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과연 코로나 때문이기만 한 것일까?
물론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많은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디서부터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은 더 이상 살아 숨쉬는 것 같지가 않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마음상태라고나 할까.
꼭 해보고 싶은 것도 없고, 꼭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꼭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꼭 되고 싶은 내 모습도 없다.
그런 마음이 일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 속에서는
그것이 나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고, 준다고 하더라도 이주 미미하고, 또 결국엔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는 혹여 내가 무엇을 바라더라도 그런 것들은 모두 내 상상 속 모습일 뿐 현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나의 노력으로 현실화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가능한 비현실적인 것들을 꿈꾸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내 지금의 삶이 어떤 고통과 시련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의욕도 느껴지지 않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비록 내가 사회적으로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나의 영혼은 죽은 채로 몸만 움직여 사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마음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벼락맞은 듯이 죽어버린 것이 아니다.
꽤 오래 전부터, 어느 순간 부터 내가 좋아하던 것에도 열광하지 않고 시도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는 내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그 이유가 나이와 경험이 많아지는 것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에 더해서 사회적으로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조건과 코로나가 이런 상태를 가속화시켰다.
무언갈 할래야 물리적으로 할 수 없고, 무언갈 시도해보고 싶어도 심리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그런 상태.
그런데 나 아직 서른다섯일 뿐인데.
매일 매일 똑같은 삶의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먼저 허무하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까.
해봐도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고, 흡족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예단해버리는
이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까.
호기심 많았고, 도전을 좋아했고, 기꺼이 손 들어 해보았던, 내가 좋아했던 내 마음은 어쩌다 이렇게 죽어버렸을까.
불행하지도 않은, 그렇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나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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