이 소슬한 바람에 형언할 수 없는 설레는 기분을 느끼는건지 -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도 아니고 아주 약간은 겨울 끝자락의 찬 기운이 스며있는 그 바람에 유난히 마음이 흔들린다.
그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따뜻함과 차가움의 차이를 미묘하게 오가는 그 바람이 이유없이 마음을 흔든다.



2년 전, 딱 이맘때쯤 -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나날에 -
새벽이 다 가도록 이런 바람을 맞으면서 벚꽃길 아래를 걸었었다.
가로등도 없이 깜깜한데 하얀 벚꽃들만 어렴풋이 보이는 그 밤길을 (겁도 없이) 걸으면서
자박자박하는 내 발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조용한 길을 걸으면서
살짝 어깨를 움찔하게 만드는 이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조용조용 이 노래를 불렀다.
머리카락 사이를 스미며 들어오는 그 바람이 포근하지 않았지만 그 묘한 기분이 싫지 않아서
아니 사실은 그 묘한 기분에 마음이 설레서 한참이나 기숙사 옆을 걷고 또 걸었다.

Remember my Fairview Crescent...oneday in April, 2008



좋다. 2년 전 그날들처럼 -
이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뜨거운 여름이 되는 나의 날들도 마냥 좋을 것만 같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 바람이 분다, 이소라 -


 

PS) 오늘에서야 이 가사를 적으면서 깨달은 건데 가사가 참 슬프구나.
      나는 한 번도 이 노래가 슬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을 뿐.
      항상 꿈꾸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이 노래를 들었고, 이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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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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