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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12.17
  3. 2016.12.07 11월의 독서
  4. 2016.12.04 [2] 상상 그대로의 샌디에고
  5. 2016.12.01 [1] 샌프란시스코, 너 나한테 왜이러니.



최근 한 친구의 SNS에서, 비지니스 석을 타고 다니는 사진을 보고
내심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른 것이지만
이코노미 석을 타면서 결제 전 비행기값 10만원씩 오르락 내리락하는 데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나였기에
그 친구의 편하고 안락해보이는 그 삶이 더욱 부러워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얘길 엄마에게 했다가
너는 그런거에 스스로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느냐며 핀잔까지 들었었는데,

그저께 모교에서 작은 카드를 받았다.
장학금 기부에 대한 감사카드였다.
이미 기부증서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감사 카드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엄마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게 네 재산이다.
너가 기부한 돈을 비행기에 썼으면 당연히 비지니스석 사지 않았겠니?"


그렇구나.
왜 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겉으로는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지만-
이게 나의 비지니스석이다.
이게 나의 명품백이다.
이게 나의 명품코트다.
마음만큼 당당하게 풍족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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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II. 삶 2016. 12. 17. 10:10


나는 꿈속에서도 실수하고 허둥대고 준비를 못하고
그래서 초조하고 불안하고 수습하느라 지치네.

꿈속에서라도 마음껏 즐기고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이뤄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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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독서

■ 삶/II. 삶 2016. 12. 7. 13:09


1.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Just Mercy)》 - 브라이언 스티븐슨

 


 

월터가 저자에게 가르쳐준 것은 (책 제목인) Mercy가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무자비하고 냉담한 사법제도의 불공정한 집행의 현실이 아니었을까.

억울하게 수감된 사람들을 구제해가는 그 여정보다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듯한 좌절감과 허무함에 지쳐가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부분에서,

그리고 돌맹이를 막아내는 일은 어렵다는 한 할머니의 위로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기가 쉽지 않은 책.

 

 

 

2.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애덤스미스 원저, 러셀 로버츠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해설서 딱 그 정도

 

 

 

 

 

 

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The course of love)》 - 알랭 드 보통 ★★★★★

 


 

 

 

201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합니다.

자세한 감상은 다른 편에서.

 

 

 

 

4.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 에쿠니 가오리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 세 자매의 연애와 가족 이야기.

일본 작품인 것, 그리고 세 자매의 이야기인 것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가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주인공들과 굉장히 흡사하다.

물론 스토리는 다르지만, 각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유사한 덕분에

소설을 마치 영화처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상상하며 읽은 책.

 

어쨌든, 제목처럼 즐겁게 살고, 고민하지 않고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5. 《생각하는 인문학》- 이지성

 


 

인문학 서적을 읽으라는 얘기를, 이렇게 허세롭게 하다니.

되려 다른 저작들조차 읽고 싶지 않아졌다.

기억 나는 건, "아니, 아니다"

 

 

 

 

6.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김혜남

 


 

"못된 딸이 되라."

복사해서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

서른 살에 차분히 읽으며 칠춘기를 다스리기 좋다.

 

 

 

 

7. 《GRIT》 - 안젤라 더크워스

 


 

주제는 끈기있는 열정과 노력이 재능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나는 책 곳곳에서 내게 필요한 문장과 깨달음을 따로 추려내었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준다."

 

"낙관론자들은 으레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일시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찾는 반면에

 비관론자는 영구적이고 전반적인 원인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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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8. Sat.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an Diego  (1)

 

 

 

 

두어 번 밤잠을 설치고서 아침에 가까운 새벽에 일어났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화창한 하늘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아주 맑은 하늘이었다.

왜 항상 떠나는 날은 날씨가 맑은지. ㅜㅠ

 

 

나는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아주 잠깐의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아침 바람 향기에 머리 끝까지 싱그러워지는 그런 기분을 느끼며 종종 걸음으로 해변가 쪽으로 걸었다.

어제 저녁에 갔던 Boundin과 고작 2블럭 거리었는데 저 엠바르까데로(Embarcadero) 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맞은 편에 요트와 배 너머로 골든 게이트 다리의 빨간 기둥이 얼핏 보였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from SFO to SAN

 


광활한 태평양 연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 예정된 시각에 샌디에고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거의 10년 전,

밴쿠버에서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별로 볼 것 없는 작은 도시라는 이유로 과감히 뺐던 도시, 샌디에고를 -

심지어 오로지 햇살을 즐기겠다는 포부만으로 한국에서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날아오다니.

그 사이에 샌디에고에 새로 즐길 볼거리가 엄청 많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건 아마, 샌디에이고에 가보고 싶은 새로운 이유가 생겨서이겠지.

어느 누군가가, 샌디에고를 너무 추천했기 때문에라고나 할까.

물론, 나는 그 누군가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행기는 서쪽 해안을 따라 한 시간여를 날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비행기 창 밖으로 샌디에고의 모습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도시가 낮고 넓게 퍼져있고

(나 샌디에고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

최근에 어느 영화(시카리오)에서 보여준 어느 멕시코 도시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공항들이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건설되는 것과 달리,

샌디에고의 SAN 공항은 도심 바로 옆 해변에 위치해 있고

비행기는 도시의 건물들 지붕위를 낮게 날면서 가정집과 차 위를 지나 사뿐히 SAN공항에 착륙했다.

(정말....부드러운 Landing이었다. 일기장에 말 그대로 "부드러운 landing"이라고 적어놓았다.)

 

 

야자수가 곧게 뻗은 이국적인 샌디에고에 도착! 약간 제주도공항과 비슷한 분위기 후후.

 

도심의 주택가 위를 날아 착륙하는 비행기와 그보다 높이 솟은 야자수 :)

 

 

 

드디어,

야자수가 가로수인 곳.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남부지역답게 공항 밖으로 늘씬한 야자수들이 뻗어있고,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살짝 따갑기까지 했다.

 

 

그리고,

모두들 한여름 옷차림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초가을 분위기었다면 여긴 초여름의 활발한 느낌이 났다.

 

 

우리는 우버를 불러 예약해둔 에어비앤비에 찾아갔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

일단 짐을 두고 집을 살짝 둘러본 뒤, 우리는 남은 하루 반나절 동안,

샌디에이고의 약간 북쪽에 위치한 라호야 (La Jolla) 해변에 가기로 했다.

 

 

2월에 만난 샌디에고는,

그야말로 내가 상상했던 샌디에고 그 자체였다.

서울은 폭설이 내린다던데, 이 곳은 20℃가 넘고 햇살이 화창하기 그지 없다.

그래, 이런 햇빛을 쬐고 싶어서 샌디에고를 골랐지!

 

 

라 호야(la Jolla) 가는 길, 내가 상상했던 미국의 모습을 보았다.

 

 

 

버스를 타고서 라 호야(La Jolla)까지는 1시간 여정도 걸리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내가 어린 시절 티비를 통해보았던, 상상해왔던 그런 미국의 모습이었다.

사실 미국이 워낙 커다란 나라라서 지역마다 그 특색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된 내 머릿 속의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드넓은 잔디와 파란하늘,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모습이었다.

미국에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제서야 내가 생각했던 미국의 모습을 만난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금 설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려 La Jolla Shores에 도착했다.

기린처럼 시원하게 쭉쭉 뻗은 야쟈수를 따라 걸어내려가니, 탁 트인 바닷가가 나타났다.

(La Jolla Cove도 있는데 La Jolla Shores에서 내렸다.)

 

 

드디어 La Jolla Shores 근처에 도착!

 

제주도에 있는 야자수와는 비교도 안되게 키 큰 야자수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부럽다!

 

웃음이 절로 나지요 :)

 

 

 

 

 

아무리 햇살이 따사롭지만, 아직 2월이고 바닷가라서 찬 바람이 조금씩 부는데

이 곳 사람들은 마치 한여름인것 마냥 비키니를 입고서 태닝도 하고 수영도 하고 해변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이 라 호야(La Jolla)를 "즐기러" 온 가운데, 이 라 호야(La Jolla)를 "보기" 위해 온 것 우리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라호야 해변의 한가로운 풍경.

 

 

으앙. 탁 트인 이 해변.


 

바닷가에서 걸어나오는 연인들 ♡

 

물 웅덩이에 물을 주고 있는 귀여운 꼬마.

 

서서히 해가 지는 라 호야의 해변

 

 

 

 

우리는 해변을 따라 파도소리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보며 모래사장 끝에 걸터 앉았다.

 

 

 

이렇게 한 것도 없는데 노을이 지지요오.

 

 

저 앞 바다에서 쏟아지는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소리를 시원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정말 시원하게 들리니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2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

마치 초여름 바다처럼.

가족들과 친구들이 햇살을 즐기며 뛰노는 곳.

따뜻하고 건강하다.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도 보았지만, 아름다운 것보다도-

부럽다.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이 곳에는 삶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물놀이를 하고 모래성을 쌓는다.

누군가는 서핑보드를 타며 파도를 즐기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거닌다.

또 누군가는 강아지와 함께 이 멋진 뛰어가고

친구들은 럭비공을 던지고 덤블링을 연습하며 여기,

La Jolla를 즐기고 있다.

 

 

부럽다.

이 햇살도,

이 해변도,

이 건강함도.

여기서 나고, 자라고, 사는 이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 2016. 2. 27. La Jolla, San Diego에서.

 

 

 

태평양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장관을 연출하면서 먼 이 곳까지 온 우리에게 따뜻함을 건넨다.

 

이제 저 해는 태평양을 너머 한국에서 떠오르겠지.

 

 

 

저 태평양 너머로 노을지는 멋진 하늘을 감상하고서 뒤돌아 걷는데

풀밭냄새와 함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해지는데.

이 어둑함과 이 풀냄새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 때는 나도 해가 져가는 때까지,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원없이 걱정없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지.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 시간에 놀이터가 아니라 학원에 있지 않을까.

씁쓸하다.

 

 

갈 때는 한참인 것 같던 길이,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것 같다.

우리는 힐크레스트(Hill Crest)에서 저녁을 먹고,

샌디에고의 다운타운격인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ter)로 나갔다.

뭔가 저녁에 Gaslamp가 켜져서 엔티크하고 로맨틱할 것 같았는데

그냥 Hip한 거리였다.

젊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인데도 레스토랑과 펍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토요일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는데

뭔가 활동적이고 생기넘쳐 보여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여기, 샌디에고는 현지에 친구가 한 명 있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낮에는 해변에서 함께 뛰어 놀고, 저녁엔 이쁘게 차려입고서 인기있는 Pub에 가서 밤을 보내는.

우리는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조금 안타까웠다.

북적이는 개스램프 쿼터(Gaslamp Quarter)를 뒤로 하고서,

우리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심지어 밤에는 불빛조차 적은 힐크레스트(Hill Crest)로 돌아왔다.

어쨌든, 밤늦도록 노는 게 부러워도 여행할 때는 안전이 최고다!

 

 

 

여기가 Gaslamp Quarter.

 

 

자, 내일은 샌디에고에서의 (오늘 왔는데 벌써) 마지막.

내일은, 발보아 파크와 코로나도 섬에 갈 예정이다.

내일도 이렇게 햇살이 반짝하길 바라며 벌써부터 두근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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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7. fri.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eoul ▶ San Francisco 

 

 

 

 

 

 

 

 

 

어쩌다보니 충동구매한 미국행 비행기표.

고작 주말을 보내고자 미국에 가는 나.

비행기에 타고서도 헛웃음이 쳐지는데 기어코 간다.

캘리포니아, California.

 

 

원래 오후 6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첫 비행기는

아침부터 딜레이된다는 통보를 주더니, 보딩시간도 늦어지고 출발도 한참이나 늦춰져서는

정확히 오후 10시 1분에서야,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캄캄한 하늘로 떠올랐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라니!

물론 조금 자란 뒤에는 미국은 얼마든 여러번 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또! 간다니.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갈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짧게 또 갈 줄은 몰랐는데.

 

 

 

많은 여행지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조금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2007년 겨울방학 길고 긴 미국 서부 여행을 시작한 도시였고, 그만큼 설렘이 생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짧은 여행이라 최종 목적지인 샌디에이고만 집중해도 부족할 것 같았지만,

노을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브릿지를 보고 싶어 일부러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탑오버를 했다.

다른건 다 필요없어.

난 그거 하나만 보면 돼.

파란 하늘 아니면 노을 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 브릿지.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가 않는지....)

 

 

연착으로 손님들을 옮기는 탓에 텅텅빈 좌석!

 

 

 

연결편 비행기 때문에 몇몇 손님들을 다른 항공사로 옮겨 태운 탓에 비행기는 좌석이 꽤나 비었다.

심지어 내 옆좌석은 모두 비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신난다!

 

나는 팔걸이를 모두 열어제끼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K를 불러 같이 자리를 나눠 누웠다.

4좌석 연석이긴 해도 키 165cm, 170cm인 다 큰 여자 둘이 누우려니 좁긴 좁구나.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시 잠들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도착하기 1시간 전이다.

사실 남미 한 번 갔다왔더니, 그 뒤로 8~9시간짜리 비행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헐)

 

 

 

밥 한번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니 어느 새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드디어 비행기가 SFO(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육중한 몸을 내려놓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꽤나 앞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금세 빠져나가서 우버를 타면

노을이 지기 전에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에 도착해서

노을 지는 배경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입국심사에서 K가 붙들리는 바람에 약 1시간 정도를 공항에 발을 동동 구르며 묶여있어야 했다.

 

 

 

 

공항 근처는 이리도 맑았는데..

 

 

 

 

어쨌든!

우버를 부르고서 공항 밖으로 나가자

북미 특유의 새파란 느낌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경민이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못나오면 어쩌지, 설마 추방당하는 건 아니겠지..혼자 고민했던 것들을

말끔히 떨쳐줄만큼 아주 상쾌한 날씨였다.

우리를 태운 우버는 신나게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라면 노을은 끄떡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상상도 잠깐.

다운타운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건물 2층이 안보일 정도의 엄청난 안개였다.

얼른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우버를 불러 Hawk Hill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골든게이트 브릿지 위를 달리는데도 안개가 너무 심해 기둥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버가 Hawk Hill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정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만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우버기사가 아주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ㅜㅠ)

 

 

 

"너네 정말 여기서 내릴꺼야? 여긴 돌아가는 택시도 없는 곳이야...ㅠㅠ"

 

"ㅜㅜ.......그냥 아까 왔던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돌아가줘 ....ㅠㅠ"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렇게 항상 가혹한 것인가.

그것도 겨우 반나절짜리 Stop over일뿐인데.

2007년에도 이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내게 실망감을 주었는데 ..ㅜㅠ

또 오라는 계시인걸까?

 

 

 

어쨌든, 결국 우버를 돌려서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다시 건넜고

그리고 2007년 12월, 바로 그 곳에 다시 섰다.

그래도 조금 안개가 걷혀 교각이 제법 드러났다.

 

 

 

아쉽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안개에 불빛이 휩쓸려 마치 불타는 것 같은 골든게이트 브릿지

 

 

이건 2007년 겨울의 나. 하하하.

 

 

 

 

 

그래. 이 정도라도 보여줘서 고마워.

살다보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

비행기가 4시간 딜레이 되고, 공항에 1시간 넘게 붙잡혀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화창한 하늘 아래 이 다리를 보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번에도 그런 장면을 볼 적절한 때가 아닌가보다.

 

 

그렇게 추억의 장소에서 또 한 번의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28번버스를 타고 Fisherman's warf로 이동했다.

 

 

여전한 꽃게표지판, 반가워라!

 

신나는 금요일밤에 다들 어디간 것일까?

 

 

 

그런데 금요일밤인데, 다들 어디로 간걸까.

내 기억 속 샌프란시스코는 복작복작 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Fisherman's warf 뒤쪽 골목은 저녁 7시인데도 사람이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Boudin을 찾아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로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를 해결했다.

 

 

 

클램차우더를 먹으러 들어온 Boudin.

 

Boudin에서 파는 거대한 빵들. 제일 윗줄에 악어도 있고 꽃게도 있다.

 

 

Boudind의 시그니처 메뉴인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지나가는 길에 8년 전 보았던 가게들도 보았다.

그 땐, 길을 걸으며 한 가게, 한 가게 들어가보고 보이는 곳에서마다 사진을 찍었었는데.

참 어리고 순진하고 호기심도 많았었지.

가보지 않았던 세상들이 너무나도 커다랗고 거대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먹으면, 시간과 돈을 들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갔던 곳을 이렇게 또 오기까지 하지만

그 때 그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마음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겠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옛 추억과 마주한 거리에서 나는 한참이나 싱숭생숭했다.

 

 

 

이것도 2007년. Fisherman's Warf의 어느 가게였던 것 같다.

 

 

그땐 클램차우더가 아니라 대게를 뜯...볼살 통통 'ㅅ'

 

 

 

애시당초 계획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한 가지 계획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Fisherman's Warf에서만 헤맨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인 K에게 더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히 스탑오버해서 이도 저도 아닌게 된건 아닐까 그런 후회까지 조금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는 그만.

 

 

그래도 내일은 샌디에고에 가니까.

그곳에선 햇살이 반짝반짝 비추길 :)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은 맑기를 바라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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