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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5 메리 크리스마스 :) 2
  2. 2008.12.24 안주와 발전
  3. 2008.12.21 ..
  4. 2008.12.18 2008년의 끝. 2
  5. 2008.12.13 축하♡ 6
  6. 2008.12.11 동방신기 앨범을 샀다. 3
  7. 2008.12.10 감회
  8. 2008.12.07 피곤했던 일주일 2
  9. 2008.12.04 미친 학교 스케쥴 6
  10. 2008.12.02 왠지 공감가는 팬레터

메리 크리스마스 :)

■ 삶 2008. 12. 25. 00:36

Merry Christmas!


으항항항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렇게 2008년의 크리스마스가 왔군뇨!
나이가 든 것인지
아님 쏠로라서 그런건지
별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나 즐거움따윈 없지만
항상 그랬듯이 가족들끼리 크리스마스 케잌에 와인 한 잔으로
올 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했습니다 :)

커플도, 쏠로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케잌사고 받은 모자;



ps
선물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유무선 공유기와 마우스의 도착으로
왠지 새롭게 문명인이 된 즐거운 느낌입니다. 이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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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와 발전

■ 삶 2008. 12. 24. 13:39

 

 




나의 대학생활 중 방학은 대개 영어/중국어학원을 다니며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간간이 여행을 했었는데
이번 방학은 꼼짝없이 2달 탈탈털어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어
2주 뒤에 있을 첫 출근을 앞두고 정말이지 아무 걱정없이 올 연말을 즐기고 있다.

아, 이번 방학만큼은 어떻게 보낼지 고민없이, 뭘 공부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지 머리 아플 일 없이
그냥 집>회사>집 하면서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구나. 머리 안아프고 좋다!
당분간은 내가 뭐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접어도 되고, 영어실력을 더 올려야겠다는 고민과 노력도
일단은 '인턴'이라는 변명으로 잠시 멈추어도 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다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얼마나 현실안주적인 동물인가
여기서 한 인간의 발전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인턴일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나의 환경, 나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그 상황에 적당히 안주하며 사는가
아니면 사회적 성공이든, 자기 스스로의 계발이든 좀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위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바쁜시간을 쪼개서 나의 발전을 위해 살 것인가.


사람이 한 번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그동안 자신을 조아오던 긴장과 경계의 끈을 느슨하게 푸는 경향이 있다.
5년째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떤 분은, 슬슬 이직을 할까 대학원을 갈까 고민중인데
다시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자소서를 쓸 일도 귀찮아 밍기적밍기적 어영부영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어쨌든 인턴은 나의 최종종착지는 커녕 시작점이기 때문에
인턴이란 변명으로 나의 계발에 손놓고 게으름 피우는 방학을 보내지는 말아야겠다.
이번 방학에는 인턴일을 하면서도 지하철에 오고가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영어단어라도 외워야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현실의 편안함에 길들여지지 않고
머리가 조금 아플지라도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항상 나를 준비시키며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 내가 되어야겠다.




인턴 시작도 전에 벌써 교훈 하나를 얻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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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 2008. 12. 21. 16:14







切ないほど 美しい愛だから
儚いほど麗しいこの時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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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끝.

■ 삶 2008. 12. 18. 01:05





아직 끝이라고 단정짓기엔 열흘 조금 남았지만.


오늘로써 나의 대학생활 4학년 2학기를 마쳤다.
(그러나 아직 졸업은 아니다;)
동시에, 4시간 전에 끝낸 관리회계시험을 마지막으로
이중전공인 경영학 51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2학년 1학기 경영대학에 지원하고 도대체 언제 51학점을 다 채우냐며,
어떻게 원전공 필수인 36학점보다 이중전공필수가 더 빡셀수 있냐며 걱정했는데
이렇게 다 끝내버렸구나.
마지막 관리회계 시험공부를 할 땐, 공부하기는 싫었지만
왠지 이 시험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은 경영학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더이상은 이 엘포관을 오가며 경영대생인척 보여질 일이 없다는 것도,
무엇보다도 해야할 것을 다 채우고 이젠 끝이 났다는 생각에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도 왠지 모르게 서글프고 허무해서 공부하던 샤프를 몇번이나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시험은 쳐야했고,
학생들을 문제풀다 지쳐뻗게 만들 속셈이었던 빈센트 교수의 어마어하게 많은 그 문제들을
빛의 속도로 답안지 가득 빡빡하게 채워놓고 홀가분하게 제출하고 나왔다.


시간은 벌써 밤 8시, 도서관에 돌아가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가 예상치못한 문자통보를 받았다.

[이노션 동계인턴에 합격하셨습니다]

!!

발표날을 금요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합격통보라니;!
최종면접에서 너무 쟁쟁한 경쟁자들과 피튀기며 면접했던 터라, 실망하지 말자고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면접관들이 이쁘게 봐주셨던걸까 합격시켜주셨네.

서류도 딸랑 이노션 하나 넣어놓고, SK는 귀찮아서 은행계열은 관심없다고 뻐띵기고 안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그동안 내가 관심가지고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 붙어서 마음이 좋다.

기쁜 소식을 엄마한테 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 한 켠으로는 합격의 기쁨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과 해냈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 켠엔 이제 정말 대학을 벗어나서 인턴이지마는 사회생활에 발을 담그는구나.
나의 12년의 학생생활은 여기서 이렇게 끝이 나는 구나...하는 오래된 나의 생활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뒤섞여
마음이 말그대로 말랑말랑해졌다.

내가 정신이 트이고 학생이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7살부터 시작한 학교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비록 내년 하반기 졸업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지금처럼 조모임과 레폿과 퀴즈와 숙제에 시달리며 엉덩이 붙이고 책속에 파묻힐 일은 없겠지?
막상 공부하고 숙제할 때는 짜증나고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이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혹은 이것은 나의 착각?;)
그런 학교생활마저도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요즘 대학생 취업5종세트로 인턴 다 하는데 왜 나혼자만 호들갑인건지.
그러나 무엇이든 간에 '시작'과 '끝'이란건 사람의 마음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것이니깐.
이런 시작의 설렘과 두려움, 끝의 아쉬움과 성취감이 없다면 인생은 좀 더 밋밋했겠지?



어쨌든 출근은 1월.
갑자기 방학이 달랑 2주로 줄어버렸다.
남은 2주동안 친구들도 만나고, 좀 집에서 뒹굴뒹굴 느긋하게 쉬고
피튀긴다는 정글의 그 곳에 마음 단단히 발을 들이밀어야지.


어쨌든,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의 22살도.
모두 마무리를 잘 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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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 삶 2008. 12. 13. 22:00



아하, 기쁜소식 하나 전하고 싶어서요
하나밖에 없는,
공부하기는 죽어도 싫어하며,
영화라면 사죽을 못쓰고
자기 옷에 물방울하나도 못 묻히게 하는 깔끔쟁이에
약간의 자뻑기질을 (집안에서만) 드러내는
평소엔 얼굴 빳빳이 들고다니다가도
제가 한마디만 해도 고개를 숙이는,
제 동생이!
2009년도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공학부 합격했습니다 ♡

수능 잘 보라고
달력만들어준지가 100일하고도 30일전,
편지써주고 시험장에 데려가준지가 30일전인데
이제는 예비 대학생이 되었어요!

올 한해, 기대하고 기다렸던 일들이 잘 안풀려서
저희 가족 모두 참 힘들어 했었는데
이렇게 동생이 2008년의 마지막 12월에
집안에 가장 좋은 소식으로 힘을 주네요
제가 대학 붙었을때보다 정말 더 기쁜것 같아요
막 눈물까지 나네;_;

아, 연대를 욘세이라고 놀려먹었는데
앞으로
동생앞에서 더 놀려먹어야겠습니다.


벌써부터 연대생이랍시고 연고전이라고 나불거리는 동생을 뒤로 하고.
(4년동안 고연전이라고 하다보니 연고전이 입에 안붙는다며..)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동생아.


내가 뉴욕에서 사다준 알럽뉴욕티샤츠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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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아 얘가 드디어 갈 때 까지 갔구나...라고 한숨을 쉬는 친구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_-
그리고 실제로도 정신나갔냐고 말한 친구도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한참 들떠서 동방신기 좋아를 외치던 나는 일주일만에 폭삭 식어버렸고
우연히 들은 동방신기 4집 앨범의 발라드 곡 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난 월요일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사왔다
(사실 난 CD소장하는 걸 좋아해서 좋은 음반들은 종종 사서 듣곤 한다)

솔직히 말해서
CD를 살 때는 아주 신중하게 사는 편이기 때문에
그동안 오기로라도 동방신기의 앨범은 사고 싶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다 거기서 거기지,뭐 얼마나 좋겠어.
더이상 빠순이로 낙인찍히고 싶지는 않아!

거의 한 달간,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내 마음과 철부지처럼 보이고 싶지않은 마음때문에
계속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재고 있었는데 결국 사버렸다.

핫트랙스에서 직원에게 '저기...동방신기 앨범은 어디 있나요?' 라고 묻는데
왜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지.
이사람이 날, 다 커서 동방신기 앨범이나 사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고 순간 생각했다.
결제했더니 포스터도 챙겨준다. 헐. 더 민망해; 난 포스터나 받고 희희낙낙하는 빠순이가 아니라고!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들어본 동방신기 4집에 대한 나의 소감은?

솔직히 말해서
100점 만점에 95점 주고 싶다.
댄스곡과 발라드 곡이 3:7의 비율로 실려있는데
타이틀곡과 후속곡이었던 '주문'과 'Wrong Number'도 그렇고.
특히나 발라드곡들이 정말 거의 다 괜찮아서 친구들에게 MP3로 리핑해서 보내주고 싶을정도.
동방신기가 처음 데뷔할때 '아카펠라 댄스 그룹'라는 컨셉이었던 걸 기억하면
방송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가창력과 감성이 돋보이는 발라드곡들을 이렇게 잘 소화할줄 몰랐다.


이 앨범 덕분에 난 동방신기란 아이돌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그동안 나는 동방신기를 단순히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들도 사실 그래오지 않았을까?
YG의 양싸는 이렇게 말했다. 동방신기에게 출중한 외모가 없었다면, 남자가요계의 빅마마로 평가되었을 거라고.

이번 4집활동하는 동방신기를 보고
격한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부르는 라이브 실력과 화려하고도 세련된 퍼포먼스에 매료되었는데
앨범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그들의 '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귀기울이게 되었다.


오늘 셤공부를 끝내고 컴퓨터를 키니까
동방신기가 골든디스크상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런 음반침체시장에서 46만장의 음반을 팔았단다. 10만장 넘기면 박수받는 지금같은 때 50만장 가까이 팔았다는 건,
그 옛날(?) CD의 전성기때 100만장, 200만장을 팔아치운거나 다름없다.


아마 동방신기에 대한 선입견으로 일단 무시하고 보는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거 다 빠순이들이 사준거라며 동방신기가 피땀흘려 만든 앨범의 가치를 깔아뭉갤지도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러고 있다.
하지만, 오늘 골든디스크대상 기사의 댓글들을 보고있노라니
유난히 지금까지 동방신기 안티였는데 동방신기의 라이브무대들을 보고 앨범을 샀다는 20~30대 어른들의 댓글이 그렇게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멤버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번 앨범의 노래들이 정말 좋다는 댓글들도.
왠지 내가 이러는 것이, 단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모를 유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빅뱅이나 원더걸스들처럼 대중적인 음악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동방신기는 확실히 이번 4집을 통해
그저 외모만 출중한, 10대 소녀팬들에게만 인기있는 아이돌이 아닌
노래도,라이브도,퍼포먼스도 뛰어난 가수로서 그 음악적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지금 댄스가수시장에 동방신기만큼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보이는 가수가 또 있을까?
어려운 노래가 아니라서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는거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원더걸스는 그야말로 딱들어도 아무나 다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율동하면서도 끊임없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라이브를 보여주고
격한춤을 추는 비는, 노래는 MR이 다 해주고 '컴언요','후','하' 추임새만 넣거나 'I'm gonna bad boy'같은 후렴구만 줄창 부르잖나.
어떻게 보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노래도 잘하면서 춤도 잘 추는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대중적 인기도 있는 그런 실력있는 댄스가수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동방신기는 내가 지금까지 기대했던 가장 완벽한 '댄스가수'인데
동방신기를 완벽한 '댄스가수'로만 평가하기엔, 그들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가창력이 너무나 아깝다.
그들은 댄스가수와 발라드, 아카펠라를 모두 자기 색깔에 맞게 소화하고 있으니까.
아마 앞으로 방송무대에서 그들의 가창력을 드러낼 수 있는 'Love in the ice'같은 노래들을 부른다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많이 무너지지 않을까?
(실제로 일본에서 활동한 Love in the ice란 곡의 라이브를 보고 동방신기에 놀란 사람이 많았다.
사실 나도 그 영상을 보고 지금까지 무시해왔던 동방신기를 다시 보게 되었으니까)

'동방신기'라는 이름하나로,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전에 비웃어버리지는 말자.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가리고 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귀기울이게 될 좋은 노래들이 많으니까.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전에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떴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그들의 실력을 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사람들이 진지하게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가 오겠지.
 
 

다섯명 모두 가창력이 뛰어난편이다. 그중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은 특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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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

■ 삶 2008. 12. 10. 01:15



오늘은 아마도 참으로 오랫동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 면접.

난생처음으로 기업면접을 봤다. 인턴면접.
내 인생에 많은 시험관문 중에 필기시험은 많았어도 면접시험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게다가 이렇게 선생님들이 아닌 회사 면접은.

당장 면접을 보는 나보다도
처음으로 회사에 딸을 내보내는 엄마 마음이 더 떨리셨나보다.
지난 주 내내 과제와 발표에 치여사느라 잠도 못자는 나를 대신해서
정장을 사오고 매일같이 이 셔츠, 저 치마 입혀놓고 어떻게 입혀야할지를 고민하셨다.

어제도 새벽 3시까지 레포트를 쓰고 PPT를 만들고
아침에 다크써클 짙은 눈으로 일어나 토익성적표를 뽑고는
엄마가 몇 번이나 입혀보고 환불하고 교환하고 난리난리를 피운 정장을 입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화장이라고 해봤자 아이라인 비뚤비뚤하게 그리는게 다였지만
오늘은 제대로 눈화장과 볼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이 녀석이 이제 다 컸네...세월이 이렇게 됐나...라는 눈빛으로 날 한참이나 바라보셨다.
엄만 오늘 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사실.

어쨌든, 준비완료
정말이지 회사원같은 모습으로 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마치자마자 역삼동에 있는 회사로 달려갔다.
3명을 뽑는 최종면접에 11명이나 왔다. 아마 남녀 성비를 맞춰서 뽑는다면 경쟁률은 4.5~5:1정도?
대기실에 앉아 옆 사람들이 들고온 서류봉투를 힐끗힐끗 보니 죄다 서울대, 연세대....
다들 스펙 빵빵한 지원자들일꺼라고 생각하니 약간 기가 죽었지만
나도 뭐 크게 뒤쳐질껀없다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면접은 여자조, 남자조로 나뉘어서 임원진 실무면접과 토론면접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여자 5명이 함께 실무면접을 시작했다.
면접은...꽤 부드러운 분위기였지만 은근히 압박질문들이 있었고
면접관들의 질문보다도, 지원자들의 대답에서 피 튀기는 신경전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였다.
나를 포함해서 5명 모두 SKY에, 교환학생경험과 인턴경험이 있는 그야말로 쟁쟁한 지원자들이었는데
이 중에서 한 명이 뽑힌다고 생각하니 입이 바싹 타드라.

우리 조의 실무면접은 원래 예상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길어졌고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토론면접으로 들어갔다.
면접관들 앞에서 지원자들끼리 토론을 했는데 토론이라기보다는 약간 의견제시에 가까웠달까-
시사문제나 답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독특한 문제들에 창의적이고 순발력있는 대답을 하는 면접이었는데
실무면접때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부드럽게 넘어간 것 같다.


그렇게 면접은 총 한시간반동안이나 (;;) 진행됐고
토론면접까지 끝나니까 인사담당자가 우리 조는 무슨 면접이 이렇게 기냐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면접이 끝나니까 면접비도 주고; (좋은 회사로구나!)

5명의 지원자 중에 내 옆에 앉았던 이쁘고 말잘하던 연대생이 유독 눈에 튀었다.
면접관들도 그 지원자를 좋게 보는 것 같았고..
어쨌든, 나의 첫 기업면접을 (특출나게 잘 보지는 못했지만) 큰 실수없이 무사히 잘 치뤘음에 안도하면서
최고가 되지는 못했어도 최선을 다 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조모임을 하러 터덜터덜 2호선을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2.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신당으로 오랫만에 2호선 동쪽라인을 타고 학교로 올라가고 있었다.
성내역에서부터 지하철은 지상으로 올라왔고 시간이 4시가 가까워 주황빛 노을이 전동차 안을 가득 비췄다.

덜컹덜컹 지하철이 움직이는데
정말 시간이 이렇게나 됐나 라는 생각이 울컥울컥 밀려왔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강변역에 살았고 바로 이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녔었다.
그 때 난 말그대로 대학교 1학년.
아직 대학생으로서 해놓은 것도 없었고 나의 대학 4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때.
정말 아직 색칠하지 않은 하얀 도화지같던 그 때.
고등학생처럼 청바지에 티셔츠 딸랑 걸치고 학교에 놀러다니며 탔던 지하철 2호선.

그 2호선을,
이제 대학교 4학년을 다 보낸 지금의 나는
청바지에 티셔츠 대신 말끔한 검은 정장을 입고, 얼굴엔 화장을 하고
학교를 떠나기 전, 기업의 인턴면접을 보고 이렇게 학교로 돌아가며 이 2호선을 탔구나.
하얀 도화지 같던 나의 대학생활을 학점으로,동아리로,공모전으로,교환학생으로,연애로 가득가득 채우고
회사의 면접관들 앞에서 나는 대학시절내내 무엇무엇을 하며 살았노라고
나와 나의 대학생활에 대해 풀어놓고는 학교로 돌아가고 있구나.

그 때 그 느낌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때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정장을 입고 회사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4학년의 나와
편한복장차림으로 친구들 만나러 학교를 가는 1학년의 내가
서로 마주앉은, 그런 느낌.


#3. 뜻밖의 만남.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마주오는 사람이 어딘가 낮이 익었다.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어~?"하고 아는 체를 했더니 그쪽도 날 알아본다.
무려 3년만에 만나는 우리과 동기인 오빠.

"어? 너 맞구나? 잘 지냈어?"

2학년이 될때 그 오빠는 군대에 가고 제대할때쯤 내가 벤쿠버에 가버리면서
정말이지 3년동안 단 한번도 얼굴을 보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신당에서 만날줄이야.
나 지금 4학년 2학기라 했더니, 자기 군대 갔다온 사이에 벌써 4학년이 됐냐고 시간 참 빠르다며 웃는다.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나 처음 입학했을 때, 그오빤 삼수생이었고 나는 현역이어서 엄청 오빠같아보였는데
오늘 다시 만나니까 오빤 그냥 대학생같고, 나는 회사원이 된것 같은 그런 느낌.

4년 전엔 오빠가 그냥 하염없이 오빠같아서 어렵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잘지냈냐는 둥, 학교에서 보기 어렵다는 둥
마치 4년전에도 엄청 절친하게 지냈던것처럼 넉살좋게 말하고 있다니.
사실 4년 전에 어떤 일때문에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서먹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는데 그때.
나중에 다시 만나도 인사 한 번 없이 그냥 스쳐지나가 버릴 것만 같았는데.

잠깐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그래도 오늘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화장도 하고 있어서 제법 4학년인 티가 났으니까.
서로 얼굴 못본 3년동안, 완전 꼬맹이 같고 고딩같던 철부지가 이젠 제법 숙녀같이 변했다고 생각할테니까.
만약 평소처럼 컨버스에 청바지에 후드티에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차림이었다면
나는 그 오빠를 알아봤어도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갔을거다.
쟤 4년전에도 저러고 다니더니, 아직도 저러고 다녀? 라는 생각은 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오늘 아무쪼록
난생 처음의 회사면접의 기억과
지하철 2호선에서 만난 추억의 감회.


성인식은 1년하고도 7개월전에 치뤘는데 나 비로소 성인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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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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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학교에서 일주일간 너무 폐인모드로 다녔던거 인정합니다.
폐인모드로 다닐때마다 마주쳤던 기긔와 배정은냥, 항상 이랬던거 아니냐며 얼굴을 붉혔지만...(..)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야 이해해줘 -_-
어쨌거나 마케팅 전략의 자화자찬 발표도 끝났고, 학생들이 발표를 잘 한 덕분에 레포트 하나가 없어졌다 아싸 ㅠㅠㅠㅠ

근데 나는 또 지금 관리회계 레포트를 시작해야 할 뿐이고.

요즘 다크써클 정말 최고=_=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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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학교 스케쥴

■ 삶 2008. 12. 4. 03:04



항상 그랬듯이 역시나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기말고사 시즌에 러쉬하는 레포트와 조모임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어떻게든 오늘 밤만 견디면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부터 시작이다 ㅠㅠ 제길쓴

수: 중급회계 레포트 밤새워 쓰기 (쓰는중...)
목 : 중급회계 레포트 제출
      마케팅 전략 PPT 만들기
금 : 마케팅 전략 PPT 조모임 (PPT제작과 발표연습)
토 : 마케팅 전략 발표 (오전)
      동생이랑 약속 (오후)
      광고PR학회 졸업생 환송회(저녁)
일 : 관리회계 레포트 쓰기
월 : 관리회계 PPT 제작
화 : 관리회계 레포트, PPT 제출
      면접
수 : 관리회계 조모임
목 : 관리회계 발표
월 : 행복의 심리학 기말
화 : 중급회계 기말, 
      관리회계 기말
수 : 행복의 심리학 레포트 제출
금 : 마케팅 전략 레포트 제출


.............................4학년 2학기라고 4과목밖에 안듣는데 뭔 스케쥴이 이렇게 빡세-_-;;;;
마케팅 전략 기말고사 미리 봐놓기 천만 다행이다 정말
시험끝나면 12월은 좀 놀아줘야지. 뭐 지금도 솔직히 맨날 놀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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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은 팬레터, (말투가 은근 웃기다)
                                                                                                                                            




디어. 아시아의 별

 사실 너희가 이 글을 읽어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팬레터라고 보낼 생각도 없고 
 데뷔일이 다가오는 12월의 어느 날 난 그냥 손이 심심했을 뿐이고
머나먼 타지땅에서 자다가 갑자기 너희 생각이 번뜩! 났을 뿐이고...

누나는 사실 너희를 좋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애기(햇수만) 팬이예요.
감히 너희를 오빠라 칭해도 되겠니? 
사실 누나는 약 1년전만 해도 너희의 관등성명 네 자 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학원의 수많은 제자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지미 내가 알게 뭐여, 했던 시크한 사람이예요.

그랬던 내가 지금은 간간히 들려오는 싸인회 소식에 이 몸은 지금 당장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라도 한국에 가야겠다며 삼각 빤쓰 수영복을 챙겨입고
본방을 챙기지 못해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긁어 클럽박스 포인트를 충전하며
휴대폰 리차지 할 돈이 없어 집에 전화도 못 하는 신세에 4집을 버전별로 주문해
일주일을 손톱만 물어뜯다가 초인종이 울리는 순간 우왕 택배왔다!!!!!!!!!!!!
하며 버선발로 뛰어나가 파란 눈의 택배 아저씨를 식겁하게 만든 존재가 되었어요.

 사실 너희는 누나의 첫 아이돌이 아니에요. 미안해.
이런 강철같은 누나에게도 10년을 가심에 불 지피게 한 '오라버니'들이 계셨어요.
철없던 시절에 녹화란 녹화는 다 따라다니고 엄마 나는 오라버니들과 살림을 차리겠다, 
하였다가 왕복 귀때기를 얻어맞으며 혼수로 이불만 챙겨 서울로 상경했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 이렇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너희에게 쓰는 건,
누나가 그 10년동안 '사람이 변하는 걸' 지켜봐왔기 때문이에요.
(그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변화이든 나쁜 변화이든.)
나는 변해가면서 뻔뻔하게 너희에게 변하지 말라는 소리는 못 해.
지금까지 너희는 아주 잘 해 온듯 하고 (비록 나는 아직 1년짜리 팬이지만)
이 누나의 코에서 코피를 빵빵 터뜨린 것 만큼,
그저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읍니다.

아직까지도 누나의 이상형이신 K군은 팬미팅에서 이런 말씀을 남기셨어요.

'제가 보기에는 언제나 뻔뻔한 것 같아요, 제가.
제가 늘 굴하지 않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다 여러분들이 뒷받침을 해 줘서 그런거에요.
객석에서 보기에 쟤가 또 미쳤네, 쟤 또 시작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여러분,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세요. 맞다. ㅌ오빠는 월드스타다. 그리고 자신에게 외치세요.
그래, 저 사람이 저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때문이야.'

우리 아가들, 귀 빡빡 닦고 잘 새겨들었쪄요?
비교하려는 게 아니라 누나는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도,
그저 아시아의 별이 아니라 세계의 별이 된 동방신기의 입에서도
저런 말이 '진심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10년 전의 그 분들은 내 세상이었고 내 하늘이었고,
앞에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겠지만
지금 누나의 마음은 이래요.
우리가 하는 충고 한마디가 너희의 법이고 하늘이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면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를 떠받들어라.
(미안. 차별대우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누나도 이제는 철들어야 하지 않겠니)

 아~주 가끔씩 너희가 하는 행동, 한 마디에 가슴 아파하는 아가팬들을 볼 때면
누나는 당장에 달려가서 너희의 (대표로 준수의) 뽀송한 엉덩이를
아주 그냥 퐝퐝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리고 너희의 귀에 깔때기를 갖다꽂아 누나의 섹시한 목소리로다가
 

아니 이 오장육부같은.. 느이가 지금 누구 덕분에 거까지 올라갔냐!
그 어린 아가들이 으이? 매점가는 피 같은 돈! 으이? 고거 삭삭 긁어모으고!
좋은 옷 못 사입고 몇달을 빼빠지게 용돈 모아갖고 느이 앨범 버전별로 사불고 으이?
지 저금통 동생 저금통 탈탈 털어서 동방신기 콘서트 한번 가보겠다고 으이?

 느이가 지금이야 아시아의 별이제! 고것들 아니었으마 느이가 지금
서울 남산타워의 별이 되았을지 대구 팔공산의 별이 되았을지 우찌 아는가

이 호랑말코같은 놈들아!!!!!!!!!!!!!!

 

요렇게 살포시 속삭여주고 미안해서 고 입술에 뽀뽀를 쪽쪽쪽 해줄거에요.
코디 일도 그렇고 다른 일들도 그렇고..
팬들이 큰소리 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에요.
물론 가끔씩 되도않는 소리 해쌌는 잡것들이 있지만
이제 고 정도는 알아서 걸러듣는 내공이 쌓였으리라 생각해요.

왠지 누나의 편지가 지금 노를 저어 산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 해요.
원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자필편지를 선사해주고 싶었는데..
노안이 진행되고 있는 누나는 오래 콤퓨타를 붙들고 있을 수가 없어
어색하지만 급하게 끝맺을게요.
 

짧은 3개월, 시기를 겁나 잘 맞춰 딱 이 시점에 유학길 떠나온
불쌍한 누나는 본방사수조차 못 했지만 너무너무너무 많이 수고했어요.
(항상 그렇지만 한국 활동하는 동안 서포트하느라 '더'힘썼던 우리 팬들도!)

 비몽사몽 쓴 누나의 편지 가슴에 깊이 새기고
(힘들면 말해. 누나가 직접 모나미 네임펜으로 새겨줄거에요.

 

일본 가면 조금 더 음악에 치중한 프로그램,
더 좋은 음향시설 갖추고 노래할 수 있는 거 아니까
누나는 너희가 오래 이 곳을 떠나 있어도 섭섭해하지 않을거에요.
그저 씨디가 뽀사질때까지 듣고 또 들을거에요.
클럽박스 마일리지는 점점 쌓여만 가요.

 어쨌든 우리 서로 조금 더 자란 모습으로 조만간 또 봅시다. 안녕!
                                                                                                                                                    

하하, 9월까지만 해도 동방신기를 좋아한다던 후배의 수줍은 발언에 코웃음을 쳤지만
순식간에 나는 요즘 동방신기의 빠순이로 급변하는 나를 자제하지 못하는 중이다 -_-
다들 나보고 힘이 드냐며, 무슨 어려운 일이 있느냐며 나의 정신상태를 걱정하거나
혹은, 아직도 저 나이 먹어서 지보다 어린것들보고 꺅꺅대느냐며 철없다고 혀를 끌끌차는데

전자도 맞는 이야기고, 후자도 맞는 이야기다.
동방신기에 대한 팬질은 머리아픈 지금 2008년 겨울에 날 웃게하는 즐거움이며
나는 아직도 철이 없어서 이러고 있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아주 오랫만에 빠슨이 짓을 하면서
솔직히 나는 요즘 여러가지 생각, 여러가지 느낌을 많이 겪고 있다

그래, 나도 이 펜레터의 주인공처럼 정말 하늘처럼 떠받들던 아이돌이 있었다
아마 글쓴이의 아이돌과 내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그 아이돌은 같은 그룹이 아니었을까.
읽자마자 바로 삘이 왔다.

그때 나는 부대차만 타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거 말고는 시내도 나가보지 못했을 정도로 어렸었고
팬클럽에 가입할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으며 콘써트를 보내달라고 엄마한테 입도 뻥긋해보지 못했다.
그저 앨범하나 사들고 티비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희희낙낙했던 순진무구한 어린 여중생이었다.

그들이 컴백하는 가을만 되면 나의 2학기 중간고사 점수는 한번씩 바닥을 때려줬고 (담임선생님들이 의아해했다는;;)
음반 발매일에 맞춰 그들의 앨범을 예약하고, 감상용과 재생용 씨디를 2 개씩 사서 들었으며
그때는 인터넷도, 직캠도 그리 보편화되지 않아서 방송은 꼭 티비로만 챙겨보거나 녹화해서 봐야했다.

그렇게 소극적인 팬이었던 나는 그들이 해체했던 중3때가 되어서야 적극적인 열혈팬이 되었는데
그건 내가 서울 가까운 평택으로 이사를 했거니와 그 때 같은 중학교의 열혈팬들이 나까지 데리고 서울로 튀어주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 엄마 몰래 서울에 올라가 난생 처음 압구정에 있는 사무실에 가서 열심히 항의질을 했고;
모 멤버의 생일때도 새벽첫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 하루죙일 줄만서다가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오고 말이다.
정작 그들이 그룹이었을땐 팬클럽한번 가입 안했는데 그들이 뿔뿔이 찢어지고 나서는 각 팬클럽에 다 가입해버렸다.
그들은 헤어졌는데, 그것도 그렇게 좋지 못하게 헤어졌는데
우리는 끝까지 그들이 하나라고 우겼고 영원하다고 우겼다. 그야말로 우겼다. 지금 생각하면 웃겼다.


가끔 아주 가끔 그때 그들의 씨디를 틀어놓으면
동요 하나도 제대로 못 외우는 내가 아직까지도 기가막히게 랩까지 줄줄줄 외우고 있는데
그때마다 피식 피식 비웃게된다
아 , 그 땐 정말 영원할꺼라고 말하는 그들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었지. 하고 .

그때도 공부외에 정신을 쏟을 곳이라고는 팬질밖에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을 사랑했었는지
연말이면 미친듯이 각종 음악대상 홈페이지에 가서 우리 오빠들에게 한표 던지고자 클릭질을 해댔고
음반이 심의에라도 걸리면 미친듯이 항의하고 서명을 했으며
생일때마다 사탕과 생일축하한다는 쪽지를 써서 전교생에게 돌렸고
정말이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하고 화를내고 웃다가 울다가
나의 어린 사랑을 그들에게 바치겠노라 이를 악물었었다

근데 말이야
그것도 다아...한 때더라 지나가보고 나니까

요즘 동방신기의 자료가 없나 Daum 텔레비존 게시판을 슬금슬금 기웃거리다보면
어린 팬들이 흥분해서 지금 투표를 해야한다는 둥, 19금 딱지를 붙인 보건복지부에 항의서한을 보내라는둥 열을 내는 걸 보면
그들의 마음이 구구절절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
그거 다 소용 없단다 얘들아.


나도 오빠들이 최고인줄 알았다.
그들의 마음은 바다와도 같고 하늘과도 같은 사람이고
항상 팬들만을 생각하며, 세상의 온갖 왜곡과 시기와 질투로부터 우리가 지켜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릴 위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온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고, 머리를 쥐어짜내며 작곡을 하는 줄 알았다.
그야말로 다 큰 어른인줄만 알았다.

근데 그들도 일개 연예인일 뿐이었고, 돈때문에 찢어져버렸다.
방송3사 연말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던 그때 그들은 고작 21살, 20살, 19살이었다.
23살인 나는 지금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는데 그들은 지금 내나이보다도 더 어린 꼬꼬마들이었다니.
그리고 지금 내 나이 즈음에, 영원할꺼라고 약속했던 말을 뒤로한 채 영영 작별인사를 하고 말았다.


과연 동방신기는 어떤 끝을 맞이할까
같은 기획사의 같은 멤버수, 외모와 실력은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제 2세대 아이돌 그룹.
(나는 왠지 모를 기획사에 대한 배신감때문에 한참이나 동방신기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일종의 짝퉁이라고 생각했기때문에)
나는 이미 한 번 끝장을 봤고, 그 끝을 봤고, 그들의 변화를 봤으며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10년동안 경험했다.
그래서 내가 동방신기를 지금 막 좋아한다고 해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건,
저 팬레터의 주인공처럼 동방신기에 푹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건.
나는 이미 해볼껀 다 해봤고, 겪을건 다 겪어봤고, 그리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그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내 마음속 저 깊은 구석에 존재하고 있는 10년 전 내 첫사랑 아이돌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솔직한 마음으로 동방신기라도 더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말도 안되는 거지만.
좋아하기 시작한건 얼마 안되었지만 가끔 예전 자료들을 보면,
다른 가수들에 비해 깍듯하고 겸손한줄로만 알았더 동방신기도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방송물을 많이 먹었는지가 느껴지니까.
솔직히 늙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지금이 가장 딱 보기 좋으니까. 데뷔 5년차의 능숙함도 있지만 아직은 풋풋함도 느껴지고
너무 어리지도 너무 어른스럽지도 않으니까-


지금 이렇게 내가 씨부렁씨부렁하는 것도 다 소용없겠지.



.................그럼에도, 보고싶다. 당신들은 최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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