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INTRO 

한동안 블로그를 거의 방치 상태로 놓아두었다가 

뒤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오고서야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작년 여름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기도 쓰다말았고 

심지어 이번 여름휴가는 2007년에도, 2013년에도, 2016년에도 다녀왔던 (그리고 여행기도 남겼던)

미국 서부였기 때문에 이 곳이 새롭지도 않고 새롭게 보거나 느낄 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

여행하는 동안에는 여행기를 쓸 마음도 전혀 없었다. 

사실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교육 1주, 그리고 휴가 2주. 

사실상 총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폭염으로 들끓던 한국은 어느 새 선선한 가을이 되어 있었다.

점점 길어지는 저녁 시간을 엉뚱한 생각 안하고 알뜰살뜰히 보내는 방법으로 여행기만한 것도 없을 것 같았다.

2주간의 여행기를 쓰다보면 꿀렁 꿀렁 시간도 잘 흘러갈테고 

그 후엔 기다리는 사람도 돌아오겠지. 



이번 여행기 제목은 This lazy, Crazy, day of summer.

여행 내내 거의 단벌신사 급으로 입고 다녔던 흰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사실 이번 여행은 lazy하지도 crazy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억 속, 사진 속 활짝 웃는 내 모습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라 

유난히 내 마음에 남았다.



사실 여행기를 염두해두지 않기도 했고 

또 모두 2번 이상 방문했던 도시/지역들이라서 특히 도시에서는 관광보다도 휴식하는 겸 보냈기에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쓰면서 여행기에 너무 부담 갖지 않고 

무엇보다도 추운 겨울이 되기 전에 꼭 완결을 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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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8/26)  Yosemite National Park 






서부 로드트립의 본격적인 시작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2007년 겨울에 1 day 투어로 갔었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려서 하얀 눈밭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자연환경 관광에 날씨 운이 없는 편이라 트라우마 생길 정도 ;ㅅ;)



그래서 이번 서부 여행 중에 은근히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을 기대했었는데, 

지난 7월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근처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급기야 7월말부터 약 일주일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폐쇄되었다.



다행히 폐쇄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사실 근처에서 화재가 나면 공기질이 워낙 안좋기 때문에 

시야에도 좋지 않고 폐건강에도 나쁠 것 같고 (한국에서 이미 미세먼지 많이 마시고 있는데 ㅠㅠ)

무엇보다도 작년 캐나다 로키여행 당시에도 연기로 가득한 풍경을 보고 너무나도 실망했었던 탓

요세미티를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더랬다.

같이 교육갔던 회사 동료들도 요세미티 투어 패키지를 신청했다가 나파 밸리 투어로 바꾸었다고 하고. (ㅜ.ㅜ)



그래도 이미 숙소도 예약했는데 놓치기가 아쉽고 또 언제 가보나 싶어서 (=미국 서부를 또또또또 오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면서 상황을 체크했다.

보아하니, 가장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이 모여 있는 요세미티 밸리는 여전히 연기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너머 가면 한결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요세미티 고고!



※ 캐나다 서부/미국 서부 여름 여행 팁 

한국 여름 휴가시즌인 7~8월은 사실상 매년 산불이 크게 번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에는 국립공원 폐쇄/하이킹 트레일 폐쇄, 현지투어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심각하지 않더라도 화재로 인한 연기 때문에 미세먼지 낀 것 같이 뿌연 풍경만 감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캐나다 서부의 국립공원의 경우 7~8월 여행을 추천하지 않지만, 

부득이한 경우 항상 각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나 뉴스, 또는 SNS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서 

1안, 2안 루트를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120번 도로를 타고 테나야 호수(Tenaya Lake)까지 쭈욱쭈욱 갑니다. 

보통은 가장 유명한 요세미티 밸리로 빠지지만, 나와 친구는 연기를 피해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밸리를 너머 갑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의 공식 간판 앞에서 인증샷!

나이가 들었는지(?) 이런 간판에서 인증하는게 좋아졌다. 

심지어 이 사진을 찍으려고 국립공원에 입장했다가 차를 돌려 다시 나왔을 정도.

뭐랄까. 

30년 전 엄마 아빠가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간판 옆에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있는데

어쩌면 나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미국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비용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국립공원 입장시에 자동차 1대를 기준으로 입장료를 받는데 2018년 기준 $25 (그랜드캐년) ~ $35 (브라이스캐년) 정도입니다.    

한편,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은 자동차 1대 기준 $80으로, 국립공원을 3개 이상 방문할 것이라면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따라서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시려면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면서 Annual Pass를 달라고 요청하시고, 

뒤에 사용자 이름을 기재하신 뒤 (2명까지 기재 가능) 다음 국립공원 입장할때 Annual Pass와 여권을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다만, 여행목적지가 미국 국립 공원인지 아닌지는 꼭 미리 확인해보세요.

그랜드 써클 루트에 종종 포함되는 안텔로프 캐년과 모뉴멘트 밸리는 Navajo 인디언 관할 지역으로 미국 국립공원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의하세요.







장장 4시간을 넘게 달려서 드디어 테나야 호수 근처의 옴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에 도착.

옴스테드 포인트에서 저 멀리 하프돔이 보이는데 확실히 하프돔 (요세미티 밸리) 지역이 뿌옇게 보인다. ㅠㅠ

다행히도 요세미티 밸리 지역을 등지고 바라보는 풍경은 상당히 공기가 맑은 편이었다.






이번 여행에 줄기차게 등장하게 될 나의 하얀 벙거지 모자의 첫 등장. 헤헤 

여행 가기 전 날 챙이 넓은 밀집모자 같은걸 사러 갔다가 저 하얀 벙거지 모자에 완전 꽂혔다. 

(살 때는 힙합밀당녀 느낌으로 샀는데 여행 동안에 힙합 스웩이 부족했음) 


좀 더 어릴 땐 선글라스끼고 잘 다녔는데 이제는 그냥 모자로 햇빛 자체를 차단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선크림을 잘 발라도 햇빛이 닿으면 너무 따가워서 ㅠㅠ

인생샷보다도 우리들 피부는 소듕하니까요..(☞☜)




옴스테드 포인트를 보고 조금 더 달리다보니 첫 목적지인 테나야 호수(Tenaya lake) 도착!

사실 요세미티를 관광하러 오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곳이다.

당일치기로 왔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은 모두 요세미티 밸리에 모여있고 

이 곳 가지 오고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1박 2일이라 시간도 넉넉하고 뿌연 공기 피해 갈만한 곳을 찾다 보니 테나야 호수까지 오게 되었다. 




짜잔 테나야 호수의 파노라마 샷!





하얀 암석과 짙푸른 침엽수림, 그리고 검푸르게 빛나던 호수의 환상적인 풍경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였다. ♡.





드넓은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는 나


 


함께 보드를 타는 아빠와 아기.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보이는 풍경.





테나야 레이크 호숫가 근처에는 피크닉을 나온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구석구석 모여 앉아있었다.

친구랑 나도 아침에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짜잔! 

돗자리도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약간 뿌옇긴 했지만, 따뜻하고 명랑한 햇살이 내리쬐었고 

그늘을 스치는 바람은 살갗이 조금 서늘하다 느껴질 정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얕은 모래사장에선 아이들이 모래를 퍼내고, 친구들이 햇빛을 즐기며 책을 읽고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에는 어린 아이와 아빠가 함께 보드를 타며 이 늦은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끔 까르르 웃는 아기들의 웃음소리와 조그마한 모래사장을 철썩이며 적시는 호수의 파도소리를 말고는

어떤 소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잔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테나야 호수였다. 

요세미티 공원은 주로 커다란 암벽과 계곡을 보러 가는 곳인데 흔하지 않게도 호수를 봐서였는지

(게다가 이후의 그랜드써클 투어에서도 계속 암석 관광)

여행 이후에 평화로웠던 순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이 테나야 호수다.

웅장하거나 거대하거나 장엄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고 잔잔히 찰랑거려서 더 마음에 남는 곳. 





요세미티 밸리로 돌아가던 길의 이름을 알 수 없는 Look Out Point!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의 상징 중 하나인 엘 캐피탄(El Capitan)





테나야 호수에서 나와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로 진입했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옆에 하얀 돌벽이 보이는 것 같더니, 

차로의 가로수가 장막처럼 펼쳐지면서 눈 앞에 거대한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이 말그대로 등!장! 했다.

정말, 가로수 사이가 커튼이 열리는 것 처럼 드라마틱 하게 등장한 엘 캐피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엘 캐피탄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WOOOAh!









우리 숙소가 있었던 하프돔 빌리지 (Half Dome Village)

오두막처럼 생긴 캐빈에 묵었었는데 시설이 많이 낙후되고 청결도 면에서 관리가 여실히 부족한 느낌. ㅠㅠ

텐트까지는 아니었고 그래도 화장실까지 딸려있는 오두막을 예약한 것이었는데도 하루니까 참고 잔다는 마음으로 ㅠㅠ

(내가 웬만하면 숙소 불평은 잘 안하는데 ㅠㅠ 심지어 이번 모든 여행숙소 중에 가장 비쌌음 ㅠㅠ)


사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여러가지 형태 숙소가 있는데 예약하려면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숙박을 못잡으면 국립공원 밖에 있는 숙소밖에 이용할 수가 없는데

보통 숙박시설이 갖춰진 마을들이 국립공원 입구에서도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데다가, 

국립공원 입구에서 주요 관광포인트까지도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편도 2시간!)

요세미티 관광포인트까지의 접근성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숙소는 낡고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청결도보다는 수준이 낮은 것 같아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노을도, 별도 달도, 일출도 볼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으므로

하룻밤 정도는 눈감아 주기로!





센티널 다리에서 바라본, 메르세드 강에 비친 노을 빛의 하프돔 




터널뷰에서 바라본 연기 자욱한 요세미티 밸리 (ㅠㅠ)






숙소 체크인을 하고 짐을 옮기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거대한 암석들 사이의 계곡에 있다보니 지는 해가 암석에 걸려, 

계곡에는 실제 해가 지평선에 떨어지는 시간보다도 더 빨리 어둠이 찾아왔다. 

그래도 찰나의 순간에 하프돔 빌리지 근처의 센티널 다리에서 하프돔에 비추는 빨간 노을 빛을 보고

터널뷰로 달려갔는데, 노을은 고사하고 요세미티 밸리가 연기로 꽉 막혀있었다. 

그래서 터널뷰는 내일 아침에 다시 와보자!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화재연기를 피해 관광하는 법 


2년 연속 캐나다와 미국의 국립공원을 연기 때문에 100% 즐기지 못했던 경험자로서 한가지 팁.

국립공원 근처(심지어 300~400km 밖에서 화재가 나도 영향을 받습니다) 화재로 연기가 걱정된다면?

하루를 기준으로 침이 가장 공기가 맑고 가시거리가 좋습니다. 

따라서 보기에도 더 아름답고 사진도 더 이쁘게 나오겠죠?

같은 장소라도 오후가 되면 점점 연기가 자욱해져서 또렷한 풍경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약 꼭 보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조금만 더 부지런히 이른 아침에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름달이 떴다. :)








하프돔 빌리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피자가게! (사실 하프돔 빌리지에 레스토랑이 손에 꼽는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있고 야외 테이블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주문하면 바로 바로 만들어서 구워주는데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갓 구워낸 미국식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2조각 반이나 먹었다! 

강력추천!!!



피자를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9시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이지 도시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국립공원이고 가로등이 없으니 당연한 얘기이지만 도시에 있다가 갑자기 가로등하나 없는 산속으로 들어오니 5분~10분 밖에 안되는 짧은 길이었는데도

갑자기 야생에 던져졌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서워서 칭구랑 꽉 붙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휴, 나는 국립공원에서 캠핑하고 이렇게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



그럼 얼른 자고 내일 아침에 터널뷰에 일출 보러 가야짓 ♬

여러분, GOOD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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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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