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8일 * 이베리아 여행 제 3일 째 * Barcelona, Spain


세계의 많은 유명한 도시들에는 주로 '강'이 있다. 서울의 한강, 런던의 템즈강, 파리의 세느강, 리스본의 테주강..
어짜피 물은 물일진데, 이상하게도 강이 있는 곳과 바다가 있는 곳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도시의 느낌도, 내 느낌도.
강은 꿈꾸게 하지 않지만, 바다는 꿈꾸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적어도 내게는.
어쩌면 바다가 있는 곳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밴쿠버 때문일까?
막상 내가 밴쿠버에 살땐 가을을 지나 비가 줄줄 오는 겨울과 갓 날씨가 풀릴것 같은 봄이었기 때문에
밴쿠버의 비치에서 따땃한 햇살에 몸을 뒤척뒤척하며 물놀이 하던 그런 기억은 없었다.
오히려 그 으슬으슬하고 비가 오는 겨울 밤새 불면증에 침대에서 뒤척뒤척하다
비너리가 문을 열기 무섭게 런던포크에 쿠키하나를 싸들고는 질척질척하는 렉비치에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울컥울컥 밀려오는 바닷물을 구경하던 것이 내 인상에 깊게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바다에서 물장구친 기억이나 우울의 청승을 떨었던 인상깊은 기억들을 슥슥 지워봐도
내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 매일같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냥 산으로 둘러쌓인, 혹은 건물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사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경험이었다.
조깅을 하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자전거를 탈 때도 파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도심가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다는 이유도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을 땐, 바닷가에 가 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민박집에서 만난 언니들이 바닷가에서 가서 태닝을 할꺼란 얘기를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리고 원래 가려던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무 예고 없이 마주쳤던 바르셀로네따 해변은, 즐거운 충격이었다.
바다가 있다는 것보다도 '지중해'라는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바르셀로네따 해변에 다시 한 번 발길을 옮겼다.




문득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 가게는 찾지 못했지만
빵과 쿠키와 케잌과 피자를 파는 그런 가게를 발견했다. 분명히 손가락을 가르키며 주문을 했는데-
바보들, take away해준 상자를 열어보니 주문한 빵 하나도 빼먹고-(다행히)계산서에도 빼먹었다.

여름엔 에메랄드빛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겨울바다는 이렇게나 파란 파다였다.


우리의 소원대로 해변가에 앉아 가벼운 점심을 먹었다.


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패스......


하하 귀여운, 찐찡. 사진찍는데 갑자기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스냅샷


{경인v한민 BCN} 이런건 꼭 해줘야 한다며.....저 멀리 보이는 건 W호텔.


해변가에 사람이 없어서 사진찍어줄 사람을 못만났다. 어느 건물 유리창에 비친 우리.


그래 찐찡. 세상을 다 가져라!



그땐 5월이었는데 태양이 어찌나 뜨겁던지, 선글라스를 끼고도 눈이 이글거리고 피부가 따끔따끔했는데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 맞나보다. 파란하늘과 파란 바닷물 때문에 뭔가 상큼했던 기억으로만 남았다.
다시 고딕지구로 돌아가는데 뉴초콜렛폰을 광고하는 옥외광고를 보았다. 뭐라고 써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녀시대가 모델은 아니다. 생각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광고여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아직도 타국에서 우리나라 회사제품들을 보면 반갑다.............아......날 RPST에서 떨어뜨린 LG...........미워하려 했는데..


바르셀로나는 참 매력적인 도시다. 색다른 가우디의 건물들이 관광객을 끌어들이지만-
바르셀로나에 발을 디디면 다들 책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바르셀로나만의 매력에 푹 빠지곤 한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가우디가 만들어 놓은 독특한 건물도 있고 시원시원한 도로사이로 중세풍의 건물이 있고
무엇보다도 나는 한번 길을 드면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는 미로같은 고딕지구가 참 좋다.
골목골목을 걸으며 맘에 드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 물건들을 구경하고, 셔터를 내린 가게는 셔터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구경하고
길을 잃은 것 같지만 걷고 또 걷다보면 잠시 미로속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이번에도 그런 미로같은 길찾기를 기대하고 고딕지구 안으로 들어갔는데 - 길을 잃어야 하는데 -
이상하게도 자꾸 똑같은 길로 똑같은 광장으로 되돌아 나오더라. 어떻게 가도 계속 되돌이만 하는데 공포영화 찍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츄로스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제일 처음 스페인의 츄로스와 초코라떼를 먹었을 때, 엄청 실망했었다.
초코라떼는 마치 물탄것처럼 밍밍하고 츄로스는 설탕과 계피없이 조금 짭쪼롬하고 - 쫀득하기보단 조금 바삭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번에는 두번째 먹는다고 원래 초코라떼는 이렇고 원래 츄로스는 이렇구나.....음미하면서 먹는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도도하게 우리한테는 신경도 안쓰던 머리 희끗희끗한 주인 아저씨가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더니 갑자기 잘 코팅된 사진을 보여주신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엔 바로 이 카페bar에 왠 잘생긴 소년이 활작 웃고 있었는데 - 그게 어렸을 적 자기라며 어깨를 으쓱하신다.
생김새를 보니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가 딱 이 아저씨인데, 이 천진난만한 웃음은 세월따라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금 쌀쌀맞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첫인상이 아저씨의 얼굴에 자리를 잡았다.
항상 이렇게 웃고 계신다면 훨씬 좋을텐데요.................

어딘지 까먹었지만...어쩌다보니 키위주스 홍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밤이 되서 그라나다로 가는 야간 열차를 타기 위해 (그 망할 놈의) Estacion Sants역에 짐을 싸들고 왔다.
시간이 한참 남아서 매표소의 좌석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데 옆에 젊은 아빠,엄마 그리고 5살정도의 귀여운 아들의
세 가족이 앉아서는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가 귀여워서 몇번 눈을 마주치고 까꿍 웃어주었는데
낯선 이방인이어도 자기 아이를 이뻐하는 걸 보고 그 부모님도 좋아한다.
뭐라고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서 스페인어 책을 뒤적뒤적 해서 '아들','귀엽다'는 단어를 용기내어 말했는데
표정을 보니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어서 낙심하려는 찰나, 애 엄마가 "beautiful?"이라고 반문한다.
..............여자한테만 beautiful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뭐 그런 뜻아리치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더니
"Guapo!!"라는 스페인어를 다시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Guapo!"라고 외쳐주었더니 "Mucho Guapo! (아주 잘생겼어!)" 라고
말하며 깔깔 웃는 애엄마의 센스. 그 뒤로 정말 손짓 발짓 해가며 단어로만 대화를 하는 엄청난 내공을 쌓았다.
대화는 대충...어디서 왔니? 한국에서 왔어. 어디로 가니? 그라나다로 갈꺼야. 바르셀로나는 구경했니? 응, 바르셀로나 아주 좋아
바르셀로나 어디어디 가봤니?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사밀라,바르셀로네따, 바리고딕 등등.
한참 대화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이제는 기차를 탈 시간이 왔다.
아주 잠깐 얘기했는데 왜이렇게 아쉽던지, 이 가족도 정말 진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몸조심해서 여행하라고 몇번이나
잘가라며 인사를 해주었다. 같이 기념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껄-
아들이 잘생겼단 말에 엄청 좋아하던 아이 엄마, 바르셀로나가 좋았다고 하니까 눈을 반짝이던 아이 아빠-
그리고 내 까꿍에 쑥쓰러워하면서도 좋아했던 고 구아포!
비록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 기억속엔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으로 오랫동안 남아있겠지.
내가 바르셀로나에 2번이나 가게될 줄 알았을까? 어쩌면 또 가게 되지도 않을까. 그러니까 Adios라고 인사하지 않을게.
Hasta la Vista,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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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8일 * 이베리아 여행 제 3일 째 * Barcelona, Spain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건, 아무래도 날씨였다.
항상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자랑하는 이베리아 반도이지만 겨울철이 '우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출국하기 전에 구글로 검색했던 날씨도 일주일 내내 Heavy Rain 이 경고되고 있었으니까
(급기야 알함브라 궁전에 가는 그라나다는 Thunder가 예고되고 있었다. 여행시작부터 기를 꺾는 이 일기예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던 첫째날은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리고 으슬으슬춥기까지 했는데
둘째날은 감사하게도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그 초가을 날씨처럼.
1년 반, 처음 구엘 공원에 가는 날에도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뜻했었다. 초여름 날씨처럼.



작년에는 오르지 못했던 구엘공원의 꼭대기에선 바르셀로나의 시내와,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바다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개선문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처럼 뭔가 정갈하고 잘 계획된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난 그런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좋아했다.
이쁜건 이뻐서 좋다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라도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들이 없다. 그냥 - 그냥 좋을 뿐.


행복해보인다.



여행오기 전 급하게 샀던 무려 분홍색 디키즈 후디. 예전같으면 엄마가 이제 취직해야하는데 무슨 후디냐고 핀잔을 줬을테지만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서, 엄마말로 "대학교 1학년"같은 옷을 아무말 없이 사주셨다. 표정은 좀..탐탁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징크스를 만든게 있다면, 날씨가 좋은 날엔 항상 이 분홍 후디를 입고 있었다.
내가 이 옷을 입으면 날씨가 좋앗던건지, 날씨가 좋으면 이 옷을 입었던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렴 뭐 어때.




구엘공원 한 가운데에는 이렇게 얼굴없는 신사가 홀로 서 있었는데, 사진찍을 때 보니까 딱 티피컬 스패니쉬 남자더라.
처음보는 여자의 허리를 확 끌어안아 잡는걸 보니. 아, 혹시 여자였나...............확인할 길이 없군.........................

여전히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리게 하는 과자같은 집.


여전히 최고 인기몰이를 하는 구엘공원의 도마뱀



그리고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저 도마뱀도 여전히.


태양을 닮은 구름을 보았다.



구엘공원은 산 꼭대기에 지어져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올라갈 수도 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 계단+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잔디가 있고 산책로가 있는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라,
산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있고 넓은 공터도 있고 타일로 꾸며진 발코니도 있고 과자로 만든것 같은 건축물도 있는 가우디만의 공원이다.

나는 가우디를 특별히 존경하지도 천재적이라 생각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는 머리를 뽀개가며 설계를 했을지라도)
천진난만하다라.....바르셀로나를 만날때 느끼는 나만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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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7일 * 이베리아 여행 제 2일 째 * Barcelona, Spain

마드리드를 통해 스페인에 입국하여 바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한정된 돈과 시간이라는 제약안에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다보면 한 번 갔던 도시는 자꾸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게 밴쿠버를 찬양하면서도 이번 여행추천지list에서 top3안에 들지 못했으니까.
사실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바르셀로나는 방문도시에 없었다.
18개월 전에 그것도 아주 넉넉하고 여유롭게 볼 걸 다 봐서 - 라는 이유로.
그러나 아직 바르셀로나를 가보지 못한 친구에게,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를 빼자는건 스페인의 50%를 포기하는 것과도 마찬가지기에
이번 18일의 여정속에 짧지만 이틀간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었다.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 유럽유행에서 가장 피해야한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끼어있었기 때문에 야간이동을 조절해야했고
때문에 우리는 인천>모스크바>마드리드의 항공이동에 곧바로 바르셀로나로의 야간버스를 타는 경로를 택했다.
그 결과 16시간의 비행+2시간의 환승+2시간의 대기+8시간의 야간버스이동이라는 체력적으로 무리하며 바르셀로나로 입성(!)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기진맥진하며 바르셀로나까지 왔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같은 야간버스를 탔던 승객에게 내 카메라를 도둑맞는 어이없고도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Estacion Norte역에 허망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내렸을 때, 일기예보에서 봤던 영상 17도와는 달리 날씨는 스산하게 쌀쌀했고
전날의 밤샘과 장기간의 이동, 그리고 카메라 분실에 나는 그만 힘이 쭉 빠져버렸다.
지난번 영국에서 지갑을 도둑맞았을 땐 당황해서 손이 덜덜 떨렸는데 그런 경험들마저도 모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냥 허망할 뿐이었다. 허망하고 조금 어이가 없고 마음껏 사진을 못찍는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짜증이 날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짜증도 화도 낼 수 없었던 건
내 기억 속에 너무나도 즐겁게 사랑스럽게 각인되어있던 바르셀로나의 기억과 추억들이
두번째 맞는 이런 찝찝한 경험으로 인해 짜증나고 화가나는 기억으로 되덮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내 카메라를 가져간 그 사람은 이미 이 전 역에서 내려버렸고 나는 카메라를 다시 되찾을 길은 없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해야하는데,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폭발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쉬지도 않고 바로 바르셀로나 관광을 위해 걸어나왔는데, 미친 체력이 아닐 수 없다.
15일은 시험을 보고 밤을 새서 레포트를 쓰고는 16일엔 30시간가까이 이동하고 17일 아침 바로 걸어나왔으니까.
그렇게 거의 바닥나다시피한 체력과 카메라 분실이란 찝찝한 경험에도
나는 람블라스 거리로 들어서는 순간 배시시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바르셀로나구나. 바르셀로나야.

정말 뭐라 설명해야할까, 아무 이유없이 좋다는게. 분명 어떤 이유들이 있을텐데 그걸 뭐라 꼭 집어 말할수 없으니.
한 번 와봤던 도시라 시시하지는 않을까,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하던 나의 걱정들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18일간의 여행 일정중에 가장 기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였으니 말이다.
한 번 가봤던 도시에, 그저 추억만 하던 그 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옛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설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발을 디딜수록 1년 반만에 만나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에 나는 정말 이유없이 행복하고 웃음이 났다.


맞아, 이 길을 쭉 걷다보면 까사 밀라가 나왔었지- 그 길에 명품점들이 꽤 많았는데.
이 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이 그렇게 많이 열렸었는데- 나랑 시은언니가 같이 옷구경했던 그 가게다!



그것은 낯섦과 낯익음의 미묘한 교차였다.
 
그때 그 파랗던 하늘, 뜨거웠던 햇살, 푸르렀던 가로수들을 추억하면서
구름낀 겨울 하늘, 구름에 가려 스산한날씨, 아직 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 늦가을의 가로수 아래를 걷는 것은.
비록 날은 따뜻했던 초여름에서 쌀쌀한 초겨울로 바뀌고, 나시티를 입었던 사람들의 옷은 외투로 바뀌고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던 해변가는 관광객 몇명만이 걷고 있었지만
1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바르셀로나는 , 내겐 그대로였다.
여전히 지하철 환승통로마다 아마추어 악사들의 연주가 콧노래를 부르게 했고
아직 100년도 더 지어야할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얼만큼 더 지었졌는지 모를만큼 기괴하면서도 웅장했고
가이드 북에 나와찾아갔던 그 핀쵸스 가게에선 18개월전에 사먹었던, 모짜렐라치즈를 얹은 그 바게트를 여전히 팔고 있었다.



2009년 12월의 쌀쌀하고 나뭇잎들이 떨어져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거리는 바르셀로나를 찐찡이와 함께 걷고 있는데
정말 영화처럼 저 앞을 걸어가는 2008년 5월의 나와 시은언니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그 때처럼,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시간이 다가올 수록 자꾸만 아쉬워졌다.
제일 처음, 가우디의 성당이 보고 싶어 무작정 왔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바르셀로나.
다음 유럽여행에서 또 오게되더라도,  또 설레고 - 또 반갑고 - 그리고 또 그리울 것이다. 


겨울답게 조금(?) 쌀쌀하고 스산했지만 분위기만큼은 활기찼던 바르셀로나였다.


작년엔 입장하지 않았던 까사바뜨요의 2층 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 12월 중순인데 아직 플라타너스의 잎이 채 지지않았다.


까사바뜨요의 꼭대기층. 다행히도 구름들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와줬던 첫날.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지우지 되는 나는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나도 한장 :)


1년반만에 다시 찾아간 까사밀라. 정말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파란 하늘까지.


까사밀라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거리. 처음 왔을땐 울창한 가로수들로 길거리가 푸르렀는데.


그리고 또 여전한 사그라다파밀리아. 그래도 기둥을 둘둘감고 있던 장막들을 많이 걷어냈다.


처음 찾아갔을 땐 골목골목사이에 숨어있어 한참을 찾았는데, 이번엔 딱 두번만에 찾아냈던.


벨 항구. 밤은 밤대로 고즈넉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밴쿠버를 떠올리게 했고.


항구 가득한 요트들.


북적북적 했던 람블라스 거리가 텅텅 빙어있었다. 연휴라서 그랬던걸까.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선 빠질 수 없는 샹그리아와 빠에야. 단하나 변한게 있다면 조금 싱거워진 것 같은 샹그리아의 맛이랄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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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1일
세계여행 제 31일 째(3)
Barcelona, Spain




정말 바르셀로나 예찬 투성이로군,
그러나 정말 고딕지구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바르셀로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만의 위트와 감성때문에 걸으면 걸을수록 ,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를 걷는 것처럼
바르셀로나에 빠져버릴테니까.


파리에 꽃이 있었다면 발셀에는 모형이 있다!

멕시코에서 들었던 '원달라마나' 송을 들려주신 아저씨.

사진찍으려니까 냅다 달려와서 포즈를 취해준 재간둥이.

하....정말, 너무 귀엽잖아요!

마침 결혼식을 끝내고 나오던 신혼부부!




하,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 정말 생동감이 넘치는 곳, 위트가 넘치는 그런 곳.
또 우리는 가이드 책에 나온 와플집으로 고고씽!
얼마나 유명인들이 많이 왔다갔는지 가게 한쪽 벽에 사장님과 찍은 유명연예인 사진들이 한가득 걸려있었다.
내 기억에 안젤리나 졸리 사진도 있었던 것 같은데 ?ㅎㅎ


바삭바싹하면서도 쫄깃했던 와플!

근데..머리가 아플정도로 달았어;;


 

아이스크림도 좋아!

정말 초코렛이 흘러내리는 것 같잖아!



쇼핑할 곳 투성이인 람블라스 거리의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보면,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아트적인 기질을 마구 느낄 수 있다.
하긴, 람블라스 거리뿐인가 - 잘만 둘러보면 바르셀로나 곳곳에 앙증맞은 그래피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 홍대골목이라도 들어온 그런 느낌 !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정말 아무런 기대하지 않고 왔던 스페인인데, 지금 오지 않으면 나중엔 정말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왔는데
이렇게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줄이야...
특히나 유명한 박물관보다는
직접 걸어다닐 수 있는 골목길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바르셀로나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나와 시은언니는 마지막으로 가우디의 또 다른 작품을 보러 발길을 돌렸다.
바로 까사 바요뜨 - 이것도 아파트였나.....그냥 주택이었나....
에스파뇰로 CASA(까사)가 집이라는 뜻인걸 보면 여튼 주택류중에 하나였는데.....;
그저께 보았던 까사밀라와는 또 다른 느낌.


왠지 모를 으스스함이 느껴진다.


발코니가 마치 해골처럼 보인다.

해골모양의 발코니집에선 살고싶지 않아.;




까사바요뜨 앞의 벤치에 누워서 그렇게 한참 하늘과 까사바요뜨를 쳐다보았다
오늘이 5월 31일이구나. 5월 1일에 시작한 나의 여행이 이제 정말 반을 지나가가고 있다.
여행을 시작한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뉴욕에서였나 -
앞으로 얼마나 더 여행을 하게 되는거지...막막했었는데
이렇게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니. 뭔가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야 슬슬 여행다운 감이 온달까.
밤바람이 부드러운듯 서늘한 듯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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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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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1일
세계여행 제 31일째(2)
Barcelona, Spain




자꾸만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비교하게된다. 둘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기때문에 어느 곳이 더 낫다고 못하겠다.
그러나 파리의 골목길만큼이나 또 매력적인 곳이 바르셀로나의 좁은 골목길이었다.



바르셀로나의 골목골목은 파리의 골목보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분명 더 강한 느낌과 여운을 가지고있다.
정갈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꽃 과 같은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아쉬는 향기가 보이는 것 같아.
좀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Travel Book, 2008. 05. 31

골목길. 정말 골목길스러운.


이상하게 난 이런 모양의 가로등이 너무 좋다 :)


뒤의 낙서마저도 커다란 작품처럼 느껴지는건 나혼자뿐일까?






람브라스 거리르의 골목을 지나, 나는 홀로 피카소 박물관에 들어섰다.
사실 피카소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카소.라고 하니까 괜히 안가면 안될 것 같아서 ..ㅎㅎ
안타깝게도 내부는 전혀 찍을 수가 없어서 겉에 사진 한장과, 기념품 샵에서 팔고 있던 맘에들던 그의 작품 하나.

이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박물관에는 피카소의 후기 작품들보다 온전한 모습을 갖춘 전기 작품들과
그리고 그만의 스타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그의 실험적 작품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피카소 박물관 모습

모자이크 기법의 그의 작품. 매력적이다.




Museu Picasso.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좁고 낡은 골목사이로 낯선 음악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습기가 가득한 날이라 그런지 음표 하나하나가 골목길 사이를 가득 메우고 그 안에 갇혀 울리는 그런 느낌.
그 소리를 따라 가다가 만난, 그 주인공들.
특히 저 철판을 두드리는 남자. 정말 자기 음악에 취해서 그만의 세계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골목 곳곳에서 들리는 거리 악사들의 감미로운 음악들.
파리에는 없었던 것,그러나 여기 바르셀로나에는 있는 것.
기타소리가 골목골목을 훑으며 울려퍼지고 그 사이를 사람들은 지나쳐 간다.
분명 지나쳐는 가지만 그 음악 가락에 귀를 기울이며.

내가 생각했던 유럽의 정갈하고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그런 모습은 아니여서

조금 낯설지만.
가꿔진 아름다움이 아니라삶의 아름다움에 간탄하게 되는곳.
바르셀로나.

-Travel Book. 2008.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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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08 유럽 올어라운드 2009. 4. 7. 01:03
2008년 5월 31일
세계여행 제 31일 째(1)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나에서의 3일째 아침
이틀 내내 날씨가 촹촹하더니, 오늘 드디어 날씨가 흐릿흐릿하다.
뭐, 벤쿠버의 우기와 북미에서의 폭우를 견딘 내게 이정도 흐릿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역시나 오늘도 계획이 없다...사실 바르셀로나에서 가볼만한 곳은 이미 이틀동안 다 가봤다...;
그렇다고 우리는 숙소에서 퍼질러 노는 타입도 아닌지라, 기어코 아침일찍 몬주익 언덕에 오르기로 했다.

관람차를 타고 몬주익언덕 끝까지 올라간다.

요새로 쓰였던 몬주익언덕의 몬주익 성.


원래 몬주익 성...이라고 해서 나랑 시은언니는 무슨 베르사유 궁전같은, 노이슈반스타인 성같은 성을 상상했는데,
올라가보니까...그런 궁전같은 성이 아니라, 요새로 쓰이는 그런 전투지의 성이었다. -_-;;
요새라서 그런지 건물도 칙칙하고 딱딱한데, 날씨까지 흐릿흐릿해서 분위기는 스산함 그자체!

저 멀리 지중해도 보이고..사진 왼쪽으로는 대포도 보이고;;

근처에 큰 항구가 있나보다. 컨테이너들이 가득가득 쌓여져있다.




올라올땐 케이블카를 탔는데, 내려갈땐 시간도 많고 돈돈아낄겸 걸어서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놀이터를 발견하고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미끄럼틀타고, 그네타면서 남아넘치는 시간을 때웠다는.....
어쨌든, 시간이 넉넉하니 좋구나. 시간에 쫓기면 제대로 구경하는게 없다.
사실 파리에서 그랬다. 베르사유 궁과 오르세를 포기를 못해서 정말 맛만 보는 수준으로 둘러보기만 했으니까.
그래서 별로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감흥도 없었다.

미끄럼틀도 타고요

어린이 목마도 타고요;





생각해보면, 정말 바르셀로나에선 맛있는거 많이 챙겨먹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는 한두끼정도는 부실하게 먹어도
점심이나 저녁 한끼만큼은 제대로 챙겨먹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ㅋ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은 빠지지 않고 찾아다녔다.
오늘 간 곳도 정말 강추강추! ....근데 이름을 모르겠다...;;; 어디에 있던 곳인지도 모르겠다;;;;;

인상적이었던 유리창인테리어

뭘파는지 알 수 없는 메뉴...-_-




분위기는 마치 홍대에 와있는듯한 그런 아틱한 분위기.
그래 어제도 말했지만, 파리가 신사동같다면 바르셀로나는 홍대같아.
어쨌든 점심메뉴가 12유로였는데 정말...음식도, 양도, 맛도 최고최고.
정말....영어는 만국 공통어라고, 유럽에서 영어가 아니 통하는 곳이 없구나.
에스파냐어 메뉴판은 못읽어도 영어에 능통한 server덕분에 무리없이 추천받아 점심을 먹었다.


시은언니는 스테이크를

나는 양고기 립갈비! 호오 먹고프당

거기에 디저트까지! 지쟈스



아항항,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제 배를 단단히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또 바르셀로나를 휘저어 볼까나?!
(밤에 저걸 보니까 배고파........................안돼 참아 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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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0일
세계여행 제 30일 째(2)
Barcelona, Spain



구엘공원에서 내려온 우리의 그다음 목적지는...어떤 박물관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버렸고 열심히 땅파던 바르셀로나 아저씨에게 손짓발짓하며 물었건만 헛수고였다.
그러다 문득, 민박집 같은 방에 머물던 스튜어디스 언니들의 말이 생각났다
"낮에 날씨좋으면 해변가서 놀꺼에요!!"



그래, 해변!! 우리도 가는거야!
그리하여 우리도 바르셀로네따 해변으로 출동!
햇빛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오~


우와우, 야자수부터 심상치 않군요!

바로 여기가 바르셀로네따 해변입니다 ~



우와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벌써 많은 사람들이 비키니를 입고서는 해변에 누워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만 그런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기 사람들은 평상복 안에 비키니를 입고 다니다가
이렇게 햇살좋거나 바닷가를 지날땐 그자리에서 훌렁훌렁 평상복을 벗어버리고 비키니를 입은채로 태닝을 한다.
(실제로 그렇게 훌렁훌렁 옷벗고 바로 태닝하는 여자들을 봤다.)


그...러나...나는 유럽여행하면서 바닷가를 갈꺼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비키니는 무쓴~ 몸매도 안되는데 무쓴~
아예 오늘 바닷가를 갈 계획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수영복이고 뭐고 해변에 깔 타올조차도 준비를 못해왔다.
그래서 원래 발만 살짝 담그고 돌아갈 예정이었는데....정신차려보니 물속에서 꺅꺅대는 나의 자아를 발견..........(....)
비키니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떠돌이 배낭여행객이고 내멋대로 즐기면 그만이징!



과감히 태닝하시는 물좋은 바르셀로네따로 오세요!



원래 3일계획이던 바르셀로나 일정이, 파리에서의 일정실패로 4일로 늘어나는 바람에
(볼것도 많지않은)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이 더더욱 늘어져버렸다.
원래는 마드리드까지 갈까....하다가 그건 너무 발만 찍고 오는 것 같아서 포기해버리고
빡빡했던 런던과 파리에서의 피로를 풀겸, 넉넉하고 여유있게 바르셀로나 구경을 하기로 했다.
아마 우리가 원래 3일 일정이었더라면 오늘의 이런 해변에서의 여유는 못 누렸을거다.
하지만 나는 어떤 유명한 박물관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보다, 유명 관광지에서 목내밀고 두리번 거리는 것보다
이 곳 사람들처럼 도시 속을 걷고 느긋하게,이 곳 식사를 하고,이렇게 바닷가에서 노는게 훨씬 좋다.
이게 진짜 그 도시를 느끼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또 바르셀로네따 해변에 앉아 일기를 썼다. 이런 일기쟁이 ㅋ.
지금 여기는 바르셀로네따 해변.
남들은 다들 비키니 입고 선탠하는데 나는 비키니도 없이 반바지와 나시만 입고도 신났다.
아- 여유롭고 평화로워.
바르셀로나의 해변이라니! 이 낯설고 특별한 느낌.
오전에 구엘공원에 갔을때만 해도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익어버릴 것만 같았는데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은 기분 딱 좋을 정도 . 이히!

-Travel Book. 2008. 05. 30




맞아. 태평양이 아닌, 지중해 바닷가에 있다는 사실이 참 낯설고 신기했지.
하지만 난 이때도 몰랐다. 앞으로 정말 상상도 못한 지중해를 만나게 될 꺼라는 걸 -

+) 폴라로이드

스탠이 이걸 보고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흉(?) 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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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0일
세계여행 제 30일째 (1)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나에서의 두번째 아침해가 밝았습니다.
와우, 오늘도 날씨는 아주 촹촹하군요! (ㅋㅋ)



그랬다.
그동안 비때문에 고생했던 나의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두번째 아침도 햇살은 눈이 부시게 밝았다. (사실 이날은 거의 폭염수준이었다.)
우리는 민박집 아줌마의 든든한 한식을 챙겨먹고 바로 세번째 가우디의 작품세계로 떠났다.

그곳은 바로 바로 바로 구엘공원!


Park Guel.





이 천재 건축가 가우디님이 건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반영한 공원도 만드셨다. 정말...대단하십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생김새부터 만만치 않은 가우디의 구엘공원.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건지 신기하다. 신기해



기둥처럼 생긴 이 건물. 그 위엔 알로에를 심어놓으셨다.



오늘은 날씨가 더운게 아니라 뜨거운 거였다. 햇살이 정말 살갗을 타들어가는게 느껴질 정도로 따가웠다.
이 이상한 기둥모양의 가로수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는데,
여기서 보면 또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쨌거나 뜨거울 정도의 날씨덕분에, 나는 정말 여행시작하고 처음으로 짧은 팔 옷을 꺼내입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했던 5월 초만해도 캐나다는 추워서 코트를 입고 다녀야했다.
그말은 곧, 나는 겨울코트부터 여름옷까지 캐리어에 다 싸짊어지고 다녀야했다는 얘기 ㅠㅠ
여행시작 한달만에야 여름옷을 꺼내입은 나 , 이날 제대로 신났다!!


이건, 뜨겁거나 말거나 날씨좋아서 기분좋은 나의 셀카.;


필름.Petax Me Super. 구엘공원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전경



위도가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저 뒤에 야자수로 봐서 더운 지방임엔 틀림없다.



사실 구엘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타일모자이크로 되어있다는 것.

구엘 공원을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그런 과자로 만든 집같은 동화나라처럼 만들어놓고
곳곳을 타일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화려함을 더했다.
그래서 세계 어느 공원과도 비교될 수 없는 창의성과 독특함, 아름다움을 가진 이 구엘공원.

(스페인이 아니라)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틀린말 하나 없다.
바르셀로나에선 가우디의 건축물과 작품이 가장 영향력있는 관광명소이다.
전세계인들을 바르셀로나로 모이도록 하는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의 힘.
우리나라도 단순히 높은 빌딩들만 무식하게 세우고 도시경관이나 조화따윈 무시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이 가진 아름다움과 독특함이 묻어나는 그런 디자인으로 도시를 꾸민다면
우린 그 디자인만으로도 얼마든지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그들을 우리나라로 불러들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제발 선진국 베끼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우리만의 것,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우리나라를 단장했으면....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건물1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건물2



타일 모자이크의 아름다움.


뜨거워서 웃는것도 억지로 웃고 있다......-_ -;;


구엘공원의 상징 타일 도마뱀



참, 방금 위에서 다른나라꺼 베끼기에만 급급하지 말라고 헀는데....
정말이지 한국 귀국하고 나서 여의도에 갈 일이 생겨 한강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기 한강쪽에 가까운 여의나루역 근처에 보면 작은 분수가 샘솟는 그런 조형물이 있는데...
거기에 뭐 학도 있고 뭐도 있고 그랬던 것 같다...그런데 바로 이 구엘공원의 도마뱀처럼 타일로 모자이크를 해놓았는데;;
그저 구엘공원을 축소/베껴온 짝퉁같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제발;;;;

처음으로 돈내고 사진도 찍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저렇게 코스튬을 하고 있는 사람과 사진을 찍으려면 1달러/1유로씩 팁을 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왠만해서는 돈내고 같이 사진찍지 않고, 남들이 사진찍을 때 몰래 도촬을 하는데
요 도마뱀 코스튬은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관광객을 위하여 도마뱀 헬멧까지 준비해주는 센스!!!

해는 점점 머리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고, 정말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구엘공원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대로 더 있다가는 바짝 익어버릴것 같은 불길함과 또 더위와 갈증에 못이겨 구엘공원을 내려왔다.



작열하는 태양. 뜨겁지만 좋다. 뜨거워서 좋다.



내려오면서 보니 주택가에 길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눈에 띄었는데
갑자기 저 나무를 보자마자 어제 보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오길 좋아하는 가우디가, 바로 저 나무를 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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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9일
세계여행 제 29일째 (3)
Barcelona, Spain


까사밀라에서 나와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중심 시가지로 갔다.
거기서 ZARA에 들러 한껏 아이쇼핑(;;)을 하고는 바르셀로네따 해변 근처의 Vell항구에 도착했다.
왠지 모르게 벤쿠버를 떠올리게 했던 Vell항구.



아마 요트때문에 벤쿠버가 생각났었나봐.

이야기를 나누던 두 소녀.



보기만 해도 시원한 풍경 :)



잠시 시은언니와 떨어져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여기에 앉아 Travel book을 펼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Hey, Girl!"하는 소리에 나도모르게 고갤 들어보니 왠 껄렁껄렁한 흑인이 내 앞에 서있는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경계지수의 폭발적 증가!!
바르셀로나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얘기와 온갖 소매치기 수법을 전해들은터라 바짝 긴장했다.
거기다 지금은 나 혼자인데다, 인종차별같아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든 태도가 불량한 흑인이었으니까.

차라리 영어를 못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썩은 미소로 웃으며 대답한게 잘못이었다.
시작은 항상 그렇듯이, 어디서 왔냐...그런데 점점 얘기가 옆으로 샌다? 친구랑 왔냐, 호텔에서 묵느냐, 남자친구 있느냐...
그래서 애인이 스페인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애인 볼겸 여행왔다고 딱 잘라말했더니
갑자기 무섭게 얼굴을 들이밀면서, 그럼 흑인남자친구 한 명 더 두란다.........나 애인 있다니까???? 라고 반박했더니
지금 자기가 Black이라서 차별하는거냐며 몰아세우는거다. 워워;;;
그래서 니가 Black이든 White든 Yellow든 난 상관없고 애인이 이미 있기때문에 너랑 안사귀는거라고 설득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은언니가 다가오더니 쌜쭉하게 팔짱을 끼고는 휙 돌아서버렸다.
(멀리서보니까 왠 흑인남자랑 얘기하고 있어서 걱정되서 그랬단다...ㅠㅠ언니감사요..ㅠㅠ)

....애인있다고 그랬는데...레즈비언으로 알았으면 어쩌지...



어쨌든ㅋ 우리는 가이드책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나섰고 생각보다 많이 헤메지 않고 찾아냈다.
(먹는 거 앞에서는 절대 길도 잃지 않으며, 처음가는 길도 척척 찾아낸다.)

이름하여 IRATI

IRATI의 내부모습.



기본적으로 슬라이스 된 바게트 빵을 파는 곳인데, 바게트 위에 갖가지 토핑이 얹어져있고 뷔페처럼 먹고 싶은 만큼 덜어먹는 거다.
대신 앉을 수 없고 Bar에 서서 먹어야 하며, 계산은 바게트에서 빼먹은 이쑤시개 갯수대로 계산한다.
가격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도 저 IRATI분위기가 좋아서 우리는 IRATI에 푹 빠져버렸다.
나중에 바르셀로나 가실분들은 요요요요 IRATI대 추천!! 홍대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하나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곳.

모짜렐라 치즈토핑을 얹은 바게트!



IRATI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플라멩고 보기에 도전!
마침 IRATI 근처에 매일 밤 저렴한 가격으로 플라멩고를 공연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나섰는데...
이건 뭐..음식점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한참을 람블라스 거리를 북으로 남으로 왔다갔다; 안되는 에스파뇰때문에 손짓발짓 해가면서 겨우겨우 찾았다 ㅠㅠ
람블라스 거리에서 작은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니 갑자기 큰 광장이 나왔는데, 바로 여기가 Riel 플라자!


매일 밤 플라멩고 공연이 열리는 TARANTOS 공연장.



자유로운 광장의 분위기

TARANTOS내부 인테리어..


 
TARANTOS는 큰 공연장은 아니고, 무대가 있는 카페인데 술한잔씩 가볍게 하면서 플라멩고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은 멋지게 봤는데, 다만 나는 여자가 추는 플라멩고를 기대했는데 우리 때는 남자분이 추셔서.....-_ㅠ
그렇지만 멋있었어요. ㅠ 정열적이었다구요 ㅠ!

정육점조명이 인상적이었던..

 

 

어쨌든, 아무 계획없이 도착한 바르셀로나에서의 바쁜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갔다.
사실 파리에 완전 매료되어있었는데다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빼고는 스페인에 별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 없었는데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사전정보 없이 빡빡한 계획도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녀서 그런건지,
아님 정말 오늘 햇살이 좋아서 그런건지 (아마 이거때문일꺼다)
도둑과 소매치기 많기로 유명한 바르셀로나가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좋다. 출발이 좋아.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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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9일
세계여행 제 29일째 (2)
Barcelona, Spain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나와 또 다른 가우디의 작품을 보러갔다.
사실 바르셀로나 전체가 가우디의 도시라고 할만큼 유명한 건축물들은 죄다 가우디 작품들이었다.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까사밀라'


사실, 입장료.....가 아까워서 (..) 우리는 대충 겉만보고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가이드책자에, 까사밀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가봐야 한다고 쓰여있는걸 보곤
잽싸게 발길을 돌려 까사밀라로 돌진했다. 다행히 나의 International Student Card덕분에 할인!
다른 곳에도 할인을 많이 받았지만 유난히 바르셀로나에서 할인 받은 기억이 많은 것 같다.
유럽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꼭 꼭 만들어서 가길!

까사밀라의 외관. 마치 물이 넘실거리듯 곡선미가 돋보인다.

파도가 흐르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아파트 로비. 아파트가 이렇게 동그랗게 생겼다;

천장이 뻥 뚫려있는 까사밀라.



외관도 범상치 않은데 실내는 또 어떨까? 두근두근.
....근데 내가 지금 기억이 남지 않는 건지, 아님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던 건지,
사실 까사밀라의 실내는 별로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 없었다.
여기저기 거울이 많았다는 것과...또 은근히 햇빛이 잘 들어서 분위기 있었다는 거?


서로 거울로셀카를 찍는 언니와...나..;


시은언니 카메라에 찍힌 나. 왠지 맘에 든다 음하하하하



까사밀라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의 전경.
오래된 중세풍의 건물들이 많았던 파리보다는 좀 더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지만
나름 바르셀로나만의 건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창 밖을 내려다보다가 알게 된건데, 저기 인도끝에 혼자 툭 튀어나온 나무를 한번 보자.
바로 가우디가 본따 기둥을 설계한 그 나무랑 똑같이 생겼다
!

길한가운데 서있는 것 같은 저 나무, 가우디도 아마 저런 나무들을 본따 기둥을 설계했겠지.


커텐을 걷어 창밖을 올려다보는 그녀,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걸까.



아마 사진 속의 그녀는, 바로 이 까사밀라의 독특한 옥상을 바라보고 있었을 거다.
까사밀라의 키포인트는 바로, 이 옥상에 있었다! 스타워즈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이 4차원적 옥상.
 

저기...네명은 다쓰베이더도 아니고...


난해하기 그지 없는 가우디의 작품세계



내 일기장에도 쓰여있는데 "도대체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감이 안잡힐 정도" 라고.
이건 뭐 어딜 둘러봐도 특이하고 낯설고 뭐가뭔지 모르겠는 이 상황.;
한참을 어안이 벙벙하게 서있다가 이런 옥상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바로 내리쬐는 햇살을 실컷 즐겼다 :)


시은언니랑...(사진 또깨진다...)

남의 집 옥상에서 썬탠하며 노는 유럽아이들.

몇몇은 눕고 몇몇은 앉아서 즐겁게 얘기하는 여유로운 모습.



그렇게 우리도 까사밀라의 옥상위에서 방방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다음 목적지를 위해 내려왔다.
하. 입장할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지만, 정말 대문하나 조차도 예사로운 것이 없다.
지금 보니 거미줄 같기도 한데, 왠지 그때 내게는 꽃무늬 처럼 보였었다.
어쨌든, 우리도 이 예사롭지 않은 저 철문을 거쳐 가우디의 상상속세계를 빠져나간다.

꽃무늬처럼 느껴졌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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