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2일
세계여행 제 43일째 (1)
Wien, Austria



결국....도착해버렸다.
오스트리아 빈에.

뜨렌이딸리아에서 역무원한테 삥뜯기고 열받아서 메스트레역에서 남은 유로를 탈탈 털어 생맥주를 샀었다.
그리고 분한 마음에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야간열차 내내 그냥 한숨 푸~~~욱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스트리아였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난 분명 넉넉하게 빈에서 이틀, 뮌헨에서 이틀, 프라하에서 이틀 그리고 벨기에에서 이틀을 보내야 하는데
중간에 이탈리아 일정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바람에 빈과 뮌헨을 통틀어서 2일밖에 여유가 없어져버렸다.
그렇다고 하루는 빈, 하루는 뮌헨을 갈 수도 없고....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데
클림트의 키스냐 (빈), 아니면 월트디즈니성의 모태, 노이슈반스타인성이냐(뮌헨), 고것이 문제로다.

...빈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강렬한(!!) 옥외광고 판.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강렬한 노골적인 키스.



시은언니는 확실히 빈에서 하루, 그리고 다음날 할슈타트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나는 빈에 도착해서까지 마음을 못잡고 갈팡질팡했다.
바로 여기서 뮌헨으로가는 기차를 탈까, 아님 빈에서 하루 머물다가 내일 당일치기로 노이슈반스타인 성에 다녀올까.....


....고민하는 사이, 빈 역에서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적극적인 민박집 아저씨 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짐들고는 민박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민박집에 들어가면서도..이건..아닌데....를 외쳤으나
붙잡혀들어가서는 뛰쳐나올 용기가 없는 관계로, 나는 그냥 원래 빈에 오기로 했던 목적,
바로 클림트의 키스가 오스트리아에서의 이틀을 보상해주기만을 바라면서 결국 그렇게 빈에 눌러앉았다.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제 지치기도 했고 이탈리아에서 별별일들로 힘을 너무 많이 뺀데다가
사실 오스트리아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어서 시큰둥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이 장엄하 대문은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벨베데레 궁전이랍니다.



이탈리아에 이어 오스트리아도 날씨가 좋았다.
다만 위도가 상당히 높아져서인지, 이탈리아는 뜨거웠는데 오스트리아는 갑자기 춥게 느껴졌달까.

바로크양식의 벨베데레 상궁. 19~20세기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벨베데레 궁전 정원의 커다란 석상.



오직 클림트의 키스 원작을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들어온 벨베데레 미술관.
궁전으로 쓰이던 곳이어서인지 미술관 내부는 굉장히 화려했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미술관들이 사진촬영을 허락해주는데 반해,
이 벨베데레 미술관은 안타깝게도 사진촬영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ㅠㅠ

화려한 내부의 벨베데레 미술관 내부.



클림트의 키스는 정말...
세기의 명작 천지창조와 모나리자를 볼때보다도 더 큰 감동이었다.

오스트리아 나라 자체에서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샀다고 하는데 강화 유리같은 것 안에 넣어놓았다.
진짜 모작으로만 보다 진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작품을 봤을때의 그 감동이란!!!

...그러나 역시나 사진촬영불가....ㅠㅠ
사실 몰래 도촬을 하려다 걸려서 혼났다..........................................ㅠㅠ
단한번도 어글리코리안인 적이 없었는데 진짜 내 평생의 소원인 클림트 키스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ㅠㅠ


그리하여 우리는 벨베데레 미술관의 관람을 끝내고 슬렁슬렁 빈 시가지로 걸어나왔다.

제법 도심분위기가 나는 빈

왠지 명동 삘이 나는 ..;



같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인데 어쩜 이렇게 나라들마다 느낌이 다를까.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탈리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의 모습, 앤티크하고 유니크한 그들만의 모습을 간직했달까
분명 차들과 오토바이로 도로가 넘쳐나고 큰 현대식 기차역이 있었지만
도시들 자체는 대부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중세시대 같은 그런 느낌.
높고 반짝거리는 현대식 건물도 보지 못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스타벅스도 구경을 못한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일주일을 있다가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니 갑자기 현대로 시간여행을 넘어온 것 같은 그런느낌?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뭔가 오스트리아가 매력적이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도 이미 내가 너무 익숙한 현대 도시들의 모습이 너무 많이 묻어나서였나보다.

St. Stephansdom. 슈테판 사원


빈의 옛 시가지 안에 빈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의 슈테판 사원이 있었다.
미술 책에서만 보던 직선적이고 삐죽삐죽한 고딕양식 건물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던 순간이었다.

이거슨 기념사진.


후후, 점심시간이라 슬슬 허기가 진 우리들은 가이드북에 나온 음식점을 찾아나섰다.
빈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슈니첼! 돈까스처럼 생겼는데 굉장히 얇게 썬 쇠고기 튀김이란다.
우리는 가이드 북 제일 첫 페이지에 소개된 <피그뮐러>에 들어갔다. ...그 곳에 이미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슈니첼은 언제 나오는거야...배고파

이게 지름 28cm의 슈니첼 한 장.;




가이드 북에 보면 슈니첼 한 개 지름이 28cm나 되니까 꼭 둘이서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으라고 했는데
우리는 차마 둘이 와서 하나만 시키기는 민망하다는 핑계로 두 개를 시켰다,
한참 노닥거리는데 슈니첼이 하나 나왔는데 진자 어마어마하게 크길래
우리는 2개 시키니까 2개를 하나로 이어서 크게 만들어준건가보다 ....하고 둘이서 나눠먹고 있는데
곧이어 똑같은 크기의 슈니첼 또 등장이오.,,,,,,,,,,,,,,,,,,!;;;;;;;;;;;;;;;;;;;;;;;;;;;;;;;;;;

앞으로 가이드 북의 말을 꼭꼭 지키도록 합시다.
그러나 저러나 이탈리아에서 거의 기아 수준의 극기 여행을 했던 우리들은
크거나 말거나 맛있게 잘 먹었다는 :D


이제사 조금 유럽같은 빈의 시가지.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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