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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1 중산층 코스프레 4
  2. 2013.07.30 인생 제 2막. 4

 

 

 

어제 출력물을 뽑고있는데

옆팀 부장님께서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H대리, 중산층이 어떤 정도인지 기준은 없지만

H대리를 보면 딱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중산층 사람 같아 "

 

 

중산층의 기준이 뭘까.

그리고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중산층 사람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일까, 나쁜 의미일까.

그런건 모르겠지만

 

 

문득 -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몰려왔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사람 같다고 한다.

돈스쿨이라는 소문을 달고사는 로스쿨을 졸업했고 (물론 국립이긴 했지만)

친구들에게 서울의 사립외고 출신일 것 같다는 소리들을 들었다. (공립고등학교학교 나왔다.)

 

 

그러나,

사실 우리 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할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하숙집도 아닌 친구집과 선생님 집을 오가면서 학교를 마쳤고,

그래서 나라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던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그렇게 군인이 되었다.

사관학도생이 받는 용돈 중 일부를 띄어 할머니께 생활비를 부쳐야 했고

아버지의 20대초반에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그리고,

경상남도의 시골마을이 농사를 지으셨던 외할아버지의 딸, 지금의 엄마를 만나 결혼했으니

사실상 아무 것도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아버지의 직업의 특수성때문에 엄마는 전업주부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가족은,

지금까지 군인아버지의 공무원 월급 하나에 4가족이 올망졸망 매달려서 살아왔으니

생활 자체가 넉넉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주변사람들의 생각처럼,

나는,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

풍족하게 자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 나는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

 

 

아버지도 새파랗게 젊을 때, 정말 얼마 안되는 월급이었지만,

엄마는 내가 책이 읽고 싶다하면 책값만큼은 아끼지 말라고 하면서 수십권씩 책을 사주셨고

보습학원은 못 다녔지만 중학생이 될 때까지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수영, 글짓기 등 예체능 레슨 등을 실컷 받았다.

대학 땐 비록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엄마는 장학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교환학생을 보내줄 수 있다 하셔서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장학금도 받고 엄마와의 약속대로 교환학생도 다녀왔다.

그리고, 거의 1년에 한번씩 - 거의 8년동안 해외여행을 나다녔다.

부모님은, 나가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오기를 바라셨다.

내가 여행비 때문에 주춤할때도 좋은 곳들이니 가보라며 적극적으로 보내주신것도 부모님이셨다.

 

 

 

 

내가 이렇게 부족함을 모르고 풍족하게,

남들이 보기에도 중산층 집안이라고 생각할만큼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허리띠를 조르고, 아끼고, 절약하며 27년간 고생한 부모님 덕분이었다.

나한테는 새 옷을 사주고, 엄마는 내가 입던 헌 옷을 입고

나한테는 새 브랜드 운동화를 사주면서, 엄마는 아울렛에서 한참 세일하는 물건을 사 신으셨다.

나는 필요하면 사서 썼지만, 엄마 아빠는 그야말로 물건들이 다 고장날때까지 있는 물건을 고쳐서 쓰고 붙여서 쓰고 그러셨다.

아빠 동기생들이 이쁘고 멋진 가구들로 집을 꾸밀 때, 우리 집은 정말 필요한 가구만 있어서 집안에 휑해보일 정도였다.

엄마는 집을 이쁘게 꾸밀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내가 부족함없이 중산층처럼 자라는 동안, 대신 부모님이 부족하게 사셨던 거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너무나도 당연히 이렇게 자라서 그만큼을 누리고 살아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되돌아생각해보니, 내가 당연한 것들이 우리 부모님에게는 당연하지가 않았다.

 

 

 

오늘 월급명세서를 받았다.

아직 첫 월급이 실제로 통장에 찍히려면 며칠 남았지만,

(이번 달은 상여금이 없는 달이라 , 월급 액수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나를 이렇게 중산층의 자식처럼 공들여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부모님이 당신들 돈으로는 겁나서 누리지 못했던 당신들의 것들을

앞으로 내가 누리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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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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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 2막.

■ 삶/II. 삶 2013. 7. 30. 08:03




내가 일하는 곳의 높이는 33층.
엘레베이터를 타면 귀가 먹먹해지는 높이.

요즘 장마라 비도 자주 오고
비가 안와도 서울하늘이 그리 맑진 않아서 뿌옇기만 하고
햇살이라도 비칠라치면 창가에 앉으신 부장님들이 일제히 블라인드를 쳐버리시시 때문에

사실 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을 즐길 새가 많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수많은 날들 중에 또 많은 날들을 보게 되겠지.

이건 지난주 수요일,
입사3일차 처음 날이 갰을때 만났던 아주 멋진 풍경.

가까이는 강남일대가
멀리로는 한강과 63빌딩까지 보이는
정말 근사한 뷰다.


이런 곳이라면 야경은 또 정말 근사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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