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4일
세계여행 제 24일 째
London, UK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런던이었지만
내가 있던 4일동안 나는 비 한 방울 구경하지 못했고,
그 중에 3일은 벤쿠버 저리가라 할 만큼 날씨가 쾌청하고 좋았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날씨가 좋으면 난 기분이 들뜨고, 기분이 들뜨면 꼭 사고를 치는데...(..)

어쨌거나 아침일찍 일어나 짐을 잔뜩 이끌고 빅토리아 스테이션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본머스에서 유학중인 성묵오빠가 오랫만에 얼굴도 볼겸 친히 런던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오빠와 약속시간은 10시 반이었는데
아니, 이 놈의 버스가 어째 자전거보다 느려?; 정말 속터지게 기고 기더니
결국 나의 예상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1시에야 빅토리아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거다.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도 안되는데.
기다리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내가 늦다니!

나와 함께 나온 사촌언니에게 짐을 맡겨놓고
급하게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코치 스테이션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는 도중에 일방통행인 일차선 찻길을 하나 건너야 했는데
빨간불임에도 앞에서 흑인 한 명이 건너는오는 것을 보고는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는 타이틀답지 않게 무단횡단의 천국이다)
급한 마음에 나도 차가오는지 휙- 둘러보고 길을 건너려는데

아니, 갑자기 길을 거의 다 건넌 흑인 아저씨가
급하게 날 감싸안고는 인도쪽으로 밀어붙이는 거였다;!

...이..이...이거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

그리고 눈깜짝 할 사이에 내가 건너려던 그 길에 쌩- 하고 차가 지나갔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던 거다.
여기가 영국이라는 걸, 차들이 좌측통행을 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건넜지만
사실 차는 나의 왼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뛰던 중에 갑자기 흑인아저씨가 덥쳐서 놀래기도 놀라고
또 그 아저씨 아니었음 차에 치일 뻔 해서 놀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숨을 몰아쉬면 겨우 감사하다고 입을 떼었다.

유럽여행 시작한지 3일만에 낯선 땅에서 비명횡사 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겨우 부지한 목숨으로 코치스테이션으로 다시 달려가
무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이나 할 일 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성묵오빠를 드디어 만났다.
아휴, 어찌나 미안한지;;ㅁ;



마침 이 날이 토요일이었고, 우리는 영화 노팅힐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 : Photo가 아니었다...-_-) 에 가보기로 했다.
포토벨로 마켓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좀 홍대놀이터 토요마켓 같은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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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Obello MARKET! 이 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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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건물들 아래 아기자기한 상가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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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No photo 경고문이 있어서 사실 물건 사진은 찍기 힘들었다.


이 포토벨로 마켓에선 참으로 가지가지 많은 물건들을 판다.
수제 도자기라던가, 간판, 오래된 음반들, 옛 총이나 검들, 갑옷, 보석, 카메라 등등 .
돌아다니다 보면 아기자기하고 또 기념될만한 것들이 많아서 사고싶은 충동이 드는데
가격이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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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디카를 맡겼더니, 오빠가 사고 싶은 물건만 잔뜩 찍어놓은...(..) 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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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를 모르겠는 이 거울같은 구형체. 뒤에 비치는 하늘이 너무 파랗고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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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그림 찾기?! 필름에 찍힌 사진. 포커스와 색감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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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오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찍어놓았다.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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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바라보고 있는 저 녀석.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Pentax Mesuper, 무보정)


사진은 원래 성묵오빠가 잘찍는데 오빠가 귀찮다고? 무겁다고? 기억안난다.
여튼 카메라를 안가지고 왔대서 약간 실망했다 ..-_ㅠ

하긴 또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한다는 건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
출사의 의미가 강할 때는 낯선 곳의 낯선 풍경을 마음 껏 담을 수 있어서 기쁘지만
또 어쩔 땐 그 놈의 사진 찍는데 온 정신이 다 쏠려 있어서
그 곳의 진정한 여유나 분위기를 즐기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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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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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눈도 제대로 못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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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Mesuper,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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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킬빌, 매트릭스 등등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그려놓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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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액자에 걸어놓고 싶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나는 런던에서 갔던 그 어느 곳보다 이 포토벨로 마켓이 가장 맘에 들었다.
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매니아도 아니고,
유명한 건축물이나 성당 구경하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감동적인 자연환경이 아니라면
나는 그 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살아가는 모습, 그 곳에서 느껴지는 생기.활기. 그런 것들.
그들이 느끼는 삶의 활력을 슬며시 같이 느껴보고
그들이 누리는 휴식의 여유를 잠시 같이 느껴보고 싶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

나는 그런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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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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