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에서 해운대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 이미 밖은 해가 다 저물어 어두컴컴했다.
우리 앞에는 중국 혹은 대만에서 온 것 같은 두 배낭여행객이 창밖의 부산 야경을 연신 찍어댔다.
우리는 해운대에 도착, 저녁으로 꼼장어를 먹으러 갔다.
꼼장어....는 처음 먹는데 처음 먹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비위가 약하다면 먹기 좀 고통스러울거다.
갓 잡아 머리도 자르고 몸도 반 갈라낸 꼼장어가 불판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트는걸 보면....(..)
볶아놓은 꼼장어를 먹으려고 보니 이러저리 잘린 내장들도 보이고....(........)
그래도 여기서 아니면 또 먹을 일 없을것 같아 최대한 덜 징그러운(?) 부분을 골라 냠냠 씹어먹었다.
떡볶이 같아 보이는군....
그리고 부른 배도 꺼뜨리고 바다 구경도 할겸 드디어 해운대로 들어왔다.
여름시즌이면 사람으로 발디딜틈 없다는 그 해운대. 밤이면 헌팅의 메카라는 그 해운대.
조금 늦은 겨울밤이어서인지 해운대는 사람도 별로 없이 고즈넉했다.
간간이 커플이나 친구들 몇몇이 눈에 띄었을 뿐.
친구는 여름만 잘 버티고 나면 봄,가을,겨울의 해운대가 모두 자기 무대라며 뿌듯해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그렇게나 사람들로 빡빡했던 해운대의 모래사장이
생각보다, 상상보다 훨씬 작아서 '해운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이름없는 강원도의 소돌의 모래사장이 훨씬더 넓고 탁 트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우리나라 제 1의 관광지답게 모래사장의 뒤를 높은 호텔들이 병풍치듯 서있어서 왠지 답답한 느낌도..
모래사장이 좀 좁아도, 뒤에 호텔들로 눈이 부셔도
그래도 캄캄한 바닷가를 보며 모래사장을 걷는 기분이 좋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도 이렇게 바닷가 옆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밤에 심심하거나 답답할때 바닷가에 나와보게.
그렇담 바닷가를 걸으면서 또 이렇게 이유없이 기분이 상쾌해질텐데.
웨스틴조선호텔..
해운대 모래사장을 걸어 동백섬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밤이었지만 운동나온 부산 주민들로 오히려 바닷가보다 산책로에 사람이 더 많았다.
어둡긴 했지만 벌써 꽃을 피운 동백꽃도 보였다.
광안대교와 APEC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 마루
광안대교..1,2층으로 나뉘어져있다고 해서 신기했던.
그렇게 멀리서나마 광안대교를 보고 동백섬을 돌아 다시 해운대로 돌아왔다.
오늘 부산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심야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낮부터 계속 하품을 해댄터라 친구가 심야영화보면서 1초라도 졸면 혼날꺼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영화가 좋았던 탓인지 0.1초도 졸립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미 본 영화를, 나를 위해 한 번 더 같이 봐주고 하루종일 부산을 구경시켜주었던 친구에게 감사 :)
어슴푸레했던 동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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