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지 278일 중에 150일은 카톡과 전화와 편지로만 함께했네.
만나서 얼굴만 마주하고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그러니까 150일동안 카톡과 전화와 편지만으로는 마음이 채워지지가 않았지.
부르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어제 오늘.
한국에 돌아온걸 환영해.
이제는 나두고 오래도록 멀리 가지 마.
'연애'에 해당되는 글 5건
- 2018.12.17 우리 함께라는 소중함
- 2018.12.12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요
- 2018.09.26 대화 I 2
- 2018.06.04 초여름 밤
- 2018.05.29 풀냄새
이제 내 또래 친구들은 집값을, 육아를 얘기하는데,
나는 철부지처럼 사랑을 얘기한다.
유치한 사랑 얘기를 한다.
수천키로미터 떨어져있어 수개월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돌아왔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지갑을 펼쳐보았다.
예전에도 몇 번 펼쳐본 적 있어 궁금할 것도 없었지만 심심하니까.
그러다 지갑 안쪽 깊숙한 곳에서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샛분홍색의 하트모양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순간적으로, 흠칫. 그러니까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나 아닌 누군가와 무슨 사연이 있는 물건이길래 지갑 안쪽 깊숙이 넣어둔걸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2개월 전, 내가 컵을 선물로 주면서 뽁뽁이로 포장하고 붙여주었던 하트모양 스티커였다.
포장지는 버리면서 스티커는 버리지 않고 지갑 속에 넣어놓았나보다.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네 싶으면서도
내가 선물해 준 작은 스티커마저도 쉽게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행동한 너의 진심에
고작 이 스티커가 뭐라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랑은, 작은 마음에서 온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
거창한 선물과 화려한 언변(에서도 물론 느낄 수 있겠지만)보다도
사랑의 진수는 아주 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
너와의 연애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은,
(물론 너가 더 많이 주고 있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마음이 일방적일 수도 있는데
전래동화 중에 형제가 밤마다 서로 쌀가마니를 옮겨놓는 것처럼,
내가 사랑을 줘도 너 역시 내게 사랑을 주니까
사랑을 줘도 내 마음이 공허하지 않아.
결국엔 더 큰 사랑을 받는 느낌이야.
: 우리 평생 이렇게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살자.
아직은 바람이 시원한 6월 초여름 밤.
손 잡고 함께 걷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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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서늘해 봄 같지도 않던 봄이,
그리하여 오지도 않은 것 같던 봄이,
그리고 끝날 것 같지도 않던 봄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끝끝내 끝이 난다.
기울어가는 봄 밤,
길 숲에서 풀냄새가 난다.
긴긴 낮 햇빛을 잔뜩 쬐고 뱉어내는,
파릇한 여름냄새가.
호야, 풀냄새가 나. 여름이 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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