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깔린 구름, 빗방울이 토도독 토토독 떨어지는 4월의 첫 토요일 오후.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오전에 홍대에서 수업을 듣고서 2호선을 탄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곳, 무계획 <제로플랜>
사당동의 어느 골목길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채식카페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국만큼 채식주의자가 많지도 않고 채식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나는 고기귀신이라 채식주의자가 되고픈 마음은 없지만
스키니해지고픈 여자이기에 사실 디저트를 먹는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 베이킹을 직접 해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디저트에 엄청난 양의 버터가 들어간다는 사실.
그런 이유로 지난 3개월간 그 버터를 줄여보려는 노력으로 죄없는 밀가루 안먹기를 실천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제로플랜>은 버터, 우유, 계란을 쓰지 않고 만든 디저트를 판단다.
버터, 우유, 계란 없이도 그런 디저트가 가능하단 말이야?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작고 아담한 주방, 직접 매장에서 구운 디저트를 그 날 그 날 판매한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갈색 원목의 대문이 보이고 살그머니 밀고 들어가보니
아담하고 따뜻한 공간이 열린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
따뜻한 카페라떼와 딱 한조각 남아있던 단호박 무스 케잌을 주문했다.
음료는 커피와 과일주스, 과일차등이 있고
디저트류로는 매일 다르게 나오는 케잌과 쿠키들.
버터도, 우유도, 계란도 안들어간 케잌은
산뜻하고 담백한데...맛.있.었.다.
그래서(?) 단호박케잌 사진이 없다.
한조각 남아있었는데 사진찍을 정신도 없이 먹어버렸다.
빵의 식감은 쫀독쫀독한데 단호박무스는 부드럽고
버터가 안들어가서인지 정말 오일리한 느낌도 없고
(일반 케잌은 먹다보면 포크에 오일이 묻어나는 느낌...)
그야말로 A guilty free cake !!!
주인분이 직접 세계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
디저트는 매장오븐에서 구워내는데
소량제작하기 때문에 인기제품들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마지막 단호박케잌 한조각을 차지했고
내 뒤에 온 단체손님들은 단호박 케잌이 없다는 말에 엄청 아쉬워하더라는.....
죄송요..그건 저도 사진찍을 새 없이 제 뱃속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영원히 지방으론 남아있을 일은 없을거랍니다. 후후.
따뜻한 인테리어 :) 케잌에 이어 브라우니도 내 뱃속으로.. | 가게 안쪽의 테이블자리. 친구들과 같이 와서 수다떨고 싶다 :) |
아담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위치는 사당동이지만, 커다란 나무 문이 닫긴 카페는 마치 연남동이나 연희동의 페이보릿 카페 분위기
나무 문 안쪽의 공간은 마치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되어 나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
채식카페라고 해서 입맛에 안맞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채식주의자라면 꼭 한 번 가야하는 카페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guilty free cake을 먹으러 가야할 카페.
<제로플랜>
http://blog.naver.com/0planvegan
남성역 2번출구에서 걸어서 5분
낙성대역 5번출구에서 마을버스 06번, 14번타고 4정거장
후후, 아무것도 후원받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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