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의 가을

■ 사진 2011. 10. 31. 02:16



지난주였나,
그게 벌써 지난주였구나.
10년 전에 나온 뉴욕의 가을이란 영화를 봤다.
영화 내용은 몰라도 포스터만큼은 정말 인상깊었던 그 영화.
영화 내용에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지만 지루했던 100분의 러닝타임을 버티게 해준 건,
영화 초반의 가을에 흠뻑 젖어있는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 장면 때문이었다.

오늘 정말, 도서관에 앉아있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만큼-
찬란한 가을에 물들어가는 학교를- 낯선 눈길과 들뜬 발걸음으로 걸었다. 


Follw me.....



가을빛.

유모차를 끌며 두손 꼭 잡고 가는 저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 부러워 한참을 바라봤다.

언덕방 올라가는 길

노란 은행나무와 연두빛 플라타너스가 짝꿍인것만 같아.

언덕방 앞의 은행 나무를 뒤로 하고 이제 자하연쪽으로 걸어간다.

걷고 싶은 길을 조금 빗겨난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 색색이 아름답다.

여길 올 때마다 꼭 한번씩 셔터를 누르지만 항상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곳, 그러나 오늘만큼은 만족.

중앙도서관으로 올라간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커플, 가을, 기울어지는 햇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시험기간에 종종 산책하러 나와서 사진찍던 나무들이 이제 제법 앙상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오늘의 best shot. 빨간 나뭇잎과 노란 나뭇잎과 바닥의 갈색 나뭇잎. 그리고 그 사이를 걸어가는 연인.

중앙도서관을 가로질러 나오니 쏟아질것 같은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계단에 앉아 사색에 잠긴 여학생.

학생회관을 뒤로 돌아 한참 걸어가다 만난 이 작은 동산. 난 이렇게 기울어진 빛 드는 시간이 참 좋다. 모든 걸 아름답게 만드는 순간.

Gate 4에서 다시 법대쪽으로 걸어내려오다가 그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건물 사이의 작은 정원을 발견했다.

강아지풀과 억새풀과 작은 산책로, 저 뒤의 관악산의 단풍까지. 비밀정원.

작고 아담하여 더 좋았다. 그리고 왠지 아무나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더더욱.

마지막으로 투썸에 들러 테라스 쪽에서 바라본 관악산. 아직 해가 질 시간은 아닌데, 항상 산에 해가 가려 학교는 빨리 어두워진다. 빨갛게 물들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보라빛과 노란빛, 연두빛이 마치 점묘화처럼 잘 어울린다.

 

혼자 k-x를 들고, 마치 외부인인 것 마냥 눈길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관악캠퍼스에서 물들어가는 가을의 따라 걸었다.
참으로 정감이 안가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대자연의 향연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서울 시내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커다란 나무들,
느티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제각각 다른 빛으로, 다른 순서로 물이 들어가는
이 곳 관악의 가을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마지막으로 물이 드는 단풍의 시간이 올 때까지
아마, 나는 한참을 이렇게 가을의 관악에서, 가을앓이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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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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