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장 많은 여행을 한 해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지 않았다.

사실 여행 사진을 추리고, 블로그 화면에 맞게 사이즈를 일일이 조절하고, 지난 기억과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2주간의 일기를 글로 풀어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것도 같다.

특히, 매일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업무적으로도 머리를 쥐어짜 글을 쓰는 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 일절 앉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글쓰는 작업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기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다 끝낼 때가지 스스로에게 부과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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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정말 여행기가 너무나도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내 직업으로 삼은 일 보다도 내게는 오래된 일이다.

시간을 들여 틈틈이 쓰기는 했지만 나는 학교가 바뀌고, 전공이 바뀌고,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신분이 바뀌는 동안에도

여행기만큼은 꾸준히 크게 지치지 않고 써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일 만큼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나와의 다짐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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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뒤 늦게 쓴다.

올해의 여행기.

2016년 2월의 샌디에고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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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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