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7일.
세계여행 제 27일 째
Paris, France





파리여행 제 3일째.
원래 5일을 계획하였으나 바르셀로나행 기차표예매의 실패로 갑작스럽게 4일로 일정이 줄어버렸고
우리는 무리하게 일정을 줄여서 파리 관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3일째에는 비까지 주룩주룩. 아 정말...이놈의 비...어디까지 따라올셈이냐.

오전엔 베르샤유궁에 갔다가 오후에는 오르세박물관에서 구경을 하고
13구역에 있는 소문난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파리에 오면 꼭 들르리라 마음먹었던 몽마르뜨 언덕에, 드디어 올랐다.


영화 Amelie의 배경이기도 했던 몽마르뜨.
난 Amelie를 좋아했고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안보는 내가 꽤 여러번 봤던 영화였다.
날씨가 화창한 날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꿀꿀한 날씨에 오르게 되서 맘이 아팠지만...

몽마르뜨 언덕 위의 사원...

몽마르뜨 언덕에서 파리를 내려다보는 연인. 파리의 연인 제 4번째.




스탠과 처음 관심사를 나누게 된 것도, 다 아멜리에 덕분이었다. 스탠은 아멜리에, 라고 하지 않고 아메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아멜리에 역의 '오두리또뚜'를 한국식으로 말해주었을 때,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로 넘어지려고 했었다.
난 따라할 수도 없는 본토발음보다도 그는 내가 발음하는 '오두리 또뚜'의 '또뚜'를 엄청 좋아하며 따라 말하곤 했지.




영화에서 아메리↗는 사진첩을 돌려주기 위해 이 몽마르뜨 언덕에서 장난을 친다.
그리고 바로 사진의 장소에 동상분장을 한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사원끝을 가리키며 피터에게 다음 방향을 가르쳐줬었다.

왠지 모르게 이슬람 궁전 분위기가 나네..


어제의 그 화려하고 환상적인 노을 대신 오늘은 조용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산이 없는 넓고 평탄한 파리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볍게 맥주를 한 캔씩 하며 하나 둘씩 켜지는 파리의 불빛을 감상한다.
세계 많은 도시들의 야경을 봤고, 눈부실만큼 화려한 뉴욕의 야경도 보았지만 사실 그렇게 여운이 남는 야경들은 없었다.
한순간 화려하고 눈이 부셨을 뿐.
그렇지만 조용히 불이 켜지는 파리의 야경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아도 좋을만큼, 느낌이 좋았다.
현대건축물들의 화려한 조명은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바라보기 좋았던 거였을까.
화려하지 않아서,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았다. 아름다울 뿐이었다.
라따뚜이의 창가에서 보여지던 그 파리의 모습 그대로...




내려오는 길에, 회전목마를 발견했다.
회전목마를 탈 수 있는 공원이 막혀있어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
여기에서 피터가  아메리↗를 찾아, 사진첩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거렸었다.


바로 여기.



이 포스팅을 쓰면서 같이 올리려고 했던 음원이 있었는데 (사실 유럽에서부턴 계속 배경음악을 깔생각이었다)
요즘 저작권법이 까다로워진데다가 검열이 심해져서 아쉽게도 후일을 위하여 포기했다.
유럽여행하면서 그 도시,그 장소에서 들려왔던 노래들 - 그 시간, 그 곳에서 떠오르던 노래들을
한국에 돌아와서 다 구해놨는데..그래서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고 싶었는데..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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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세계여행 제 26일 째 (3)
Paris, France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오들오들 떨며 저녁식사겸 바나나하나와 우유하나를 사들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며칠동안 잘때마다 앓는 소리를 내는 시은언니때문에 밤잠을 설쳐서 정말 푹 자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 계획은 한 두세시간 푹 자고 밤 10시에 하는 에펠탑 조명쑈를 보러 나갈 생각이었는데
호스텔에서 만난 99학번 고대선배에게 붙잡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끌려나갔다.

하루종일 꿀꿀하고 비까지 내리더니, 노을이 질 때쯤 되니까 날이 걷히고 세느강을 따라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세느강끝으로 물드는 환상적인 노을을 좇아
세느강변을 걷고, 세느강의 다리를 건너며 유럽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마음 속에 새겼다.

역광은 아쉽지만..^^



 
노을지는 세느강을 무토바슈가 가로지른다.
이틀 전, 우리가 탔을 때도 흐릿하고 비가 내렸었는데
저 무토바슈에 탄 사람들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겠지.

황금빛 하늘, 황금빛 구름. 황금빛 세느강.


정말이지 한 순간도 눈을 떼고 싶지 않을만큼 매력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그런 노을이었다.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길가던 파리지엔들도 발길을 잠시 멈추고 다리난간에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았으니까.
정말, 어쩜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파리의 오래된 건물들의 실루엣과 아기자기한 다리들.

서쪽으로 사라져가는 해를 보면서 그리운 사람을 생각했다.
이 순간을 함께 하고있다면 좋을텐데. .. ^^



이상하게 난 자전거가 좋더라.

길거리 악사의 반주에 맞춰 행복하게 춤을 추던 연인. 파리의 연인2.



한참을 걷다 보니, 아까 낮에 그림을 그렸던 퐁뇌프다리까지 걸어왔다. 호스텔에서부터 무려 한시간정도 걸어서.
신기하게도 노을을 좇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같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노을이 여운을 남기면서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낮에 왔을 땐, 지금 보이는 경치의 반대쪽이 훨씬 더 고풍스럽고 멋져보였는데
이렇게 노을이 질 때 보니, 이 쪽 경치도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멋있었다.
(하긴, 노을이 지는데 안멋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먀는..!)


저 멀리 에펠타워도 보인다.

The night of Paris...

almost done...

장미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얘기를 나누던 세번째 파리의 연인



그렇게 한시간이 넘는 파리에서의 노을 여행은 끝이 났다.
노을이 다 지고서도 아쉬워서 한참이나 퐁뇌프 다리 주변을 서성였다.
영국은 미국이나 캐나다와 비슷해서인지 생각보다 감흥도 없고 정도 별로 안들었는데
파리는 정말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해도 될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운치있는 도시였다.
내가 이쁜 모습만 보고 다녀서 그런걸지 몰라도.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



파리의 저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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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세계여행 제 26일 째 (2)
Paris, France


허기진 배를 빵 몇쪼가리로 때우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잃어버린 돈, 어쩔 수 없이 써야했던 돈들은 그냥 잊어버리는게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어제는 정말 벤쿠버 저리가라 할 만큼 화창하고 맑은 파리였는데
오늘은 또 왜이렇게 하늘이 꾸리꾸리한건지, 당장에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이 음침했다.
걷다보니 세느강변에 도착했다. 어제 에펠탑 위에서 봤을 땐, 실감이 나지 않더니
이렇게 세느강을 직접 걸으니 정말 유럽에 온 것 같다.

엔티크한 분위기의 세느강변...


요즘 자꾸 사진이 깨져서 등록된다...완전 스트레스..-_-



계획이 없는 우리들은 그냥 발길닿는대로 걸을 뿐, 정말 정처도 없고 목적지도 없이 그렇게 세느강 옆만 열심히 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유명한 관광지를 북적북적 관람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파리의 구석구석을 내 밟로 밟는 기분이.
세느강 옆으론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주로 낡은 책이나 엽서, 그림,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팔았다.


똑같이 생긴 나무상자모양의 가판대를 열어서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분명 노점상은 노점상이건만, 주변 세느강 경관을 헤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와
그리고 잡다한 일상생활용품이 아니라 주로 엽서나 그림같이 보기에도 좋은 것들이 어우러져
심심할 수 있는 세느강변가를 나름 운치있게 만들고 있었다.

필름 Pentax Me Super.

필름 Pentax Me Super.


가판대에서 팔던 엽서들..



어디에선가 말로만 많이 듣던 퐁뇌프 다리에도 다다랐다.
이 다리 위에서 보는 파리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이 다리위에 서서 보잘것 없는 솜씨로 그림을 끄적끄적거렸다.
아..정말 그림을 잘그린다면 파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꺼다.


요요 반대편 파리의 모습이 이쁘다.

필름, Pentax Me Super. 내가 좋아한 이 풍경.중세라고 해도 믿을까?



2008. 05. 26. Paris. Pont neuf 다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라고 쓰여있다.




퐁뇌프 다리에서 한참을 얼쩡거리다가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큰 길가가 아닌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정말 파리의 매력은 큰길가 뒤에 숨은 작은 골목골목들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엔티크하면서도 사람냄새도 나고 아름답기도하고 아기자기도 하고 운치있기도 하고..



꼭 저렇게 베란다 창틀에 꽃을 올려놓았다.



이 날 엥간히 기분이 싱숭생숭 했나보다...사진이 별로 없다 -_-...
그렇지만 파리 곳곳을 마음가는대로 걸어다녔던 것만큼 정말 만족 만족 대 만족이었다. 그림도 그리고.
아마 단체여행이었거나 여행사에 의한 여행이었음 바쁘게 유명관광지만 훑어보고 떠났겠지만
배낭여행이 좋은건, 발길 닿는대로 도시 구석구석을 걸어 볼 수 있다는 거...


오후가 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시은언니는 몽마르뜨를 보러갔지만 나는 피곤하고 지쳐서 일찍 호스텔로 들어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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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세계여행 제 26일 째 (1)
Paris, France



어제 몽생미셸의 계획은 못지켰지만, 나름 알찬 첫 파리 관광을 하고 피곤에 찌들어 잠이 들었다.
어제 아침8시부터 밤 10시까지 걸어다닌데다가, 여행 26일째라는 누적된 피로,
거기다가 밤귀가 예민한데 밤새 시은언니가 끙끙 앓는 바람에 잠까지 못자서 제대로 피곤했다.


오늘만큼은 제대로 몽생미셸에 가자는 각오를 다지며 호스텔을 나와 몽빠르나스역에 도착했지만,
이럴수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몽생미셸에 가는 오전 기차표가 모두 매진이었다.!!
어제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인은 미리 예매할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럴수가 이럴수가!!!

이렇게 우리의 몽생미셸 계획은 또 틀어지는건가...완전 허탈해하며
이왕 몽빠르나스역까지 온김에 3일뒤에 탈 스페인행 야간열차나 예약하자며 우리는 International ticketing 장소로 향했는데..
정말....이 날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기차역에서 빡돌아서 몽빠르나스역 폭파할뻔 봤다.
한마디로 우리는 프랑스역무원들의 손아귀에서 역을 뻉뻉 돌았다.-_-

줄을 한참 기다려 표를 사려고 했더니, 자기는 영어가 안된다며 영국 깃빨 꽂은 곳으로 가란다;
그래서 가서 줄서서 또 표를 사려고 했더니 자기는 원래 영어 담당자가 아니라며 다른칸을 알아보란다.
그래서 또 줄서서 표를 알아보려고 했더니, 여기서는 스페인으로 가는 (외국으로 나가는) 표를 살 수 없단다. 지금 장난?
한참을 돌고 돌아서야 드디어 영어가 통하는 역무원을 만났다. ㅠㅠ
근데 스페인으로 가는 표를 살 수 있는데, 니가 가려고 하는 날에는 모두 매진이란다 ^^ .......응?
뭐?!! 매진이라고????!!!!!!! 그럼...스페인에....못간다는 소리여?
우리가 당일표를 달라는것도 아니고 3일 뒤 표를 달라는건데!
식겁한 우리들은 침대든 의자든 뭐든 다 좋으니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사정사정했고
그나마 영어를 유창하게하면서 동시에 표를 팔수 있다던 흑인 역무원은, 마침 호텔차가 있다며 가격을 종이에 적어주었다
76유로.

7.6유로도 아니고, 17.6유로도 아니고 76유로???????????!!!!!??!!?
우리 유레일 패스있는데요....하며 내밀었더니, 그게 원래 120유로인가 140유로짜리인데 할인해서 76유로란다;;
헐.........헐..........기차 예약비 20유로도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쌩돈76유로를 내라고?
완전 어이없고 당황해서 일단 그대로 후퇴.....;; 파리에서 바르셀로나 직행을 제외한 모든 루트를 검색하고 알아보았으나...
가격도 가격이고 직행이 아닐땐 거의 하루를 기차에서만 보내야 하나는 결론이 나왔다 ㅠㅠ

원화가치 30만원 홀랑 잃어버린게 거짓말 안하고 엊그젠데,
한국에서 예약했으면 20유로도 안들었을 기차비를 여기서 76유로나 내려니 손이 후들, 다리가 후들
거기다가 시은언니가 한국에서 예매하고 가야하지 않느냐는 걱정을 무시하고 온터라 언니한테도 미안해 죽을뻔 봤다 ㅠ
그래도 스페인에 가기로 했으니 안갈수도 없고...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아 76유로짜리라도 타자며 줄을 섰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가기로한 그 날짜에 표가 없단다. 금새 매진되었단다.....................OMFG...

그리하여 우리는 바르셀로나행 직행기차표를 구하기로 마음먹은지 약 2시간만에야
1인당 76유로짜리, 그것도 파리에서의 일정을 하루 앞당겨서(결국 몽생미셸 포기) 표를 구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거 바르셀로나에서 스위스로 가는 야간기차도 바로 사버렸다. 이놈의 망할 티켓팅

 

 

하....몽생미셸에 가기로한 우리의 계획은 또!!! 수포가 되어버렸고,
생각지 못한 거금을 기차비로 썼다는 생각. 76유로면, 편안한 호스텔에서 3박하고도 남을 돈을 홀랑 써버리고
우리는 무계획+짜증+어이없음+허탈함+피곤함+생각없음으로 멍때리는 얼굴로 무계획적인 파리도심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의 몽빠르나스역에 계시는 역무원님들...우리 일처리 한번에 합시다......뺑뺑이 돌리지 말고!!


주위 눈치 안보고 책을 읽던 파리지엔.

보자마자 뉴욕에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ㅋㅋ 바로 요거! 뉴욕 소호에서.





한참 생각없이 걷고 있다가, 우연히 퐁피두센터에 다다랐다.
아, 유명한 건물이고 박물관이라는데 .......이미 우리는 뭔가 뒷통수를 맞아 정신이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픈 의욕따위는 몽빠르나스역에서 이미 쌈싸먹었다. 그냥 보고만 가자.




여기는 퐁피두 센터 뒷편인가 그 언저리어디인가 그랬는데, 독특한 설치물들이 연못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파리에 퐁피두센터같은 건물이 있는것도 어색한데, 저 뒤로 파리의 오래된 건물이 보이는데
그 앞에 이렇게 현대예술작품들이 늘어서 있으니 그것도 좀 어색했다.....;




아침부터 큰 일을 하나 치뤘더니, 금새 허기가 졌다. 아니 허기가 졌다기보다 원래 점심을 먹을 시간 쯤이었다.
위의 사진은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파리 골목길로 Rue Du Cloitre Saint Merri.
얼핏 길가 노점상에 걸린 엽서에서 본 적이 있는 골목이었다.
정말 갓 구운 바게트빵을 종이봉지에 넣어 종종걸음으로 우리 앞을스쳐지나가던...상상 속 파리 같던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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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5일
세계여행 제 25일째 (3)
Paris, France

 



라데팡스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다되었다.
우리는 세느강을 유람하는 바토무슈를 타기 위해 다시 파리 구도심으로 돌아갔다.

지하철 역을 울리던 감미로운 섹소폰 소리...



우리는 나름 파리의 야경을 보겠다고 밤 8시에 출발하는 바토무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뭉게구름까지 떠다니던 파란 하늘에 어느 새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노을도 보지 못하고 야경도 못보는 애매한 상황 ...-_ㅠ

드디어 바토무슈가 출발했다.


똥물위를 달리는 것 같던 템즈강은 달리, 세느강은 물이 꽤 맑아서 기분까지 상쾌했다.
비록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세느강변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에과 인사하면서 완전 신났다.


반갑게 손흔들어주는 파리지앵...쓰고있는 우산을 보니 영국인인가?;

비오는 세느강을 걷는 빠리지앵.




영화의 한 장면 같던 파리의 모습..


유람선은 콩고르드 광장 주변에서 출발해 세느강을 따라 세느강 다리를 하나하나 거치며 파리의 주요 건물들을 지나쳐
자유의 여신상을 반환점삼아 돌아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세계에 자유의 여신상에 세 개가 있는데 뉴욕에 하나, 파리에 두 개가 있다.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것은 이 센느강에 있는 여신상을 잠시 일본에서 전시했었는데, 반환후에 인기가 좋아서
그 복제품을 세워놓은거라 한다.)


이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미국인 회'에서 프랑스에 기증한 것인데,
뉴욕의 큰 언니(?)를 1/4로 축소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인 1889년 11월 15일 현재의 위치 '백조의 섬'에 세워지는데,
대통령이 집무하는 '엘리제 궁전(Palais de l'Elysée)'에 등을 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과는 달리 에펠탑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세워졌다가, 1967년 다리 보수공사를 마치면서,
뉴욕의 언니를 마주 바라보도록 현재의 자세로 방향을 180도 바꾸었다.

울고있는 에펠탑.


밤이 되자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밤 10시가 되면 에펠탑에서 불빛쑈를 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깜깜한 밤이 되기는 커녕 여전히 칙칙한 먹구름 하늘만이 우릴 우울하게 했다 .


결국 비도 내리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 걱정된 우리들은 에펠탑의 불빛쑈를 포기하고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도 숙소에서 오랫만에 한국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여행정보도 공유하고 인터넷도 빌려쓰면서
모처럼만에 여행하는 사람들끼리의 입담수다를 펼쳤다는. ^^

파리의 연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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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5일
세계여행 제 25일째 (2)
Paris,France


점심을 먹고 그 다음은 어디를 갈까 생각했다.
원래 이 날의 계획은 몽셸미셸이었는데 이렇게 무계획의 하루가 되다니!
그래서 나와 시은언니는 무작정 발길닿는 대로 걷기로 했다.
하늘은 파랗고 하얀 뭉게구름이 몽게몽게!


엥발리드, 하늘이 환상적이다!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어디갈까 고민하는 중!


엥발리드 내부..앞에 사진찍는 '파리의 연인'


정말이지, 이 날은 하루종일 걷기만 했다.
우리는 엥발리드를 살짝 둘러보고 나와서 콩고르드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걷고 걷다보니 드디어 세느강 다리도 건너게 됐다.
처음 건넌 다리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 세느강을 놓이 많은 다리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게 꾸며놓은 다리다.
무려 1896년에 러시아 황제 살렉산드르 3세가 초석을 놓은 다리라고.

지금와서 보니 부끄럽군요..//

작살vs맨주먹

세느강변의 유람선들, 많은 유람선들이 세느강을 오가고 있었다.


정말 땡볕을 걷고 걸어 도착한 콩고르드 광장.
광장 한가운데 높은 오벨리스크가 하나 있었는데 ......
나폴레옹이 가지고 왔다던가? 아닌가? 이집트에서 가져왔다고 했나? 아닌가? 모르겠다. 여행한지 너무 오래되서 다 까먹었다 ㅠㅠ
(가이드 책에 보니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맞다고 한다.)


콩고르드 광장에서부터 큰 대로가 뻗어져 있는데 그 길 끝에는 바로! 개선문이 있다. 유후/
개선문이로구나! 파리에는 뭔가 이렇게 도시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다. 에펠탑.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
파리에 들렀다면 꼭 와바야 하는 곳들. 과연 한국 서울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길 옆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가로수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에투알 광장을 중심으로
한쪽 방향으로는 콩고르드 광장이 있고, 반대쪽으로는 신개선문이 있는 라데팡스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시원한 가로수 그늘의 샹젤리제 거리를 콧노래를 부르며 개선문까지 걸어갔다
"오 샹제리제~오 샹제리제~........빠바밤 빠바밤 빠바밤 빠바밤.....너도 나도 룰루 랄라 샹젤리제..." (?!)

개선문까지 갔지만 일단 개선문을 바로 보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라데팡스지역으로 넘어갔다.
그곳은 개선문을 모티브로 지은 신개선문과 파리구시가지와 달리 높은 빌딩들이 있는 신시가지.

저 뻥 뚫린 곳


일명 신개선문이라고 불리는 라 그랑 아르슈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라데팡스의 중심점이다.
영화 '미스터빈의 홀리데이'에서도 미스터 빈이 이 신개선문을 걷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신개선문은 루브르의 카루젤 개선문과 에투얄 광장의 개선문을 일직선을 연결한축의 연장선상에 위치해있다.

콩고르드 광장쪽에서 본 에투얄 광장의 개선문

신개선문쪽에서 바라본 에투얄 광장의 개선문


에펠탑과 샹제리제거리, 개선문 주위는 관강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는데
신개선문 주위는 다행히도 꽤나 한적하고 슬슬 해가 져서인지 시원한 바람마저 불었다.
나와 시은언니는 신개선문의 계단에 앉아 한국에 있는 보고싶은 사람에게 엽서를 썼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는 시은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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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5일.
세계여행 제 25일 째
Paris, France





어제 오후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로 넘어왔다.
KTX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기압차이 때문일까? 귀가 먹먹하고 아파서 은근 불편했다.
파리 북역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두었던 호스텔을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여러번 환승을 했는데, 파리에 에스칼레이터가 없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지만
캐리어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환승하려니 정말 짜증이 치솟더라.
그렇게 영차영차 찾아간 호스텔에 짐을 풀고 산뜻한 내일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더랬다.


이제 5월 25일. 파리에서의 첫 날!
우리의 원래 계획이었던 몽셸미셸을 가기위해 초새벽부터 일어나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몽빠르나스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몽빠르나스 역을 2정거장 앞둔 지점에서 갑자기 시은언니가 외쳤다.
"한민아! 너 유레일패스 가지고 왔어?!"
"아닝 -ㅁ-"

아니!!!!
아니!!!!!!!!
유레일 패스가 없으면 갈 수가 없잖아!!!
이전까지 유레일 패스를 쓰지 않던터라 생각없이 유레일 패스를 빼먹고 룰루랄라 출발한거다
OTL....

때는 아침 8시 반....정말 일찍도 나왔다. -_-
영국에서처럼 파리의 날씨도 쾌청하기 그지 없었고 아침이라 공기는 상쾌했다.
우리는 몽셸미셸을 포기하고 에펠탑으로 급 계획 변경 !


푸른 파리의 하늘! 마음까지 시원해졌던 순간



아침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건만, 에펠탑은 역시나 파리의 명물. 사람들이 얼마나 줄을 길게 서 있던지
과연 오늘 안에 우리도 에펠탑 위에 올라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게다가 에펠탑 다리 4개마다 각각 올라가는 방식이 다른데 도대체 어느 줄이 , 어느 다리로 올라가는건지도 모르겠고
한참 방황하다가 겨우겨우 줄을 잡아섰다.

돈이 없는 학생은 걸어올라갑니다^^



얼굴 넣고 찍고 싶었는데 유리로 막혀있었다 ㅠ


드디어! 에펠탑에 올라왔다!
에펠탑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서 끝까지 올라가고 싶은 사람들은 돈을 더 내고 올라갈 수도 있다
우리들은 차근차근 중간 전망대부터 파리 관람!

저저저 갑툭튀는 뭐임?


저기가 사이요궁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기자기한 파리 건물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저기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것도 이쁘지도 않은 저 시커먼 빌딩은 뭐야?!!!! 경관 다 망치고 있어 ㅠ!
내가 알기로 파리도시 자체를 보존하기 위해서 파리 구도심부에는 높은 건물을 세우지 않게 되어있다던데, 뻥이었어?!

후에 알고보니 저건 "몽빠르나스타워"란다...저 빌딩 위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에펠탑과 파리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라나.-_-

구름이 옆에 떠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위쪽의 전망대로 올라가면 이렇게 추락 혹은 자살 방지를 위한 철조망이 ㅠ
캐나다와 미국에서 맞은 폭우의 아픔을 씻어주기라도 하듯이,
영국에 이어 파리에서도 날씨의 축복은 계속되는구나 !

푸른 하늘 , 상쾌한 공기, 고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낭만적인 파리. 좋다 :)
몽빠르나스타워가 없는 나머지 파리의 모습들..

우리나라의 대도시들과는 달리,
위에서 내려다본 파리는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녹음이 짙었다.

저기 사진 한 가운데 봉긋하게 솟은 곳이 '몽마르뜨 언덕'



템즈와 달리 깨끗했던 세느강..


세느강 왼편으로 높은 고층 빌딩들이 눈에 띈다. 한강보다는 작지만 깨끗해보이는 세느강
어렸을 때, 세느강의 별이라는 만화를 보곤 했는데...


이쪽이 샤이요궁인가? -_- 저 뒤는 신시가지.
내 상상속의 파리는 중세시대의 건물들만 가득한 그런 오래된 도시일 줄 알았다.
도저히 그런 도시가 현재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럼 파리에 백화점은 없어? 높은 빌딩도 없어?

그러나 파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최대한 옛 건물들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그리고 그 경관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옛 도시 파리 속에 현재의 파리를 세우고 있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타워..뒤의 하늘이 마치 그림같다.


에펠탑과 함께 :)


평화의 벽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화의 벽이 있다.
세계 각국어로 써높은 평화라는 글자. 물론 한글로도 써있다. "평화"

차들만 없다면 1700년대라고 해도 믿을거야.


한참 낑낑거리며 에펠탑에 걸어올라갔다가 정신없이 파리를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돈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지같이 먹고 다녔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먹겠다!! +_+

나아 시은언니는 햇살이 바짝 드는 어느 레스토랑의 야외 파티오에 앉았다.
불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기때문에 ^^ 남들이 먹는걸 보고 대충 시키고 느긋하게 햇살을 즐겼다.
햇살에 좀 그을리면 어때. 비만 맞고 다니다가 햇살 받으니까 따뜻하고 여유롭고 좋은걸.
에헤라, 천국이로구나.

토스트 밑에 있는게 바로 프렌치 후라이? ㅎㅎ






+폴라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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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4일
세계여행 제 24일 째 (2)
London, UK




포토벨로마켓에서의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파리로 떠날 시간이 다가와서 마음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
슬렁슬렁 포토벨로 마켓을 다 둘러보고 다시 빅밴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제 밤에 빅밴을 봤을 땐, 뭔가 으시시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 환한 낮에 보니 이제야 (!! 떠날 때 다되서;;) 런던에 도착한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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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밴, 그리거 저 너머 런던아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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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밴의 옆 모습. 좀 더 간지나게 찍고 싶었으나 저 동상 바로 밑에 자동차가 한 대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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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22분.


쌀쌀했던 어제 밤과는 달리, 햇살이 내리쬐는 런던의 오후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 잔디밭에 누워 햇살을 즐기며 한가한 토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고
빅밴 주변은 관광객들로 활기차고 생기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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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아도 그림같은데, 그 때는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꿈만 같았다.


오늘에서야, 런던에 도착한지 4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런던이란 도시가 좋아졌는데 이제 진짜 떠날 시간이 다 되어버렸네.
왠지 아쉬운데, 햇살이 이렇게 따뜻하고 하늘이 이렇게나 푸르러서 더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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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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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커브길을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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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오후 4시. 파리로 건너가는 유로스타를 놓치지 않으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빅토리아 스테이션으로 돌아갔다.
맡긴 짐을 찾아 마지막으로 빅토리아 스테이션 지하철 입구에서 성묵오빠와도 헤어졌다.
이렇게 영국땅에서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오빠
그리고 기꺼이 얼굴 보러 런던까지 올라와줘서 고마웠고요

이제 한국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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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너무 강렬해서 하얗게 날라갔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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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피곤하고 안쓰러운 표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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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4일
세계여행 제 24일 째
London, UK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런던이었지만
내가 있던 4일동안 나는 비 한 방울 구경하지 못했고,
그 중에 3일은 벤쿠버 저리가라 할 만큼 날씨가 쾌청하고 좋았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날씨가 좋으면 난 기분이 들뜨고, 기분이 들뜨면 꼭 사고를 치는데...(..)

어쨌거나 아침일찍 일어나 짐을 잔뜩 이끌고 빅토리아 스테이션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본머스에서 유학중인 성묵오빠가 오랫만에 얼굴도 볼겸 친히 런던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오빠와 약속시간은 10시 반이었는데
아니, 이 놈의 버스가 어째 자전거보다 느려?; 정말 속터지게 기고 기더니
결국 나의 예상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1시에야 빅토리아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거다.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도 안되는데.
기다리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내가 늦다니!

나와 함께 나온 사촌언니에게 짐을 맡겨놓고
급하게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코치 스테이션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는 도중에 일방통행인 일차선 찻길을 하나 건너야 했는데
빨간불임에도 앞에서 흑인 한 명이 건너는오는 것을 보고는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는 타이틀답지 않게 무단횡단의 천국이다)
급한 마음에 나도 차가오는지 휙- 둘러보고 길을 건너려는데

아니, 갑자기 길을 거의 다 건넌 흑인 아저씨가
급하게 날 감싸안고는 인도쪽으로 밀어붙이는 거였다;!

...이..이...이거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

그리고 눈깜짝 할 사이에 내가 건너려던 그 길에 쌩- 하고 차가 지나갔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던 거다.
여기가 영국이라는 걸, 차들이 좌측통행을 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건넜지만
사실 차는 나의 왼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뛰던 중에 갑자기 흑인아저씨가 덥쳐서 놀래기도 놀라고
또 그 아저씨 아니었음 차에 치일 뻔 해서 놀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숨을 몰아쉬면 겨우 감사하다고 입을 떼었다.

유럽여행 시작한지 3일만에 낯선 땅에서 비명횡사 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겨우 부지한 목숨으로 코치스테이션으로 다시 달려가
무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이나 할 일 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성묵오빠를 드디어 만났다.
아휴, 어찌나 미안한지;;ㅁ;



마침 이 날이 토요일이었고, 우리는 영화 노팅힐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 : Photo가 아니었다...-_-) 에 가보기로 했다.
포토벨로 마켓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좀 홍대놀이터 토요마켓 같은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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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Obello MARKET! 이 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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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건물들 아래 아기자기한 상가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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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No photo 경고문이 있어서 사실 물건 사진은 찍기 힘들었다.


이 포토벨로 마켓에선 참으로 가지가지 많은 물건들을 판다.
수제 도자기라던가, 간판, 오래된 음반들, 옛 총이나 검들, 갑옷, 보석, 카메라 등등 .
돌아다니다 보면 아기자기하고 또 기념될만한 것들이 많아서 사고싶은 충동이 드는데
가격이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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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디카를 맡겼더니, 오빠가 사고 싶은 물건만 잔뜩 찍어놓은...(..) 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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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를 모르겠는 이 거울같은 구형체. 뒤에 비치는 하늘이 너무 파랗고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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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그림 찾기?! 필름에 찍힌 사진. 포커스와 색감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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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오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찍어놓았다.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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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바라보고 있는 저 녀석.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Pentax Mesuper, 무보정)


사진은 원래 성묵오빠가 잘찍는데 오빠가 귀찮다고? 무겁다고? 기억안난다.
여튼 카메라를 안가지고 왔대서 약간 실망했다 ..-_ㅠ

하긴 또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한다는 건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
출사의 의미가 강할 때는 낯선 곳의 낯선 풍경을 마음 껏 담을 수 있어서 기쁘지만
또 어쩔 땐 그 놈의 사진 찍는데 온 정신이 다 쏠려 있어서
그 곳의 진정한 여유나 분위기를 즐기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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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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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눈도 제대로 못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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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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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킬빌, 매트릭스 등등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그려놓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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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액자에 걸어놓고 싶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나는 런던에서 갔던 그 어느 곳보다 이 포토벨로 마켓이 가장 맘에 들었다.
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매니아도 아니고,
유명한 건축물이나 성당 구경하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감동적인 자연환경이 아니라면
나는 그 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살아가는 모습, 그 곳에서 느껴지는 생기.활기. 그런 것들.
그들이 느끼는 삶의 활력을 슬며시 같이 느껴보고
그들이 누리는 휴식의 여유를 잠시 같이 느껴보고 싶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

나는 그런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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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3일
세계여행 제 23일 째 (3)
London, UK



찬란한 노을 속에 앉아 기네스 한 캔을 비우고 일어나니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오늘 밤이 런던에서 맞는 마지막 밤.
벌써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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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왔던 그 곳, Regent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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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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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하나 둘 불이 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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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세인트 폴 대성당


지금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나 밀레니엄 브릿지까지 돌아왔다.
낮에도 으스스하게 추웠는데 해가 지고 나니 늦은 5월의 런던밤 날씨는 더욱 쌀쌀해졌다.
아니, 쌀쌀하다는 말은 약한 것 같다. 정말 꽤나 추웠던 것 같다.
옷이 얇아서 덜덜덜 떨며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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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이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런던의 템즈강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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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런던아이. 밤하늘 별 처럼 반짝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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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영국의 국회의사당, 빅벤의 야경.



마지막 밤이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그 때는 그랬다.
그 때는 런던이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런던은 또 런던 나름의 매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유럽대륙의 나라들이나 작은 중소도시들과는 좀 다른)
그 때는 뭐 그리 밋밋하고 밍숭밍숭했던지.


....그랬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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