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일본어

■ 삶 2009. 1. 4. 01:42



그래, 나는 갑자기 요즘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그것도 학원이나 학습지의 도움없이 혼자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일본어'따위'를 새로 배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영학에서 배우는 일의 순서에 따르면, (꼭 경영학에서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일은 importance와 emergency의 두 가지 기준에 맞춰 순서를 매길 수 있는데
급하고 중요한 일은 1순위이며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은 알아서 2,3위를 하도록 하며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것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춰보면 일본어는 그야말로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며
이제 출근을 시작하고 정말 내가 해야할 1순위, 2순위 일에 밀리다 보면 어영부영 그만두게 될 것 같고
이렇게 인삿말만 조금 끄적대다가 그만두면 또 인삿말은 고사하고 히라가나까지 다 까먹는 그런 부질없는 짓이 될것이다.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으며, 부질없고 소용없게 될 것이고, 제대로 배우지도 않는 일본어!
..를 왜 나는 지금 하고 있느냔 말이다. 엉뚱하게.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거 몇 개 단어외우다가 때려칠꺼,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신문이라도 읽고 영어단어라도 외우는게 현명하겠다.


그렇다!
하지도, 중요하지도 않고 부질없고 소용없게 될 것이며 배운다고도 할 수 없고 비교우위 대비 현명하지도 않은 일본어!
..를 왜 나는 지금 배워보겠다고 혼자서 발악을 하느냔 말이다. 미련하게.



그래도 나는 바로 지금 해야겠다.
지금까지 내 생각에도 중요하지도 않고 부질없고 미련맞은 일들은 나의 Check List에서 과감하게 지우며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만, 나한테 중요한 것만, 오래오래 남을 것들만 열심히 찾아서 해왔는데
뭔가 그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그 결과 때문에 과정을 즐기자고 최면을 걸면서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은 내게 불필요한것 들이라고 내 인생의 저변으로 밀어놓으며
그렇게 인생에 필요한 것만 열심히 해왔다.

그렇게 살다보니 별로 재미가 없네.

영어 중요하죠, 이제 히라가나 외우는 일본어보다 제법 하는 영어공부를 더 하는게 비교우위가 있겠다
근데 그러다보면 일본어는 정말 영영 못할 것 같다. 영어 십년 해도 내가 네이티브가 될 것 같지는 않고
그렇게 영영 중요하고도 급한 영어와 중국어를 먼저 마스터하려다가는 일본어는 히라가나도 못 외울것 같네요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미뤄놓으면
앞으로도 영영 그 여유로운 기회는 생기지도 않을 것 같아.
대학들어가면 다시 시작하겠다던 피아노, 바이올린, 러시아어는 손도 못대봤는데 앞으로도 영영 손댈 시간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 하고 싶은건 일단 지르고 봐야하는구나. 진짜 칼이라도 뽑아서 순두부라도 썰지언정 제발 칼이라도 뽑아야겠구나.


시간관리 잘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은 뭘해도 할일도 잘 하고 하고 싶은 일도 다 하며 산다.
나처럼 해야 할일에만 목매고 그거 안하면 세상 망할 것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이나 해야할 일도 벅차서 골골거리지.



 나는 1순위, 2순위, 3순위, 4순위까지 해야할 일을 하고 5순위에 하고 싶은 일도 하나씩 꼭 하며 살련다.

사정에 따라 인텐시브하게 1순위에만 목매다는 시간들도 때때로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야겠다.
이것이 나의 2009년 첫 다짐입니다.

간바리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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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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