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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6 함께라는 힘
  2. 2018.04.23 나이키 GO SEOUL 10K 완주 2
  3. 2018.04.18 좋을텐데
  4. 2018.04.09 서울대 자하연 벚꽃놀이
  5. 2018.04.05 봄 사랑 벚꽃
  6. 2018.04.01 아빠의 사랑 4

함께라는 힘

■ 삶/II. 삶 2018. 4. 26. 00:06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했던 사람만이 그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오롯이 공감할 수 있다.


어스름해지는 4월 끝자락의 저녁.
지하철역에서 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 중앙광장으로 걸어갈 때에
비록 학교 건물을 채운 상점들은 달라졌지만
나는 2007년의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한 때 학교만큼은 정신 없이 변해가는 바깥세상에 비하면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했지만
학교 안에 계속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어느 새 반쯤은 낯선 공간이 되었다.
13년이 지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겠지.
그래도 밤이 되어 조명을 받은 본관건물, 그 앞의 잔디밭,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학생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구나.

11년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잔디밭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잔디밭에 자리잡고 앉을때면 으레 전화했던 그 가게에 전화를 걸어 

(요즘에도) 배달이 되냐고 물으니 당연히 된단다. 

어스름마저 점점 어두워지는 풍경 속에 우리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으며 웃다가 추억하다가 그리워한다.



저 앞에 앉은 어린 학생 하나가 일어나 우렁차게 FM을 외친다.
한 때는 주문처럼 외웠던 그 FM이 이제는 입에서부터 낯설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 풍경은 낯설지가 않다.
학교의 외양은 변하지만 그 속의 우리는 변하지 않는구나.
이대로 2007년으로 돌아와버린것 같다.
오늘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내일 이 곳으로 수업을 들으러 오면 될거 같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일 회사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을 머리 속으로 찝찝하게 생각해본다.

이제 일어나 익숙한 역을 향해 걷는다.
역으로 향하는 빠른 길이 새로 생겼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당신과 나는 우리가 걸었던, 둘러가지만 우리가 함께 아는 그 길을 걷는다.
누가 그러자 한 것도 아닌데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기에
지나가버린 시간이 야속하고 슬퍼.
그렇지만 그 위로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말하지 않아도 함께했던 그 시절을 공감할 수 있는 지금이 되었네. 



"돌아가면 난 자퇴하고 기술배울꺼야" 라는 농담에

"그래도 그때가 좋았잖아" 라며 웃으며 대답했지만

실은 내 머리는 멋대로 생각했어.

 - 돌아가 자퇴해버리면 난 당신을 만날 수 없었을테니까, 안돼-



함께해서 좋았고 함께여서 좋았어. 

나의 대학시절을 소중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주 띄엄 띄엄 닿는 연락이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소중한 한 사람으로 남아있어서줘서 고마워.

나의 인생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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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GO SEOUL 10K

00:55:11

 

남녀 : 1241위

여자 :    84위

 

 

출발하기 전 영동대로에서.

전날 늦게까지 일하고

8시출발이라 새벽에 일어난 탓에 피곤했지만

막상 집결지에 가니까 밀려오는 두근거림 :)

 

 

나의 완주기록

 

2008년  Sun Run - 1:02:08

2009년 Nike Run - 1:05:**

2011년 Nike Run - 0:57:13

2014년 Nike Run - 0:58:18

2018년 Nike Run - 0:55:11



2008년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10K를 뛰기 시작해서

1년, 2년, 3년, 4년 단위로 뛰었구나.

22살에서 32살로 1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기록은 오히려 점점 짧아지고 있는 중.

(Honey, H의 시간은 거꾸로가나?)

 

그동안 모든 10K마라톤을 함께했던 나의 마라톤 파트너 슐님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같이 뛴 마라톤 파트너 덕분에 기록이 훌쩍 앞당겨졌다.

나한테 맞춰서 뛰기 답답했을텐데,

자기 기록보다도 나랑 같이 뛰는데 더 의의를 둔 마음에 감사해지네.



 

 

 

 

 

 

2011년, 2014년 모두 200등 대에 있었고

올해는 100등 대에 진입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침에 결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84등이라니!

 

10K가 10,000명이었는데 새삼 놀랐다.

나 아무래도 진로를 잘 못 찾은 듯..

 

 

 

 

 

마라톤 한 뒤에는 원래 양질의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그래서 붓쳐스컷에서 안심 스테이크 냠냠.

 

 

 

 

 

1시간을 뛰고 난 얼굴인데도 이렇게 통통하다니;

뛰는 동안 너무 괴로워서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기록을 보고 나니까 어쩐지 또 뛰게 될 것 같다.

아빠는 내년에는 50등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제가 장거리 선숩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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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텐데

■ 삶/III. 삶 2018. 4. 18. 14:37



좋을텐데, 

너의 손 꼭 잡고. 그냥 이 길을 걸었으면. 


두 손 꼭 잡고 걷는 이 길. 

지친 하루의 일상의 피곤함도 잊어버리고 함께 걷는 순간.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싱그러운 바람이 기분좋게 스치는 봄날의 저녁. 

어색함도 불안함도 없이 따뜻함과 편안함이 가득 느껴지는 지금의 마음.

다가올 헤어짐도 그 뒤의 외로움도, 그리고 그 너머의 어려운 상황도 닥쳐오지 않은 지금의 상황.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작과 끝 그 중간의 편안한 행복만이 흐르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어. 

나중에 아프더라도 그렇게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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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에 핀 벚꽃 

서른 둘이 되어 다시. 이젠 얼굴에서 어른티가 나는 것 같아.


햇살이 눈부셔 >.<


미세먼지와 황사로 괴로운 2018년의 봄.

모처럼 만에 맑고 화창했던 토요일.

(4월 치고 많이 추웠지만)

비록 기대했던 것 만큼 자하연에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벚꽃의 만개와 화창한 날씨와 

그런 모든 조건들이 최상을 이루는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은 욕심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환경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이고 최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쉽지도 조바심이 나지도 않는다. 

그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도 다 어린 시절의 치기이구나.

하면서도, 또 어리기 때문에 해봐야하는 욕심부림이고 

한 번은 해봤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은 욕심이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구나 싶다.

순간의 벚꽃놀이에 참 많은 생각을 하네. 


애증의 캠퍼스도 시간이 지나니 애정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이 순간들이 모두 아름답게만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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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봄.
벚꽃과 한강과 남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봄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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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랑

■ 삶/II. 삶 2018. 4. 1. 11:51



일요일 아침일찍 일어나 운동으로 땀흘리고 지하주차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어제 아빠와의 대화가 생각나면서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딸, 아빠 눈에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아빠 눈에만 그런거냐?"

- 아빠 딸이니까 주관적으로는 이쁜거겠지. 객관적으로 이쁜 것 같진 않은데.

"그럼 다른 사람들이 딸이 이쁘냐고 물어보면 어떡해?"

- 그냥 제 딸이라 제 눈엔 이쁘네요- 라고 해.


아무리 제 자식이 이뻐도 객관적 평가는 가능하다던데
군대에서 남자만 보며 삼십년을 지내온 아빠 눈에는
심지어 내가 김태희보다도 이쁘다고 하셔서 

아빠 어디가서 그런소리 하면 큰일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는 사람은
아빠 단 한사람 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들도 나를 만날땐 내가 이쁘다고 하고 또 했겠지만
그 또한 주관적이고 나를 만나는 동안 일시적인 평가였을테니까.


언젠가 이 세상에서 아빠가 없어지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태어났을때부터 나이가 들어 주름이 생겨도
내가 웃고 있을때도 화가 났을때도
영원히 변함없이 날 이뻐해주고 사랑해줄 사람은 영영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버리고 말았다. 


주책이다 주책이다 하면서도 나이 서른둘에서야 

세상에서 단 한순간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이뻐해준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번뜩 깨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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