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광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아호드늬 랴뜨 쇼핑몰 내에 있는 무무(MyMy)
모스크바에 30여개의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으로 여기도 역시 셀프로 여러가지 음식 중에 골라담으면 된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한 끼 먹기에 괜찮은 것 같다.
꼬치구이인 샤슬릭과 구운 야채. 츤데레 직원이 카라멜을 공짜로 줬다.
낭만적인 가로등의 실루엣 :) 넘나 이쁘다.
저녁을 먹고서 간 곳은, 이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O2 Lounge).
츠베르스카야 울리차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 12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는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가서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이용할 수가 있다.
심지어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아도 잠시 경치만 보고 나와도 된다.
우리도 호텔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갔다.
시간은 딱 해가 질 때 쯤이었는데,
바로 붉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최전방 자리는 식사예약한 고객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것 같았고
우리는 Bar를 이용할거라고 했더니 한 칸 뒷줄에 앉혀줬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데는 전혀 지장 없다 :)
붉은 광장 반대쪽으로 황금빛 노을이 진다. 저 멀리 스탈린 양식의 외무성(아마도)이 보이네.
한 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가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스카이라운지 뒷편으로 해가 넘어간다.
강남 한복판의 34층 건물에서 항상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나는, 아무 이유없이 러시아를 생각하곤 했었다.
저 광활한 하늘 해가 넘어가는 저 곳에 러시아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가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그 해가 지는 곳에 있다니.
지금 저 해는 또 어디로 넘어가고 있을까.
저녁을 먹고 왔으니 가볍게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드디어 붉은 광장이 붉게 물든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황금색의 빛깔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아주 빠르게 물들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잃는다.
빛에 투명해졌던 사물들이 어둠에 탁해진다.
해가 지면서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역사 박물관과 크렘린,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원의 황금 돔.
드디어 완전히 해가 사라지고 검푸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건물에 하나 둘씩 조명빛이 들어온다.
건물 끝의 빨간 별, 노란 별들 사이 보이는 성 바실리 성당의 야경.
건물 끝에 달린 별 장식이 이 순간을 동화처럼 만들어준다.
딱딱해보이는 건물들 위에 크리스마스 같은 별모양이라니.
츤데레 같은 이 나라 사람들처럼,
건물들에서조차 웬지 모르게 웅장하고 거대한 위용 가운데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환상의 시간.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노을빛도 모두 사그라져가는 시간.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12층의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한 여름밤 바람이 기분마저 설레게, 시원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상상이나 해본적 있었을까.
러시아 모스크바 한 가운데서,
붉은 광장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이 시간, 이 순간을.
2016. 8. 1. travel note in Moscow.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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