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3일
세계여행 제 44일 째(1)
Halshtat, Austria
세계여행 제 44일 째(1)
Halshtat, Austria
1등석칸을 전세낸 유럽여행의 간지녀들ㅋㅋ
아침일찍 일어나서 (여행다니면서 늦잠을 자본적이 없다;;)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할슈타트행 기차를 탔다.
사실 난 자연경관 구경하는건 좋아하지 않아서
할슈타트에 가기 꺼려졌지만
그래도 언니랑 따로 다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그냥 덥석 (귀찮은) 할슈타트 여행에 나섰다.
점심때쯤하여 할슈타트에 도착했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제에길.
난 맨날 이렇게 자연경관만 보러가면 비가와....
기차에서 내리면 배를 10분(?) 정도 타고 할슈타트로 들어간다.
배에서 내리면 케밥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가벼운 점심식사 한끼로 괜찮다 :)
그런데...문제는...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추웠다는 거다.
햇빛 짱짱한 이탈리아보다 위도가 한참 높은 오스트리아는 그 자체로 날씨가 서늘한데다가
나는 감기기운에 우산도 없이 비도 맞고 옷도 얇아서 그야말로 이를 덜덜덜덜 떨어댔다.
참고로 추위를 끔찍히도 못견디며 끔찍히도 싫어하는 내가
이 상태로 산속의 할슈타트를 비맞으며 구경한다는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에서 내려다본 호숫가의 할슈타트
그런데 여기가 또 관광지인지라 물가가 너무 비쌌다. 옷 가게 같은건 보이지도 않고 그저 기념품 샵뿐...
옷을 한번 살까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입을 일도 없을 옷을 10만원씩이나 주고 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이렇게 덜덜 떨면서 관광했다간 나 진짜 내일 체코는 커녕 민박집에서 앓아누울 것이 뻔했다.
그래서....그래서......그래서.....생각해낸게.................................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주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은 타올을 하나 사서..........................
반을 갈라서 망토처럼 뒤집어썼다....................................................................
(우리가 타올을 사자마자 점원에게 잘라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나이가 좀 지긋한 여성점원은 친절하게 그리고 열심히 타올을 잘라주었다. 우릴 안쓰럽게 바라보며..........)
우리를 추위에서 구원해준 얼룩말망토. |
아자아자아자! 추위따위! 감기따위! |
그래. 난 괜찮았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이보다 더 한 일들도 많았다.
이런 망토따위, 내가 지금 얼어죽기 일보 직전이라는데 따뜻하기만 하면 됐지. 창피할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28살의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시은언니는 심히 부끄러워했다.ㅠㅠㅠㅠㅠ
그렇게 소금광산견학을 하러 케이블을 타고 산중턱의 소금광산 안내소로 찾아갔다.
매 시간마다 투어가 있는데 동굴 안은 춥다며 우리에게 방한복을 주었다 얏호!!!
근데.....생김새가....죄수복같았다..........................OTL
호잇호잇. 자주색입은 나 |
아기공룡 둘리라고 해도 믿을것 같은 시은언니 |
안내소의 사진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는 같은 투어조의 할머니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투어 집결지로 모였는데
사람들이 광산에 관한 사진들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너무 춥고 배가고프고 수건을 뒤집어쓰곤 정신이 나가있었던 걸까.
갑자기........................사진들과 놀기 시작했다.
반가워요. 나이스 투 미츄:)
처음뵙겠습니다. 꼬레아에서 온 시은이에요.
무거워요 얼른 끌자고!!
으아아아아아아 드릴이 날 뚫고 있어!!
아저씨 눈부셔요1111
단체사진 :D
지금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하나도 안웃긴데
그땐 정말 무슨 웃음가스라도 마셨었나보다.
처음 한장 찍을땐 그냥 웃겼는데, 두장, 세장 찍다보니까 정말 배를 움켜잡고 눈물을 흘릴만큼 웃겼다;
그야말로 나는 웃음보가 터져서 계속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하고 쭈구리고 앉아서 계속 큭큭큭큭 거리며 웃었다.
투어 시간을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처음엔 재미있어 하시더니, 나중엔 걱정을 하시더니, 급기야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너무 웃겨, 키득키득키득..(근데 나 왤케 노랗누;)
우여곡절끝에 겨우겨우 투어를 시작했다; 가이드를 따라가며 소금광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소금광산이 발견되었고 언제까지 개발이 되었고 무슨 사고가 있었으며 등등등.
광산 내의 미끄럼틀!! 타고 내려가야 한다 ㅎㅎ
끝....이 안보이는 미끄럼틀..; 어디까지 내려가는건지 몰라서 무섭다;;;
영어, 독어, 불어 3개 국어로 능수능란하게 설명하던 가이드..인재로군요.
가이드를 따라 동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동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또 소금광산에 대한 영상이나 인형극;;도 보고 나면 마지막으로 광산내부를 오고가는 기차를 탄다.
광산 내의 철로.
왠지...사악해보이는 웃음은 뭐지...?;;;
혹시라도 이 여행기를 읽고,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소금광산에 놀러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사진들과 함께 놀아보시기를 아주 적극 강력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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