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은 목적지는 있지만 햇살 좋은 날의 뻬쩨르의 풍경에 마음을 홀려 정처없이 걷다가
피의 구세주 성당 뒤편의 작은 공원에 들어서서는
성당이 보이는 잔디밭 작은 수목 아래
시티투어버스 지도를 펴고 눌러앉고야 말았다.
성당 근처는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한 발자국 떨어진 이 곳엔 햇살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나같은 방랑객이 한가로이 오후의 햇살을 즐긴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또 밀어오는 이 변화무쌍한 하늘아래
도시는 빛에 잠겼다가 어둠에 가렸다가를 셀 수 없이 반복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도시를 다 덮고도 남을 크고 두꺼운 구름이 무심히도 밀려온다.
그래도 괜찮다.
또 바람에 사라져갈 것을 아니까.
항상 밝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또 항상 흐리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또 아주 천천히 이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곧잘 잊어버리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이 도시가 나에게 온 하늘의 해와 구름과 바람과 빗방울로 알려준다.
2016. 08. 09.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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