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11.28 [0] 3박 5일의 미국 여행
  2. 2016.11.28 뒤 늦게 쓰는 여행기 2
  3. 2016.11.14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4. 2016.11.09 10월의 독서

2016. 2. 27. ~ 2016. 2. 29.

San Francisco & San Diego

 

 

지금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네.

3박 5일 미국여행이라니. 3박 5일 미국 출장도 무리인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은 지난 2015년 추석 즈음, 미국 항공권 특가이벤트에 혹한 덕분(?)이다.

미국 서부까지 왕복 비행편을 6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팔길래 3.1절이 낀 샌드위치 휴일에 힘입어

나는 덜컥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샌디에고에 가는 비행기편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말이 3박 5일이지, 사실 1일은 이동하고, 2일 여행하고 바로 새벽에 떠나야 5일째 한국에 도착하는

남들이 보기에 도대체 뭐하러 돈쓰고 시간써서 

미국까지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일정이었다고나 할까. (정확한 자기파악)

그러니까, 다시 요약해서 말하면 고작 주말을 보내려고 미국에 가는거다.

심지어 나는 그리 친하지도 않은 5촌 언니를 꼬드기기까지 했다.

재작년 5박6일 밴쿠버 여행도 어이없어 했던 엄마도 심지어 3박5일 미국 여행에는 두 손을 다 든 것 같았다.

나는 그 때 왜 그렇게도 무모하고 돈 아깝기 그지 없는 여행을 계획했던 것일까. 

 

 

엄청난 이동거리와 비용, 그에 비하면 턱없이 짧았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런 무모한 나의 무모한 결심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 무모함, 대담함, 일종의 허세로움(?) 다 괜찮다고. 그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고.

그렇게,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감싸던 2월 말 -

아주 짧은 햇살을 만끽하기 위하여 나는 최종 목적지, San Diego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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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장 많은 여행을 한 해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지 않았다.

사실 여행 사진을 추리고, 블로그 화면에 맞게 사이즈를 일일이 조절하고, 지난 기억과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2주간의 일기를 글로 풀어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것도 같다.

특히, 매일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업무적으로도 머리를 쥐어짜 글을 쓰는 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 일절 앉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글쓰는 작업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기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다 끝낼 때가지 스스로에게 부과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

사실 지금도 정말 여행기가 너무나도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내 직업으로 삼은 일 보다도 내게는 오래된 일이다.

시간을 들여 틈틈이 쓰기는 했지만 나는 학교가 바뀌고, 전공이 바뀌고,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신분이 바뀌는 동안에도

여행기만큼은 꾸준히 크게 지치지 않고 써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일 만큼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나와의 다짐과도 같은 것이다.

-

그래서 뒤 늦게 쓴다.

올해의 여행기.

2016년 2월의 샌디에고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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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서점가에서 몇 주 내내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일단, 나는 알랭 드 보통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완독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있고,
지금 굳이 사랑과 연애에 관한 글을 읽고 싶지 않았을 뿐 더러,
그리도 무엇보다 나 역시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과 내 삶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그 다른 부분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혀 싸우규 타협하고 인내해가야만 하는,
살아있으니 꿋꿋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지루하고도 고된 내 일상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나 내 성격, 가치관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 소름끼치도록 동일한 부분도 있었고,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명쾌하게 파악해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으며,
단지 남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단일한 성인으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부분도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원래 책에 손자국 하나 남기지 않는데
이 책을 두고두고 나이 들어가며 읽고 또 읽어볼 마음으로
2016년 30살의 내가 공감했던 부분, 깨달았던 부분에 형광펜까지 그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배우자도 읽어보았으면 좋겠고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모진 말을 내뱉고 공격할 때마다
읽고 또 읽어보고 싶다.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아래 조금 옮겨본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 6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 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흔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 116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만 선발된 게 아니다. 그 누구와, 심지어 천생의 배필과 결혼을 해도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켜 얻은 다양한 고통을 확인하게 된다.

- 239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한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 28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결국, 나의 결론도 하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은 원래 약간의 교집합을 가진 다른 존재이므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면서 이것을 인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이 조금은 더 수월하고 함께하는 인생이 조금은 더 즐겁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이러한데.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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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독서

■ 삶/II. 삶 2016. 11. 9. 16:58




1.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 정현주 ★★★


- 세상에 태어나 지성과 감성을 나누고 소통하며 한 평생 살 수 있는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마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매일 똑같은 일상도- 치이는 하루도- 지루할 것만 같은 삶도
서로에게 즐거운 자극을 주게되고 내 삶에 도전하게 하고 의욕을 갖고 그렇게 살게 될까?

 


2. 《스파이》 -  파울로 코엘료

- 꿋꿋하게 읽었지만 큰 울림이나 깨달음은 없었다.

 


3.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 얽히고 물려서 수수께끼 푸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완벽히 매듭짓지 않고 주인공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결말이 짜릿하다.

 


4. 《숨결이 바람될 때》 - 폴 칼라나티 ★★★★

- 잘나가던 순간 죽음을 선고받은 의사가 죽음을 앞둔 심경글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신경외과 의사로서 성장해나가는 동안 느꼈던
수많는 도덕과 가치관에 대한 생각들, 환자와의 관계에서 의사로서 구축해가는 그의 정체성,
그 일련의 -덤덤하게 기술되었지만 분명 치열하고 또 치열하게 고민했음이 분명한-
솔직한 고백과 고민들로부터 생각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결국 삶의 본질은 그 곳에 있다.

 


5. 《인더풀》- 오쿠다 히데오 ★★★

- 내가 한번 쯤 강하든 약하든 겪어냈던 일들을
이 책을 통해서 가볍지만 진지하게 마주했고 또 공감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이지만 옛날의 상처에 작은 치료를 더한 느낌.

 


6.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 인더풀이 낫다.

 



7.  《온전히 나답게》 - 한수희 ★★★

- 지하철 출퇴근 길에서 킥킥 웃다가 울컥울컥 울다가 반복하며 읽은 책.
글은 가볍지만 생각은 얕지 않고, 경험에서 비롯된 솔직한 기록이 마음를 많이 두드렸다.
내 옆에 두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8.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더글라스 케네디 ★★

- 나라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 지구에서 여자로서의 삶과 경험과 느낌은 국적과 시대를 너머 공통된 것인가?
작가가 여자가 아니었을까 잠시 의심할만큼 인간관계에서의 심리,
결혼생활에서 오는 좌절감, 비도덕한 행동 후의 공포감, 인생이 좌절되는 순간의 상실감 등을 예리하게 잘 포착했다.

 


9.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2번째.
  흡입력있는데 연달아 읽으니 신선함이 떨어진다.

 


10. 《스무살을 위한 교양 세계사 강의》

- 아비뇽, 이스탄불, 상트페테르부르그, 마추픽추.
세계사에 등장한 역사적인 장소에 내가 직접 가서 보았던 기억이 합해져
역사적 사실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역시 가장 큰 가르침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지구 곳곳을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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