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7. fri.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eoul ▶ San Francisco
어쩌다보니 충동구매한 미국행 비행기표.
고작 주말을 보내고자 미국에 가는 나.
비행기에 타고서도 헛웃음이 쳐지는데 기어코 간다.
캘리포니아, California.
원래 오후 6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첫 비행기는
아침부터 딜레이된다는 통보를 주더니, 보딩시간도 늦어지고 출발도 한참이나 늦춰져서는
정확히 오후 10시 1분에서야,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캄캄한 하늘로 떠올랐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라니!
물론 조금 자란 뒤에는 미국은 얼마든 여러번 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또! 간다니.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갈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짧게 또 갈 줄은 몰랐는데.
많은 여행지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조금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2007년 겨울방학 길고 긴 미국 서부 여행을 시작한 도시였고, 그만큼 설렘이 생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짧은 여행이라 최종 목적지인 샌디에이고만 집중해도 부족할 것 같았지만,
노을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브릿지를 보고 싶어 일부러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탑오버를 했다.
다른건 다 필요없어.
난 그거 하나만 보면 돼.
파란 하늘 아니면 노을 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 브릿지.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가 않는지....)
연착으로 손님들을 옮기는 탓에 텅텅빈 좌석!
연결편 비행기 때문에 몇몇 손님들을 다른 항공사로 옮겨 태운 탓에 비행기는 좌석이 꽤나 비었다.
심지어 내 옆좌석은 모두 비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신난다!
나는 팔걸이를 모두 열어제끼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K를 불러 같이 자리를 나눠 누웠다.
4좌석 연석이긴 해도 키 165cm, 170cm인 다 큰 여자 둘이 누우려니 좁긴 좁구나.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시 잠들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도착하기 1시간 전이다.
사실 남미 한 번 갔다왔더니, 그 뒤로 8~9시간짜리 비행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헐)
밥 한번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니 어느 새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드디어 비행기가 SFO(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육중한 몸을 내려놓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꽤나 앞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금세 빠져나가서 우버를 타면
노을이 지기 전에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에 도착해서
노을 지는 배경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입국심사에서 K가 붙들리는 바람에 약 1시간 정도를 공항에 발을 동동 구르며 묶여있어야 했다.
공항 근처는 이리도 맑았는데..
어쨌든!
우버를 부르고서 공항 밖으로 나가자
북미 특유의 새파란 느낌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경민이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못나오면 어쩌지, 설마 추방당하는 건 아니겠지..혼자 고민했던 것들을
말끔히 떨쳐줄만큼 아주 상쾌한 날씨였다.
우리를 태운 우버는 신나게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라면 노을은 끄떡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상상도 잠깐.
다운타운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건물 2층이 안보일 정도의 엄청난 안개였다.
얼른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우버를 불러 Hawk Hill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골든게이트 브릿지 위를 달리는데도 안개가 너무 심해 기둥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버가 Hawk Hill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정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만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우버기사가 아주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ㅜㅠ)
"너네 정말 여기서 내릴꺼야? 여긴 돌아가는 택시도 없는 곳이야...ㅠㅠ"
"ㅜㅜ.......그냥 아까 왔던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돌아가줘 ....ㅠㅠ"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렇게 항상 가혹한 것인가.
그것도 겨우 반나절짜리 Stop over일뿐인데.
2007년에도 이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내게 실망감을 주었는데 ..ㅜㅠ
또 오라는 계시인걸까?
어쨌든, 결국 우버를 돌려서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다시 건넜고
그리고 2007년 12월, 바로 그 곳에 다시 섰다.
그래도 조금 안개가 걷혀 교각이 제법 드러났다.
아쉽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안개에 불빛이 휩쓸려 마치 불타는 것 같은 골든게이트 브릿지
이건 2007년 겨울의 나. 하하하.
그래. 이 정도라도 보여줘서 고마워.
살다보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
비행기가 4시간 딜레이 되고, 공항에 1시간 넘게 붙잡혀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화창한 하늘 아래 이 다리를 보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번에도 그런 장면을 볼 적절한 때가 아닌가보다.
그렇게 추억의 장소에서 또 한 번의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28번버스를 타고 Fisherman's warf로 이동했다.
여전한 꽃게표지판, 반가워라!
신나는 금요일밤에 다들 어디간 것일까?
그런데 금요일밤인데, 다들 어디로 간걸까.
내 기억 속 샌프란시스코는 복작복작 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Fisherman's warf 뒤쪽 골목은 저녁 7시인데도 사람이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Boudin을 찾아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로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를 해결했다.
클램차우더를 먹으러 들어온 Boudin.
Boudin에서 파는 거대한 빵들. 제일 윗줄에 악어도 있고 꽃게도 있다.
Boudind의 시그니처 메뉴인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지나가는 길에 8년 전 보았던 가게들도 보았다.
그 땐, 길을 걸으며 한 가게, 한 가게 들어가보고 보이는 곳에서마다 사진을 찍었었는데.
참 어리고 순진하고 호기심도 많았었지.
가보지 않았던 세상들이 너무나도 커다랗고 거대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먹으면, 시간과 돈을 들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갔던 곳을 이렇게 또 오기까지 하지만
그 때 그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마음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겠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옛 추억과 마주한 거리에서 나는 한참이나 싱숭생숭했다.
이것도 2007년. Fisherman's Warf의 어느 가게였던 것 같다.
그땐 클램차우더가 아니라 대게를 뜯...볼살 통통 'ㅅ'
애시당초 계획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한 가지 계획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Fisherman's Warf에서만 헤맨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인 K에게 더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히 스탑오버해서 이도 저도 아닌게 된건 아닐까 그런 후회까지 조금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는 그만.
그래도 내일은 샌디에고에 가니까.
그곳에선 햇살이 반짝반짝 비추길 :)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은 맑기를 바라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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