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하프문베이




본격 미국 서부 여행 3일차!


말이 3일 차이지 교육일정부터 포함하면 나는 사실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11일째 머무르고 있다. 

꽤 오래 머무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오늘은 다운타운 보다는 근교로 나가볼까하는 마음!

멀리까지는 빅서(Big Sur)까지도 가보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까 여행에서 '피곤하지 않기'가 중요한 요소가 된 듯..ㅠㅠ


빅서(Big Sur)까지 가려면 편도가 2~3시간이라 바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는데 

좀 피곤해서 밍기적 거렸더니 점심시간...또르르

구글링에서 찾은 햄버거 맛집에 가서 햄버거를 먹고 기운을 낼 줄 알았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11일째의 강행군에 좀 지쳤었는지 컨디션이 나빠

결국 점심먹고 숙소로 퇴각했다. 또르르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은 베이컨 버거! Roam Artisan Burger @ San Francisco



한숨 자고 나오니 어느새 맑게 갠 하늘 :)





점심 먹을때만해도 하얀 구름이 가득하고 스산한 느낌이 있었는데 

숙소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쾌청한 여름날씨가 되었다!

교육받으러 온 첫 날 오후를 빼고는 일주일 가까이 샌프란시스코는 초겨울마냥 우중충 했는데

난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사시사철 한국 초겨울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제법 여름같은 날씨라니!!!

우리 회사 사람들 패딩만 입다가 한국 돌아갔는데 ㅠㅠ



칭구랑 나는 사실상 빅서(Big Sur)에 가기는 글렀고,

미션 돌로레스 공원을 갈까 아니면 하프문베이(Halfmoon Bay)를 갈까 하다가 

빅서(Big Sur)만큼은 아니겠지만 하프문베이(Halfmoon Bay) 낙점!

날씨가 좋으니까 오늘은 금문교에서 노을을 볼 수 있을것 같다. 

맛만 보고 돌아오자라는 마음으로 붕붕!


확실히 운전이 가능하면 여행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진다는 게 좋다.

우버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왕복 2시간 거리를 우버타고 다니기엔 부담스럽고

뚜벅이 여행자는 쉽게 도시 근교로 나가기가 어렵다. 

투어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 경우엔 투어가 없기도 하고.

확실히 미국 서부는 도심만 관광할 게 아니라면 렌트를 하는 게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위해서 운전을 다시 배웠다. 헤헤 

하프문베이도 렌트를 안했다면 갈 엄두를 못냈을 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여를 달려 하프문 베이 도착!



하프문베이의 바닷가 풍경.



Three Rocks : 말 그대로 Three Rocks라고 한다.



Three Rocks에 촘촘히 앉아있는 갈매기/기러기들과 함께



우리는 사실 하프문베이를 잘 몰라서, 

일단 구글맵에 하프문베이에 있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목적지로 지정해서 갔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호텔부지에 골프클럽이 딸려 있어서 그런지 바닷가를 배경으로 굉장히 잘 관리된 잔디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고

하프문베이를 따라 트레일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으아 생각보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조용해서 힐링하기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 하프문베이 드라이브 팁 - 무료로 주차하기 ※


렌트의 좋은 점은 기동성이 좋다는 것이지만 대신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난관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료주차/저렴하게 주차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 ㅠㅠ

렌트카를 이용하여 하프문베이로 드라이브가시는 분들은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이용해보세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출입구에서 Coast Trail 때문에 방문했다고 말하면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Code Number와 함께 1장짜리 Trail Course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차비는 무료랍니다. :)

차를 호텔에 주차하고서 Trail을 따라 걷고 해변에도 내려가보시길 :)



멋진 해안절벽을 따라 잘 가꿔진 트레일 코스와 골프잔디


굴곡진 해안절벽이 참 멋졌던 곳. 갑자기 영국이 떠오른건 무엇..


평온한 바닷가 풍경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여유롭게 드라이브나 해볼 겸, 바닷가나 구경할 겸, 렌트카도 써먹을겸 갔던 하프문베이였는데

복작거리는 도심에 있다가 잘 정돈되고 꾸며진, 그러면서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하프문베이 풍경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마음이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친구한테서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브런치가 괜찮다고 추천받았었는데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낮에 햄버거 먹지 말고 여기와서 브런치 먹고 더 여유부리며 놀다 갈껄 ㅠㅠ

와보니 너무 좋아서 일찍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ㅠㅠ



하프문베이도 서쪽이라 바다로 떨어지는 멋있는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가 오늘만큼은 금문교와 함께하는 노을을 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탓에

해가 서서히 기울어질 때를 맞춰 돌아가야했다.

너무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에 맘이 홀려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아쉽게 돌아섰던 하프문베이.



다음에...............

라고 쓰고나니까 내가 미국 서부를 정말 무슨일로 또 올까 싶은데

무슨 일이 생겨서든 다음에 미국 서부에 또 오게 된다면 (하지만 향후 5년간은 더이상 오고 싶지 않다...후)

조금 더 여유롭게 다시 와보고 싶다!



그리고 재미삼아 검색해봤는데 The Ritz-Carlton Halfmoon Bay 1박 요금이 약 $900....^^

언제오더라도 그냥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일치기에 만족하는 것으로....

이제 대망의 금문교 노을을 보러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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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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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emite National Park 


오늘 방문할 곳은 터널뷰와 미러호수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으으. 밤새 추워서 뒤척인 탓이 잠을 설쳤다. (나중에 보니 머리맡 창문이 열려있었다. @@ 커텐에 가려져서 당연히 닫혀있는 줄)

그리고 밖을 내다보니 어젯 밤 산속의 칠흙같은 캄캄함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터널뷰에서 일출을 보자고 했는데 막상 일어나니, 

일출은 무슨 일출이냐. ㅠㅠ 어디서든 해는 뜨고 지는데 ㅠㅠ 포기하고 잠이나 더 자고 싶다 ㅠㅠ


쿄쿄쿄 간사한 내 마음

그래도 본격적인 여행 처음부터 이러면 안될 것 같아서 칭구를 깨워 옷만 껴입고 터널뷰로 출발 ↗

(이후에도 일출 퍼레이드는 계속 됩니다....)





차츰 세상이 밝아지더니 오묘한 보라빛 하늘이 되었다. 그리고 또렷하게 떠 있는 어제의 보름달.






숙소에서 터널뷰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숙소를 출발했을 때만 해도 밖이 컴컴했지만 순식간에 하늘이 밝아져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서쪽 하늘에는, 이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는데

요세미티 밸리 계곡의 실루엣과 그 사이에 떠있는 달의 풍경이 환상적이어서

일출을 보러가던 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한 폭의 그림같은 순간을 만끽했다. 




터널뷰에서 바라본 해뜨기 전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




연기 없이 깨끗한 아침 6시 vs. 연기가 자욱한 어제 저녁 7시








아침해가 뜨기 직전인 요세미티 밸리를 배경으로 @ 터널뷰






터널뷰(Tunnel View)에 도착하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날은 완전히 밝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해가 2700m 가량 높이의 암벽들을 넘어서 뜨려니, 실제 일출시간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어제 저녁에 왔을땐 사람들이 꽤 있어서 사진 한 번 찍으려면 화면에 좀 부대끼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히려 일출시간에 오니 우리 말고 몇 명 없다. ↖('ㅅ')↗

역쉬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잡고 부지런한 인간이 좋은 풍경을 본다. 이거슨 진리!

게다가, 어제는 연기가 자욱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과 저 멀리 하프돔의 모양도

이른 아침에 와서 보니 연기 걱정은 접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또렷하게 보인다. :)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는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계곡으로 그 길이가 13km로

하프돔(half dome)과 엘 캐피탄(El Capitan)과 같은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터널뷰에서 바라보면 가장 멀리 보이는 하프돔까지 그야말로 요세미티 "밸리", 계곡이란 말을 실감나게

침식작용에 의해 깎여나간 절벽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갑자기 고등학교때 배운 한국지리가 생각나는 순간 ㅋㅋ 나 한국 지리 엄청 좋아했는데...☞☜)



이번 요세미티 방문때 가장 유명한 글래이셔 포인트(Glacier point)가 폐쇄되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 아쉬운 마음을 터널뷰에서 훌훌 날려보낼 수 있다.

어짜피, 내가 직접 안보면 얼마나 아쉬운지도 잘 모름 쿄쿄





하프돔 너머로 마치 광선을 내뿜뜻이 떠오르는 해




드디어 2700m의 거대한 화강암석들을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햇살이 밸리 곳곳을 비추던 장엄한 그 순간






자다 일어나서 약간 초췌하지만 그래도 좋다! (헤헤)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씻지도 않은 채로 달려나가

요세미티 밸리 계곡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화강암벽에 둘러쌓여 컴컴했던 계곡이 해가 떠오르는 각도에 따라 점점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그 모습이란!


어제 숙소도 별로 안좋고 창문이 열린지도 모르고 자서 잠을 설쳤는데

그래도 이렇게 국립공원 숙소에 머물다 보니 일출도 보는구나.

갑자기 요세미티 숙소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런 산장 말고 요세미티 내에 호텔들도 있는데

Full Booking이라 어쩔 수 없이 산장에 묵었던 것도 있다.

만약 요세미티 여행을 (아주아주) 미리 계획 할 수 있다면 꼭 호텔로!



 

일출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암벽과 햇살을 받은 노쓰돔(North Dome)





그리고 요세미티의 상징 하프돔(Half Dome)





내가 묵었던 하프돔 빌리지의 산장!



숙소로 다시 돌아와 채비를 마치고

숙소 앞 테이블에 앉아 숲속 풍경을 만끽하며 아침으로 사과를 씹어먹었다.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고, 그 사이로 아침 햇살이 경쾌하게 내리 쬐었다.

숲에서 맞는 아침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뭐랄까, 도시를 여행다니면서는 절대로 겪어볼 수 없는 그런 경험.

정말 자연 한 가운데 들어온 것 같은 느낌. 

그땐 그렇게 좋았는지 잘 몰랐는데 막상 여행기를 쓰는 지금,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되돌아보니 그 아침은 유난히 특별히 좋았다고 떠올려본다. 헤헷




미러호수로 출발하기 전에 요세미티의 풍경을 가득가득 담아 (여행기 타이틀의 흰 티셔츠 등장)





테나야 호수도 보았고, 엘 캐피탄과 하프돔도 보았고

터널뷰에서 요세미티 밸리도 보았지만 이렇게 돌아가기는 아쉬우니까 짧게나마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오후엔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야하니까 무리가 되지 않도록 가장 쉬운 코스를 골랐다.

바로 미러 호수 (Mirror Lake) 트레일!

하이킹도 하고 어제 테나야 호수 처럼 미러 호수에서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거얏!


그렇게 기분좋게 룰루랄라 약 1.8 mile 정도를 걸어 미러 호수에 도착했는데, 

읭?

.......





호수라면서 물은 어디 있나요?





땨댠 ! 난 호수 한 가운데 서있다!





그랬다.

분명 호수랬는데,

물은 커녕 사막같은 모래벌판만 가득한 미러호수에 도착한 것이다.

OTL

요세미티 안내 책자에도 미러호수가 여름에는 Dry한다고 써있긴 했는데

물이 조금 부족한 정도인 줄 알았지 

이렇게 싸그리 다 말라서 바닥이 다 드러나는지는 몰랐다. 

나는 그래도 그럭저럭 이것도 나름 멋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칭구는 옆에서 배신감에 부들부들 ㅋㅋㅋ

그럼 안내 책자에 완전히 마른다고 써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자네...변호사 한 번 해보지 않겠나?)




1988 Honey,H vs. 2018 Honey,H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첩을 보다가 발견한 사진!

어디서 많이 본 돌산인것 같아서 여행사진을 찾아봤더니

우왓!

요세미티의 미러 호수였다!!!

미러 호수 뒤의 산이 똑같이 생겼어!!!

신기방기 @@

이 사진 배경이 어디인지 몰랐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30년만에 알게 되었다. 

두 사진을 비교해보니, 30년 동안 

펭귄같던 나도 이렇게 자라고

나무들도 자라고

그때도 물은 별로 없었구나?

그리고 난 그때나 지금이나 하얀 모자를 ....(//)




미러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메르세드 강줄기, 정오가 가까워지니 점점이 연기가 시야를 뿌옇게 만든다.ㅠㅜ





웃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데일것 같이 뜨거운 날씨에 부들부들 거리는 중!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4시간을 달려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허무하게 끝난 미러호수의 트레일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뒤로 하고

장장 4시간거리를 달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에서 편도로만 4시간 이상 걸리는 데다가

한동안 화재때문에 폐쇄할만큼 상황이 안좋아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했는데

(게다가 엄마를 비롯해서 요세미티에 가봤던 친구들이 거대한 한국山같고 이국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ㅠ)

그래도 과감히 가자고 결정했던 나 셀프 칭찬해주고 싶다 헤헤.


햇살에 반짝이던 테나야 호수도 정말 좋았고

그림처럼 등장했던 엘 캐피탄도 정말 웅장했고

칠흙같이 어두운 밤 야외에 앉아 먹었던 피자도 정말 맛있었고

숲속에서 일어나 맞이했던 아침도 정말 상쾌했고

터널뷰에서 바라보았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도, 일출도 멋있었다. 

사실 여행다닐 때 99% 자연환경으로만 보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여행은 산과 호수와 일출과 짧은 하이킹까지 어우러져 

딱 적당해서 좋았던 1박 2일, 즐거운 요세미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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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INTRO 

한동안 블로그를 거의 방치 상태로 놓아두었다가 

뒤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오고서야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작년 여름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기도 쓰다말았고 

심지어 이번 여름휴가는 2007년에도, 2013년에도, 2016년에도 다녀왔던 (그리고 여행기도 남겼던)

미국 서부였기 때문에 이 곳이 새롭지도 않고 새롭게 보거나 느낄 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

여행하는 동안에는 여행기를 쓸 마음도 전혀 없었다. 

사실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교육 1주, 그리고 휴가 2주. 

사실상 총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폭염으로 들끓던 한국은 어느 새 선선한 가을이 되어 있었다.

점점 길어지는 저녁 시간을 엉뚱한 생각 안하고 알뜰살뜰히 보내는 방법으로 여행기만한 것도 없을 것 같았다.

2주간의 여행기를 쓰다보면 꿀렁 꿀렁 시간도 잘 흘러갈테고 

그 후엔 기다리는 사람도 돌아오겠지. 



이번 여행기 제목은 This lazy, Crazy, day of summer.

여행 내내 거의 단벌신사 급으로 입고 다녔던 흰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사실 이번 여행은 lazy하지도 crazy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억 속, 사진 속 활짝 웃는 내 모습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라 

유난히 내 마음에 남았다.



사실 여행기를 염두해두지 않기도 했고 

또 모두 2번 이상 방문했던 도시/지역들이라서 특히 도시에서는 관광보다도 휴식하는 겸 보냈기에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쓰면서 여행기에 너무 부담 갖지 않고 

무엇보다도 추운 겨울이 되기 전에 꼭 완결을 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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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8/26)  Yosemite National Park 






서부 로드트립의 본격적인 시작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2007년 겨울에 1 day 투어로 갔었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려서 하얀 눈밭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자연환경 관광에 날씨 운이 없는 편이라 트라우마 생길 정도 ;ㅅ;)



그래서 이번 서부 여행 중에 은근히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을 기대했었는데, 

지난 7월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근처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급기야 7월말부터 약 일주일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폐쇄되었다.



다행히 폐쇄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사실 근처에서 화재가 나면 공기질이 워낙 안좋기 때문에 

시야에도 좋지 않고 폐건강에도 나쁠 것 같고 (한국에서 이미 미세먼지 많이 마시고 있는데 ㅠㅠ)

무엇보다도 작년 캐나다 로키여행 당시에도 연기로 가득한 풍경을 보고 너무나도 실망했었던 탓

요세미티를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더랬다.

같이 교육갔던 회사 동료들도 요세미티 투어 패키지를 신청했다가 나파 밸리 투어로 바꾸었다고 하고. (ㅜ.ㅜ)



그래도 이미 숙소도 예약했는데 놓치기가 아쉽고 또 언제 가보나 싶어서 (=미국 서부를 또또또또 오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면서 상황을 체크했다.

보아하니, 가장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이 모여 있는 요세미티 밸리는 여전히 연기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너머 가면 한결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요세미티 고고!



※ 캐나다 서부/미국 서부 여름 여행 팁 

한국 여름 휴가시즌인 7~8월은 사실상 매년 산불이 크게 번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에는 국립공원 폐쇄/하이킹 트레일 폐쇄, 현지투어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심각하지 않더라도 화재로 인한 연기 때문에 미세먼지 낀 것 같이 뿌연 풍경만 감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캐나다 서부의 국립공원의 경우 7~8월 여행을 추천하지 않지만, 

부득이한 경우 항상 각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나 뉴스, 또는 SNS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서 

1안, 2안 루트를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120번 도로를 타고 테나야 호수(Tenaya Lake)까지 쭈욱쭈욱 갑니다. 

보통은 가장 유명한 요세미티 밸리로 빠지지만, 나와 친구는 연기를 피해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밸리를 너머 갑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의 공식 간판 앞에서 인증샷!

나이가 들었는지(?) 이런 간판에서 인증하는게 좋아졌다. 

심지어 이 사진을 찍으려고 국립공원에 입장했다가 차를 돌려 다시 나왔을 정도.

뭐랄까. 

30년 전 엄마 아빠가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간판 옆에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있는데

어쩌면 나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미국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비용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국립공원 입장시에 자동차 1대를 기준으로 입장료를 받는데 2018년 기준 $25 (그랜드캐년) ~ $35 (브라이스캐년) 정도입니다.    

한편,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은 자동차 1대 기준 $80으로, 국립공원을 3개 이상 방문할 것이라면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따라서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시려면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면서 Annual Pass를 달라고 요청하시고, 

뒤에 사용자 이름을 기재하신 뒤 (2명까지 기재 가능) 다음 국립공원 입장할때 Annual Pass와 여권을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다만, 여행목적지가 미국 국립 공원인지 아닌지는 꼭 미리 확인해보세요.

그랜드 써클 루트에 종종 포함되는 안텔로프 캐년과 모뉴멘트 밸리는 Navajo 인디언 관할 지역으로 미국 국립공원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의하세요.







장장 4시간을 넘게 달려서 드디어 테나야 호수 근처의 옴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에 도착.

옴스테드 포인트에서 저 멀리 하프돔이 보이는데 확실히 하프돔 (요세미티 밸리) 지역이 뿌옇게 보인다. ㅠㅠ

다행히도 요세미티 밸리 지역을 등지고 바라보는 풍경은 상당히 공기가 맑은 편이었다.






이번 여행에 줄기차게 등장하게 될 나의 하얀 벙거지 모자의 첫 등장. 헤헤 

여행 가기 전 날 챙이 넓은 밀집모자 같은걸 사러 갔다가 저 하얀 벙거지 모자에 완전 꽂혔다. 

(살 때는 힙합밀당녀 느낌으로 샀는데 여행 동안에 힙합 스웩이 부족했음) 


좀 더 어릴 땐 선글라스끼고 잘 다녔는데 이제는 그냥 모자로 햇빛 자체를 차단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선크림을 잘 발라도 햇빛이 닿으면 너무 따가워서 ㅠㅠ

인생샷보다도 우리들 피부는 소듕하니까요..(☞☜)




옴스테드 포인트를 보고 조금 더 달리다보니 첫 목적지인 테나야 호수(Tenaya lake) 도착!

사실 요세미티를 관광하러 오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곳이다.

당일치기로 왔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은 모두 요세미티 밸리에 모여있고 

이 곳 가지 오고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1박 2일이라 시간도 넉넉하고 뿌연 공기 피해 갈만한 곳을 찾다 보니 테나야 호수까지 오게 되었다. 




짜잔 테나야 호수의 파노라마 샷!





하얀 암석과 짙푸른 침엽수림, 그리고 검푸르게 빛나던 호수의 환상적인 풍경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였다. ♡.





드넓은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는 나


 


함께 보드를 타는 아빠와 아기.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보이는 풍경.





테나야 레이크 호숫가 근처에는 피크닉을 나온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구석구석 모여 앉아있었다.

친구랑 나도 아침에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짜잔! 

돗자리도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약간 뿌옇긴 했지만, 따뜻하고 명랑한 햇살이 내리쬐었고 

그늘을 스치는 바람은 살갗이 조금 서늘하다 느껴질 정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얕은 모래사장에선 아이들이 모래를 퍼내고, 친구들이 햇빛을 즐기며 책을 읽고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에는 어린 아이와 아빠가 함께 보드를 타며 이 늦은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끔 까르르 웃는 아기들의 웃음소리와 조그마한 모래사장을 철썩이며 적시는 호수의 파도소리를 말고는

어떤 소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잔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테나야 호수였다. 

요세미티 공원은 주로 커다란 암벽과 계곡을 보러 가는 곳인데 흔하지 않게도 호수를 봐서였는지

(게다가 이후의 그랜드써클 투어에서도 계속 암석 관광)

여행 이후에 평화로웠던 순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이 테나야 호수다.

웅장하거나 거대하거나 장엄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고 잔잔히 찰랑거려서 더 마음에 남는 곳. 





요세미티 밸리로 돌아가던 길의 이름을 알 수 없는 Look Out Point!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의 상징 중 하나인 엘 캐피탄(El Capitan)





테나야 호수에서 나와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로 진입했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옆에 하얀 돌벽이 보이는 것 같더니, 

차로의 가로수가 장막처럼 펼쳐지면서 눈 앞에 거대한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이 말그대로 등!장! 했다.

정말, 가로수 사이가 커튼이 열리는 것 처럼 드라마틱 하게 등장한 엘 캐피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엘 캐피탄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WOOOAh!









우리 숙소가 있었던 하프돔 빌리지 (Half Dome Village)

오두막처럼 생긴 캐빈에 묵었었는데 시설이 많이 낙후되고 청결도 면에서 관리가 여실히 부족한 느낌. ㅠㅠ

텐트까지는 아니었고 그래도 화장실까지 딸려있는 오두막을 예약한 것이었는데도 하루니까 참고 잔다는 마음으로 ㅠㅠ

(내가 웬만하면 숙소 불평은 잘 안하는데 ㅠㅠ 심지어 이번 모든 여행숙소 중에 가장 비쌌음 ㅠㅠ)


사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여러가지 형태 숙소가 있는데 예약하려면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숙박을 못잡으면 국립공원 밖에 있는 숙소밖에 이용할 수가 없는데

보통 숙박시설이 갖춰진 마을들이 국립공원 입구에서도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데다가, 

국립공원 입구에서 주요 관광포인트까지도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편도 2시간!)

요세미티 관광포인트까지의 접근성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숙소는 낡고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청결도보다는 수준이 낮은 것 같아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노을도, 별도 달도, 일출도 볼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으므로

하룻밤 정도는 눈감아 주기로!





센티널 다리에서 바라본, 메르세드 강에 비친 노을 빛의 하프돔 




터널뷰에서 바라본 연기 자욱한 요세미티 밸리 (ㅠㅠ)






숙소 체크인을 하고 짐을 옮기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거대한 암석들 사이의 계곡에 있다보니 지는 해가 암석에 걸려, 

계곡에는 실제 해가 지평선에 떨어지는 시간보다도 더 빨리 어둠이 찾아왔다. 

그래도 찰나의 순간에 하프돔 빌리지 근처의 센티널 다리에서 하프돔에 비추는 빨간 노을 빛을 보고

터널뷰로 달려갔는데, 노을은 고사하고 요세미티 밸리가 연기로 꽉 막혀있었다. 

그래서 터널뷰는 내일 아침에 다시 와보자!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화재연기를 피해 관광하는 법 


2년 연속 캐나다와 미국의 국립공원을 연기 때문에 100% 즐기지 못했던 경험자로서 한가지 팁.

국립공원 근처(심지어 300~400km 밖에서 화재가 나도 영향을 받습니다) 화재로 연기가 걱정된다면?

하루를 기준으로 침이 가장 공기가 맑고 가시거리가 좋습니다. 

따라서 보기에도 더 아름답고 사진도 더 이쁘게 나오겠죠?

같은 장소라도 오후가 되면 점점 연기가 자욱해져서 또렷한 풍경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약 꼭 보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조금만 더 부지런히 이른 아침에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름달이 떴다. :)








하프돔 빌리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피자가게! (사실 하프돔 빌리지에 레스토랑이 손에 꼽는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있고 야외 테이블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주문하면 바로 바로 만들어서 구워주는데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갓 구워낸 미국식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2조각 반이나 먹었다! 

강력추천!!!



피자를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9시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이지 도시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국립공원이고 가로등이 없으니 당연한 얘기이지만 도시에 있다가 갑자기 가로등하나 없는 산속으로 들어오니 5분~10분 밖에 안되는 짧은 길이었는데도

갑자기 야생에 던져졌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서워서 칭구랑 꽉 붙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휴, 나는 국립공원에서 캠핑하고 이렇게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



그럼 얼른 자고 내일 아침에 터널뷰에 일출 보러 가야짓 ♬

여러분, GOOD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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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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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31일

미국 서부 여행 제 9일째 (마지막)

Los Angeles, California 


이 글을 쓰는 지금 순간은 2013년 4월 26일. 새벽 5시 20분.

이 여행이 끝난 날은 2013년 1월 31일. 약 3개월이 흘렀다.

오늘은 내가 이 여행기를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Dead line이다.

여행도, 여행기도 이제 끝낼때가 되었다. 

여행을 했던 2주의 시간도, 그리고 여행기를 쓰던 3달의 시간도 나는 참 행복했다고 기억하고 싶다. 

진심으로.



---------



어젯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L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했다. 


대장오빠는 LA공항에서 11시 귀국행 비행기였고, 

나는 LA공항에서 오후 2시 30분 비행기.

그리고 이리와 웅이는 이제 우리와 헤어져서 LA관광하는 것이 일정이었다.



숙소가 바로 LA공항옆이라, 대장은 바로 공항에 가면 되는데 내가 조금 애매했다;

LA공항에서 LA시내까지 상당히 멀어서 오고가는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짐을 맡겨둘 곳도 없어서 다 들고 가야 하고 이래저래 시간도, 거리도, 모든게 다 애매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대장이 공항가는 길에 같이 공항에 일찍 가서 죽치고 있다가 2시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했다. 


 

상쾌한 아침의 LA :)


헤어지는게 잘 실감이 안났다.

웅이, 이리, 나, 대장은 Inn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마지막으로 짐을 챙겼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타호를 반납할 예정이었다.

이리랑 웅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이리랑 웅이가 같이 공항까지 가겠다고 타호에 따라 탔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차를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LAX공항에 도착했다. 


그동안 내가 내것마냥 쓰고 다니던 웅이 모자가 생각이 났다. 

웅이에게 돌려주려고 하자, 

웅이가 "모자, 누나 가져요. 누나한테 잘 어울려요. 나는 남미가니까 이제 괜찮아요. "라며 모자를 선물로 주었다.

얼떨결에 고맙다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돌려줄게..라는 말은 하지않았다. 


LAX에서 (초췌한) 나, 웅이, 이리.


웅이, 이리, 대장의 마지막 사진.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다같이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10시가 좀 지나서였나. 

대장오빠가 이제 들어가봐야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에서 만나자"


라고 인사하고, 대장은 출국게이트로 사라졌다.  

느낌이 이상했다. 

한국에서 만나던 사람을, 미국에서 만나고 - 함께 여행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마음.

일주일 전, 이 LAX공항에서 나 혼자 대장을 기다리던 것도 생각이 났다.



자. 이제 남은 건 - 나 혼자 비행기 시간까지 죽치고 기다리기!!!!!!!!

이제 뭘하며 남은 3시간을 때우나...생각하는데 

갑자기 이리가 "너 빨리 체크인 먼저 하고 In&Out 먹으러 가자. 여기서 2km도 안걸려" 라며 인앤아웃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아..좋은 생각이다 정말 ㅠㅠㅠ

대장이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In&out !

사실 이리와 웅이는 이제 LA관광을 하러 가도 되는데 굳이 나까지 기다려주는게 되어서 엄청 고마웠다.

혼자 있으면 괜히 외롭고 울적할 것 같았거든.



우린 얼른 터미널을 옮겨서 체크인을 하고, 

공항에서 얼마 멀지 않다는 In&Out버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뿔싸....그런데....................공항 주변을 걷는 건, 진심 최악......(...)

LAX공항으로 수많은 비행기들이 지나다니는데 정말 비행기 매연에 폐를 다 쥐어짜는 줄 알았다.

심지어 흡연자인 이리까지도 너무 독하다고 할 정도로 ㅠㅠ


그렇게 우리는 폐에 매연을 심어가며 한참을 걸어 In&out버거에 도착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다는거야?

메뉴를 보니 아주 단촐해. 메뉴는 3개 밖에 없는데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나는 가장 기본 메뉴와 음료로 닥터페퍼를 주문했는데

주문받는 남자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순간 LA에 눌러앉을까 생각했다.................(...)

이름도 기억한다. 라이언...헤.........아 이게 아니지.


하악하악. 이 새벽에 침 넘어간다!!!!



초췌한 얼굴로 인증샷!


아.....

정말.....

최고의 햄버거였다 (♡.♡)=b

감동의 쓰나미 ㅜㅠ

겉은 바삭바삭한데 속은 부드러운 빵과

야들야들한 고기, 아삭아삭한 야채, 살살 녹는 치즈.

세명 다 버거먹다가 눈물 흘리기는 처음이었을 거다.

한국에서 그 어떤 비싼 수제버거보다 맛나다......ㅜㅠ 


한국에 안들어오나요?

한국에 들어오면 과연 같은 맛일까? ㅠ

내가 일주일간 미국에서 먹었던 모든 것을 다해서 최고로 맛있었다. ㅠㅠ




LAX근처의 인앤아웃버거 근처 공원. 싱그럽다!



LAX에서 2시반 비행기였는데, 체크인을 하긴 했지만

IN&Out에서 버거를 먹고 나니 이미 1시 30분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탑승수속도 해야하는데 조금 많이 지체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LAX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침 LAX로 들어가는 버스가 서있었다.

어...이게 정말 헤어지는건가......싶었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이리와 웅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도 한국에서 보자! 안녕!"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스를 타러 타박타박 뛰어갔다.

2007년 겨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 버스정류장에서

2013년 겨울, 그 날 처럼 파란 하늘 - 환한 낮, 담담히 서있는 이리와 웅이와 안녕 -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어렴풋이 그 장면이 기억이 난다. 



-



공항에 도착했을 때 , 나는 아주 촉박했다.

출국 수속을 하는 직원이 나한테 늦었다고 타박을 했다.

짐 검사하는데도 줄이 아주 길었고, 처음으로 바디 스캔도 했다.

짐검사를 마치고 나니 비행기 출발시간이 10분 남아있었다.

나는 짐을 들고 전속력으로 뛰어서 게이트까지 달려갔는데

아뿔싸, 게이트가 바뀌었단다. 

또다시 미친듯이 달려서 나는 무사히 - 아주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에 올라타고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막판에 너무 조급해져서 끝이다. 헤어진다. 이런 감정을 느낄새가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는 금새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치 처음 도착했던 날 처럼, LA는 화창하고 쾌청했다.

아쉬움, 후련함, 그리움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나간 모든 순간들이 꿈같이 흩어졌다. 

한 겨울의 아주 따뜻하고 - 행복한 꿈이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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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30일

미국 서부 여행 제 8일째 (3)

Death Valley, Nevada




Sand Dune에서 폴짝폴짝 즐거운 점프샷 타임을 갖고, 

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Death Valley에서의 제 1순위 추천 관광지인 단테스뷰 (Dante's View)로 향했다. 

단테스 뷰는 단테의 '신곡' 지옥의 편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곳에 가면 Death Valley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실 Sand dune에서 dante's view로 향하는 사이사이 잠깐씩 어딘가에서 내렸지만, 

진심 너무 피곤해서 남자들만 차에서 내려 구경하고, 나는 차에서 뻗어있었다.....(...막장 관광)


거대한 Death Valley를 차로 가로 질러, 드디어 단테스 뷰에 도착했다. 

나름 아침부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온 건데도, 티투스 캐년 - Sand dune을 다 둘러보고 왔더니 서서히 해가 기운다. 

실은 이제 겨우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Dante's view에서 바라본 Death Valley의 풍경.



저 아래 하얗게 보이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소금이다.

Death Valley 중 일부는 해수면보다 저지대여서, 소금이 결정인 채로 굳어졌다고.

저 광활한 소금분지를, 단테스 뷰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Bad water> 쪽으로 가면 하얀 소금밭을 걸어볼 수 있다.

2007년에는 저 하얀 소금밭을 걸어다녔었는데...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한번 가봤었던 코스가 많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다만 나는 아주 급하게 현실과 동떨어지고 싶었고, 그 때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이 여행이기 때문에 합류했던 것인데

그랜드캐년도 그렇고, Death Valley도 그렇고 - 6년 전과는 아주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대 - 혹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똑같은 곳이었지만, 본 것도 - 느낀 것도 - 즐거웠던 것도 - 그리고 꺠달은 것도 

전혀 다른 여행이었다. 



@ Dante's view


추워하는 이리. 실제로 아주아주 추웠다.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모른다.


오달오달 떠는 웅이. 심지어 나한테 모자도 뺏겼...ㅠㅠ


아마 360도 view를 찍고 있었을 이리랑, 파노라마를 찍고 있었던 나랑. 저 멀리 해가 진다.


마지막으로 하이패션 포오즈!




이제, 정말 -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단테스 뷰까지 보고 나서 우리에게 남은 건 -

내일 모두 헤어지기 위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LA로 돌아가는 것 뿐.

정확히 1주일이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1주일..참 짧은 것도 같은데 

마치 우주여행을 하고 온 것 처럼, 현실 속의 1주일이 나에게는 마치 수십일을 보내고 나오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갑니다.



마지막 Death Valley에서 LA로 돌아가는 운전은 이리가 맡았다.

그 동안 이리와 대장오빠가 번갈아서 일주일간 이 먼 길을 모두 운전해주었다. 

다 같이 여행하는 건데, 유난히 이 두 사람이 고생해서 참 미안하네. 


돌아가는 길은 대략 5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이미 해는 졌고, 사방은 캄캄했다. 


오후 5시 45분.

해가 있을 법도 한데 가로등하나 없는 데쓰밸리는

회색빛 희뿌연 하늘과 컴컴한 산 정상의 경계가 모호할뿐...

이 넓은 공간에 우리 밖에 없어서 무서운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차라리 캄캄하면 덜 무서울까.

아직 어렴풋한 빛이 남아 하늘과 컴컴한 산세가 구별되는 지금 이 순간이 더 공포스럽다. 

남자 셋과 있어 그나마 다행인걸까.


이렇게 함께하는 하는 여행은 끝나가는데 

끝나가는 느낌이 싫어,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매번- 여행의 끝이 오면

다시 여행의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피곤이 밀려왔다 .

배도 고팠고, 하루종일 뛰었고, 

여행의 마지막이라 감정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웅이가 편하게 자라고 치워준 자리에 누워 웅이의 옷을 베고 얼마나 잠들었을까.


우와!!!!!!!!!!!!!!!!!!!!!!!!!!!!!!!!!!!!!!!

갑자기 남자들이 소란스럽게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차가 멈추고 다들 차 밖으로 나갔다. 

뭐지...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오들오들 떨면서 차밖으로 나갔다.





..



별이었다.

그것도, 셀수조차 없을 만큼 -

은하수가 맨 눈에 보일만큼 - 

정말로 쏟아지는 별들이었다. 


가로등도, 건물도, 아직 달도 뜨지 않아서 -

정말이지 빛이라곤 차 전조등과 핸드폰 빛 밖에 없는 곳에서

이쪽 지평선 끝부터 저쪽 지평선 끝까지

별이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밤 공기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야상에 털옷에 모자까지 썼는데도, 정신이 번쩍 들만큼 추웠다.

하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뜨려하질 않았다. 차에 타려고도 하지 않았다.

추워서 온 몸을 웅크린채 넋을 놓고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별들이 보이나요?



실은 이렇게나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LA로 향하는 127번 주도의 어느 곳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이 아름다운 별이 가득한 밤.

다들 말 없이 바라보았던 그 하늘.

오직 네 명에게만 허락되었던 순간 그리고 감동.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이 감동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워서 벅차고, 그리고 끝나가서 슬픈 마음이 교차하던 그 때의 마음.

우리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시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런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없겠지.


우리 일정에는 없던 마지막 장관이랄까.

너무 캄캄해서 무서울 지경의 어둠에서도 

네 명이 같이 있어서 무섭지 않았고

또 이렇게나 멋진 광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마지막 깜짝 선물이어서 더더욱.

지고 어디쯤인지도 잘 모르는 127번 주도의 그 순간은 우리 넷의 기억 속에만 남게도겠지.


아직 갈길이 한참 남았기에 아쉽지만 별구경을 뒤로 하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중간중간 창문을 내려 밤하늘을 구경하다가 웅이가 돌돌 말아준 베개를 베고 도로 잠이 들었다.



밤길을 다섯시간이나 운전하는 이리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이 순간이, 같이 하는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 길이 다 끝나면 정말 헤어질 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지금 이 여행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니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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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30일

미국 서부 여행 제 8일째 (1)

Death Valley, Nevada





드디어, 우리 남자셋 여자셋이 모여 함께 시작했던 미국 서부 로드트립 여행도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마지막 여정인 Death Valley를 둘러보고 오늘 밤, 우리 여행의 처음 출발지인 LA로 돌아가면,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이 여행이 정말로 끝이 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겼다. Ballys에서 마지막으로 막냉이와도 인사하고 픽업하러온 타호에 짐을 실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 내 여행이 항상 그랬듯 - 하늘이 화창했다. 고맙게도.


Death Valley도 6년전에 패키지로 와본적이 있는데, 가는 길에 정말로 아무 것도 먹을게 없어서

In & Out 버거를 미리 사서 들고가자고 제안을 했다. 다들 좋아하며 In&out에 들렀는데

오픈시간이 아니래........하...느긋하게 일하는거 참 좋은데 여행할땐 조금 난감하기도 하구나 ㅠㅠ

주여...저는 Death Valley에서 또 점심을 굶을 수는 없습니다 ㅠㅠㅠㅠ엉엉 



Death Valley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지점의 제주도 7배 크기에 달하는 광활한 분지지대로, 계곡의 대부분이 바다 수면보다 낮고, 

가장 낮은 곳은 해수면 이하 85m인 곳도 있다. 

1913년 기온이 섭씨 56,7도까지 올라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온으로 기록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철엔 기온이 높아 위험하므로 11월부터 4월까지가 이곳 데쓰밸리를 여행하기 가장 적절하다.



Death Valley로 가는 쭈욱- 뻗은 일직선 도로. 6년전에 처음 이런 길을 보고 굉장히 신기해했었는데 ㅎ


Death Valley로 가는 길에, 웬 Alien Center를 만났다...

이게 뭥미....? 근데 뭔가 낯이 익어. 이 가게!!!!!



2007년 원래 가게의 모습.


정확히 기억이 나는데, 

나는 2007년에도 이 가게에 왔었다.

그때는 분홍색 간판이었고, 이런 에일리언따위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역시나 내 사진에 있다능..


왜 에일리언 샵으로 바꿨는지는 모르겠으나,

가게에 들어가보니까 온갖 에일리언 기념품들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어쨌든, 우리는 에일리언 샵;에서 주유를 하고

Death Valley 로 진입했다.

제주도 7배 크기의 Death Valley는 

여러 볼 거리들이 가득한데, 

우리는 Death Valley에서 추천 2순위인 

Titus Canyon에 가기로 했다.!



Titus Canyon

Death Valley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 제 2위인 티투스캐년(Titus Canyon)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협곡으로 GrapeVine 산맥줄기이다. 

티투스캐년은 불쑥 솟은 산, 칼라풀한 암석들, 고스트 타운, Petroglyphs, 야생식물들 그리고 스펙타클한 협곡을 한번에 볼 수 있다.  

단, 티투스캐년은 비포장도로로 일방통행이다. 거리는 24마일로 길지는 않지만 구불구불한 협곡지형에 비포장 도로이기 때문에 두 시간 이상 소요된다. 비포장 도로인만큼 승용차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 4륜구동 혹은 차체가 높은 차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우리 타호 비룍 4륜구동은 아니지만, 차체가 높아서 겁없이 티투스 캐년으로 입협(?) 하였다.

일방통행인데다 길이 돌밭으로 덜컹거려서 조심조심 지나가고 있는데 우리 앞에 펑크난 차를 발견했다. 지못미 ㅠㅠ

그만큼, 길이 험하다!



덜컹덜컹 비포장 한참 달리면 점차 알록달록한 암석산들이 나타난다.!


석회암 성분때문인지, 산들이 알록달록하니 형형색색 참 아름답다.



 티투스캐년의 길은 이렇게 산을 타고 길을 낸데다 따로 안전장치가 없어서 굉장히 위험했다.!! 커브한번 돌때마다 덜덜덜 ㅠ



한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아주 탁트인 언덕까지 올라왔다. 

차에서 내려 돌산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티투스 캐년의 광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티투스 캐년에서 :)



사내들...(..)웅이가 쳐다보네요 :)

지금까지 캐년들이 거대하고 광활하였다면, 티투스캐년은 그리 거대하지 않지만 (물론 객관적으로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하지만)

무엇보다도,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암석색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색칠해놓은 것도 아닌데, 누군가 인위적으로 뭔가 변형을 가한 것도 아닌데,

다른 성분의 돌들이 수십억년 지구의 시간을 따라 쌓이고, 압축되고, 열이 가해지고, 땅이 솟아오르고 ..

그러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이렇게나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내다니.

다들 우리 인간의 손으로 해낼 수 없는 자연의 힘에 할 말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는, 아니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 참으로 많이 느끼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실 채 100년이 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참으로 짧고 부질 없게 느껴지기도 하다.

이 석회암들이 수십억년을 열과 바람과 압력속에서 인내한 것에 비하면 말이다.


어떤 나이 지긋한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 길을 달렸다. 간지 (-_-)=b



우리는 다시 타호를 타고 달려, 과거 인디안들이 돌에 낙서(?) 해 놓았다는 Petroglyphs에 도착했다.

여러가지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데 아직까지도 어떤 의미인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어떤 문양들이 있는지 한 번 볼까?

그런데 사실 이 문양들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관광객들이 인디언들의 문양 옆에 비스무리한 그림들을 마구마구 그려놓았기 때문. ㅠㅠ


[ Petroglyphs ]



어렵다...떡꼬치? 이건 쉽다. 햇님 :)번개맞는 사람...?


이 곳에서 메론같이 (?) 탐스럽고 이쁜 선인장을 만났다.

굉장히 건조하고 사막과 같은 기후라 그런지, 다양한 선인장들이 있었다.




모두들 선인장과 함께, 나름 컨셉을 잡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1. 깜찍한 (척하는) H.


2. 손도 안 닿았으면서 과하게 놀란 대장.


3. 엉덩이를 희생한 웅이.


자, 오늘의 포토제닉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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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8일

미국 서부 여행 제 7일째 (3)

Valley of Fire state park, Nevada


여행기 19편째. 이제 완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약간 매너리즘에 빠졌다.

난 항상 처음에 의욕이 넘치다가 끝이 좀 흐지부지해지는게 문제.

그래서 사실 유럽 여행기도, 멕시코여행기도 마지막날 여행기가 없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꼭 인내심을 가지고 완성해야지!



후버댐을 떠나 라스베가스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하...이 남자들 여행욕심이 끝이 없다. ㅠㅠ 

여행 일정표에도 없던 불의 계곡 Valley of Fire state park에 가서 노을을 보겠단다...

밸리 뭐?? @.@......어딘지도 모르고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운전자가 간다니 가야지......



우리가 아까 뛰어놀았던 미드호수. 풍경이 참 이쁘다.


푸릇푸릇한 들길을 지나서..


건조한 땅덩어리를 지나서..갑니다. 불의 계곡으로!



처음 LA에서 세도나로 가는 여행편에 썼지만, 나는 누군가 운전을 할 때 잠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아...그런데 여행도 어느 덧 7일 째.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낮에 호숫가에서 너무 뛰어댄 탓인지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뭐...보조석도 아니고 나 말고도 웅이랑 대장오빠가 깨어있으니...하고 차창문에 기대 잠이 들었다.


한참 자고 있는데 잠결에 나의 옆좌석에 앉아있던 웅이가 나를 살짝 흔들어 깨우며."누나. 누워서 자세요" 

앉아서 창문에 머리박치기를 하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나와 웅이 사이에 있던 먹을거리들을 치우고 옆으로 누워서 자라고 자리를 만들어줬다.


아..누워서 자면 진짜 눈치 보이는데......모르겠다....형씨들. 예정에 없던 데니까 나는 좀 자겄슈...=_=



정말 - 한참을 잤는데 드디어 차가 멈췄다. 

Valley of Fire Sate Park에 도착한 것이다.

노을 질 때 보면 예쁘다던데, 우리는 또 노을보다 늦게왔네요 ㅠㅠ


여기 붉은 돌들의 땅이 Valley of Fire. 이번 여행은 뭔가 붉은 돌 투어인것 같기도 하다.(-_-)



해는 이미 졌고, 자다 일어나서 그런건지 바람이 꽤 쌀쌀하게 느껴졌다.

잠에 덜깬채로 나는 웅이 털모자를 내 모자 처럼 주워쓰고는 눈을 부비며 차에서 내렸다.

여기가 어딘가..뭔가 붉은 돌들이 많아서 굉장히 낯익은 느낌.

세도나같기도 하고, 모뉴먼트 밸리 같기도 하고;;;

이제 정말 다 거기서 거기 같아 -_-...라고 생각하는데


대장오빠가 날 불렀다. 

"이거 봐봐, 이게 Elephant Rock이야"


Elephant Rock. 도대체 코끼리가 어디있다는 걸까요? 다같이 찾아보세요!


요고임 쿄쿄.


다 비슷비슷한 광경이지만, 살짝 어스름이 지는 광경은 나름 운치도, 멋도 있었다.

이제 저 모자 내꺼.....(..)


Elephant Rock을 보고 나니 이제 정말 컴컴해. 

Valley of Fire State Park도 엄청 넓어서 사실, 제대로 보려면 하루는 넉넉히 잡고 봐야 한다.

이 나라는 정말 공원 하나가 우리나라 공원이라는 차원이 달라서 하루종일 달려도 공원안을 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Valley of Fire를 찍고 돌아가는 길에 벌집모양의 Beehive Rock에서도 잠깐 하차했다.


이게 벌집돌! 나는 구멍에서 기어나오는 한마리 꿀벌.


정복자 같은 웅이. 한달음에 저 돌위를 뛰어올라갔다.




그렇게, 다들 피곤한데 나만 폭풍수면을 취하면서 라스베가스로 돌아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 날도 점심을 굶었고,

다들 후버댐으로 잠시 드라이브 나올생각이었다가 또 빡센 관광을 하고 돌아와서 피곤피곤.


우리는 라스베가스 외곽에 있는 카지노의 뷔페에 가서 허기진 배를 빵빵하게 채웠다.

정말 오랜만에 아주 푸짐하게 먹어서 사진찍을 틈도 없이 다들 폭풍 흡입.

그리고...라스베가스에 왔으니 한 탕 벌어 돌아가야지요?


처음엔 슬롯머신으로 시작했는데, 정신차려보니 룰렛게임판에 앉아있더라는...

그 날 대장오빠 크게 쏘셨는데 크게 망하시고 귀가 ㅜㅠ

이렇게 라스베가스의 일정이 또 마무리 됩니다.

드디어, 내일은 우리끼리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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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8일

미국 서부 여행 제 7일째 (2)

Hoover Dam, the border of Arizona and Nevada





미드호수에서 후버댐은 아주 가까웠다. 




Hoover Dam

미국 Nevada 주와 Arizona 주 경계에 있는 콘크리트 아치 중력형 다목적댐으로,

콜로라도 강 중류의 크랜드 캐년 하류, 블랙캐년에 위치한다.

높이 221.4m, 길이 379m의 거대한 후버댐은 1929년 미국 대공황 탈출을 위한 뉴딜정책 중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후버댐은 1931년에 착공을 시작하여 1936년에 완성되었는데, 

처음에 Boulder Dam이라고 불리다가  Herbert Hoover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Hoover Dam이 되었다. 




댐이 뭐 그리 볼만한 것인가 싶겠지만

라스베가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낮에 할 게 없는 라스베가스에서 드라이브 겸 다녀오기도 좋고, 

또 거대한 규모의 후버댐은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난 두번째다...




타호를 주차장에 세우고 좀 더 가까이 후버댐을 보기 위해여 후버댐으로 걸어간다.



댐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댐끄트머리에 선 웅이와 나.


댐이 얼마나 크냐고? 댐을 따라 보이는 개미같은 게 사람들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후버댐. 정말 떨어지면 어쩌나 싶을정도로 경사도 깊은 댐이다.




윗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후버댐을 따라 걷다보면 맞은편에 아주 커다란 아치형 다리가 후버댐과 마주하고 있다.

내가 처음 후버댐에 들렀던 2007년 겨울엔 저런 다리가 없었는데, 6년만에 엄청난 크기의 아치형 다리가 생겼다!


이름하여, 

Mike O' Callaghan - Pat Tillman Memorial Bridge.

후버댐과 콜로라도 강의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이 다리는 아치형 다리로는 세계에서 최대 규모로 길이만 무려 600m에 이른다.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2003년부터 시작하여, 

2005년 2월부터 다리 자체를 짓기 시작했고 2010년 10월에 완성되었다.

후버댐을 관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고. 



이 다리를 보고 있으면 이런 거대한 협곡 사이에 어떻게 이런 구조물을 세워놓을 수 있었을까,

자연의 힘도 대단하지만 한편으론 인간의 능력도 대단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도, 이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튼튼하게 지어진 다리이지만, 차들도 썡썡달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약간 덜컹덜컹하며 무서운 느낌도 있다.

그러나...그랜드캐년에서 절벽 위에 앉는 것에 비하면 아주아주 안전하므로 우리는 겁따위 없다.



후버댐 다리에서 바라본 후버댐의 모습. 후버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view point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웅이의 캡모자를 (또) 빌려썼다.



후버댐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핸드폰으로 2007년 처음 후버댐 왔던 사진을 찾아봤는데, 

아니??!?!



2013년, 27살의 나.2007년, 21살의 나.



아니, 이럴 수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정말 우연히도 나는 햇빛을 가리려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2007년에는 후버댐 다리가 없어서 후버댐 근처에서, 아침 햇살에 눈부셔 햇빛을 가리고,

2013년에는 후버댐 다리 위에서, 지는 햇살에 눈부셔 똑같은 자세로 햇빛을 가리다니;;!

예상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에 살짝 소름이..;;;;




2013년 후버댐.2007년의 후버댐.



2007년 12월, 그 때 그랜드캐년 투어를 하던 날-

그랜드 캐년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던 후버댐이었다. 

아주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추웠던 기억이 난다.

그땐 후버댐을 따라 걸을 수 없었다. 잠깐 내려서 멀찍이 후버댐을 바라다 보았을 뿐.

다시는, 영원히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10년도 아닌, 6년만에 다시 이 곳을 오게 되다니.


인생은 참 모를 일이다.

모를 일 치고 이렇게 미국 서부를 두번이나 여행온다는 건 좋은 결과 아닐까.

앞으로도 모를 인생, 지금은 답답하고 걱정되고 불안하지만,

결국엔 다 좋았던 일들로 가득차는 그런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 또 올 줄 상상이나 했을까, 21살이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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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8일

미국 서부 여행 제 7일째 (1)

Lake Mead, Nevada 



나는 아직도, 이 날의 이 시간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단언컨대, 미국 서부 여행에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글을 쓰는 것조차도 소중하고 행복하다.


이 여행기를 읽는 사람에게는 어떤 감흥도, 감동도 없을 수 있고

또 여행지의 정보를 찾아 들어온 사람에게 아무런 정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인만큼 - 

이 17편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쓰고 싶다.





2013년 01월 28일,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그동안 말도 안되는 날씨변덕이 무색하리만큼 아침 햇살은 다시는 없을만큼 쾌청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했던 Sue가, 여행을 마치고 샌디에고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오늘은 Sue가, 내일은 막냉이가 우리와 헤어지고,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러면 이제 이 여행도 - 끝이 난다.


3대캐년만큼은 만반의 준비를 해온 대장오빠도, Las Vegas 만큼은 여행일정을 준비하지 않았고,

12시 비행기인 Sue가 오전에 시간을 내서 코카콜라 샵을 둘러보고 싶어한다길래

우리는 다같이 아침 일찍 모여 코카콜라 샵에 갔다. 다만, 막냉이는 혼자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와 bye bye.



16가지 색의 코카콜라 ♬벌주원샷...



코카콜라샵은 갖가지 코카콜라 기념품을 파는 곳인데, 볼 것도 많고 은근 기념품 사기에도 좋다.

특이한 건, 2층에서 16가지 콜라맛을 볼 수 있다는 것! 7달러를 내면 16가지 맛이 담긴 콜라잔을 준다.

하나하나 맛을 볼 수 있는데, 맛있는것도 있고 머리가 띵할정도로 이상한 맛도 있다.

이거 저거 맛을 보다가 웅이가 맛 없는 것들만 섞어서 칵테일을 만들고는 사다리 타기를 했다.

OTL......................내가 걸렸다.....어쩔 수 없이 원샷 ㅠㅠ 웩..................................



두어시간 코카콜라샵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웅이,이리, 대장오빠는 후버댐에 가는 길에 Sue를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짧았찌만 즐거웠다고, 한국에 돌아가서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하고 Sue를 보낸 뒤에

우리는 Las Vegas에서 멀지 않은 Hoover Dam에 가기 위해 출발했다.



Lake Mead National Recreation Area.


어제 Zion이 아쉬울만큼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포근했다. 

시간도 여유롭고, 마음도 여유롭고 

Las Vegas에서 이틀을 머물기때문에 창 짐도 싣지 않았고,

잠시 놀러가는 것 처럼 마음이 들떴다.

핸드폰으로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다같이 흥얼흥얼하며 

Hoover Dam으로 가는 길에 차창옆으로 

커다랗고 파란 호수가 등장했다.



"저게 뭐지?"

"Mead 호수래!"

"오늘 할 것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한 번 가보자!"




그래서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Mead호수를 보러 비포장 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퉁불퉁 돌산같은 길을 달리다보니, 눈 앞에 커다란 호수가 짜잔! 하고 나타났다.




Lake Mead


담수호인 미드호수는 콜로라도, 버지니아, 마리 등 3개의강 물줄기가 후버댐에 막혀서 생긴 

길이 184km, 너비1.6~16km,둘레 880km의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이다.

이 부근 일대는 Lake Mead National Recreation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낚시를 하거나 보트를 타는 등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이름은 호수 개발의 책임자였던 엘 우드 미드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깨끗한 물과 산이 어우러진, 인공호수라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드호수의 모습!



생각지도 못한,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이었다. :)

레크레이션지역이라서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탈 수 있도록 잘 가꾸어진 곳도 있는데

우리가 찾아온 이 곳은 사람들도 찾지 않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치, 후버댐에 가는 길에 숨겨진 비밀의 호수를 찾은 느낌이랄까?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상쾌한 바람, 철썩철썩하는 시원한 호수의 물소리.

마치 우리에게만 허락된 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모두 차에서 내려 햇살을 만끽하면서, 각자 호숫가에서 놀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리는 카메라를 들고 가장 이 풍경이 잘 보이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고,

대장과 웅이는 물수제비뜨기 시합을 하고, 나는 물에 손 담그며 놀고..


미드호수를 찾아 들어온 길. 깨알같이 서있는 대장, 나, 그리고 웅.


파란하늘, 그리고 하얗고 이쁜 우리 타호 ♡


파란하늘, 파란 호수, 하얀 타호, 그리고 빨간 후디의 이리. 이쁘다.


으랏챠! 물구나무 서기!화보찍은 웅이.



시간에 쫓기지도, 날씨에 쫓기지도 않은 채 그야말로 한적한 여유를 마음껏 즐기면서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데, 맑은 물을 보니 갑자기 호수에서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손을 담가보니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물이 그리 차갑지도 않고.

차에 여분의 옷이 있었으면 정말 거리낄 것 없이 뛰어들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오늘은 짐을 다 숙소에 두고 와서

여분의 옷은 커녕 말릴 수건한장 조차 없었다.

웅이랑 수영이 하고 싶네, 근데 옷이 없네 투닥투닥하며 아쉬워하는데 갑자기 웅이가 내게 물었다.


"누나, 자꾸 수영하고 싶다고 하시니까 저도 수영하고 싶잖아요 ㅠ

....누나, 제가 수영하면 뭐해주실꺼에요?"


뭐해주긴임마..


"누나가 밥살게ㅋㅋ"



내 입에서 밥산다는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무섭게 웅이가 셔츠를 벗어제끼기 시작했다. 

셔츠를 벗고, 안에 티셔츠도 벗더니, 맹랑한 요 녀석은


"누나, 저 팬티만 입고 수영할거에요!"


라면서 바지도 훌렁훌렁......(...)

엇...고맙........아 이게 아니지..

이 녀석이 누나 앞에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바지를 훌렁훌렁 벗다니 @.@!!!!!!!!!!


집에 남동생도 있고, 외국생활 하면서 외국애들의 거리낌 없는 탈의상황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딱히 민망하다거나, 불편하지는 않았고 그냥 웅이녀석이 당돌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 성격상 민망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았으니 그랬겠지.

뭐랄까, 오히려 친누나가 된 것 같은 느낌? 날 편하게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므흣아님.)



물속으로 훅훅 들어가는 웅이. 등판이 참 넓다...(응?)




ㅎㅎ

그렇게 웅이의 한바탕 수영도 끝나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두고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오늘 여행의 주인공들. 나/ 대장/웅이/ 이리/ 다들 웃고 있다 :D


이렇게 참 단정하고 이쁜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단체 점프샷을 뛰어보기로!

이 날 점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진심.

4명이 뛰는 걸 모두 맞추기가 어려워서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처음 찍는 단체 점프샷!! 잇힝...나 배보여..ㅠㅠ


타이밍이 안맞은 실패작. 나 완전 빵터졌다. 하하하하.


뛰는줄 모르고 나 혼자 폼잡은 사진 ㅋㅋㅋ 이거 찍고 또 한번 다 쓰러졌다. 나보고 뭐하고 있냐고..ㅠㅠ


드디어 성! 공! 그나저나 대장오빠 정말 높이 잘 뛴다!



자리 바꿔서 또 성공!

 

나랑 웅이랑 Fight@@하이파이브!!!




한바탕 뛰고, 또 뛰고

그러면서 까르르 웃고, 장난도 치고.

누구 눈치보지도 않고 이렇게 웃고 행복했던 순간이 얼마만일까.


3년 동안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도서관에서 숨을 죽이고 살았었다.

펜을 책상에 놓는 "탁" 소리가 거슬린다고 지적받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포스트잇이 붙는,

환기조차 잘 되지 않는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상 한켠에 내 세상을 다 구겨넣고

답답해하면서, 갑갑해하면서

나를 누르고 누르고 또 억누르면서,


마음껏 웃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시간.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나는 아주 간절히 바라왔다. 


함께 여행했던 다른 사람들에게, 미드호수에서의 시간은 사실 크게 감흥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상적인것으로만 따지자면 그랜드캐년이나, 브라이스캐년처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한 대자연이 훨씬 더 인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뛰놀고 웃었던 미드호수에서의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날의 따뜻한 햇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그 속에서의 우리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차 타호와 함께 :D


꿈같았던 미드호수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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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7일

미국 서부 여행 제 6일째 (4)

Zion National Park, Utah



맑음 - 폭우 - 무지개의 찬란한 날씨를 겪으며 드디어 Zion National Park 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Grand Canyon과, Bryce Canyon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었다면, 

Zion National Park는 자동차를 타고 협곡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가 있다.



Zion National Park


미국의 국립공원 중 가장 오래된 공원 중 하나인 Zion National Park는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St. George 방향으로 474km, Las Vegas에서 216km 떨어진 유타주에 위치한다.

Zion National Park에는  10층 아파트를 수십개 합한 크기의 거대한 암석들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구조를 보여주는데,

Zion의 이름은 신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커다란 기암절벽과 암석들 사이로 도로를 뚫었다.

사진 왼쪽 아래의 도로를 달리는 차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거대한 바위산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아직까지 파란하늘이 보이는 zion.



깨알같은 장난 ㅋㅋ

한참을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왔는데, 시간이 세시가 넘었다.

다들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우리는 가볍게 끼니를 채우려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하는 라운지에 들어갔다.

대장오빠는 햄버거, 나와 Sue는 퀘사디아, 그리고 웅이는 이름모를 것을 주문하고,

이리는 별로 생각이 없다면서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다.


그런데 아뿔싸.......

음식이 안나와............

해는 다섯시 반이면 다 져버릴텐데,

게다가 우리는 거대한 협곡 안에 있어서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캐년에 가려 순식간에 어두워진다구ㅠ

그때부터 우리는 완전 x줄타며 음식을 기다리고 폭풍흡입ㅠ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뒤에 보이는 하얀 흰 줄기가 폭포다. -_-;;



차창을 거세게 두들긴 우박. 앞유리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남겼다.

급하게 차를 몰아 폭포가 떨어진다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폭포라고 하기엔,

 그냥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한줄기 허연 물줄기일뿐, 

그래도 그걸 보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오늘만해도 눈 - 맑음 - 폭우 - 맑음 ...을 반복했기에, 

소나기려니...하고 차안에서 기다리는데

빗줄기가 점점더 굵어지기 시작했다. 


시간도 늦었고, 날씨도 안좋고 해서 아쉽지만 

더이상의 관광은 포기하고 온 길을 되돌아나가는데

갑자기 우박들이 유리창을 거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눈 - 맑음 - 폭우 - 맑음(무지개) - 비 - 우박.....=_=

가지가지합니다?




이제, 우리는 ZION을 떠나 라스베가스까지 달려갑니다.




이제 Las Vegas로 떠난다.

미국 서부의 Grand Circle 중, 3대 캐년인 Grand Canyon/ Bryce Canyon/ (미흡하나마) Zion Canyon을 모두 돌아보고

이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도시로 간다. 

LA를 떠난 1월 23일, Las Vegas로 돌아가는 1월 27일. 

날짜를 세어보면 실제로는 4일밖에 되지 않은 건데도, 4일간의 대자연 투어는 참 길게만 느껴졌다. 


길거리에 레스토랑 하나 찾기 힘들었고, 심지어 가로등도 없어 해가 지면 곧바로 캄캄해지는,

때로 통신사도 터지지 않고, 새로운 사람은 더더욱 만날 수 었는,

비가 내렸다가 해가 떴다가, 안개가 꼈다가 눈이 내렸다가, 무지개가 떴다가 우박이 내리는,

그야말로 자연, 그 자체를 흠뻑 느낀 4일이었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또 무지개를 만났다. 심지어 쌍무지개. 이날의 대자연의 기적은 끝이 없다.


장엄한 황금빛 노을. 노을도 볼꺼라고 했었는데 결국 노을도 보았다.



해가 지는 서쪽방향으로 세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눈 앞에 수천개의 조명빛이 반짝이는 Las Vegas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도시였다. 아니, 겨우 4일만에 다시 보는 도시였다.

그런데 마치 자연이라는 세상에 있다가, 도시라는 새로운 세상에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우 4일이었을 뿐인데, 인공적인 불빛조차 흔치 않았던 곳에 있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불빛으로 가득찬 도시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낯익으면서도 낯선 묘한 느낌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찬란한 라스베가스의 조명.



Las Vegas에서는 남자팀과 여자팀이 숙소가 갈렸다.

여자들은 Ballys에 묵게 되어서, 우선 여자들을 Ballys에 내려주고 <O show>를 보기 위해 벨라지오에서 만나기로 했다.

Sue가, 여행하는 내내 Ballys가 숙소가 제일 구리구리 할꺼라고 걱정을 했었는데,

리셉션에 있는 흑인 아저씨가 우리한테 큰 방으로 upgrade를 해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에 올라가보니.....


헐.....스위트 룸이야 꺅!!!!

방 안 가운데 스파가 있고, 파우더 룸이 양 옆으로 분리되어있고, 화장실을 가려면 스파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능!!!!!

더 대박인건, ...방에서 옆 호텔인 Paris의 에펠타워가 보여....ㅠㅠ

폭풍감동.......ㅠㅜ

리셉션 아쟈씨 감사해요 ㅠㅠㅠ





우리가 묵었던 스위트룸에서 보이던 에펠타워.


10시에 시작하는 < O show >를 예약하러 우선 벨라지오에 모였다.

< O show >는 나, 대장오빠, 웅이만 보기로 했고- 

Sue와 이리는 LV 관광을, 막냉이는 피곤한터라 잔다고 나오지 않았다.

9시에 표를 사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는데 마땅이 먹을곳도 없고 

빨리 먹고 가자고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는데


왜이래..............또 음식이 안나와.............ㅜㅠ

중국 만만디도 아니고 이거 뭡니까 ㅜㅠ

오늘 밥먹다가 계속 x줄 타는구나...내 *줄. ㅠㅠ

 난 속이 안좋아서 저녁도 안먹는데 식사하는 사람들 기다려주면서 

피곤하기도 하고, 속도 안좋고, 늦을까봐 조마조마.



결국, 나, 대장오빠, 웅이는 각자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Las Vegas의 스트립을 미친듯이 뛰었는데

웅이는 마치 우리가 영화 <친구> 같다고 그 뛰는 순간이 좋았댄다.ㅎㅎ

Show시작시간에 겨우 맞췄지만, 나는 그야말로 체력고갈.

나름 기대도 많이 했는데, O show는 서커스일 뿐이었다......

1시간 30분짜리 Show였는데, 원래 자야할 시간 + 1시간의 시차 + 체력 소진 + 폭풍달리기 + 지루함이 겹쳐져서...

나중엔 꼬박꼬박 졸았다는..................

아....내 (아빠) 돈...........



오늘 진짜 힘드네요..(..)






그렇게 졸면서 Show를 다 보고 나와서, Las Vegas구경을 한 Sue와 만나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Sue가 말하길,


"나 진짜 오로라 봤다!"


.....????!?!?!?!?!!!?!?!

"무슨 소리야? 오로라를 봤다고? 설마 아까 우리가 낮에 드립쳤던 그 오로라?"


"응. 사진 찍어왔는데 너도 보여줄까?"


"헐...대박....보여줘...."




그것은 진짜 오로라였다. 라스베가스에서 오로라라니...



3...




2..




1.





aurora. 룩소호텔에서 발견했다고. (-_-) ㅋㅋㅋㅋ 다 이루어졌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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