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제 13일째.(2)
Washington DC, USA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그야말로 날씨는 화창함의 그 자체..
백악관에서 나와 국회의사당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간 곳은, 국회의사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국회도서관"
미 국회 도서관 앞에서 :)
국회도서관의 내부는 대리석과 타일모자이크로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어제 산 신발 ㅋㅋ..을 보지 말고 타일모자이크 바닥에 주목해주세요.
그 다음 들른 곳은 최고 재판소.
근데....완전 그리스 신전이다. 이거....때깔만 좀 올드했어도...(..)
햇살도 눈부신데 건물들이 온통 하얀색이라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
날씨가 무척이나 뜨거웠는데 건물까지 눈이 부셔 제대로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 재판소 앞에선 1인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껴고, 입을 가린 젊은 여성이 낙태법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 다섯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바닥에 누워 꼼지락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그 젊은 여자가 우산으로 햇빛을 가려주고 있었지만
이렇게 어른도 버티기 힘든 대낮의 땡볕 아래에
아이까지 데려와 시위를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얼핏 엿본 최고재판소 내부..판사석이 비어있는 걸 보니 재판중은 아닌가보다.
최고재판소까지 둘러보고 이제 워싱턴 관광의 하이라이트(누구맘대로?)인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길을 걷고 있는데 한 무리의 양복을 입은 중년의 사람들이 우르르르 소연이와 나의 곁을 지나갔다.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워싱턴 심장부를 당당히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겠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소연이도
"우리가 지금 엄청 대단한 사람들 옆을 지나가고 있을지도 몰라"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도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꼼지락 거리는 뭔가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수도 있지. 근데 말이야.
저 사람들은 지금, 20년 뒤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엄청난 사람 옆을 지나가는 걸 수도 있어"
적어도 나는 저 사람들보다 20년은 더 어리니까.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될꺼야. 그렇게 되겠노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꺼야.
동양인이라 인종차별도 있고 영어를 잘 못하는 핸디캡도 있지만 극복할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할꺼라고.
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빨을 꽉 아물었다.
영영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 날 갑자기 내 가슴 벅차게 만들었던 이 다짐을 간직하고 살겠노라 생각했다.
햇살 좋은 날 ~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 워싱턴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물.
삼색의 완벽한 조화. 파란색. 하얀색. 그리고 초록색
사실 국회의사당의 정면인지 뒷면인지 확신이 없다. 의사당 돔 끝에 서있는 동상이 뒤를 돌아보고 있다.
드디어 국회의사당까지 왔다.
내내 걸어다녀서인지 다리도 피곤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위먹은 개 마냥 축축 늘어졌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어야지,!
주변에 있는 외국인에게(불안하지만) 사진을 부탁했다.
꼭..꼭..대기가 조금 짤렸지만 이 정도면 만족해드려야지 ㅠㅠ
아니, 우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찍어달라는 이유는 국회의사당이랑 같이 찍어달라는 건데,
처음에 부탁했더니. 완전히 뒤에 의사당은 다 짤라먹고 우리만 떡하니 찍어놓은거다.
역시 불안했어. -_- 그래서 다시 찍어달라고 했는데 안타깝게 탑 꼭대기를 조금 잘라먹었다 -_-
다시 찍어달라기도 하기 뭐하고 -_-....
이 놈의 사진에 대한 감각이라고는 엿이랑 바꿔 먹은 놈들 같으니라고...(...)
정상적인 소연이....(음?)
승리했다!!!!! ...외치는 듯한 소연이
나도나도!!
나는 좀 수줍게 점프!!!!!
이렇게 국회의사당 앞에서의 점프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워싱턴 관광은 끝났다. 휘유
저녁에는 소연이네 집에 손님들이 오셔서 낼름 낼름 손님들 음식 집어먹고..(...)
아저씨, 아줌마와 함께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옛날 얘기로 꽃을 피웠다.
유치원다닐때 처음 만났는데 벌써 우리가 23살이나 되었냐던 아저씨..
(그러기엔 아저씨는 우리 아빠를 20살에 만나셨잖아요 ㅎ)
마지막 밤이었던 그 날,
소연이가 Prom에서 입었던 드레스들도 입어보고
침대에 누워 끝없이 우리 얘기, 미래 얘기, 남자 얘기(..)를 하면서 홀랑 밤을 지새웠다.
소연아, 겨울엔 한국에 놀러와. 이번엔 서울에서 같이 놀자 :D
ps.
1988년의 봄, in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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