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점가에서 몇 주 내내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일단, 나는 알랭 드 보통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완독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있고,
지금 굳이 사랑과 연애에 관한 글을 읽고 싶지 않았을 뿐 더러,
그리도 무엇보다 나 역시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과 내 삶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그 다른 부분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혀 싸우규 타협하고 인내해가야만 하는,
살아있으니 꿋꿋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지루하고도 고된 내 일상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나 내 성격, 가치관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 소름끼치도록 동일한 부분도 있었고,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명쾌하게 파악해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으며,
단지 남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단일한 성인으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부분도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원래 책에 손자국 하나 남기지 않는데
이 책을 두고두고 나이 들어가며 읽고 또 읽어볼 마음으로
2016년 30살의 내가 공감했던 부분, 깨달았던 부분에 형광펜까지 그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배우자도 읽어보았으면 좋겠고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모진 말을 내뱉고 공격할 때마다
읽고 또 읽어보고 싶다.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아래 조금 옮겨본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 6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 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흔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 116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만 선발된 게 아니다. 그 누구와, 심지어 천생의 배필과 결혼을 해도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켜 얻은 다양한 고통을 확인하게 된다.

- 239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한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 28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결국, 나의 결론도 하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은 원래 약간의 교집합을 가진 다른 존재이므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면서 이것을 인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이 조금은 더 수월하고 함께하는 인생이 조금은 더 즐겁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이러한데.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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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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