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승인 EUR 300.00, HSL ]
도대체 이게 뭔가요....
결제된 시각을 보니 3일전 밤 10시 경.
헬싱키 처음 도착한 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40만원가량 되는 돈을 쓴 적이 없는데.
이건 분명 해외에서 카드 도용 당한게 분명해!!!!
라고 생각하는데 저 알파벳 어디서 본 것 같다. ??
.....H....S.....L...
어디서 봤더라?
헬싱키 첫날 내가 이 카드로 뭐 했더라?
신용카드 쓴거라곤 헬싱키 자전거 밖에 없는데...?
우리 헬싱키 씨티 바이크 싸이트에 다시 들어가보자.
https://www.hsl.fi/en/citybikes
어라, 여기있네..HSL...?
뚠뚠뚠...점점 불안해진다.
그래. 여기 Register as a user. 클릭
그래. 24hours에 5유로 클릭했었지.
그리고 바로 결제를 했었지...
그런데...밑에 짤린 박스에 뭐라 써있노?
(이제 발견함 @.@)
" 최대 이용시간은 5시간입니다.
만약 최대 이용시간을 초과할 경우,
당신에게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8...C......8......
그랬다...
5유로 버튼 클릭에 정신이 팔려서,
주의사항을 1도 읽지 않았던 것이었다.
변명하자면, 아니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주의사항이 먼저 나와야 하는거 아닙니꽈?
스크롤을 다 안내리면 내 핸드폰에서는 주의 문구가 다 보이지도 않아여!!!
하...어쩌지,
이 물가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 자전거를 하루종일 빌리는데 5유로만 받는게 이상하지...ㅠㅠ
정확히 말하면,
헬싱키 씨티 바이크의 이용권은 아래와 같은 룰을 따른다.
1. 24hours pass의 기본요금은 5유로이다.
2. 1회 이용(거치대에서 뽑아서 반납할 때까지)의 기본 이용시간은 30분이며,
30분 이전에 거치대에 반납할 경우 추가 요금이 없지만,
30분을 초과하여 반납할 경우, 30분 단위로 1유로씩 추가 요금이 붙는다.
3. 1회 이용은 최대 5시간까지이며, (즉, 1자전거를 최대 5시간까지 연속 이용)
5시간을 넘겨 반납할 경우는 80유로의 Penalty가 부과된다.
...
종합하면, 24hours pass를 결제하고 나면,
24시간 동안은 거치대에서 1번 뽑으면 30분 내로 반납하고,
다시 뽑아서 반납하고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는 거다.
24시간동안 자전거 1개를 찜해놓고 다니지 말고...ㅜㅠ
(사실 서울에서 운영하는 따릉이도 1시간 단위로 반납하면 천원내고 무료로 계속 탐...)
하. 그러면 우리는 왜!!!
자전거 1개를!!! 12시간씩이나 끌고 다녔느냐!!!!
그건 바로 안장높이 조절하기 귀찮아서였다. (-_-).....쩝쩝쩝....
여기 북유럽 애들 다리길이 때문에 안장 높이가 다 우리 명치 근처야.
매번 갈아탈 때마다 명치높이의 안장을 내 다리 길이에 맞추기 귀찮아쒀..
그래서 그냥 1개를 맞춰놓고 내 자전거마냥 하루종일.......
(대여료+추가비용+페널티) x 자전거 3대 = 40만원.
오....자전거 한 대를 샀을 가격인데?
...
우리가 주의사항을 안 읽어보고 하루종일 끌고 다녔으니
Penalty를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ㅜ.ㅜ
여러분, 헬싱키에서 자전거 타실때는 꼭 30분마다 한번씩 거치대에 꽂았다가 다시 뽑아주세요...(ㅜ.ㅜ)
허망한 자전가 폭탄 요금을 맞고 아침에 K와 J에게 이실직고하고
공항에 가려하니 날이 엄청 흐리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원래는 마지막 날 택시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었으나,
우리는 어제 자전거 비용으로 각자 13만원씩 지출한 관계로 ^^.....
반성하며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ㅜ.ㅜ
결국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기어코 폭우가 엄청난 기세로 내렸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데
진심으로 내가 핀란드에 있는지 캐나다에 있는지 헷갈린다.
너무나도 닮았다.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길거리에 영어간판 대신 핀란드어가 있고
동양인이 거의 없는 대신 엘프같은 백인들이 돌아다니고,
핀란드 시내가 조금 더 유럽식으로 정교하고 세련되었다는 거?
특히, 에어비엔비 건물 1층을 들어가면 느껴지는 약간 따뜻한 온도와
북미에서 느끼던 특유의 향 (러그냄새 같은)이 나는 좋았다.
포근한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비록 자전거 대여료 300유로의 폭탄을 맞긴 했지만
헬싱키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계획도, 가이드북도 없었지만.
관광지를 보아야 한다는 기대나 욕심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고 (사실 볼 게 없다...)
바다와 호수와 베이를 마음껏 산책하고
여유로이 앉아 있으면서 이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면 맛있었던 커피와,
대형브랜드에 눌리지 않는 각각의 고유성과 개성이 있는 샵들.
돌아가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일상.
일상에서 느꼈던 고민은 잠시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거다.
일 생각도, 가족 문제도, 동생문제도, 연애문제도.
나이가 든다는 슬픈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다이어트 걱정만 했네.
홀가분하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더라도
한결 가볍게 버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게 이번 여행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
키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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