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마(?) 대학생으로는 마지막이 될 수강신청을 했다.
남은 과목은 이제 2과목 뿐이어서, 별로 생각없이 적당히 3개를 골라놓고
5시 30분이 되자마자 [신청]버튼을 눌렀는데, 누르자마자 [신청과목이 저장되었습니다]라는 팝업이 뜨면서
나의 마지막 수강신청은 단 5초만에 성공적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갓 입학했을 땐 수강신청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힘들었었고
학년이 올라도 매번 마음대로 저장되지 않는 수강신청때문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다운되선 새로고침도 못하고 한시간씩이나 애를 달달태우던 수간신청이
단 5초만에 이렇게 끝나버렸다.
네잇온에 들어갔는데, 아직 친구목록에 남아있는 ex의 대화명에 수강신청이란 단어가 보였다.
입학동기였던 그 친구와 나는 함께하는 동안 수강신청도 종종 같이하고, 같은 수업을 등록하는 cc의 특권도 여러번 누렸었다.
나는 졸업전 마지막 학기 수업을 신청했는데 그 친구는 공익이 끝나고 거의 3년만에 다시 돌아오는 복학 첫 학기 수업일꺼다.
마음 한 켠에 풋풋했던 입학시절도 생각나고, 시작은 같았는데 끝이 이렇게 다른 여학생과 남학생의 처지를 생각하니 씁쓸했다.
내심 마지막으로 듣는 2과목에서 제발 그 친구랑 얼굴 마주치는 그런 껄끄러운 일이 생기질 않기 바라면서
학교 포탈 싸이트에 들어가서 다음 학기 신청과목의 수강생보기를 클릭했다.
두어 과목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한 과목에 유난히 우리과 동기와 후배의 이름의 출연빈도가 높다.
저학년일땐, 혼자듣는건 죽어도 싫고 적어도 친구들과 떼지어 듣거나 적어도 한두명 같은 과 친구는 있어야 했는데
수강생보기에 보이는 오랫만에 보는 동기들의 이름들, (거의 2~3년 된) 연락도 끊겼고 안부도 묻지 않지만 이름은 아는.
그렇다고 예전에 안친했던 것도 아닌. (차라리 안 친했다면 나았을 것을). 그래서 다시 만나는게 더 민망한.
그런 동기들의 이름이 날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했다.
오랫만이라고, 이렇게 마지막으로 같은 수업을 함께 들어서 반갑고 기쁘다고 얼싸안아야 정상일 거 같은데
다들 고시공부나 군대때문에 오랫만에 학교로 돌아온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진다.
너는 어떻게 지냈어. 뭐하고 지냈어. 너는 앞으로 뭐할꺼야 뭐 준비하고 있니. 준비는 잘되어가니.....난 이런 질문들이 싫으니까..
2~3년이나 비어버린 우리들 사이의 공백을, 또 그만큼이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나의 모습을, 혹은 동기들의 모습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드러내며 어떻게 메워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2007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연락도 끊기고 멀어져버렸고
지금은 2007년 이후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 더 길어지면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고민을 공유했기 때문에. 2007년 이전의 그들과도 그러했듯이.
그건 아마 그들도 마찬가지일테니 너무 지레 겁먹고 걱정하지 말자구.
2009년 마지막 졸업학기를. 무사히 잘 넘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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