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 삶/II. 삶 2018. 3. 12. 16:40


미세먼지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오늘.



쓸데없는 일을 예단해가면서 혼란스러웠던 주말.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감정에서 벗어나 조금은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피어나고,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단점을 눈감아 가며 보고싶은 것인데

인위적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이 사람이 내가 좋아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따져보며

감정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 자격을 검증해보기 위해 만나는

그런 만남에서 어떤 인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평가하고 나또한 상대방에게 평가받는다는 부담감 속에서

좋아해도 되는 이유와 좋아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저울질하면서

도대체 어떤 호감이 생길 수가 있는 걸까. 


-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걸까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것과 갖추지 못한 것이 각양각색이라

일관된 기준에서 비교할 수가 없는데.

나는 연애가 하고 싶은건지 결혼을 하고 싶은건지 

결혼을 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건지

스스로에게조차 대답이 어려우니 어쩌면 좋을까.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그 어느 누굴 만나도 확신이 없지.

그냥 이마에 써있으면 좋겠다.


"인연"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또각 또각 써보고

사실은 정말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우며

우선순위를 매기다보면 결국 그 끝에 닿는 것은,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할 수 있는가.


나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인 사랑은 공포스러울 뿐이고

나만 쏟아내는 일방적인 사랑은 비참할 뿐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 좋은 타이밍, 좋은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사실 그 안에 사랑이 빠져 있으면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지.

길 가다 스쳐지나가는 행인과 다를 바 없지. 



자. 


우여곡절끝에 

오리무중 속의 여러 가지 조건들 중 몇 가지의 검증에 통과하였을 때

너는 과연 나를 사랑하게 될까.

나는 과연 너를 사랑하게 될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모습일 수 있을까.


참 어렵다.

그러게, 사랑이 먼저 시작되면 좋을 것을.

사랑이 먼저 시작될 떄는 수많은 허울좋은 조건들은 무너져내리게 되니까.




사랑을 하고 싶은건지

사랑을 받고 싶은건지

사랑하는 내가 즐거운건지

사랑을 받는 내가 행복한건지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처럼

깜깜한 오리무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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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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