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09일

붉은빛 이스탄불, 푸른빛 크로아시아

 

 

이번 여행은 모스크바를 거쳐 이스탄불에서 시작한다.

 

 

 

마치 한참이나 지난 것처럼, 어느새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실은 겨우 3주 전 일이다.

입사하고나서 처음으로 - ...라고 하기엔 이미 5월 황금연휴에 밴쿠버를 다녀왔지만 (-_-)

어쨌든 정식으로는 처음으로 장장 2주간의 여름휴가를 쓰게 되었다.

 

 

이 2주간의 긴긴여행을 위해서 내가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것은 바로!

머/리/염/색!

 

 

 

 

...

 

 

아무도 이해못함.

여행을 가는데 왜 머리를 염색하냐며.......

이왕 놀러가는데, 더 화끈하게 노랗게 하고 싶었어용.....☞☜ 점점 반항이 심해지고있음.

 

 

 

 

 

Anyway, 장장 16일간의 나의 여름휴가를 위해 공항으로 향합니다. ~

 

공항은 항상, 설렘을 준다.

 

 

 

 

이번여행 나의 동행자는, 5년전 나와 이베리아반도를 함께 휩쓸었던 찐찡!

8월 초라 극성수기임을 감안해서 나와 찐찡이는 무려 3시간전에 인천공항엘 도착했다.

이번 우리 비행기는..........지난번 이베리아반도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항공 , 아에로플로트.

 

 

※ 아에로플로트에 대한 악평과 루머(특히 수하물)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식사가 조금 부실하다는 것 빼면 나한테는 수하물 사고는 없었다.

대개 모스크바에서 환승시간이 아주 짧은경우 (1시간~2시간 사이) 수하물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아에로플로트를 예약할때 조금 지루하더라도 환승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두는게 좋다.

 

 

 

나와 찐찡이는 느긋하게 커피까지 뽑아들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40분쯤 줄을 서 있었는데

항공사 직원이 잠깐 표를 보자 하더니,

 

"고객님, 고객님 항공편은 코드셰어대한항공으로 가서 줄을 서셔야 합니다."

 

 

 

 

....

 

 

이미 난 여기 아에로플로트에서 40분 넘게 줄을 서있었단 말입니다?....

그렇다고 대한항공 체크인 줄이 새치기를 용납해줄 리가 없잖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길고긴 대한항공 체크인 줄에 서서 또다시 한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OTL

 

 

일부러 3시간 전에 오길 잘했어.........................OTL

물론 이러려고 3시간 전에 온건 아니지만...............

 

 

 

그렇게 길고 긴 성수기 비행기 체크인 줄을 기다려 드디어 오후 1시 30분. 일단 모스크바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헛. 새 비행기였다...럭키!

 

 

하앗, 코드셰어로 대한항공을 탔는데 새 비행기라서 이코노미임에도 자리도 넉넉하고 내부시설도 깨끗하고 훈남 승무원도 있어서 정말정말 좋았다 !

 

와인범벅이 되었다......ㅠㅠ

.....그러나, 지금까지의 나의 비행중에 가장 공포스러운 비행 top2

기록한 비행이기도 했다.

기분좋게 식사를 하고 와인까지 받았는데

기류를 나쁘게 타는지 갑자기 비행기가 좌우로 심하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전벨트 등이 들어오고 마치 비행기는 좌우로 시소타듯 흔들렸는데

눈앞의 와인이 좌우로 마구 요동치기 시작하는 거다.

이때의 공포는...마치 쥬라기공원 1편에서 공룡발자국에 물잔이 흔들리는걸 감지한...그런 공포랄까?!

어쨌든 눈앞에서 시뻘건 와인이 좌우로 출렁거리며

급기야 꿀렁꿀렁 잔을 튀어넘어오기 시작했다....ㅜㅠㅜ 무셔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기장이 승무원들도 서빙을 멈추고 착석하라고 하고

오메.....물론 무슨 일이 나진 않겠지만...

얼마나 한참을 좌우로 출렁대던지......

기류와의 전쟁이 끝나고 나니...남은건 와인범벅이 된 나의 트레이....하아...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모스크바 근처의 풍경

 

 

드디어 약 8시간 조금 넘는 기류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우리는 환승공항인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올림픽 영향때문일까? 5년전 작고 영세했던 모스크바 공항은 어느새 깔끔한 신식 공항으로 변모해있었다. +_+

나와 찐찡이는 어디 사람 없고 와이파이 잘 터지는 환승공항에 앉았다.  

 

 

이번 나의 여행기가 써내려질 노트. 기다리는 동안 이스탄불 책 읽는 찐찡.

 

 

환승시간이 5시간이나 되어 책도 읽었다 놓았다, 사진도 찍었다 놓았다 했는데

우리 맞은편에 한국인으로 심하게 추정되는 남자 2명이 같이 우리와 같은 지루함을 떨쳐내려 고군분투중이었다.

 

 

 한참을 말을 걸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남자1명이 터키여행책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결코 그들이 꽤 훈훈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저기...한국 분이시죠? 터키가세요?"

 

"아, 저희는 터키 여행하고 이제 서울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이런! 저희는 이제 터키로 들어가거든요. 이스탄불에 3일동안 있을거에요"

 

"여행책은 뭐 들고가세요? 저희가 가져갔던거 괜찮았는데 이스탄불 편만 찢어드릴게요"

 

"아이크 감사합니다 ;ㅁ;"

 

"그리고 이거 이스탄불 교통카드인데요. 가서 쓰세요. 안에 약간 충전되어 있어요.

저희는 이제 비행기 타러 가야겠네요. 근데. 밥이라도 사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앗. 살게요!"

 

"연락처도 모르면서 ㅎㅎ"

 

 

그렇게 그 훈훈한 한국 남자분들은 자기들이 보았던 여행책 이스탄불편과 이스탄불카르트 카드만 남기고

연락처를 남겨줄 새도 없이 서울행 라스트 콜에 쫓겨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연락처를 받아둘껄.....가장 후회했던 순간이었다..................ㅜㅠ

 

 

어쨌든, 말 한번 잘 걸어서 나는 시작부터 여행가이드 북과, 이스탄불 교통카드와, 그리고 여행에서의 훈훈함을 남겼다. 하하핫. (-_-V)

 

 

서서히 해가 진다.

 

" 여행가방을 싸면서 아이쿠, 나도 나이가 들긴들었나보다 싶었다.

예전에는 스킨, 로션으로 단촐했던 나의 화장품이

어느새 스킨, 로션, 팩, 팩트, 뷰러, 마스카라, 아이섀도..온갖 화장품만 한 짐이었다.

 

욕심이 생기는 걸까?

예전엔 뭐 얼굴에 바르지 않고도 - 이쁜 옷 대신 티셔츠 몇 개로도 즐겁게 여행만 잘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스물여덟의 나를 발견했다.

이러다 5년뒤에는 여행용캐리어에 하이힐을 챙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다움이라는 것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나의 Identity를 바꿔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혹은 바뀌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보여지는 것보다 편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던 나는- 과거로 묻혀가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이 나쁘다. 좋다. 할 수 없고

어쩌면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일수도 있지만

어재서 나는 그러한 변화가 조금 씁쓸한 걸까."

- Travel Note. Aug.09.2014-

 

 

 

 

전날까지 바삐 일하고 충분한 휴식 없이 출발한 탓도 있고

또 차갑게 얼어가는 공항에서 짧은 옷입고 벌벌 떤 탓도 있고

5시간의 환승은 나를 너무 지치게 했다.

 

겨우겨우 모스크바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에로플로트의 유럽노선 이코노미는 우리가 타고왔던 대한항공의 이코노미에 비하면

너무 비좁고 불편했다.

하지만 그런걸 지금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정말 체력이 바닥까지 갔던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메고는 기절해버렸다.

심지어.....이륙하는 것조차 못 느꼈다...........................(ㄱ-)

 

아름다운 이스탄불의 야경.

 

 

 

겨우 기내식을 챙겨먹고 (이륙도 못 느낀 주제에 기내식은 또 챙겨먹음) 한참 기절해있다가 창문을 여니

어느새 이스탄불의 화려한 야경이 반짝이고 있었다.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고, 한참을 기다려 숙소 셔틀을 타고 우리는 새벽 3시가 한참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조용한 밤골목의 한 숙소. 리셉셔니스트는 반갑게 우릴 맞아주었고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드디어. 여행이 또 이렇게 시작된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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