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국화..
법원 면접때문에 시험은 미뤄져버렸고,
그래서 난 내 인생의 기회일지도 모르는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할 날을 날리게 되었다.
점심시간을 포기하고 친구 생일 선물을 사러 학교 밖에 나가서 사진관을 다 뒤졌지만 실패했고
그래서 예쁜 장미꽃을 샀지만, 역시 꽃집 주인은 포장센스가 좋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꺠달았다.
아무리 꽃이 이뻐도 겉포장을 못하면 꽃마저 볼품없어지니까. 정말 꽃 선물 너무 어렵다.
꽃포장을 죄다 풀러서 낑낑대며 직접 다시 포장해서 학교로 돌아와서는
점심대신 스콘 조각을 뜯으며 논문을 읽고 수업엘 들어갔는데,
아뿔싸. 오늘 보강 있어서 40분 일찍 시작한댔다.
수업 중간부터 찝찝한 기분으로 수업을 듣는데, 논문 5개를 읽고 들어왔는데 수업은 하나도 이해가 안되고
점점 안드로메다로 빠지는 기분,
그냥 여기서 책 다 접고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페북에서 징징거리는 걸 안쓰럽게 생각하신건지,
집에 가면서 먹으라며, 내년 생일 선물 땡겨주는 거라며 시그니쳐 핫초콜릿 기프티콘을 보내준 어진오빠,
오늘 내 생일 선물에 너무너무 행복했다면서 고맙다고 날 찡긋 울게한 민정이,
요즘 기도빨이 좋으니 날 위해 기도해주겠다고 연락해준 소연이,
그리고 어떤 모임에서 한 번 봤을 뿐인데, 도서관에서 과자를 건네준 법대 후배까지.
지난주, 사람에게 그리고 친구에게 너무나도 치여서 힘들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고 애정을 쏟는데 사람들은 날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야속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 날 소중하게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오랜만에 깨닫는 이 작은 행복. 아니, 어쩌면 정말 큰 행복.
나 참, 지난 2년간 이 곳에서 헛살지 않았구나, 나 참 좋은 사람들과 친구하고 있구나.
나 참 , 축복받았구나.
나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마음 따뜻한, 그런 밤이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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