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푸르고 푸르른 어린이 날!
과감히 아침잠을 포기하고 관악산을 등반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등산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내가 등산을 했다는 의미는
1. 4개월간 백수놀이중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서 드디어 하기 싫은 것 까지 해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2. 여러가지 의미에서 등산을 해야할 것 같은 뽐뿌가 왔다.(같이 갈 사람, 연두빛 산)
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같이 올라가기로 한 친구랑 아침9시에 서울대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제 과음한 친구가 뻗어버리는 바람에...(다행히 내 전화에 깼다)
친구가 씻는 사이 낙성대로 이동해서
낙성대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
날씨는 최고조로 좋았고,
낙성대에서 오르는 길은 한참이나 사람이 없어서 한가롭고 여유로웠다.
한참 오르다보니 어느덧 서울시가지가 내려보일만큼 높이 올라왔다!
관악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이제 막 새싹이 오른 연두빛 물결이 정말 이뻤다.
연주대 가는 중턱즈음에서! 저 파란 하늘!
야호오오오! 나는 자유인이이다아아!
내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1. 실은 산은 멀리서 봐야 이쁘다. 올라가는 길에는 흙바닥, 돌바닥, 그리고 나무 기둥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2. 나는 평지를 걸으면서 주변 구경하는걸 좋아하는데, 등산은 앞만 보고가게 만든다.
3. 힘들게 올라가면, 또 힘들게 내려가야 한다.
4. 다음날 허벅지가 터지게 아프다.
5. 등산복, 등산화가 없다.
같이 올라간 친구는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라 산타는 속도가 꽤나 빨랐다.ㅠ
내색은 안했지만 쫓아 올라가느라 꽤 힘들었다.
난 좀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가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는 속도/기록갱신하는 것 같은 느낌...ㅜ
그치만, 난 절대 혼자 등산할 인물은 아니므로, 누가 등산간다고 하면 거기에라도 들러붙어야...(..)
산에는 이제야 진달래꽃이 핀다. 아래에는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는데 :)
관악산 정상즈음에 가니 돌산을 기어올라야 했다.
레일을 잡고 낑낑거리며 돌을 오르고 나니, 드디어 정상!
정상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내가 언제 다시 큰맘먹고 관악산 등산을 할지 모르므로,
나는 꼭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박박 우겨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린애같이 브이 (-_-V)
관악산 정상은 해발 629m. 내 옆에 출연하신분 포즈가...ㅎㅎ
원래 엄마가 등산가기 전에 아침먹으라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는데
지각할거 같아서 싸들고 올라가서는 정상에서 먹었다.
친구한테 반 나눠주면서 내가 싼 거라고 생색냈다 ㅋㅋㅋ
너가 이런것도 쌀 줄 아냐며 .....아..역시 넌 날 너무 잘알아..
내려오는 길 - 산에서 이렇게 연두빛을 볼 수 있는 날들이 2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내려올때는, 서울대학교 공대쪽으로 내려왔다.
301동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내려와서 비비고에서 비빔밥을 먹는 것으로 오늘의 등산은 끝!
3년간 다닌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실은 2009년 8월, LEET친 다음날, 엄마랑 서울대에 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천에서부터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때 정상까지는 못갔던 것 같고 중간에서 서울대입구쪽으로 내려오면서
지금 비비고가 있는 자리 (그때는 카페소반)에서 차를 마시는 서울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과연 내년에는 저기에서 저 학교 학생으로 차를 마실수 있을까.....상상하며 걸어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입학 후에 - 난 카페소반/비비고를 갈 때마다 실은 그 날을 떠올리곤 했다.
학교를 다니는 3년동안 관악이라면 지긋지긋해서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지만,
또 이렇게 졸업하고 나서 정상에까지 올라보았다.
학교를 다니는 3년동안, 단풍에 물든 관악산은 보았지만,
이렇게 햇살에 반짝이는 연두빛 관악산은 처음 보았다.
그냥, 사는 건 참 모르겠다.
산도 변하고 - 사람도 변하고 -
영원한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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