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II. 삶'에 해당되는 글 172건

  1. 2019.05.13 그럭저럭 행복하지만
  2. 2019.05.02 바로 지금, 조금 더 열심히
  3. 2019.04.15 when you're lost in the woods
  4. 2019.04.09 아침에 하는 작별 인사
  5. 2019.03.06 The devil wears prada
  6. 2019.02.21 낯선 동네 1
  7. 2018.11.16 재충전
  8. 2018.10.31 가을 그 한 가운데
  9. 2018.09.10 추억
  10. 2018.07.11 홀연히 1

 

어떤 사람은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데

나는 그럭저럭 무탈하고 행복하지만,

행복하니까 이제 그만 살고 싶어.

인생은 끊임없이 고민과 걱정의 연속이고 행복도 사실은 순간순간일 뿐.

이것이 무한히 반복되는게 삶이라면,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저 늙어가고 있을 뿐이라면,

나는 더 이상 더 큰 기쁨도, 더 큰 행복도, 더 큰 괴로움도, 더 큰 슬픔도 바라지 않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지금, 편안히 조용히 민들레 꽃씨처럼 바람에 사라져버리고 싶다.

안녕. 

그 동안 날 사랑해주어서 감사해요. 

그 동안 나와 인연이 되어주어서 감사해요.

난 이제 희노애락이 없는 곳으로 날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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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원서를 읽는다는 걸 알게된 친구가 선물해준 책. 형광펜 쳐가면서 더디지만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다.



사실 난 책을 엵심히 읽는 타입은 아닌데 

올해는 영어원서 읽기를 포함해서 

요즘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눈에 잘 읽히고 이해가 잘 되면서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찾아서 방해 받지 않고 끊임 없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지만 막상 퇴근 후에는 침대에 엎어져서 

SNS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며 흥청망청 시간을 흘려보내는게 현실)


어쨌든, 요즘 관심사는 나에게 지적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고, 

그 중에서도 경제관련 서적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경제는 고등학교 선택과목과 대학교 전공기초과목으로 공부할 정도의 관심은 있었지만

사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그다지 흥미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분야였다.


그러다 최근 한달 정도 주식시장에 발을 담갔다가 빼면서

- 주식을 제대로 해보자!!! - 

..는 건 아니고 (역시 나는 주식과는 잘 맞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제분야 상식을 쌓고싶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이었던 어제,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 없을까 싶어 여의도 영풍문고의 각 주제별 코너를 돌며

책을 뒤적 뒤적거리는데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가 오롯이 내 관심분야를 탐독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내가 부족한 지식을 채워넣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의 내가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그 끝이 있으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언제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수년 내에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게 된다면 (나이가 나이니만큼)

자의반 타의반 내 관심사가 임신과 육아에만 집중되지 않을까.

혹은, 관심사는 여전하더라도 적어도 수년간은 나를 위한 공부할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덧붙여, 난 벌써부터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 될 내 앞 날들이 걱정이 되는데

과연 남자는 이런 생각을 해보기는 할까!! 엄한 분노)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니까, 조금 씁쓸하기도 하면서

그래, 바로 지금. 

바로 지금, 조금 더 열심히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난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젊고 어리다고.

많은 것들을 새로 시작하고 또 나를 바꿔갈 수 있다고.

일하고 남은 시간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열심히 언어를 배우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걸, 더 열심히 경험해야겠다.


33살의 내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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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re lost in those woods, it sometimes takes you a while to realize that you are lost. 

For the longest times, you can convince yourself that you've just wandered a few feet off the path, 

that you'll find your way back to the trailhead any moment now. 

Then night falls again and again, and you still have no idea where you are, and it's time to admit that

 you have bewildered yourself so far off the path that you don't even know from which direction the sun rises anymore.


I took on my depression like it was the fight of my life, which, of course, it was. 

I became a student of my own depressed experience, trying to unthread its causes."


- 『Eat, Pray, Love』,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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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아침, 이틀 전의 봄기운이 무색하게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지하철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는 것과 걷는 것 그 중간쯤의 속도로 달리다보니

마주치는 바람이 뺨을 때리는 것처럼 얼굴을 철썩철썩 친다.

 

- 난 이대로 달려서 날아가버리고 싶어.

이 현실에 만족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현실을 바꿀 용기도 없고,

후회없는 선택을 할 자신도 없고,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고,

날 아프게도, 널 아프게도 하고 싶지 않고

나는 그냥 나를 떠나 훨훨 날아가고 싶어.

이 모든 선택, 결정, 행복과 슬픔, 만족과 후회

모두 여기 남겨두고서.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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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백이라서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THE DEVIL WEARS PRAD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서를 읽었다.

"읽었다"라는 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중간에서 포기하지않고 모두 읽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영어교과서를 제외하고

"영어원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실을 

내 인생에 한 번은 기록해 놓을만큼의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은 편이고

또 연초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영어공부"일만큼 영어에 대한 의욕은 높은데

단 한 권도 원서를 완독해본 적이 없다.

아주 얇은 동화조차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2007년인가 영화가 유행할때 쯤 의욕적으로 산 것 같은데

1페이지쯤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매년 실패하는 목표라서 올해는 따로 영어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는데

방바닥을 뒹굴며 전화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집어든 것이,

오히려 읽어야겠다는 각오 없이 몇 장 넘겨보던 것이,

10장이 되고 20장이 되면서 결국 장장 2개월에 걸쳐 400여쪽을 읽어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완독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20여장을 읽다보니, 내가 이만큼 읽은것도 기특해졌고

 출퇴근하는 10여분 동안에 하루에 1쪽씩이라도 읽자, 

영어원서를 읽는다는 흐름 자체를 이어가자라는 마음으로 

아침 저녁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꾸역꾸역 꺼내 읽었다. 

물론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내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완독을 해보자는 목표가 생겼고

매일 꾸준히 읽자 + 완독을 해보자라는 '과정 목표'와 '달성 목표'가 합쳐져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물론, "다 읽었다"라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영어원서를 읽는 2개월 동안,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원서 읽기 혹은 영어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 간단히 정리해놓으려고 한다. 


* 모든 단어와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  영어원서 읽기를 실패했던 No.1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

영어원서 읽기의 목적이 읽기보다도 영어공부에 가깝다보니

내용의 정확한 이해 + 새로운 단어 공부를 위해

모르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찾아보고 (더 나아가서는 단어장 정리) 했었다.

그러니까 몇 장 읽다보면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되어 포기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는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채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은 이해가 안되는 채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큰 줄거리는 파악이 되고 

매번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면서 원서 읽기의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정 궁금한 단어가 있으면 마음 편하게 찾아보았다.

원서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면,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책을 읽는다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 동사와 명사를 모르면 내용 파악이 안되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디테일이 떨어지더라.

- 문장 그대로다.

동사나 명사를 모르면 내용 자체가 파악이 잘 안된다. 

앞뒤 문맥을 통해서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 파악은 어려웠다. 

그래도 그냥 형광펜 치고 넘어간다.

그리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줄거리는 파악이 되지만 섬세함, 디테일이 떨어진다.

그녀가 말은 했는데, 냉정하게 말했는지, 무관심하게 말했는지, 상냥하게 말했는지.

해서, 앞으로 모르는 단어 공부를 할 땐 동사>명사>형용사 순으로 공부해야겠다.


* 모든 단어를 아는데 문장 자체는 해석이 안될 때가 있다.

분명, 단어 하나하나는 모두 아는 단어인데 모아놓으면 해석이 안되는 문장들도 있다.

숙어표현인데 몰라서일 때도 있고, 어순이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건 읽다보면 점점 잘 읽혀지게 될까? ㅜ.ㅜ

이럴 땐 옆에서 숙어 표현도 알려주고 정확한 문장을 한 번 해석해줄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글링이나 네이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 


* 영어식(?) 영어 표현들을 만나게 된다.

원서를 읽으면서 가장 신기(?)할 때는 읽으면 의미를 해석할 수 있지만

영어로 이렇게 표현하는 줄 몰랐던 문장들을 만날 때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문장은,  The chances were slim.

나는 Chance도 알고, Slim도 알고 The chances were slim의 뜻도 이해하는데,

Slim이라는 단어를 Chance와 함께 쓰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단어 조합이니까)

아주 쉬운 문장이지만, 이렇게 순수한 영어식 표현을 새로 만날 때 

가장 즐겁다. (!)



살면서 한 번도 영어원서를 끝까지 읽은 적이 없고,

포기를 반복하다보니 아마도 나는 평생 끝까지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12년 전에 산 페이퍼백을 출퇴근시간에 오며 가며 틈을 내서 이렇게 다 읽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읽기 시작하다보니, 오기가 생겨서 다 읽게 되기도 했지만.

뜻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해서 오랜만에 스스로 뿌듯하다.

또 한 번 해내니,

(물론 모르는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내용 파악을 하는게 쉽진 않지만)

두 번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이 책을 완독한 이후로,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니면

(이제 완독의 부담은 덜었으니)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다가,

두 번째 루트를 타보기로 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전체적인 내용보다 문장 하나 하나의 정확한 뜻을 파악해보기로.

물론 그러다가 지치면 새로운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특한 나에게 화이팅 먼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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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

■ 삶/II. 삶 2019. 2. 21. 17:39


뻔하디 뻔한 동네만 쳇바퀴돌듯 다니다가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낯선 동네에 다녀왔다.

서울 그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독 낯설다고 느낀 이유는 

낮은 건물들 때문이었다.

수십층의 빌딩들과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들만 보다가 2층짜리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동네를 마주하니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풍경만 바뀌어도 이렇게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

나는 요즘 무얼해도 지겹고 따분하고 지루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재미있게 살려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고정값을 바꿀수가 없으니 깔짝거리는 잔재미조차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요즘. 



인생이 여기에서 막힌 것 같다.

앞으로 30년동안 이렇게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죽을 때에 인생을 마지못해 살았다고 후회할 것 같다.

그리하여 돌아가자니 겁이 난다.

더이상 떠밀려가지 않고 뒤돌아 가고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뒤돌아 갔다가 길을 잃고 허망하게 살까봐 겁이 나고

떠밀려 계속 살다가는 후회하며 살까봐 겁이 난다.

23살이면 좋으련만, 

하지만 바로 그 23살에 나는 10년을 괴로워하고 후회하는 선택을 했었다.

한 동안 다른 일들에 정신을 쏟으며 모르는 척 했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다시 스믈스믈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게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갈 즈음이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함에, 자괴감에, 눈물이 난다.

뭐가 잘못된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끊임없이 답을 찾아 괴로워했는데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지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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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

■ 삶/II. 삶 2018. 11. 16. 17:37



생각 많은 서른 두살의 십일월.
하긴 생각 적은 날은 언제있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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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Autumn :)



2018년 가을



흐드러지는 단풍길



석촌호수의 풍경


2018년 가을.

건강검진이 있어서 오전 반차를 냈는데

예상보다 건강검진이 일찍 끝났다. 

반차만큼은 내 휴가니까 남은 두어시간동안

석촌호수에 단풍을 보러 왔다. 


날은 청명하고 맑은데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바람은 차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석촌호수를 따라 천천히 -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맞으며, 

떨어진 나뭇잎 중에 색깔이 고운 잎을 골라 주우며

마치 소풍 나온 아이의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먼발치서 놀이기구를 타는 젊은이들의 행복한 비명이 아득히 들려온다. 

호수를 따라 붉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풍경은 여느 외국 못지 않은 것도 같다.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 속을,

정점을 찍고 끝자락으로 치달아가는 가을 그 한가운데를 천천히 걷는다.


나는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가끔 두통이 있고 종종 피곤하긴 하지만)

이젠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어느 정도 덤덤히 받아들였으며

(남자친구가 몇달 째 외국에 있지만) 나는 특별히 인간으로서 외롭지도 않다.


아, 나는 행복하구나.


그동안 내가 행복한 이유를 열심히 찾아가면서 

이 정도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이유가 있으니까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함이 느껴지지 않는  내 자신을 애써 설득하며 살았는데

오늘은 그냥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일상에서의 평범한 내 자신도 참 행복하구나.

슬프려고 해도 슬프지 않고

외로운가 해도 외롭지 않다.

이제는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 보아도 우울한 아이가 없다.


8년 전, 7년 전, 6년 전

나의 일기장에 이 시간만 끝나면 이 괴로움이 모두 끝날거라고, 

당시에 상상했던 행복한 그 모습 그대로

나는 드디어 행복하구나.


대단한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 (혹은 못했고)

대박 부자가 된 것도 아니지만 (못했지만)

평범한 나,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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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삶/II. 삶 2018. 9. 10. 18:15


노을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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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 삶/II. 삶 2018. 7. 11. 10:47



초여름이 아니라 초가을 같았던 지난 주.

매일매일이 너무 맑고 청명해서 여기가 서울이 맞나.


홀연히 떠나가버린 너.

지나간 시간은 어젯밤 꿈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돌아와서 잘하겠다는, 돌아와서 해주겠다는 공수표 같은 '말'만 남았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너가 없었던 원래의 내 삶을 다시 산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너가 없는 것처럼.


너가 없는 것처럼 살다가 결국 너가 없어져버릴 것 같은데.

너는 어쩔 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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