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II. 삶'에 해당되는 글 172건

  1. 2013.10.14 나의 진짜 자아를 찾아서. 4
  2. 2013.10.13 가을타기 14
  3. 2013.10.09 새벽에 쓰는 이야기 2. - 롤모델이 없다. 1
  4. 2013.10.08 새벽에 쓰는 이야기 1. - 내 인생의 테마곡 -
  5. 2013.09.30 짧은 소감.
  6. 2013.09.27 아픈 밤
  7. 2013.09.22 알찬추석 2
  8. 2013.09.17 어느 멋진 날. 4
  9. 2013.09.03 푸른 도시
  10. 2013.08.29 회사에서 쓰는 이야기 5

 

문득, 볼살이 다 어디갔나...싶네

 

 

 

일요일 출근에 검은 스키니 진에 박시한 푸른 셔츠를 입었다.

그 밑엔 민트색 나이키 운동화.

나는 원피스나 정장보다 이런 옷 입었을 때가 훨씬,
나의 아이덴티티에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여성스럽기보다 남성스러운게 좋은 것 같다.

(?)

진심이다.

(??)

 

그나저나 세시 안에 항소이유서 세개를 깔끔하게 가다듬어서 완성해놓고 잘 수 있을까...

로펌변호사 코스프레 진짜..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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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타기

■ 삶/II. 삶 2013. 10. 13. 00:36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 하면 주저 없이 가을이라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심각하게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계절이 가을이란 걸 깨달았다. 

단순히 가을을 타서 그런건가 싶다가

아니면 환절기라 일교차때문에 몸이 약해지는 건가 싶다가

아니면 연초, 봄, 여름을 보내며 이제 슬슬 몸과 마음이 지치는 시기라 그런가 싶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재작년 가을에도 힘들었고

작년 가을도 너무 힘들었다.

재작년과 작년에 비할건 아니지만

올해 봄여름에 비하면 올해 가을도 여전히 다운스트림인것 같다.


행복하게 산다는게 결코 쉬운게 아니구나....

내 몸 - 내 마음인데 - 나 스스로가 컨트롤하기 참 어렵다. 





어제 결혼식갔다가 눈화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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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21분.

침대에 노트북을 들고 올라와 벽에 기대 앉았다. 

오늘은 창문을 열지 않았다.

저녁까지 비가 내린 후라 아주 조금, 쌀쌀하다. 



이 밤에 어울리는 노래는 무얼까. 

플레이리스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어제만큼 키보드를 두들기게 할 곡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500곡을 뒤지고 나서야 한 곡을 골랐다. 




가을이어서 그럴까,

10월이어서 그럴까,

스물일곱이어서 그럴까,

아님 입사 3개월이 지나서 그럴까.

뭐 어쨌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때가 지나고, 마음 속에 생각의 나무가 자라는 시기가 왔다. 

딱히 슬럼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닌

조금 많이 무기력하고 허무하고 내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때. 




며칠 전, 정말 갑자기 머릿속에 번쩍- 하고 든 생각은

어느 순간부터, 더 정확히는 취직한 이후로 인생의 롤모델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에 원래 어떤 특정한 롤모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길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따라갈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나아갈 방향을 가리켜줄 수 있는 사람을 잃어버린 것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같을 순 없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어렸을 적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고민은 모두 같았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좋은 성적을 받는 것.

나의 선배들도 이 고민을 했고, 나와 내 친구들도 이 고민을 했고, 나의 후배들도 이 고민을 했다.

내 앞에는 수많은 선배들이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주었고

나는 굳이 그 중에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은 적은 없지만

그러려니 그들처럼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했다.

우리들은 그것을 고민하고, 상담받고, 조언받고 오로지 그것만으 좇았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간 사람. 

특정할 수 없지만 그것을 이룬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내가 갈 길을 먼저 걸어간 롤모델들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달리던 10대가 끝나고

우리는 조금 더 넓은 세상에 던져졌다.

다양한 환경, 다양한 나이, 다양한 경험의 사람들이 뒤섞인 작은 사회였지만

그곳은 정말 "작은" 사회였을뿐, 여전히 커다란 "학교"였다. 약간의 업그레이드가 된?

여전히 우리는 학생들이었고, 커리큘럼이 있었다. 

졸업장을 받고 싶으면 어쨌든 우리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커리큘럼을 따라가야했고,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어쨌든 그 커리큘럼을 먼저 밟아간 선배들을 보며 나의 커리큘럼을 짰다.

고등학교때 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 있다면

이제는 오직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예비 사회인이 되기 위하여 사회가 정해준 여러가지 스펙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열심히 토익성적을 올리고, 공모전에 나가고, 방학이면 회사에 나가 인턴쉽을 했다.

나는 마치 내가 그것을 주체적으로 하는것처럼 굴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세상이 정해주는 커리큘럼을 따라갔고, 그길을 먼저 걸은 선배들을 보고 배운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 마저도 내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이 모두 고민하는 것들이었다.

우리는 세상의 롤모델들이 정해준 것들을, 디테일을 조금 다를지언정 같이 고민하고 공감했다. 





그리고, 나는 한 단계의 학교를 지나 

스물일곱에서야 사회로 겨우겨우 나오게 되었다.

내가 느낀 사회는, 

망망대해 같은 곳이었다. 태평양 같기도 하고 대서양 같기도 했다. 

그곳엔 커리큘럼이 없었다.

모두 각자가 알아서 자기들만의 길을 찾아 걸어갔다. 

똑같은 회사원이지만 서로 하는 팀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고-

똑같은 변호사이지만 역시 하는 일이 다르고 원하는 삶의 방향이 달랐다. 

모두가 제각각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따라가야할 삶이 어떤 삶인지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똑같은 변호사지만 남자 변호사와 여자변호사는 다르다.

똑같은 여자변호사지만 로펌 변호사와 사내변호사는 다르다.

똑같은 여자사내변호사지만 법무팀과 법제팀은 다르다.

똑같은 여자사내변호사로 법제팀에서 일하지만 그녀의 목표와 나의 목표는 다르다. 



마치 우리가 살아온 1년, 1년이 모두 콤비네이션 조합 같았다. 

1년에 오로지 2가지 선택만 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2의 27승의 경우의 수 중에 단 하나의 인생을 선택해온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찾는 것도, 

앞으로 내가 나아갈 인생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갈 사람을 찾는 것도

불가능해보였다. 

꼭 우리가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을 따르고 그에게서 조언을 구할 필요는 없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살아온 나의 성장환경과, 지금 내가 처해진 상황이라는 조건 때문에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다른 누군과 전혀 다른 정답을 내릴 수 있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겐 - 내 인생에 맞는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의 경험들과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내 커리어로 꾸려갈 수 있는 수십가지의 나의 미래들을 모두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내게 딱 맞는 조언과 진심어린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 

나에겐 그런 롤모델이 필요한 순간이 왔지만

나는 그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못찾는게 아니라,

아마 이 세상에 영원히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을 수가 없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오로지 내가 정할 문제였다.

아마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결정할지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참고할 인생의 선배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찾는 것도 온전히 내 노력에 달린 문제겠지.



나는 이제서야 그리고, 비로소 커다란 사회란 곳에 나 홀로 던져졌음을 깨닫는다.

늦은 것인지 이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적당한 시기였을 거라 믿기로 했다. 

아마 나는 이 커리큘럼도, 정답지도, 완벽한 롤모델도 없는 세상에서

이제부터는 내가 나의 롤모델이 되어야할 것이다.


나의 경험, 나의 상황들을 오롯이 공감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마음 한켠이 답답한 일이고 조금 슬픈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의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동동 떠있을 때

누굴 따라가야 할지, 어느 빛을 보고 가야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때

세상에 원래 내게 꼭 맞는 롤모델은 없으니까

내 인생은 내가 롤모델이 되어가는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잠잠히 가라앉았다.




가끔은,

너무 당연한 것을

너무 새롭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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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2시 52분.

새벽 1시 52분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가.



창문을 열었다.

늦깍이 태풍이 가까워져 오고 있는 10월 초의 새벽의 

시원한, 아직은 춥다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딱 그 정도의 청량하고 시원한 밤공기가

창문이 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방으로 새어들어온다.



이 늦은 시각에

주섬주섬 방청소를 한다.

어짜피 내일 출근하고 나면 도둑맞은 것같은 방이 될거란걸 알면서도

이 새벽, 나는 주섬주섬 옷가지를 주워 옷걸이에 걸고

가방을 정리하고, 물건을 주워담고, 머리카락을 쓸어담는다.



고요한 이 새벽이 좋다.

아직 동생은 들어오지 않았고, 부모님은 주무시기 때문에 고요한 집에서

내 방에 혼자서 창문을 열어놓고

아파트 단지 너머 찻길에서 간간이 차가 지나가는 저 아득한 소리-

무슨 소리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특유의, 밤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런 밤 들으면 좋을,

이런 가을에 들으면 좋을,

사실은 비올때 들으면 가장 좋은,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 내 인생의 테마곡 - 이라고 내멋대로 정의해버린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똑같은 멜로디 라인이 반복되지만

그 아래 조금씩 비트가 추가되는

가사없이 멜로디와 비트로만 이루어진 곡.


왜 이 곡을 -내 인생의 테마곡-이라고 내멋대로 정의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곡에 대한 나의 기억은 2007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알게된게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듯 한 것은, 아마도 밴쿠버에서 나는 이 곡을 참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기숙사의 작은 방, 작았지만 아기자기해서 마음에 들었던 그 방에서

비가 오는 겨울밤이면 나는 따뜻한 얼그레이 한 잔과 함께 이 곡을 들으며 

우울하기 짝이 없는, 오후 3시 반이면 비와 함께 해가 져버리는 그 긴 밴쿠버의 겨울밤을 보냈다.

우울할 것 같았지만, 사실 나는 그 순간들이 그다지 우울하지 않았다. 우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건 이 곡이 주는 묘한 - 그리운 느낌과 조금 슬프듯 들리지만 또 한편 꿈을 좇는 것 같은 미약하게 느껴지는 희망의 느낌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묘하디 묘한 멜로디이다.

그리운 듯 하지만 사무치지는 않고,

슬픈듯 하지만 처지지는 않으며,

담담한 듯 하지만 어둡지만은 않은.



남들이 이 곡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저런 내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 그 누구에게도 - 언급한 적이 없다.

이 곡을 -내 인생의 테마곡-이랍시고 내 멋대로 정의내린것 처럼

내 마음은 왠지, 이 곡에 대해서는- 이 곡이 내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마치 말하고 나면 사라져버리는 마법같은 것이어서

오직 나만이, 내 마음만이 알고 있어야할 것만 같다.



그 순간 나는 이중적인 내 자신을 느낀다.

누군가와 나를 공유하고 싶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나를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원래 양면적인 존재라는 것을 또 한번 깨닫는다.




생각이 많은 밤이다. 

일단 또 하나 정리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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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감.

■ 삶/II. 삶 2013. 9. 30. 01:13


그림같은 하늘. 2013. 09. 25.




빠르게 한 주가 지나갔다.

드디어 지난주부터 나는 삼성역에 있는 모 법무법인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6주간 (정확히 말하면 이미 1주가 지났으므로 남은 5주간) 이 회사로 출근한다.


첫 이틀은 법무법인의 소개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6층에 사무실을 마련해줘서 거기서 지내고 있다.


정확히 7주동안 내 회사 사람들 익히느라 힘들었는데

또다시 낯선 회사에, 낯선 사람들과 지낼 생각을 하니 꽤나 피곤하겠다 싶었다.

심지어 본사와는 다르게 계속 팀배치가 바뀌기 때문에 거의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OTL.


참 묘한건,

내가 학교다닐때 인턴실습을 나왔던 회사다. 여기.

2년만에 클라이언트 변호사가 되어 돌아오다니.

그래도 인턴을 했던 덕분에 아는 변호사님들도 몇 분 계시고, 

또 학교 선배님들도 계셔서 잘 챙김받고 있다.



원래 회사보다 1시간 출근시간이 느린건 좋은 일이지만,

밤까지 교육받는 거랑 일 자체가 굉장히 스피디하고 타이트하게 주어진다는 게 스트레스. 흠흠.




=



별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는데

벌써 9월말이구나.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JUNE! 이라고 쓰여있는데

그 이후로 입사가 결정된 7월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적응하고 일하느라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훌쩍 지나갔구나....이제야 조금 깨달았다.

시간이 이렇게 훌라당 훌라당 날아가는구나...싶다.





=



올해를 지나보내며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넘어가야 되는데, 넘겨야되는데 
이상할만큼 답답하게 답보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또 그렇게 한 페이지를 넘겨버리고나면

마치 꽉막힌 응어리가 한번에 터져버리듯이 인생이 빠른속도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 다음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올 해 나는 크나큰 페이지를 두개 넘겼다. 

하나를 넘기기위해 나는 삼년간 인내하고 좌절하고 일어나고를 반복해야했고

또 하나를 넘기기위해 또 몇 달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던 것 같다.

어려웠지만, 겨우겨우였지만

어쨌든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감사히 넘어가주었고

또 그 다음페이지를 향해 내 인생은 흘러가는 것 같다.


그 다음 페이지는 뭘까 -
조금 기대도 되고, (그게 결혼..뭐 이런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

그 페이지까지 또 얼마나 달려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아. 내일 또 출근이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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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밤

■ 삶/II. 삶 2013. 9. 27. 01:21


몸이 안좋다.

으슬으슬 춥더니

열이 나더니

머리도 목도 어깨도 지끈지끈 아프다.

약을 먹었는데 잠도 안온다.




집에오다 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길래 끊었더니 조금 뒤에 전화가 왔다.

보고싶어서 전화했다고 투덜거렸다.

대개는 잊고 살지만 

그리울 때 그리운, 보고싶은 녀석이다.

언제나처럼 아무렇지않게 달래준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파서 그런지 잠은 안오고

눈물만 그렁그렁 맺힌다.


나는 배려한다고 이해해준다고 항상 내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거 같은데

그게 상대방에겐 전혀 배려처럼 느껴지지 않았던건가

아니면 그 배려가 너무 당연해서 배려로 느껴지지 않는걸까



해가 지나고 사람이 바뀌었지만

왜 나는 항상 베풀고 참고 견디다 서운하고 야속해지기만 하는지.



왜 나는 항상 이런 대접인지..울컥 한다.

존중과 배려를 기대하게 하는 사람에게서

존중과 배려를 받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마음이 답답하고 앞으로가 자신이 없다.



내일 정말 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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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추석

■ 삶/II. 삶 2013. 9. 22. 22:32

 

 

지난 3년간 내게는 명절이란게 없었다.

설날이고, 추석이고 항상 학교 도서관에 나와 공부를 했고

학교 내 식당이 다 닫고나면 편의점에서 김밥같은걸로 끼니를 때우면서 공부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싫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싫다.

 

 

 

그나마도, 1학년,2학년때는 그 해 추석이 어땠는지 기억이 어렴풋이라도 나는데

마지막 학년이었던 작년은 월화수목금토일이 모두 똑같아서

추석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1년전인데 아무 기억이 없다.

뜨문 뜨문, 가슴 아픈 기억들만 조금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번 추석은 정말 처음으로 제대로 맞는 명절이었다.

1주일 전에 성묘를 갔다오고 나서

이번 추석은 우리가족끼리 보냈다.

 

 

어디 여행도 못가고 5일이나 되는 긴긴연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아주 고군분투 했다.

그건 바로 등산등산등산.

 

 

<첫째날 - >

 

점심때까지 (처)자고 일어나...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아빠랑 엄마랑 차타고 과천 대공원으로 슝슝.

여기 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올라가면 된다.

 

 

깨끗한 하늘 :)

 

청계산에서 내려다본 과천

 

오늘의 대장님, 아빠님.

  

잠자리도 잡았당.쿄쿄쿄. 사진만 찍고 바로 날려보내줬다.

 

과천 대공원에서 3시쯤부터 시작해서 5시가 될때까지 올라갔다가, 1시간만에 슝슝슝 내려왔다.

포도도 싸들고 가서 포도도 날름날름 꺼내먹었다 후훗.

 

불게 그라데이션이 드는 하늘.

 

추석 전날 똥그란 보름달님!

 

 

집에 돌아와서 씻고 가볍게 라면 끟여먹고 이수역에서 가서 영화 <관상>을 봤다.

엄마 아빠 연석으로 자리 끊어주고 나는 그 앞자리에 혼자 온 사람 마냥...=_=

음. 뭔가 20%프로 아쉬운 영화였지만

수양대군인 이정재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둘째날 - 둘레길>

 

점심때까지 (처)자고 일어나(2)...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오늘은 동생까지 들쳐메고 아빠, 엄마, 나 , 동생까지 모두가 함께 북한산 둘레길 고고!

 

오늘의 시작은 성북구 정릉부터 !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1시에 작정하고 출발했는데 정릉까지 가는 길이 왜이렇게 막히던지 ㅠㅠ

결국은 또다시 3시가 다 되어서 등산을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정릉에서부터 우이동까지!!

 

정릉에서 시작하는 이정표. 둘레길 마스코트 너무 귀엽당 >_<

 

 

북한산 둘레길엔 쭉쭉 뻗은 소나무도 있다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가 이쁘게 피었다 :D

  

하얀색, 자주색, 연분홍색 이쁜 코스모스 ~

 

 

엄마가 분명히 평탄한 동네길을 걷는다고 해서 맘놓고 갔는데

정릉에서 수유쪽으로 향하는 북한산 둘레길(흰구름길)은 끝없이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한다. 지대 낚였다 =_=

오르락 내리락 하면 다리근육이 수축되었다가 풀렸다가 다시 수축시키느라 배로 더 힘이 든다 ㅠㅠ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저 멀리 하얗게 솟은 인수봉도 보인다 !

 

북한산에서 내려다본...아마 도봉구? 성북구? 노원구? 모르겠다 =_=;

 

 

정릉주차장부터 시작해서 솔밭근린공원상단까지!

 

 

원래는 우이동까지 가려고 했는데 내가 컨디션이 별로 안좋은데다 너무 늦게 출발해서 중간 솔밭공원에서 쓕 ~ 나와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려와

엄마가 삶아준 따끈따끈한 보쌈먹고 알찬 추석 이틀째 빠밤.

 

 

 

<셋째날 -  >

점심때까지 (처)자고 일어나(3)...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오늘은 볼링을 치러 가기로 했다!

물론 난 볼링을 두번밖에 쳐본적 없지만 이 아이디어를 낸 것도 나다..

 

 

다들 귀찮은데 뭘 또 나가나며 구시렁구시렁 거리며 나가

대방역에 있는 한숲볼링장에 도착.

연휴인데도 동호회 사람들하며, 가족단위 손님이 바글바글해서 한 20분을 기다려서야

한 레인을 잡았다.

 

아빠 - 엄마 - 동생 - 나 순서대로 치기 시작했는데....

나만 치고나서 뒤돌아서면 아빠, 엄마, 동생이 낄낄대며 웃고 있는 거다.

ㅠㅠ

 

 

"왜웃엉 ㅠㅠ"

 

"민아, 공을 뚝- 놓지 말고 앞으로 쭈욱 밀어서 보내야지. 너 자꾸 툭툭 떨어뜨리잖아"

 

 

...

 

몰라....

자꾸 팔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쭈욱 내밀며 굴리라는데 말처럼 쉽냐공.

그렇게 연습게임 한 판을 치고

나는 뚝뚝 떨어뜨려도 꾸준히 8개씩 치는 신공을 보이며 100점을 넘겠다는 의지로 두번째 판을 시작했다.

 

 

마지막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공을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가까스로 7핀을 쳐내서 101점 야호호호호호호

동생보고 인증샷을 찍어놓으라고 핸드폰까지 들려줬는데

이좌식..수전증이..

 

 

스페어도 한번, 스트라이크도 한번 쳤다 쿄쿄

 

 

 

 

 

 

<다섯째날 -  >

드디어 연휴의 마지막 날!

점심때까지 (처)자고 일어나(3)...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고

엄마랑 둘이서 이번엔 삼성산에 올랐다.!!

 

시작은 석수역에 내려서 삼성산능선을 따라 걸어서 서울대입구역으로 내려오는게 오늘의 코스!

생각해보니 2009년에 리트시험을 친 다음날에도 엄마랑 단 둘이 삼성산에 올랐다가

서울대를 옆에 끼고 내려오면서, 서울대의 야외 카페에서 차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나중에 저기서 차마실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어느새 입학을 하고, 3년을 다니고, 졸업을 하고 4년만에 다시 찾게 된 것이다.

감회가 새롭다 ㅠㅠㅠ

엉엉 ㅠㅠㅠㅠ

그동안 고생했네 정말 ㅠㅠ

 

 

 

삼성산은 청계산보다 훨씬 오르기 편한 산이었다. 완만한 흙길로 되어 있어서 풍경을 보면서 걸어갈 수도 있고.

 

삼성산에서 내려다본 ...금천구 쪽?

 

여기는 확실히 금천구다!

 

여기서 집에서 깎아온 배도 까먹었다. 저 멀리 금색띠처럼 보이는건 인천 앞바다다.

 

기묘한 하늘색. 오늘도 역시나 정말이지 청명한 하늘이었다!

 

야호!

 

 

 

엄마랑 둘이서 복작복작 걸어올라가서 서울대입구역으로 내려왔다.

서울대에는 관악산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음식점이 하나 있다.

봄이면 벚꽃이 피어서 이쁘고 가을이면 단풍이 져서 참 이쁜.

 

내려오면서, 엄마한테

"엄마 나 나름 좋은 딸인거 같아.

봄이면 벚꽃핀다고 엄마아빠 불러서 학교에서 벚꽃보여주면서 밥먹고

가을이면 단풍졌다고 엄마아빠 불러서 같이 밥먹고. 그췽~"

하면서 엎드려 절받기식 자화자찬을 해댔다.

 

그랬더니 엄마가 너는 꼭 좋은거 있으면 보여주려고 하는 딸이라고 인정해줬다.

엣헴. 엣헴.

고대다닐때도 철쭉필때 엄마아빠 불러서 같이 사진찍고

작년에도 가을에 단풍이 한참일때 엄마아빠동생 불러서 같이 가족사진을 찍고 그랬다.

히힛.

 

 

내일부터는 다른회사 나가는데 귀찮다.

어쨌든, 이번 추석은 5일동안 3개의 산이나 등반해댄 아주,.알찬..추석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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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 삶/II. 삶 2013. 9. 17. 01:26

블로그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득하지만,

회사 컴퓨터로는 블로그를 할 수가 없고 (정보보안팀에 걸렸다...)

핸드폰 앱으로는 툭하면 오류가 나서 글쓰다 날려버리기 일쑤고

지금 이렇게 두드리고 있는 나의 오래된 노트북은 창 하나 키는데, 사진 하나 불러오는데 너무나도 시간이 오래걸린다.

그러다 보니 자꾸 큰맘먹고 블로그를 하게 되는게 문제 -




(비록 주말인 어제 밤 11시 30분까지 야근을 하고, 오늘도 야근을 하다 들어왔지만)

오늘 내 동기말처럼 

나 요즘 참 행복하다.


회사생활을 한지도 어느새 두달째.

처음 팀장님 눈치를 보느라 어려웠던 것도, 바로 위 선배와의 관계에서 쫄아 긴장했던 것도 

이제는 모두 다 익숙해지고 지금은 아주 마음 편히 다니고 있다.

그리고 팀원들과 이제 제법 친해져서 회사다니는게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면 6주동안 외부교육이기 때문에 

팀장님도 내게 어려운 일을 맡기지 않아서

업무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회사생활, 회사 내에서의 인간관계문제, 회사의 업무문제도 없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회사생활을 즐기는 시간 아닌가.



마음이 마구마구 들뜨는 그런 행복함은 아니지만

원하는 것을 다 이루고, 아주 사소한 걱정거리조차 없는 그야말로 평온하여 행복한 나날들이다.

살다보면 이런 순간들이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마치 이 소소해보이는 행복이- 사실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축복이고 행복임을 알기에

나는 이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입에선 흥얼흥얼 노래가 흐르고, 작은 일에도까르르 웃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작년의 나는 이런 나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요즘같이 구름한 점 없는 가을이면

3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얼마나 상쾌한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좋은 점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아마 주저하지 않고 맑은 날 회사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이라고 할 것 같다.

 


상쾌한 아침.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가까이에는 강남 교보타워가 보이고 그 너머로 빽빽한 아파트들.

그리고 좀 더 너머엔 한강이 보이고 어슴푸레 63빌딩과 콘래드빌딩, 쌍둥이 빌딩도 보인다.

사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강까지 잘 보이는데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이 아쉬움.


테헤란 로를 따라 늘어선 커다란 빌딩들.


살짝만 고개를 돌리면 강남역에서부터 역삼역까지 높은 빌딩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테헤란로가 보인다.

저 멀리- 3년동안 내가 공부하며 올려다보았던 관악산도 보인다.


점심시간. 하얀 구름이 하늘에 모양을 만드었다.


반대쪽 회의실의 풍경. 양재쪽으로도 탁 트여있다.


이번에는 역삼역에서 학동역으로 올라가는 쭉 뻗은 길.


역삼역에서 학동역을향해 올라가는 방향. 저 멀리 왼편에 남산과 남산타워도 보인다. 


마치 조감도 같은 풍경. 위에서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지상의 모습이 다 장난감같이 느껴진다.


이번엔 강남대로와 학동역 가는 길 사이. 가운데 작은 단독주택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다. 아파트도시인 서울에서 보기 힘든 광경.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오전 뿐.

해가 지기 시작하면 창가에 앉은 팀장님, 부장님들이 일제히 블라인드를 내려버린다.

오후내내 해가 가려진 블라인드 속에 앉아있다가

팀장님이 퇴근하실 때쯤 살짝 블라인드를 올리면

언제나, 

아마 언제보아도 감격스러울 -

그런 석양을 만나고 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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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도시

■ 삶/II. 삶 2013. 9. 3. 15:18





도시는 칙칙하고 잿빛일것 같지만
나는 푸른 도시를 본다.
푸르고 푸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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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는 팀장님이 휴가를 가셨다.

내 뒷쪽에서 "#대리, 이리와봐" 할때마다

마치 사형장에 불려가는 죄인처럼 화들짝 놀라서

- 그러나 얼굴은 생긋 웃으며 -

쫑쫑쫑 걸어가 지시를 받곤 했다.

그게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사실 내게 중요한 걸 시키는 것도 아닌데

쉬운 일은 쉬운 일이라 잘해야할 것 같고,

어려운 일은 어려워서 잘해야할 것 같은

결국 다 잘해야할것만 같은 압박감이 나를 누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직 날 잘 모르시니까 -

아직 난 처음이니까 -

업무적인 측면에 있어서 첫인상을 잘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

 

그것만 빼면,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인것 같다.

그것도 차차 나아지겠지.

인정을 받아가든 - 신뢰를 잃어가든 - .

그래도 전자인게 낫겠지.

 

 

 

#

 

지난주 금요일 첫 월급이 나왔다.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어 그에 합당한 대우로서 월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인턴이나 과외를 하면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용돈이지 내 생활비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처음으로,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하게 된 것이다.

 

 

1. 월급통장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나는 내가 쓰고 있던 부모님 신용카드를 모두 돌려드렸다.

아빠가 이제 정말 아빠카드 안쓰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비장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제 내가 돈 버는데 다 내 돈으로 살아야지"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주실 분들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퍼주시기도 할거고

아니면 부모님이 먼저 비용처리를 해주고 나중에 천천히 갚으라고 하실 분들이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엄마아빠에게 기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 한켠엔, - 정말 힘들면 엄마나 아빠가 도와주시겠지-라는 1%의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그래오셨고, 또 지금도 언제든 그리해주실거라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힘들면, 혹은 내 능력이상으로 무언가 필요하면 <부모님께 기대도될거야> 라는 마음 한구석 보호장치는

나라는 사람을 물렁물렁하게 만들거다.

부모님 앞에서도 물렁물렁해질 수 밖에 없을 거다.

나는 나를 그렇게 살도록 하고 싶지 않다.

어려워도 내 힘으로 극복하고, 고생하고 -

힘들면 힘든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 안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

 

아빠 - 엄마 - 그 동안 고마웠어요.

 

 

 

2. 내가 번 돈으로 내게 주는 첫 선물은, PT 트레이너비였다.

난 물건욕심은 별로 없고, 필요한게 있어도 그냥 없는 채로 잘 사는 편이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거 - 유익한걸 하기로 했다. 그래서 트레이너 비.

운동 열심히 배워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지 +_+

 

 

3. 그 다음은 엄마에게 학자금을 갚기로 했다.

대학학자금중 장학금 받았던 것을 제외한 액수를 엄마에게 상환하기로 약속했었다.

월급통장에서 이번달 상환해야할 금액을 현금으로 뽑았다.

자동이체를 해도 되지만, 그래도 내가 돈 번으로 돌려드리는건데 왠지 현금을 드리고 싶었다.

회사로고가 박힌 회사봉투에 돈을 가지런히 집어넣고

To. 아빠, 엄마 - 라고 적었다.

"그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쓰려다가 너무 오글거려서 그 문장은 뺐다.

 

 

4. 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월급통장에서 매달 월급일에 이체가 되도록 연결했다. 

통장을 만들어서 나오는데

초등학교때 처음 통장을 만들어서 뭔가 뿌듯해하던 느낌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그땐 용돈받은 걸 저금했다면, 지금은 내가 번 돈을 저금하는구나.

 

 

5. 모든 결제계좌를 내 통장으로 돌렸다.

통신비, 후원금, 보험금, 레슨비 등등

소소하게 나가는 돈들이 은근 많았다.

일일이 전화하거나 싸이트에 들어가서 바꾸는데 좀 귀찮기도 했지만

뭔가 - 첫 여행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났다.

모든걸 다 내가 짜고 준비하고 알아봐야 하던 것처럼.

그러면서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서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처럼

 

 

6. 그리고 곧 내 꿈을 위한 뭔가를 할 생각이다.

아주 길고 긴 장기 프로젝트가 되겠지.

부모님도 모르고 내가 믿는 오직 두 명에게만 말해주었다.

나의 아주 원대한 바람은 아니었지만

어디 자소서에 쓸정도 되는 나의 꿈이었다.

사실 내 꿈이고, 내 의지이니 안지켜도 그만이었지만

나는 왠지 자기소개서에 쓴 그 꿈을 지키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꿈"이라기보다는 "약속"과 가까운 것이다.

나는 내가 자기소개서에 쓴 나의 미래가

합격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님을 나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싶다.

 

 

 

이미 돈 들어간 곳도, 돈 들어가는 곳도, 돈이 들어갈 곳도 많지만

이 모든걸 이제 내 능력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그동안 부모님이 용돈 대신 신용카드를 주셔서 돈에 구애받은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 돈이 아니다보니 항상 눈치보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무언의 부모님에 대한 종속이었던 것도 같다.

부모님이 이렇게 베풀어주니까 나는 대신 뭔가 포기해야해. 라는 식의.

 

 

돈 모으는 재미도, 돈 쓰는 재미도 알아가고 싶다.

벌써부터 어떻게 돈을 모으지 - 신이났다.

 

 

 

#

 

 

지난주 금요일에 팀장님께서 날 부르더니

회사 두 개가 합병하는 건을 내게 맡기셨다며

다른 팀들과 함께 합병을 진행하라고 하셨다.

 

 

헉....이제 입사 1개월 차인 나에게 이런거 맡기셔도 되나.....

 

 

사실 내가 말아먹을 구석이 없을만큼

이미 루틴이 다 정해져있고 많이 완성되어 있는 합병프로젝트니까 맡기신 거긴 하다. ㅎㅎ

 

 

그래도 상법책에서만 보던 회사간의 합병을 내 손으로 해보게되다니!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건데 그걸 경험할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설렜다고나 할까. (두근두근)

 

변호사로서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로펌에서 일하는 것은 다양한 비교점이 있지만

회사에 있으면 어떤 프로젝트 하나를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만 다루는게 아니라 실제로 합병당사자들을 만나고, 다른 팀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합병 프로세스의 A to Z를 끌고 가고, 나중에 내 눈 앞에 합병된 회사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로펌에 있으면 (아예 전체 M&A프로세스를 맡으면 모르겠지만) 대개는 클라이언트가 진행하다가 잘 모르는

법적인 문제의 부분들을 검토하고 의견서를 써서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게 된다.

단편적이고, 실제 상황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다.

 

그런면에서, 나는 로펌대신 기업의 법무팀에서 일하는게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난주 금요일에 내가 합병계약서 초안을 썼다.

그동안 회사에서 이루어졌던 다양한 합병계약서들을 기초로

이번 합병건에 맞추어 작성했는데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걱정보다도 내가 합병계약서를 쓴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합병계약서 초안을 써서, 세무팀/경영전략팀/공정업무팀에 공유를 하고

나의 합병계약서가 기업결합심사신고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계약검토서를 써서 올렸다.

 

 

학교다니며 책에서 배우는 것들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 새 아무렇지 않게 정말 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비록 참조할 것들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가 이 회사 들어와서 맡은 가장 그럴 듯한 일이었다.

앞으론 더 그럴 듯한, 더 어려운 일도 맡게 되겠지.

어렵고, 더 무거운 책임의 일을 맡으면 부담스럽고 싫기도 하겠지만

요즘 느끼는 이 일하는 즐거움, 설렘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 팀장님이 휴가를 가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 퇴근한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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