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내가 처음 여기에 들어올 때, 나의 각오는
1등으로 졸업을 한다거나, 잘나가는 로펌의 변호사가 된다거나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내 각오와 목표는 중도포기자가 되지 않고 무난히 결승선을 끊는 것.
그렇게 완주하는게 나의 목표였다.
그런데,
그냥 나는 완주에 의의를 두는데도
이 길엔 왜이렇게 장애물들이 많은 건지,
여기에서의 삶에는 왜 이렇게 힘들고 좌절하고 울고 싶은 일들만 일어나는건지
여기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은 없고 어디 외부에서 끄집어내지 않으면 안되는건지
그리고 그렇게 외부에서 끄집어내서 겨우 행복함을 느끼고 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건지.
그냥 앞으로 애써 달리고 있는데
비바람이 불고 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길은 패여있고 가시덤불이 자꾸만 나타난다.
이제 그만 뛰고 SOS신호를 보내서 이제 앰뷸런스 차를 타고 편하게 집이든 병원이든 돌아가서
따뜻한 침대에 누워서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왜이렇게 하루하루가 좌절스러운지,
하나를 이겨내고 나면 어쭈 또 일어났냐면서 또 나를 후려치는 것들이 자꾸만 나타나는지,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듯이 고개를 내밀기만 하면 후려맞는 그런 날들이 계속 된다.
아프다. 힘들다.
,
난 못하겠어. 난 안될꺼야. 라고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밉고
그치만 해야지 어쩌겠어. 괜찮아.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앞으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그만 무릎을 꿇고 싶다.
내가 여기 온 것을 후회할꺼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나중에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면
아 그래도 어려운 길을 다 지나와서 보람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왜 젊은 나날들을 거기서 그렇게 삽질하면서 괴로워하면서 힘들어 하면서 보냈을까,
후회할까봐 조금씩 걱정이 된다.
...
어지간히 힘들다. 정말..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 2011.11.25 |
---|---|
일진 사나운 날의 행복한 사람 (0) | 2011.11.23 |
2011. 11. 12. (0) | 2011.11.14 |
부유 (0) | 2011.11.09 |
반성 (0) | 2011.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