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beautiful day - Michael Buble ♬
관악산이라면 치를 떨던(;) 내가 오늘 오랜만에 점심약속을 학교에서 잡았다.
3년 간 매일매일을 다니던 학교였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학교를 가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다.
학교 정문에서 내려서 법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 그런데 우리 학교가 이렇게 이쁜 학교였던가?!
겨울내내 앙상한 나뭇가지로 칙칙했을 학교가, 연두빛 새싹들로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벚꽃은 지고 없었지만 저 멀리 관악산 정상에까지 연녹색 물결이 흘렀따.
정문 초입 :)
자하연까지 살살 걸어올라갔는데 중간고사 끝난 점심시간을 맞아 학교는 활기찼고, 햇살은 반짝반짝 했다.
오랜만에 윤재를 만나 같이 비비고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수험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가려는데
윤재가 보여줄 곳이 있다면서 커피를 한잔 뽑아들고 나를 음미대 뒤쪽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조금 계단을 걸어올라가니 환경대학원이 나오고, 마치 환경대학원생인것마냥 능숙하게 윤재는 엘레베이터 5층을 눌렀다.
우와우....!
환경대학원 옥상에 이렇게나 멋진 정원이!
뭐랄까,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주도 2층집에 나오는, 그 옥상 잔디밭같은 느낌?
흔들 의자도 있고, 선인장도 있고, 훨씬 더 정원같이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대학교의 풍경은 !
저 멀리 관악산에 둘러싸인 생명대 건물들. 연녹색 산세가 정말 봄이 왔음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등산을 싫어하는 나인데도, 왠지 날씨좋은 날 등산을 하고 싶게 만드는 저 풍경!
공대 301동만큼은 학교가 다 내려다보이는 건 아니지만,
사방으로 탁 트여있어서 관악산세가 다 올려다보이는 정말 멋진 풍경을 가진 옥상정원이었다.
윤재가 작년봄에 여길 우연히 찾아서 내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작년에 내가 너무 바쁘고 시험에 허덕여보여서 차마 알려주지 못했다고.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옥상으로 불어댔고 햇살도 파란하늘도 연두빛 산도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바우터 하멜의 'breezy'를 틀자,
윤재가 마이클 부블레 (Michael Buble)의 신곡 들어보았냐면서 "It's a beautiful day"를 틀었다.
음미대 공사소리에 노랫소리가 조금 묻히긴 했지만
정말 오늘과 딱 어울리는 상쾌하고 경쾌한 노래였다.
그게 부블레 노래라는 것도, 이 곳에서 둘 다 밴쿠버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모든게 행복한 순간이었다.
정의의 종..
15동 뒷뜰의 민정, 희은, 원차니 나무에도 새싹이 났다.
환경대학원에서 내려와서 윤재를 데려다주러 법대로 내려갔다.
윤재와 안녕하고, 이제 집에 가려고 - 백주년 기념관을 지나, 사회대를 지나 대운동장까지 걸어왔다.
뛰어내리고 싶어서, 그리고 행여라도 정말 뛰어내릴까봐 차마 가까이 가지 못했던 그 대운동장엘.
싱그러운 대운동장.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학생들이 햇살받으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한다.
대운동장에서 햇살 받으며 - :)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민정이와 함께 걸터 앉아있었던 대운동장에
홀로 털썩 앉았다.
햇살이 따뜻하고 풀 냄새가 싱그러웠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곳, 그러니까 서울대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싫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어린날부터 오고 싶었했던 꿈의 학교였는데 말이다.
서울대학교에서의 삶은 날 너무 지치게 만들었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도 있었을텐데, 항상 난 경쟁과 시험에 쫓겨서
진심으로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날 힘들게 했던 많은 것들이, "서울대학교"와 엉겨붙어서 나는 이 곳이 참 싫었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약인걸까.
정말 - 여기는 절대로 그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절대로 좋아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눈물로 쥐어짰던 그런 날들도 다 추억이 된 것 같았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걸었던 길들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때 그랬었지...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이 미화되고 소중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그러고 보면, 굳이 미워하고 싫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결국 좋게 기억될테니까.
한편으론, 열렬히 미워하고 싫어해도 될 것 같다. 역시 결국엔 좋게 기억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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