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2일
세계여행 제 43일째 (1)
Wien, Austria



결국....도착해버렸다.
오스트리아 빈에.

뜨렌이딸리아에서 역무원한테 삥뜯기고 열받아서 메스트레역에서 남은 유로를 탈탈 털어 생맥주를 샀었다.
그리고 분한 마음에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야간열차 내내 그냥 한숨 푸~~~욱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스트리아였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난 분명 넉넉하게 빈에서 이틀, 뮌헨에서 이틀, 프라하에서 이틀 그리고 벨기에에서 이틀을 보내야 하는데
중간에 이탈리아 일정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바람에 빈과 뮌헨을 통틀어서 2일밖에 여유가 없어져버렸다.
그렇다고 하루는 빈, 하루는 뮌헨을 갈 수도 없고....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데
클림트의 키스냐 (빈), 아니면 월트디즈니성의 모태, 노이슈반스타인성이냐(뮌헨), 고것이 문제로다.

...빈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강렬한(!!) 옥외광고 판.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강렬한 노골적인 키스.



시은언니는 확실히 빈에서 하루, 그리고 다음날 할슈타트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나는 빈에 도착해서까지 마음을 못잡고 갈팡질팡했다.
바로 여기서 뮌헨으로가는 기차를 탈까, 아님 빈에서 하루 머물다가 내일 당일치기로 노이슈반스타인 성에 다녀올까.....


....고민하는 사이, 빈 역에서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적극적인 민박집 아저씨 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짐들고는 민박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민박집에 들어가면서도..이건..아닌데....를 외쳤으나
붙잡혀들어가서는 뛰쳐나올 용기가 없는 관계로, 나는 그냥 원래 빈에 오기로 했던 목적,
바로 클림트의 키스가 오스트리아에서의 이틀을 보상해주기만을 바라면서 결국 그렇게 빈에 눌러앉았다.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제 지치기도 했고 이탈리아에서 별별일들로 힘을 너무 많이 뺀데다가
사실 오스트리아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어서 시큰둥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이 장엄하 대문은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벨베데레 궁전이랍니다.



이탈리아에 이어 오스트리아도 날씨가 좋았다.
다만 위도가 상당히 높아져서인지, 이탈리아는 뜨거웠는데 오스트리아는 갑자기 춥게 느껴졌달까.

바로크양식의 벨베데레 상궁. 19~20세기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벨베데레 궁전 정원의 커다란 석상.



오직 클림트의 키스 원작을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들어온 벨베데레 미술관.
궁전으로 쓰이던 곳이어서인지 미술관 내부는 굉장히 화려했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미술관들이 사진촬영을 허락해주는데 반해,
이 벨베데레 미술관은 안타깝게도 사진촬영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ㅠㅠ

화려한 내부의 벨베데레 미술관 내부.



클림트의 키스는 정말...
세기의 명작 천지창조와 모나리자를 볼때보다도 더 큰 감동이었다.

오스트리아 나라 자체에서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샀다고 하는데 강화 유리같은 것 안에 넣어놓았다.
진짜 모작으로만 보다 진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작품을 봤을때의 그 감동이란!!!

...그러나 역시나 사진촬영불가....ㅠㅠ
사실 몰래 도촬을 하려다 걸려서 혼났다..........................................ㅠㅠ
단한번도 어글리코리안인 적이 없었는데 진짜 내 평생의 소원인 클림트 키스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ㅠㅠ


그리하여 우리는 벨베데레 미술관의 관람을 끝내고 슬렁슬렁 빈 시가지로 걸어나왔다.

제법 도심분위기가 나는 빈

왠지 명동 삘이 나는 ..;



같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인데 어쩜 이렇게 나라들마다 느낌이 다를까.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탈리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의 모습, 앤티크하고 유니크한 그들만의 모습을 간직했달까
분명 차들과 오토바이로 도로가 넘쳐나고 큰 현대식 기차역이 있었지만
도시들 자체는 대부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중세시대 같은 그런 느낌.
높고 반짝거리는 현대식 건물도 보지 못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스타벅스도 구경을 못한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일주일을 있다가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니 갑자기 현대로 시간여행을 넘어온 것 같은 그런느낌?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뭔가 오스트리아가 매력적이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도 이미 내가 너무 익숙한 현대 도시들의 모습이 너무 많이 묻어나서였나보다.

St. Stephansdom. 슈테판 사원


빈의 옛 시가지 안에 빈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의 슈테판 사원이 있었다.
미술 책에서만 보던 직선적이고 삐죽삐죽한 고딕양식 건물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던 순간이었다.

이거슨 기념사진.


후후, 점심시간이라 슬슬 허기가 진 우리들은 가이드북에 나온 음식점을 찾아나섰다.
빈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슈니첼! 돈까스처럼 생겼는데 굉장히 얇게 썬 쇠고기 튀김이란다.
우리는 가이드 북 제일 첫 페이지에 소개된 <피그뮐러>에 들어갔다. ...그 곳에 이미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슈니첼은 언제 나오는거야...배고파

이게 지름 28cm의 슈니첼 한 장.;




가이드 북에 보면 슈니첼 한 개 지름이 28cm나 되니까 꼭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으라고 했는데
우리는 차마 둘이 와서 하나만 시키기는 민망하다는 핑계로 두 개를 시켰다,
한참 노닥거리는데 슈니첼이 하나 나왔는데 진자 어마어마하게 크길래
우리는 2개 시키니까 2개를 하나로 이어서 크게 만들어준건가보다 ....하고 둘이서 나눠먹고 있는데
곧이어 똑같은 크기의 슈니첼 또 등장이오.,,,,,,,,,,,,,,,,,,!;;;;;;;;;;;;;;;;;;;;;;;;;;;;;;;;;;

앞으로 가이드 북의 말을 꼭꼭 지키도록 합시다.
그러나 저러나 이탈리아에서 거의 기아 수준의 극기 여행을 했던 우리들은
크거나 말거나 맛있게 잘 먹었다는 :D


이제사 조금 유럽같은 빈의 시가지.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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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1일
세계여행 제 42일 째 (3) 
Venezia, Italy





맞은편의 주영오빠네 기차 문이 닫혔는데, 닫혔는데, 닫혔는데.
헉.
기차 문 너머로 주영오빠가 갑자기 휙 등을 돌리더니 왠 한국인 여자들이랑 말을 하기 시작했다.


1분전까지 우리랑 헤어져서 혼자 다니면 심심해서 어떡하냐고 죽을 상을 쓰고 있었는데
어떻게 또 저 칸에 한국인 여자들이 타고 있어서.........................................................
오빠가 심심하게 혼자 다니지 않게 된 건 다행이었지만, 왠지;; 왠지 모를 서운함이...-_-......


어쨌든, 드디어 우리 기차도 출발하고 승무원이 올라타 표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제일 첫번째 검사했던 남자가 무임승차였나보다.
난색을 하더니 결국 주민증 같은걸 보여주고 뭘 적고....
항상 유레일패스만 쓰던 우리도 패스를 하루 아끼려고 1유로짜리 표를 사놔서 다행이었다.
무임승차한 사람에게 혼쭐을 내준 역무원이 우리에게 표를 요구했다.
나와 시은언니는 씨익 웃으면서 그 표를 내밀었는데
역무원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딱 두 마디, 그리고 콩콩 찍는 손 모양을 해보였다
"no punch"




...


뭐....라고?
....노....펀치???!?!??!?!!!!!!!






그게...뭐..................................가 아니잖아!!!!!!!!!!!!!!!!!!!!!!!!!!!!!!!!!!!


그랬다 ㅠㅠ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탈 때는 꼭 표를 기계에 집어넣어서 펀치를 뚫어야 한다. 그게 개시(開始)다.

그래야 표가 유효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유레일 패쓰만 썼던 우리는 직접 펀치한다는 생각을 정말, 1g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이탈리아에 와선 주영오빠가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면서 나는 가이드 북을 읽지도 않았다...


일단은 몰랐다고 손을 싹싹 빌어봤다.
표를 사면 된거 아니에요? 몰랐어요 ㅠㅠ


근데...얄짤없다.
갑자기 기관실 옆 칸으로 들어오란다.
사색이 되서 따라 들어갔더니, 벌금으로 각자 50유로씩 100유로를 내란다...................................


님....지금 장난?
각자 50유로?
50유로면 유레일 패스 없이 이탈리아 횡단을 하고도 남겠다.


일단은 현금이 없다고 봐달라고, 카드 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경찰에 전화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헐............................강경하게 나오는 구나.................................



....

진짜 돈이 없....................지는 않았지만 50유로를 벌금으로 내면 진짜 돌아버릴지도 몰라.
우리는 딱 한 정거장만 가면 됐고, 게다가 1유로짜리 표도 샀다고.
정말 울상을 지으면서 꼬깃꼬깃 접어놓은 50유로를 꺼냈다.

정말 이거 밖에 없어요..ㅠㅠㅠ


그랬던 선심쓰듯,
"좋아 원래 2명에 100유로인데 잘 몰랐다고 하니까 각자 25유로씩 50유로로 봐줄게
다음부턴 절대 실수하지마."




..............저기 있지나....

우리 지금 이탈리아 뜨는 중이야. 다음따위 없다고!!! 우리 이제 오스트리아로 넘어갈꺼라고!!!!!
뭐? 잘 몰라서 25유로 깎아줘? 처음부터 100유로가 아니었겠지. 니가 지금 중간에서 떼먹으려는거 다 알아!!!!!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기차에서 쓴 나의 일기장엔 욕이 난무한다 .....-.,-)


그렇게 50유로를 거의 삥 뜯기다시피 뜯기고....나는 거의 정신을 잃었다.
(맘씨좋은 나라에서는 잘 몰랐다고 하면 봐주기도 한다는데 ㅠㅠ)
순식간에 언니 벌금 25유로까지 뜯기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발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겨우 한 정거장 가는데, 표도 샀는데, 25유로나 내야 해서 억울하기도 했지만,


갑자기 방금 다른 기차를 타고 떠나버린 주영오빠가 생각났던거다.


주영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중간에 카드도 고장나고 돈도 없이 굶고 지갑도 잃어버리고 길도 잃어버렸지만
눈물이 찔끔찔끔 나기도 했지만 나는 항상 꿋꿋하게 잘 견뎌왔다.
그런데 스위스에서 주영오빠를 만나면서부터, 거의 궂은 일은 오빠가 다 도맡아 처리해주기 시작했다.
귀찮은 길찾기도 다 해주고, 물어볼게 있음 나서서 물어와주고, 짐도 다 들어주고
그러다 보니까 여행지인데도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준다고 여행지인데도 너무 마음 놓고 있었던거다.
한 열흘간 오빠 도움만 받다가 갑자기 큰 일을 당하니까 우르르 무너져버렸다.
오빠가 있었으면 내가 아니라 오빠가 싹싹 빌었을테고, 오빠는 돈 못낸다고 버티기라도 했을것 같고
행여 25유로씩 뜯겼어도 씩씩거리면서도 괜찮다고 다독여줬을텐데
오빠는 방금 전에 왠 한국여자들을 또 만나서 깔깔거리며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오빠 처지랑 내 처지랑 비교가 되서 괜히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2분 뒤에....(제길..) 메스트레 역에 내렸다.
시은언니는 아침에 33유로, 저녁에 25유로, 도합 58유로를 뜨렌이딸리아에 기부했다.
제길.제길제길.
갑자기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고 서있기가 힘들었다.
아침에 일기장에 쓴 것 처럼, 정말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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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1일
세계여행 제 42일 째 (2) 
Venezia, Italy



드디어, 걷고 걸어서 산 마르코 광장에 다다랐다. 비둘기로 가득한 (;;)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의 상징인 산 마르코 대사원

나폴레옹의 날개,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치비코 코레르 박물관.


한국인을 못찾아 근심걱정인 나.

베네치아에서 박물관 구경은 안해도 되니
꼭 해야 하는게 바로 대운하에서 곤돌라 타기!

근데 이 곤돌라 한 번 타는 돈이
우리 같은 근검절약 학생들이 타기에 너무 비쌌다
1대 빌리는데 120유로~150유로.
당시 환율로 20만원 정도..;
아무리 세명이서 나눠도........
거기다 아침에 시은언니가 33유로를 날려서...-.-

어쨌든, 우리는 혹시 같이 나눠 탈 사람이 있나
한국인들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아직 6월 초순. 대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칠 때라
...베네치아에 한국인이 보이질 않아...ㅠㅠ
여행지마다 바글바글하던 한국인들 다 어디간겨


언니 오빠는 거의 포기한 것 같았지만, 난 이미 보르게세 공원에서도 나의 자비를 털어 배를 기어이 탔던 근성이 있는지라
정말 가끔가다 보이는 한국인들을 일일이 붙잡아 같이 곤돌라를 타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ㅠ
아 ....베네치아에서 곤돌라에 발도 못 담그고 이대로 떠나야 하다니..!!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


...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왠 외국인커플이 곤돌라 가격에 깜짝놀라며 손사래를 치는 것을 보고
옳다쿠나!!!! 싶어 그들에게 다가가 우리 같이 합석하지 않겠냐고 흥정을 붙였다. 유후
그래서 5명이서 100유로에 곤돌라 한 대를 빌렸다.
아. 근성의 바칸민!! 내가 못할 건 없어.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자, 이제 곤돌라 타고 대운하로 슝슝!

우리의 빡빡머리 뱃사공 아저씨. 꼭 저렇게 다들 세일러 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운하물에 반짝이며 부서지는 햇빛이 이뻐서...:D

기어이 배를 타고는 기분 좋아 싱긍벙글...훗



곤돌라를 타고 가면 뱃사공 아저씨가 노를 저으면서 베네치아의 역사라던가, 유명한 다리들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
리알토 다리라던가, 탄식의 다리의 유래..카사노바의 이야기. 이런것들.
근데 받아적지 않는 이상 한 시간 가까이 되는 설명을 다 ....이해하고 기억 할 수 없으므로...;

성악가를 배에 태운 갑부관강객. 성악가는 "오솔레미오"를 부르고 우리는 얻어들었다!

....컨셉사진은 아니고....(..)

골목사이로 햇살이 반짝 비추는 순간.


위에선 폼잡지만 실상은 이랬다.



Servizio Gondele, 곤돌라 선착장.


오늘...유난히 이쁜척이 많구나. 이건 다 원피스 탓.




우리 세명의 마지막 사진.

그렇게 한시간 좀 안되게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돌고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벌써 늦은 오후.
이제 이렇게 걸어서 산타루치아 역에 가면 오빠랑도 빠이빠이.

사실 주영오빠는 이제 혼자 다시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가야했는데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뒀다)
이미 다 구경한 이탈리아를 일주일씩이나 혼자 구경하는게 싫었는지
자꾸 우리따라 빈에 갈까, 뮌헨으로 갈까...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도 이미 오빠가 다 갔던 곳이라...-.,-
우리는 헛돈 쓰지 말고 아직 구경못한 이탈리아를 구경하라고 압박해서
우리의 원래 계획대로,
여기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서 안녕 하기로 했다.

생각없이 기차를 기다리는데,
빈으로 가는 기차는 산타루치아 역이 아니라
한 정거장 전인 메스트레 역이었고
거기까지 유레일패스로 커버가 안된다길래 1유로짜리 티켓을 샀다.


열흘간 함께했던 주영오빠와 헤어지는 순간은 정신이 없었다.
7시 30분에 메스트레에 도착하는 오스트리아행 열차시간을 맞추려고
모두 허겁지겁 짐을 들고 뛰어서는, "잘가! 한국에서 보자!" 라고 소리지르다시피하고
지금 막 출발하려는 기차 제일 첫 칸에 뛰어올랐다.
주영오빠도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우리 바로 옆 레인의 기차 첫 칸에 뛰어올랐고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우리 열차가 먼저 출발할 줄 알았는데, 오빠네 열차가 먼저 문이 닫히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럽에서 우연히 만난 주영오빠와의 열흘간의 짧은 동행은 끝이 났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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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1일
세계여행 제 42일 째 (1)
Venezia, Italy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이었다.



유명한 베네치아 가면.

 어제 밤새 내내 여행 루트를 고민하고 다들 늦게 잠이들었다.
아침에 서둘러 짐을 싸서 나오는데, 역에 도착할때쯤
내가 선글라스를 민박집에 놓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뛰어가기도 전에 주영오빠가 먼저 표를 사놓으라며 뛰어가버리고
나와 시은언니만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 가서는 표를 끊으려고 줄을 섰다.
시은언니에게 내가  줄을 설 테니, 언니가 자동발권기를 써보겠냐고 물었다.
언니가 별로 내켜하는 것 같지 않아 그냥 줄을 서 있는데
언니가 주영오빠를 찾아왔다. 문제는 거기서 터졌다.
언니가 오빠를 찾으러 간 사이, 언니의 신용카드를 내가 들고 있다가
언니랑 오빠가 돌아오자 카드를 언니에게 돌려줬다.
(그냥 언니가 가지고 있으라고)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카드를 들고 휘적휘적 걸어서 자동발권기로 가는 거다.
나와 주영오빠 모두 의아해 했지만 언니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려서
그냥 우리끼리 표를 사고 자동발권기에 서있는 언니를 찾았다.

그런데 언니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선
기차출발시간은 5분도 안남았는데,
발권이 안된다면서 계속 발권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민아 결제만 되고 표가 안나와!!"

그럴리가.....라면서 발권기 밑의 표창구를 보니까, 아뿔싸, 표가 이미 두장이나 발권이 되어있었다.!!!!
스탑스탑스탑 취소취소취소취소!!!!!!!!!!!!!!!!!해서 겨우 세 장째 발권은 막았으나...............
언니가 유레일 패스 아끼려고 일부러 베네치아 구간은 유레일패스를 안쓴다고 한건데;
유레일 패스 없는 일반 기차표는 한두시간 거리에도 5만원~6만원 훅훅 날라가는데...그걸 두장이나  뽑았...
급하게 환불하는 곳이 어디냐고 이딸리아노 역무원을 붙잡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이미...기차시간은 2분전...이대로 있다가는 언니 표 2장은 물론이요, 나랑 오빠 표도 날릴게 뻔했다.
언니는 우리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언니! 그냥 타. 여기서 환불받겠다고 남아있다가 기차 떠났다고 환불 안해주면 그땐 진짜 표 세장 뽑는거야!"

........언니..눈물을 머금고...피렌체에서 베네치아 가는 기차표를 66유로 내고 탔다.....................................
(언니보다 유레일 패스 기간이 널널했던 나는 좌석예약비만 냈는데 ㅠㅠ)

언니는 내가 신용카드를 다시 돌려주길래, 자동발권기에 가서 뽑으라는 줄로 착각하셨다고...ㅠ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릴까봐 돌려준건데..ㅠ왜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셨는지 ...ㅠㅠㅠ


쨌든, 정말 꾸리꾸리한 기분으로 도착했다.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 바로 그 베네치아!
(유럽친구들한테 피렌체, 베네치아라고 하면 못알아듣는다. 플로렌스, 베니스라고 해야 알아듣더라..)

오홍홍...괜히 선글라스 끼고 간지녀인 척...이 아니라 햇빛에 선글라스를 안끼면 눈이 멀 것 같았어..ㅠ



아침부터 소동을 벌여서 베네치아에 도착했을 땐 배가 고팠다. (또) 피잣집에서 피자를 한 판먹고
아무 계획도 일정도 없는 베네치아 구경을 시작했다.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어짜피 오후엔 떠나야해서 그냥 걷기로.

난 요런 등이 좋더라...:)


골목골목을 누비는 곤돌라들.

사진만 봐도 미간에 인상쓴게 보일것 같다. 진짜 더웠다.-_-



베네치아 골목은 아주 좁고 마치 미로처럼 구불구불 해서 정신을 놓고 걸으면 길 잃기 십상이지만,
사실 정신 잡고 걸어도 이 골목이 어딘지, 저 골목이 어딘지 알 길이 없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이쁜 골목이 보이는 대로 걷고 걷다 보면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으니까.


유럽아니랄까봐, 창문마다 저렇게 화분을 걸어놓았다.




베네치아에선 아무것도 구경하지도 않고, 그냥 길따라 걷기만 해서인지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구나.
쓸 이야기가 별로 없다. 그냥 그 날 따라 마음은 찝찝하고 착잡한데,
시은언니의 원피스를 빌려입고는 (한국을 떠난 이후로 1년만에 입어보는 원피스...ㅠㅠ)
갑자기 여자가 된 것 같아....(그 전에는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했던건가....) 괜히 기분이 업 되어있었다는 거 말곤.

엉겁결에 모델놀이...의도했던 건 아닌데.

한국와서 사진을 받았더니 이런 사진들이...


보너스! 눈에 빛이나는 가면..신내림을 받은 것 같아...;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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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세계여행 제 41일 째 (4)
Firenze, Italy.




베키오 다리 위에서 정신을 놓고 있다보니 벌써 시간이 10시 가까이 되었다.
노을 찍으라고 먼저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올려보낸 주영오빠가 설마 그 시간까지 있을까 싶었지만
일단은 그 곳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불빛이 많이 없어 캄캄한 피렌체 거리를 묻고 물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

그런데 역시 시간이 너무 늦은 걸까.
미켈란젤로 언덕에 사람은 많았지만 주영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작고 아담한 피렌체의 야경, 불빛이 없어서인지 더 작아 보인다.



올라온 김에 피렌체의 야경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주영오빠가 나타났다.
오빠도 한참을 기다리면서 돌아가려던 찰나였다고.
그래도 세 명 밖에 없는 일행이 이렇게 흩어지지 않고 다 모여서 다행이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와 아르노 강을 따라, 그리고 하숙집이 있는 역 주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만 눈이 부신 피렌체의 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된 도보여행에 지쳤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인데도 거리엔 사람이 없다.


온 길을 그대로 거꾸로 돌아서 다시 베키오 다리를 건너 씨뇨리아 광장까지 돌아왔다.
다들 오늘 뜨거운 햇살 아래 너무 이 늦은 시간까지 걸어다녔던 탓일까
아니면 혼자 감상에 젖어있던 나처럼 내일이면 이별하는게 아쉬워서 였을까
다들 아무 말도 없이 타박 타박 걷기만 했다.
정말이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바로 일주일 전, 스위스 루체른에서의 늦은 밤을 함께 걸었을 땐 새로 시작하는 여행에 들떠있었는데
하루의 동행이 3일의 동행이 되고, 그게 계속 이어져서 이렇게 열흘이나 함께 하게 되다니 인연이 참 신기하다.

몽마르뜨 언덕의 회전목마가 생각나는 공화국광장의 회전목마

말머리의 삼색깃털이 화려하다.

이런건 또 언제 찍혔대....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 아주 늦은 밤이었는데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몇몇 레스토랑에선 라이브 음악이 들려왔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음악소리는 공화국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타치는게 취미라던 주영오빠가 넋을 놓고 한 라이브 카페앞으로 걸어갔다.
그 카페에서는 santana의 Europa가 조금 슬프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화국 광장의 피렌체 축소모형, 그리고 저 뒤에 음악소리에 넋을 놓은 주영오빠.


그런데 갑자기 주영오빠가 나와 시은언니에게 막 손짓을 해보인다.
뭐지....싶어서 레스토랑으로 걸어갔더니, 거기 파티오에 우리 민박집에 어제 새로 들어온 왠 남자분이 앉아계셨다.
여행자는 아닌 것 같아고 여기 피렌체에서 꽤 오래 머물고 있는 것 같았는데, 뭐 아는 바는 없으니.
그 분이 우리를 자기 테이블에 앉히고는 맥주를 한 잔씩 시켜주셨다. (앗 !!@_@)
그 분이 핸드폰도 가지고 있어서 민박집 주인에게 전화해서 다같이 늦게 들어간다고 허락도 맡고.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데 라이브 음악가들은 프로였는지 감탄스러울 만큼 멋진 라이브들을 보여줬다.
하루종일 햇볕이 강해서 더위 먹은 강아지 마냥 늘어져 있었는데 시원한 맥주가 시원하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음악소리

캬, 원샷 원샷 원샷....?;;




뜨거웠던 한낮과 달리 시원한 여름밤 바람과,
멋진 연주자들과 보컬들의 여름밤 노래와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조그맣고, 너무나도 뜨겁고, 사실 별로 볼 거 없던 것 같은 피렌체가
유난히, 그리고 갑자기 운치있게 느껴지는 여름밤이었다.

ps. 우피치 미술관은 못갔다. 혹은 안갔다(?)

-2008. 06. 10 travel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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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세계여행 제 41일 째 (3)
Firenze, Italy.



저녁 시간이 되자 민박집에선 삼겹살이 구워지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느낀건데, 이 민박집은 전문 민박집이 아니라 젊은 여자 두 명이 자기 일을 따로 하면서
부업으로 피렌체에 놀러오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민박업을 하는 듯 했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 주인이 삼겹살이라며 내 놓은 것은, 거의 비계덩어리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쿠키로 버틴 거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라,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우리의 저녁 식사에는 다른 손님도 한 명 있었는데
피렌체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술 전공의 여자분이셨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 분의 좌충우돌 이탈리아 생활얘기도 듣고 재밌게 시간을 보냈는데
곧 야경투어를 한다면서 우리를 이끌기에 우리도 예상치 못하게 야경투어에 따라나서게 되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에, 구름 조각이 마치 새처럼 날아가고 있다.

파란 자전거와 빨간 자전거.


쭐래쭐래 따라나섰는데 어디선간 한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열댓명이나 되는 상당히 거대한 투어집단이 되었다.
사실 낮에 생각보다 매력없는 피렌체에 실망한 우리들은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보는 노을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나랑 시은언니,주영오빠 모두 사진 찍는데는 목숨거는 스타일인데
단 하루밖에 볼 수 없는 피렌체의 노을을 놓칠까봐 주영오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민박집 주인이 공짜로 투어에 끼워넣어 준데다 얼굴맞대고 저녁까지 먹은 가이드라
세 명 모두 쏙 빠지기도 그렇고, 셋 다 가이드 몰래 쌩까고 나올만큼 철면피는 아니어서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걸까.
세 명 중에 한 명이라도 미켈란젤로에서의 노을을 사진으로나마 찍어오면 될꺼라고 생각하고,
내가 갈 수도 있었지만 기꺼이 주영오빠를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몰래 보냈다.
핸드폰도 없고 이 투어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보자는 약속하나만 하고.





그러더니 이번엔 시은언니가 배가 아파서 민박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를 보냈다...;;;;
다시 나올꺼면 가이드전화로 연락을 하라고 약속을 하고 언니마저도 민박집으로 돌려보냈다.

오빤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언니는 민박집으로 그리고 나는 시뇨리아 광장에 홀로 남았다.
물론 옆에 가이드가 2명에 다른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왜 갑자기 양쪽 팔 바깥쪽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걸까.


가이드는 열심히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궁전과 다비드 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래서 그 곳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자꾸만 어둑어둑해져가는 하늘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느껴보는,
'혼자' 라는 느낌이었다. '나혼자'
오빠와 언니가 내 곁에서 잠시 떨어져있자 갑자기 가슴에 먹먹한 '외로움'이 날 덮쳐왔다.


.......오늘이.......마지막 밤이구나.
우리 세 명 모두 함께하는 게.



시뇨리아 광장에 울려퍼지던 영롱한 플룻소리를 듣는 사람들.



그야 말로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눈이 부셨던 이탈리아 여행이
 마지막 밤을 맞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니 오빠와 떨어지고 나니
 외면하고 있던 그 사실이 불쑥 날 슬프게 했다.

나와 시은언니, 주영오빠. 모두 유럽에서 처음 만났는데도
너무나 잘 어울려 지냈다.
셋이 함께 있으면 그저 즐겁고 재미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우울하거나 걱정할게 없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돈이 없어서 굶으며 쿠키만 씹어먹어도,
 밤에 길을 잃어 헤메도.
그 모든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결코 힘들거나 불만스럽지 않았다.
언니 오빠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걱정 대신 그 순간들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날이 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끝이난다.
갑자기 두렵고 외로워졌다.

언니오빠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갑자기 슬퍼졌다.



시뇨리아 광장엔 Josh Groban의 "You raise me up"의 플룻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슬픈 기운에 그 노래를 들으니 위로처럼 느껴지면서도 이젠 정말 끝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포스팅할때 꼭 같이 올리려고 노래까지 다운 받아놨는데 저작권 법때문에 아쉽게도 노래는...ㅠㅠ)
그 때, 시은언니가 다시 합류했고 우리는 투어일행을 따라 베키오 다리로 향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눈치 채지 못했던걸까.
피렌체는 그야말로 음악의 도시였다.

아까 시뇨리아 광장에서도 음악 소리가 가득했는데 여기 베키오 다리에서도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베키오 다리 한 가운데서 연주하던 어떤 한 연주자.



이 베키오 다리는 중세 보석상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보석들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거기에서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았다.

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본 노을지는 피렌체와 트리니따 다리.


날은 이미 많이 어둑어둑해졌는데,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 끝으로 마지막 남은 노을의 여운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런던의 템즈강, 파리의 세느강, 루체른의 로이스 강만큼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작은 아르노 강위에 조금씩 불이 켜지는 피렌체가 비쳤다.
작은만큼 아담했고, 화려하지 않지만 마지막 남은 놀이 불타들어가는 모습은 넋을 놓게 할만큼 아름다웠다.
거기에 기분 좋은 바람과 잔잔한 음악까지.


위의 사진과 같은 시각, 다리의 반대편은 저렇게나 깜깜했다. 이미 9시가 넘었기 때문에.

그냥 다리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


다리 위엔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이 다리 위의 풍경에 심취한건지, 아니면 노래에 심취한건지 사람들은 그냥 다리 이곳 저곳에 털썩 주저앉아
노을을 감상하기도 하고, 노래를 듣기도 하고 연인과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곳이 그냥 그렇게 그들의 휴식처인 듯 했다.
우리 나라 한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대교들 위엔 오직 차들 뿐인데,
여기 이 작은 베키오 다리 위는 차도 없이 풍경과 노래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즉석에서 사준 남자친구.꽃다발이 아닌 한 송이이지만 그들은 행복해보인다.



베키오 다리를 한층 운치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 아닐까.그의 노래는 이 곳과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주영오빠와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잊어버리고 여기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피렌체의 연인2.




그나마 (노을을 포기한) 야경투어 중에 좋았던 것은 씨뇨리아 광장에서 들리던 청아한 플룻소리와
베키오 다리의 이런저런 모습들이었다.

조금 여운이 남은 노을과 강과 다리, 기타연주 하며 노래하는 아마추어 가수.
다리에 걸터앉아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연인들.
퐁뇌프 보다 작고 소박한 다리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정말 정말 멋졌다.
한 폭의 그림같고 한 편의 영화같은,
아직도 어스름하게 지던 노을과 강물에 비친 불빛, 기타연주자와 주황색 조명,
다리에 걸터앉아 장미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도란도란 얘기하던 귀여운 연인을 잊을 수가 없다.

-2008. 06. 10 travel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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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세계여행 제 41일 째 (2)
Firenze, Italy


과일슬러쉬를 셋이 함께 쪽!

쪽쪽!




피사의 사탑을 보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다. 아. 피렌체도 여전히 더워죽을것만 같았어....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피렌체! 드디어 제대로 피렌체를 구경하는구나!
우리들은 준세이와 아오이가 사랑을 약속했던 그 두오모로 향했다.

꽃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란 이름의 피렌체 두오모


하얀색, 분홍색, 녹색의 대리석으로 만든 두오모. 화려하고 이쁘다.



대성당의 큐폴라에 올라가면 피렌체 시내를 다 내려다볼수 있다고 해서
무려 463개의 비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 큐롤라 끝에 올랐다.
하지만 463개의 계단 따위!!!!!! 이미 수많은 곳에서 수백개의 계단을 올랐다고!!


꼭대기에 올라 주영오빠랑 시은언니랑 기념사진 :)


두오모 꼭대기의 바람은 다행히도 시원했다.
이 곳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약속이 이뤄졌는데 ...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적하고 아름답지만, 내게는 별로 사랑을 약속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왜 피렌체였을까?
왜 피렌체의 두오모였을까?

463개의 계단을 걸어오느라 아픈 다리를 위해 기둥에 기대 잠시 쉴 때. 뭐가 재미있어서 저렇게 웃고 있었을까.



두오모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 피렌체 전경.


여기도.....아파트 한 채도 없는 옛 모습 그대로의 피렌체


피렌체의 연인 ♥



피렌체의 두오모 꼭대기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두오모 성당 내부에서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려오고

파란하늘에 흰 구름과 하얀 반달이 떠 있고
저 멀리에 빨간 기와 지붕의 피렌체의 마을이 보인다.

-2008. 06.10 두오모에서, by Travel book.







내려가는 길, 중간중간 작은 창으로 피렌체 경치가 보인다.



사진찍는 주영오빠.


밖으로 나와서 본 피렌체 두오모. 빨간 지풍이 참 이쁘다.


아하하하하하하...둘이 뭘 보는걸까.



하......우리는 너무 뜨거운 태양아래 거의 탈진하다시피 했고
피렌체에 그닥 매력을 못느껴서 그냥 민박집으로 돌아가서 쉬기로 했다.
여행하다가 더워서 민박집으로 대피한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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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세계여행 제 41일 째 (1)
Pisa, Italy

어제 이탈리아 남부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에 도착해서
짐을 찾으러 다시 민박집에 들렀다.
솔직히 다른 민박집보다 5유로 정도 비싸서
하루만 묵고 다른 곳을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10가지씩 나오는 반찬과
겉으론 까칠하시면서도 친한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챙겨주시는 민박집 주인분들이 좋아서
앙탈을 부리면서(?) 하루씩 연장하다보니
로마의 모든 숙박을 그곳에서 해결하게 됐다.

이탈리아 남부를 내려갈때도 짐만 맡겨놓고 내려갔다가
바로 짐만 찾아서 피렌체로 갈 생각이었는데
푼푼한 인심의 민박집 아저씨가 저녁까지 다 먹고 가라 그래서
마지막 저녁도 로마에서 든든하게 먹고
저녁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출발했다.

피렌체에 밤 늦게 도착했는데
너무 깜깜하고 어두워서 민박집을 찾아가는데 좀 애를 먹었다.


어쩄든 다사다난했던 이탈리아 중남부 여행을 끝내고
피렌체까지 입성했다.




다음날, 뭐 이탈리아에서만큼은 날씨걱정을 단 하루도 안했다. 오히려 너무 더워서 문제였지.ㅎ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늘 하루 안에 피렌체 관광을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우리는 오전에 잠시 시간을 내서 피사(Pisa)에 다녀오기로 했다.;

갈릴레이가 자유낙하 실험을 했던 그 피사의 사탑!
사실 피사에 가면 딱 저 사탑만 보고 돌아오면 된다고 할 정도로 피사 자체에 구경거리가 있는건 아니지만
피렌체에서 한시간정도 떨어져 있으니까 심심하면 가서 사진도 찍을겸 잠시 들르는 것도 추천!
왕복시간에 구경시간 합해서 3시간정도면 충분하고.
피사에 도착하면 그냥 사람들을 따라 쭈욱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한 20~30분?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건물 그늘에 바짝 붙어서 걸어가야 했지만 가로수도 없고 진짜 태양작열한다.

드디어 나타난 피사의 사탑!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피사의 사탑!!



진짜 생각보다 엄청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 깜짝 놀랬다.
지금은 기울어지는게 멈췄다고 하던데 지지장치 없으면 진짜 꼴깍 넘어갈 것 같은 불안함;
피사의 사탑 앞엔 이미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우리도 잠시 사람들이 흩어진 틈을 타서 열심히 포토타임!

피사의 사탑을 받치고 있는 괴력의......



뒤쪽에서 번 피사의 사탑. 당장이라도 넘어갈 듯한 포즈.



화각이 안나오는 필름카메라로 주영오빠가 바닥에 드러누워서 겨우 찍어준 사진! 뒤에 아저씨 까베 ㅠ


태양에 구워지고 있는 주영오빠. 저렇게 누워서 위에 사진을 찍어줬다;



보시다시피,,,피사에선 사진찍는 거 말곤 딱히 할 게 없다.
거기다 정말 햇볕이 너무 강해서 단 5분도 햇살을 직접 맞딱드리기 힘들 정도.
다들 사진 한 두 번 찍더니 덥고 짜증나서 그늘로 숨어버렸다. ㅋㅋ

햇빛이 너무 밝아서 하얗게 날라가버렸다;; 그래서 손으로 그린 피사의 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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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9일
세계여행 40일째(1)
 Amalfi, Italy


어제 수만개의 별빛이 쏟아지는 한 여름 밤의 꿈 같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아침 일찍 서둘러 포지타노를 떠날 준비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루만 더 놀다가 올라가고 싶었지만
이미 우리의 기차표들은 오늘 내일을 너머 3일 뒤의 오스트레일리아 행 표까지 예매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지타노와 작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아...포지타노의 해변은 가보지도 못했단 말이에요...흙.

바다가 탁 트여있던 별 5개 만점에 별 10개짜리 테라스

대략 이런 감동의 풍경.


-Positano, 잊지 못할꺼야.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어"

올때는 나폴리-폼페이-쏘렌토의 루트로 왔지만 돌아갈땐
이 멋진 해얀 절벽의 경치를 더 감상하고저,
포지타노-아말피-살레르노-로마의 루트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린 다시 아말피행 Sita버스 타고 슝슝

사실 오늘 하루는 일정이 넉넉해서
좀 더 놀다가자고 땡깡을 좀 피워보고 싶었는데
편두통이 있는 주영오빠 표정이 썩어가고 있어서
나혼자라도 더 있다가 가겠다고 억지를 부릴까...
애써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이탈리아 남부의 모습을
손으로 눈으로 가득가득 담았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걸까?
아말피에서 살레르노로 가는 버스를 환승하려고 했는데 다음 살레르노행 버스가 2시간 뒤에 출발이란다.
마침 정오를 맞은 아말피 해변에는 칙칙했던 어제와 달리 활기차고 신나는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와아아아아아우우우우우우!!!

그래서 우린 정말 시간이 남아서, 내가 절대 땡깡을 피운게 아니라,
시간이 남아서 아말피에서 한 시간만 놀다 가기로 했다.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아말피 해수욕장. 저 뒤의 파란 하늘을 보라!!


주영오빠와 시은언니

오홍홍홍




머리가 아파서 죽어갈 것 같던 주영오빠도 정신을 좀 차렸는지
말도 안통하는 이딸리아노 아저씨들이랑 흥정해서 정말 싼 값에 파라솔이랑 플라스틱 침대(?)를 대여해왔다.
아...오빤 진짜 어디 내어놓아도 잘 살아갈 꺼 같아....극강인한 생존력.!!


나의 눈 앞에 펼쳐진 이 황홀한 이탈리아 지중해의 모습 !!!!!
바르셀로네따 해변도 멋지다고 생각했는데............아말피 해변은 진짜 끝내준다.꺄!

지금봐도 감동의 눈물폭풍.

뒤의 구름이 정말이지 그림같다. 요 앞의 빈 침대 두개와 파라솔이 우리 자리!


아말피에 동양인은 우리 셋뿐

완전 신났던 우리들!

 

 
보통 대학생들이 유럽 배낭여행 코스에 프랑스 니스를 많이 넣는데, 나는 바닷가 갈일은 없을꺼라며 과감하게 빼버렸다.
그리고 물론 수영복 따위는 벤쿠버에서 한국으로 짐 부칠때 이민 가방에 고이 접어 나빌레라....가 아니지,
고이 접어 항공편으로 부쳐버렸다.

아...근데 벌써 유럽와서만 바닷가가 세 번째야..............................................................-.,-
비키니를 언더웨어처럼 입고 다니며 해만 뜨면 술렁술렁 벗는 이 유럽에서 수영복도 없이..............................
(조금 부끄럽지만, 다들 여행객이니 이해해줄꺼라 믿으며 ㅠㅠ) 우린 그냥 ....입수!!!!!!!!!!!!!!!!!!!!!!!!!!!!!!!!!!!!!!!!!


꺄아아아아아아 @@! 투명한 바닷물!

유럽여행 내내 단짝처럼 지낸 시은언니랑 ♥



정말이지 바닷물이 너무 깨끗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바닷물중에 가장 깨끗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젠 저녁에 와서 물이 깨끗하다는 느낌보다 검고 칙칙하고 차갑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이 햇빛이 쨍쨍한 낮에 돌아와 보니까 바닷물 바닥의 모래알들이 다 보일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바닷가였다.
물 속에서 그냥 둥둥 떠있는데 파도도 없고 뜨거운 햇살때문에 물도 따뜻해서 정말 그냥 둥둥 떠있는 그런 느낌!
그냥 이 지중해 바닷가에 나만 홀로 동동 떠다니는 그런 편안한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까 해안가에서 한참 바다쪽으로 헤엄쳐가서는 혼자 동동 떠있었구나;;)

그렇게 (이탈리아의 작열하는 햇볕에 타는 줄도 모르고) 사진찍고 헤엄치고 놀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씻고
살레르노행 버스를 탔다.
사실 살레르노행 루트를 짰던 이유가 아말피에서 살레르노로 넘어가는 절벽 해안이 완전 절경이라는 말 때문이었는데
우린 다 해변에서 놀다 지친관계로 살레르노까지 거의 꿈 속'만' 헤메다가 살레르노에 도착해버렸다....ㅠㅠㅠ

(여기서 떠오르는 스위스에서 알프스 등정 후, 루체른까지의 골든뷰를 꿈으로 대체했던 기억이 오버랩되네...-.,-)

캬!!!!!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말피!



여차여차해서 한 숨 푹 자고 난뒤 도착한 살레르노는 .....아말피보다도 더 외진 곳인가보다.(시골이란 말은 아니고) 
정말 외국인도 없어보이고 사람들이 힐끗 힐끗 처다보기까지 한다.
그래도 물어물어 기차역에 찾아가 로마행 기차표를 시간 넉넉하게 사두고
어제 저녁부터 쿠키 몇 조각 먹고는 지금까지 제대로 먹은것도 없이 해수욕 2번으로 기진맥진한 우리들은
모던하고 깔끔해보이는 어느 피자가게로 들어갔다.

조각으로 먹을까,,,한 판으로 먹을까 고민하면서 스몰싸이즈 한 판 크기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는데
카운터에 언니가 씨익 웃으면서 우리나라 라지싸이즈보다 큰 피자판을 보여준다.
근데 피자 한 판 값이.....로마에서 손바닥만한 피자 2조각 값보다 덜해!!!!!!!!!!!!!!!!!!!!!!!!!!!!!!!!!!!!!!!!
어제부터 거의 4끼를 굶은 우리들은 눈이 뒤집혀서 피자 두 판과 시원한 하이네켄 병맥을 시켰다.
살랑살랑 바람부는 야외 파티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방금 화덕에서 구운
마르게리따와 카프리초사 피자가 등장했다. 감동눈물폭풍!!!!!!



먹을 꺼 앞에두고 정말 행복 그 자체 ♡



마르게리따와 카프리초사를 시켜 하이네켄과 함께 배부르게 먹고
로마로 돌아오는 3시 41분 기차를 탔다.
그 어느 날보다도 햇살 좋고,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았던 오늘.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방금 구운 정통 이태리 피자와 하이네켄을 먹던 그 시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인생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2008. 06. 09. travel book.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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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8일
세계여행 39일째(2)
Positano and Amalfi, Italy.

 


폼페이에서의 시간여행에서 깨어나 우리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포지타노로 가기 위해 다시 기차를 탔다.
폼페이에서 쏘렌토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또 젤라또를 하나 물고 쏘렌토를 조금 걷다가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포지타노로 가는 시타 버스에 올라탔다.

아 정말 이 때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을거다
버스에 자리가 없어서 앞 문의 가장 앞쪽에 앉았고 버스는 드디어 포지타노를 향해 출발했다.
왠만한 운전경력이 아니면 운전할 수 없다는 굽이굽이 굽은 언덕길을 아슬아슬 올라가던 버스 바깥으로
이탈리아 최남단의 절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언덕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잘 보면 구불구불 절벽길이 보인다.


흐아, 절벽사이의 아담한 집들과 드디어 지중해 등장.


저 푸른바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상상하지도 못한 푸르른 지중해가 눈 앞에 나타났다.
정말 탁 트인 파란빛 바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벤쿠버에서의 태평양도, AC에서의 대서양도, 바르셀로나의 지중해도 이처럼 날 놀래키진 못했다


버스가 절벽을 구불구불 오르기 시작하자 저알...아- 하는 탄성 소리밖에 안나오더라.
바다가 그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
바다가 그렇게 푸른 에메랄드 색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절벽 사이사이에 바닷물이 금빛으로 부숴지고 깎아지르는 절벽에 색색의 아기자기한 집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정말 가능만 하다면 내려서 천천히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경치도 보고 사진도 찍고 싶었다.

-2008. 06. 08 by Travel Book.




호스텔 들어가기 전에 !

그렇게 절벽사이를 굽이굽이 목숨 걸고 달리던 버스는
지중해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어느 새 우릴
포지타노에 내려놓았고, 우리는 어젯 밤 급히 예약한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이 곳 여행 정보가 없어 거의 랜덤찍기 수준으로
예약한 호스텔이었는데,
.............................................................
우와우......지중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가 있어.......................................
게다가 바(Bar)도 있어............................

여기가 지상낙원이로구나!!!!!!!!!!!!!!!!!!!!!!!!!!!!!!!!!!!!!!!!!
정말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우린 냅다 짐을 풀고 뛰쳐나와
포지타노 해안으로 갈까 하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아말피 해안으로 출발했다.
게다가 우린 바닷가 간다고
스페인에서 산 zara 셔츠까지 입고 나갔다.

아, 잊을 수 없는 그 감동이여...



그러나.......................
우리는 너무 늦게 포지타노에 도착했고 덤으로 한시간 가량 걸려 아말피에 도착했을 땐,
물놀이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ㅠㅠ
이미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뜻 벤쿠버 분위기를 내는 요트 정박장


우리가 상상했던, 하얀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져있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맑다못해 투명한 그런 해수욕장은...
없.었.다. ㅜㅠ..................................여기까지 왜 온거야...그냥 포지타노에서 놀껄...ㅠㅠ
게다가 여기가 이탈리아 초 남부라 그런지 동양인도 없어서 사람들 힐끗 힐끗 쳐다보기까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 (사실 포지타노도 아말피도 너무 작은 동네라 돌아가서 할 게 없었다.)
바닷물이랑 함께 기념사진이라도 찍자며 우리는 백사장에 기어코 꿈지럭 꿈지럭 내려갔다.
오늘 아니면 물놀이를 할 시간이 없었다.
내일은 또 아침일찍 일어나서 로마까지 올라가서는 거기서 또 피렌체까지 가야 했으니까.

이렇게 아말피 바닷물과 증명사진이라도.../_///


물이랑 기념사진 찍는다더니 어느새 발까지 적신 두 아녀자.


바위서 사진찍던 찍사가 바닷물로 뛰어들더니..

결국 모두 물속에 뛰어들었다 ;_;



아무도 없었던 조용한 아말피 해안에서 우리끼리 물싸움하고선 :)

이거슨 우리의 저녁

젖은 옷을 말리려고 바위에 ..-_-

하하 . 저 때 사실 로마에 카드를 두고 세 명이서 갹출해서 현금만 조금 들고 포지타노까지 내려왔더랬다.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폼페이에서 (하나도 못알아먹겠던) 영어 오디오 가이드와 먹을 걸 사느라 생각보다 돈을 많이썼고
또 아말피에 올땐 정말 2유로 동전 꼴랑 몇 갤 들고 갔었다.
배는 고프고 돈은 없고..세 명이서 있는 동전 탈탈 터니까 5유로가 좀 안되더라. 우리돈으로 한 7500원?
이걸로 뭘 사먹나....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로마와 달리 이탈리아 남부는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쌌다는거!
그래서 5유로도 안되는 돈으로 우유한 팩과 커다란 과자 한 봉지를 사서는 과자를 저녁삼아 조금씩 뜯어먹었다.
................진짜 무전여행 제대로 했네....-_-


잠깐 물놀이를 하고 놀았는데, 이미 해가 다 져버린 후라 바닷물도 차가웠고 밤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졌다.
물가에서 기어나오긴 했는데 수건도 하나밖에 없어서 겨우 물만 털어내고 오달오달 떨면서
포지타노로 돌아가는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얼굴은 보지 말고 분위기만 봐주시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내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해보여서..


아말피의 절벽아래 방파벽에 앉아 사진을 보는 언니와 나..이것도 참 좋아하는 사진.



드디어 우리를 포지타노로 데리고 돌아갈 버스가 도착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어쩌면 정말 영영 못오게 될지도 모르는 아말피
해가 다 져버린데다 생각보다작은 아말피에 조금 실망했지만 아무도 없는 아말피 해안에서
우리들끼리 장난치고사진찍고 논 그 기억만큼은 정말 어느 여행지보다도 더 반짝반짝 빛이 날테니까.

서서히 불이 켜지는 아말피의 모습

요트들의 작은 항구인 아말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정말 기절할 것 만큼 추웠다. 온 몸이 젖은데다가 에어컨까지 빵빵해.....감기걸리겠어.
낮에 버스에서 본 아말피의 해안은 마치 동책 속에 본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는데
깜깜한 밤, 하나 둘 불이 켜져 반짝거리는 절벽은 수만개의 별이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이 아름다웠다.


헙..........이거슨 나다.



호스텔에 돌아왔을 땐 깜깜한 밤이었다.
언니랑 나랑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호스텔 주인 왈,
"거기....남자 샤워실인데?"

,,,,,,,,,,,,,,,,,,,,,,,,,,,,,,,왜 진즉 말을 안해주셨나요.....................
혹은 내가 이딸리아어를 못알아들은건가...........................OTL

어쨌거나, Bar를 정리하는 바텐더에게 진짜 내일 차비 빼고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병맥주를 1병 사서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절벽의 테라스 앞은 망망대해일진데, 이미 날이 져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칠흙같은 어둠이었다.
그동안 많은 도시들을 다니면서 거의 모든 도시의 야경들을 보았었다.
벤쿠버, 씨애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멕시코시티, 뉴욕 등등.
그런데 세계찬란하다는 어느 도시의 야경도,
아무 불빛 없이 별빛만 빛나는 아말피의 야경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늘엔 총총히 박힌 별들이 반짝이고 깜깜해져버린 절벽 사이사이 불빛들이 반짝이고
시원한 바다바람과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우주 공간에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말그대로,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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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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