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오묘한 그라데이션을 그린다.
지평선가까이는 거무죽죽하고 그 위에 붉은띄부터 오렌지빛, 연한귤빛을 너머 차차 하늘색, 파란색으로 그렇게 하늘을 채운다.
산세가 또렷이 보였던 저 멀리 관악산은 어둑어둑하고 먹먹한 그림자가 되었고,
여기 강남에서 노량진까지 빽빽이 들어차있던 성냥갑같던 건물들은 어둠속에 파묻혀 버리고
오직 관악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커다란 지평선을 이루었을 뿐이다.
마치 광활한 사막에 어둠이 내려온 것 처럼 -
어둠으로 가득찬 대지는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어보인다.
실은 그 빽빽한 골목골목에 건물이, 사람이, 자동차가 뒤엉켜 있겠지만.
낮에는 그 복잡다단하던 것들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검은 실루엣 - 단조로운 하나의 선으로 변해버리고
사실 세상은 아주 거대하고 경이로운 것이라는 생각과
인간의 삶은 소소하고 보잘것 없다는 깨달음이 동시에 밀려온다.
저 멀리 보이는 저 지평선까지 정말이지 광활하고 폐허같은 사막이면 좋겠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사막.
나말고는 아무것도 살아숨쉬는게 없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그런 사막.
내 옆으로 높고 낮은 모래 언덕만이 오르락 내리락 스쳐지나가는.
데쓰밸가 그랬던것 처럼, 밸리오브파이어가 그랬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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