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러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러시아에서 핀란드(헬싱키)로 이동할 예정인데, 오후 3시 반 기차여서 오전에는 어제 못갔던 바실리 섬에 가보기로 했다.

그나 저나, 원래 매일 아침마다 호스텔에서 투박한 사과 파이를 구워주웠는데

오늘은 한 눈에 봐도 감자전 같이 생긴 음식이 나왔다.

마지막 사과 파이를 먹을거라고 기대했는데................ㅜㅠ 아쉽....


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넉넉하게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구 그렇게 여유부리다가

점심 때 마말리가에서 K와 J를 만나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 묵게 될 에어비앤비에 살짝 문제가 생겨서 끙끙거리고,

또 갑자기 K가 나랑 같이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다리면서 많이 지체가 되었다.



오늘도 바실리섬까지 못갈꺼 같은...이 기분은 뭐지.............(-_-)






호스텔 앞을 가로지르는 모이카 강의 빨간 다리 (красный мост)



그리고 성 이삭 성당 가는 길의 파란 다리 (синий мост)





이번 주 내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날씨가 좋구나 :)

처음 왔을때 6일 내내 주구장창 흐리다고 해서 속상했었는데

후반부부터는 계속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기억이 더 맑고 상쾌하게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분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너는 바람의 도심임이 틀림없다. 





궁전다리를 건너며 보는 에르미타주와 네바강의 풍경. 유람선도 지나가고 :)



에르미타주도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끝내 바실리섬까지는 가지 못하고....(ㅠㅠ) 비르제바야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혼자라면 끝까지 갔겠지만, 일행이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




비르제바야 광장에는 이렇게 작은 뜰이 있었다. 여러번 왔다갔다 했는데 처음 알았당




비르제바야 광장의 돌턱에 앉아 다 쓰지 못한 메가폰 유심칩의 데이터를  열심히 낭비하는 중




심자가를 꽂고 있는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




에르미타주 앞에서 인증샷을 도대체 몇 번을 찍는거냐...




아틀라스 발을 붙잡고 소원을 빕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음..사실 기억이 안남.

(다리가 길게 나온건 사진빨 각도빨이어요.)




마말리가 가는 길의 카잔 성당 풍경






쨍하고 뜨거운 날씨를 만끽하며 바실리섬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제한 상 아쉽게도 비르제바야 광장까지만 가고 바로 코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거기에 뭐가 있는 건 아닌데, 몇번이나 가보려고 했다가 끝끝내 못가봐서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여행기를 쓸 때마다 생각이 난다.



항상, 여행하면서 깨닫는 단순한 진리이지만

어떤 기회들은 그 순간을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꼭 잡아야 한다.

어쩌면, 두 번이나 마음먹었는데도 가지 못했던 건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올 일이 있을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지금 내 앞의 미래는 너무나도 단조롭고 뻔해서 

이대로 시간만 훌쩍훌쩍 지나가버릴 것만 같다.



점심은, 첫 날 점심을 먹으러 왔었던 카잔 성당 뒷편의 마말리가에 다시 왔다.

이제 남은 러시아 화폐(루블)도 다 써버리고 가버려야짓! 

(마말리가는 긴자프로젝트 레스토랑 중 하나로 가격대가 살짝 높음)

그런 마음으로 소고기 샥슈카를 시켜보았습니다. 헤헤헤

그리고 참고로 마말리가에서 물은 시키지 마세요. 목마르면 차라리 음료수를 시키세요.

이쁘고 작은 유리병에 담긴 물을 주는데 겁나게 비쌈.....(ㅜㅠ)




직원이 능숙하게 꼬치에 꽂혀진 고기를 샤샤샥. (살짝 얼어있는 내 표정)



러시아에서 먹은 마지막 오찬. 샥슈카!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남아있는 모든 러시아 화폐로 핀란드에 가져가서 먹을 요거트, 과일, 물 등등을 샀다. 

장보는 물가는 러시아가 갑(甲). 정말 저렴저렴하게 사재낄수 있다.





무려 6일동안 머물렀던 소울호스텔에 돌아가 맡겨높은 캐리어를 찾아

마지막으로 얀덱스 택시앱으로 핀란드역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불렀다.

3시 반 기차시간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대충 딱 맞게 도착할 것 같았는데

가다보니 길도 조금 막히고 네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공사현장이 나왔다. (@.@)a



젊은 택시운전기사는 기차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골목골목을 달리고 불법유턴을 해가며

우리를 헬싱키 역에 넉넉하게 데려다 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남은 동전까지 다 털어 택시기사에게 팁까지 얹어주었다는...

(동전이 쓸 데 없어서 그런거 아니다...)



참고로 헬싱키역이 레닌스퀘어 지하철 역이랑 맞붙어 있어서

잘못 들어가면 완전 엉뚱한 역에서 헤멜 수 있으니 지도를 잘 확인하고 

(우리는 식료품까지 욱여넣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잘못 들어갔음..ㅠㅠ)

이렇게 저렇게 헤멜 것을 생각하면서 

항상 기차나 비행기 시간은 여유롭게 맞춰가는 소심함  필요하다!



헬싱키 역에 들어가면 여권과 탑승표만 확인하고 바로 기차에 탈 수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 중앙역까지 가는 고속기차 이름은 알레그로.

기차를 타고서 3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러시아 국경일까 궁금하지만

원래 당이라는게 하나의 판덩어리이듯이

열차는 아무런 표식 없이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출국 심사관들이 돌아다니며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더니

곧이어 핀란드 입국 심사관들이 커다란 개를 끌고다니며 입국심사를 한다.

그리고 그 때 하나의 판덩어리고 뭐시고 간에 나라가 달라졌다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러시아에서 10일 동안 본 적이 없는 금발의 꽃미남들인 것이다!!!!!!!



이렇게 10일간의 러시아 여행은 아쉬워질법하다가 핀란드 꽃미남들의 환영(?)과 함께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가이드북도, 아무 계획도 없는 3일간의 헬싱키 여행으로 넘어갑니다. 


러시아.

나의 13년간의 소원이었고, 버킷리스트였던 여행.

딱딱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모조리 깨주었던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 러시아.

모두들 걱정했지만 아무런 사건 사고없이 잘 마무리해서 더 좋았어.




굿바이, 러시아 :)

пока(빠까)! Россия(로씨야) 



뒤돌아 있는 핀란드 입국심사관이 너무 잘생겨서 두근두근하는 짤로 인사드려요. 

안뇽!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여름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마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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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모스크바 역 근처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백조의 호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오후 한나절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K와 J는 에르미타주 박물관(본관)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가고

언제든, 맑은 날의 산책과 박물관 중에 고르라면 무조건 야외 산책인 나이기에 

(10년 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2시간을 채 못보고 뛰쳐나왔다.)


나는 혼자 남은 오후를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스치듯이 지나갔던 토끼섬 너머로 가보겠다는 계획을 짜면서.

시작은 일단 궁전광장에서부터!





확실히 아침보다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도시는 바람의 도시였다.어찌나 바람이 많이 부는지 이리 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정신이...ㅠㅠ




겨울궁전 못지 않게 화려한 구 참모본부 빌딩. 




날씨가 정말로 쨍하고 뜨겁다. 

토끼섬이나 바실리섬에 가려는 목표를 세우고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여러 풍경에 마음을 뺴앗겨 자꾸만 목적지와 멀어진다. 

햇살을 좇아 걷다가 날 보았던 피의 구원 사원을 만났다. 

우중충한 하늘과 쏟아지는 비 아래서 만났던 피의 구원 사원은 어딘가 모르게 음침해보이기까지 했는데

햇살 아래의 피의 구원 사원은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나름 그만의 밝고 경쾌한 매력이 느껴진다. 



작은 다리 너머의 피의 구원 사원. 심지어 로맨틱해보여.................





참고로 가이드북에서는 넵스키대로에서 바라볼 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써 있었는데

주관적인 경험으로는, 넵스키대로에서 그리보에도바 운하를 끼고 보는 모습은 썩 이쁘지 않다.

작은 운하 양 옆으로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피의 구원 사원이 반쯤 가려져 있어서

사진을 찍어도 피의 구원 사원에 시선이 가지 않고 심지어 주변의 빡빡한 풍경 때문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지저분해보이는 느낌.



오히려 위의 사진 처럼

피의 구원 사원의 입구에서 길 하나 건너(넵스키대로의 맞은편)에서 작은 아치모양의 다리와 함께 보는 것이 

피의 구원 사원이 훨씬 집중되면서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 스팟에서 웨딩촬영도 하고 있었다!!

웨딩 사진 찍는 곳은 일단 이쁜 곳이 확실하다!!




피의 구원 사원을 배경으로 웨딩촬여을 하고 있던 신혼부부.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에요. 축하해용 ♡






첫 날 축축한 풍경과 달리 쨍한 햇살 아래 (이름과 다르게) 사랑스러운 피의 구원 사원의 풍경 :-)

오래 있어서 다행이다. 짧게 있었으면 이 모습은 영원히 보지 못할 뻔 봤으니까.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피의 구원 사원

그 화려함과 정교함 때문에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사원의 분위기.





피의 구원 사원 앞 가판대에 늘어선 마뜨료시카 인형들. 너희들도 햇빛을 낭낭하게 받았구나.





원래는 피의 구원 사원을 지나 바로 토끼섬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나는 여름정원 옆의 마르스 광장의 정원을 지나다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버렸고, 

나는 목적지도 잊어버린 채 그냥 그 곳에 그렇게 눌러앉아버리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나 올릴법한 사진도 찍어보고욤...




피의 구원 사원 근처는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한 발자국 떨어진 이 곳엔 

햇살을 즐기러 나온 가족과 연인, 그리고 나같은 방랑객만이

한가로이 오후를 즐긴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또 밀어오는 

이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도시는 빛에 잠겼다가 어둠에 가렸다가를 셀 수 없이 반복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도시를 다 덮고도 남을 크고 두꺼운 구름이 무심히도 밀려온다.

그래도 괜찮다. 

또 바람에 사라져 갈 것을 아니까.


항상 밝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또 항상 흐리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또 아주 천천히 이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곧잘 잊어버리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이 도시가 나에게 온 하늘의 해와 구름과 비람과 빗방울로 알려준다.


- 2016. 8. 9. Travel note in Saint Petersburg, Russia 



마음을 빼앗긴 풍경. 넓은 잔디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 너머에 동그랗게 솟은 피의 구원 사원



비록 바실리 섬은 포기해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 






끝내 토끼섬, 그리고 바실리 섬에는 가지 못했다.

사실 마르스 광장에 자리를 펴고 앉을 때

이미 포기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내일 오전에 가지 뭐.......(과연......)



K와 J를 만나러 다시 에르미타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대문을 지나 들어오니 겨울궁전 안쪽에 작은 안뜰이 있는데

분수도 퐁퐁 솟고 꽃도 피어있고 참 예쁘구나. :)



참 이쁜 풍경. 




머리 위에 후광이 번쩍번쩍.



관람을 마치고 난 K와 J와 만나, 다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었다.

박물관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더니, 작품은 아주 좋았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웠다고....ㅜㅠ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엄청 많다..........ㅜㅠ

아침에 조깅할 때도 보면, 성이삭 성당 근처에 관광버스들이 어마무시하게 쏟아내고

에르미타주 뒷편에도 깃발 든 중국인 관광객무리로 정신이 없다.....ㅜㅠ



어쨌든, 운이 좋게도 우리는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티투어버스 막차를 타고

옐리시예프 상점 맞은편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 내렸다.

이로써 오늘 시티투어버스는 티켓 1번으로 총 번을 이용했으니 아깝지는 않았다!



그제, 마린스키에서 본 발레 <백조의 호수>에 너무나도 감명 받은 나머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래 머무르는 김에 다른 발레 공연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기간에 공연되는 발레는 <백조의 호수>밖에 없었다....ㅜㅠ

마린스키 극장에서 다시 볼까 하다가, 이왕이면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하는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예매했다.

(좌석은 가장 싼 4층의 Side 좌석으로)





붉은색과 금색 톤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공연의 구성과 결말은 마린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나같은 발레를 잘 모르는 관람객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린스키에서 보았던 발레가 훨씬 더 수준있었고 코스튬이나 무대연출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알렉산드린스키에서 공연한 팀의 발레 실력이 전반적으로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팀보다 약한 것 같았고, 

코스튬도 너무 색조합을 화려하고 칼라풀하게 한 바람에 어린이용 발레 공연 같은 유치한 느낌.

심지어 4층에서 내려다보니 오케스트라가 한 눈에 보였는데, 

몇몇 연주자가 중간 중간 핸드폰을 하는 모습이 보여주어서 더 실망스러웠다.

(물론 자기 파트가 아니었지만서도 프로페셔널이라면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그냥 마린스키에서의 그 청초하고 처연한 느낌의 아름다운 모습만 머릿속에 남겨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조악한 공연 관람으로 처음 보았던 마린스키의 공연까지 덧칠되는 것 같아 아쉬울 지경이었다.

다른 공연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




이렇게, 아침부터 조깅과 시티투어버스와 홀로 하는 산책과 발레 공연관람까지 빡센 일정을 끝내고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쉽게도 흘려보낸다. 

이제 내일이면 러시아와도 작별이다.

생각보다 할게 없는 것 같았는데, 어느 새 6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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