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은 생각했던 것 보다, 기대했던 것보다 (사실 기대를 안함;;;) 훨씬 좋았다. :)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우리는 네바강을 건너 여행 일주일만에 한국식당 밥집에서 한국음식을 먹었다.

사실 나는 여행하면서 한식을 먹지 않아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인데

함께한 K와 J는 매일 아침 한국 컵라면인 "도시락"을 사다 먹었다는........

(참고로, 러시아에 "도시락" 컵라면 완전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한국에서보다 찾기 쉽고 맛도 다양함!)



한국음식을 먹고 한층 기운이 난 K와 J, 그리고 나는 네바강을 건너온 김에

에르미타주르 마주보고 있는 토끼섬으로 산책 겸 걸어갔다.

표트르 대제가 이 섬에 스웨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를 지으면서 이 섬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둘러싸여져 있고 그 안에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과 형무소 박물관 등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땐 이미 개관시간을 지났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서 크게 섬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건너온 네바강.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노을이 지는지 붉은 빛이 감도네. 



토끼섬이라고 토끼동상이 있는데 러시아 토끼는 삐쩍 말랐나봐요. 전혀 토끼다운 귀여움이 없음....




요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요새 바깥을 따라 걸으면, 네바강 맞은편에 줄지어 서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빼꼼이 피의 구원 사원의 돔도 보이고요, 네바강 선착장을 따라 정박해있는 유람선들도 보이고, 운치있는 풍경 :)




이 도시의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구름.




요새의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해변같은 모래 사장이 나왔다. 넘나 한적하고 낮에 소풍오면 딱 좋을것 같다 ♡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는게 함정)





저녁도 훌쩍 지난 시간.

해가 지면서 무거운 구름 아래로 황금빛 노을이 도시를 비추었고, 

토끼섬 쪽에서 바라보는 네바강변에 늘어선 아름다운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모습의 발견이자, 생각지도 못한 운치와 분위기가 있었다. 




때론 가이드북에 쓰여지지 않은 곳에서, 

혹은 가이드북이 가르쳐주는 곳 바로 그 옆면에 서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런 곳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고 :)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의 따뜻한 일상 풍경 




특히, 강 하나 건너니 

반대편의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던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이 곳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산책하고 일상 생활을 즐기는 동네가 나타났고, 

그래서인지 한결 여유롭고 포근해보였다. 




며칠 뒤 조금 시간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은 다리를 건너 라스트랄 등대가 있는 바실리 섬의 비르제바야 광에 들어섰다. 





비르제바야 광장족에서 바라본 토끼섬과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의 실루엣. 그리고 그 뒤에 옅게 깔린 노을 




우뚝 솟은 라스트랄 등대





러시아인들의 흔한 춤바람. jpg





어라,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라스트랄 등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궁금해서 보니, 등대앞의 작은 공터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을 켜놓고

Fiesta (피에스타)라는 간판을 걸고서는 살사(?)같은 흥겨운 춤을 추고 있었다.





대박...............



춤 동호회에서 나왔나? 다들 쑥쓰러움도 없이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 춘다.

다들 열심히 추긴 추는데 다들 키가 너무 커서 살짝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보임.........(..)


(러시아라고 그런 흥겨운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무뚝뚝하고 츤츤하기만 한 러시아 사람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남녀 짝을 지어서 이렇게 열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는데!

러시아에서는 매일매일 나의 선입견을 하나씩 깨뜨려주는 것 같다.

도대체 나도 러시아를 얼마나 딱딱하게만 생각한걸까?



한참을 이 흥겹고 신나는, 러시아 사람들의 춤 사위를 바라보다가 

궁전다리를 건너 다시 겨울궁전이 있는 쪽으로 건너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노을따라 걷고 노을 보며 걷고. 





노을빛에 멋있게 물들어가는 궁전다리. 저 멀리 라스트랄 등대.




인어 형상의 조각상이 달린 전등. 귀엽다 ♡




궁전다리를 건너오니, 이번에는 에르미타주 근처에서 또 다른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바로 겨울 궁전가 있는 코너에서 길거리 버스킹이 한창이다.

어제는 이 근처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켜는 버스킹을 봤는데...



늦은 밤,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밤.

토요일 밤 이 도시의 분위기는 이토록 흥겹고 생생하구나 :)



숙소가 관광지 한복판에 있어서 이리저리 관광객들에게만 치이다가

이렇게 한 여름밤, 이 곳 주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 삶을 즐기는 그런 모습을 보니

덩달아 흥이 나고 마음도 들뜬다. 



숙소로 가는길에 궁전광장을 가로지르는데, 

낮에 보았던 겨울궁전 위로 양떼구름이 멋지게 깔려있다.

십자가를 지고 있는 전승기념비의 천사의 실루엣이 유난히 도드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나, 둘 건물에 광장의 건물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정확히 밤 10시에. 





불이 켜지기 직전, 이제야 조금은 캄캄한 밤 10시의 궁전광장과 겨울궁전.




갑자기 궁전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점점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겨울 궁전의 야경.




짜잔 ^_^V 역시나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요, 손에는 에르미타주 기념품샵에서 산 플라스틱 백 호호.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아 푸른빛의 하늘과 Light up으로 한결 로맨틱한 분위기가 된 궁전광장. 




구 참모본부의 아치에 들어온 강렬한 하늘과 승리의 천사와 그리고 불밝힌 아름다운 궁전의 조화. 





흔한 러시아 언니들의 다리길이. jpg






밤 10시, 우연히 궁전광장에서 만난 겨울궁전의 Light up.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파란 기운이 감도는 멋진 하늘 아래

거대한 궁전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던 순간.



참 아름답다.



이 여름 밤.

이토록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 밤.

등대 밑에 모여 뜨겁게 춤추던 사람들도, 

길거리의 공간을 가득 채우던 버스킹의 음악도, 

찬란하게 불을 밝히는 궁전의 불빛과 궁전 광장의 로맨틱함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곳 러시아의 살아있는 삶 그 자체로구나.






또다른 운치가 있는 모아키 강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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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쾌청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구름도 물러가고 나름 상쾌한 듯한 날씨다.

나는 근질거리는 몸을 견디지 못하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겨서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이른 아침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도심 속으로 걸어나왔다. 


맑게 개어가는 하늘을 보고 모이키 강을 따라 가볍게 구 시가지를 뛰고서는

선선한 아침 바람에 취해 숙소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순식간에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금세 쏴아 - 하고 퍼붓기 시작했다. 


이 낯선 도시에서 비를 맞으며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으면서도

우연히 만난 비가 마치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같아 바보처럼 실실 웃음이 났다.

서울에서 출근하는 길에 이렇게 비를 쫄딱 맞았다면 짜증부터 났을 텐데

이런 웃음이 나는 것도 여행이 선물하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







비에 쫄딱 맞고 돌아오니, 갓 구워진 사과 파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당 ♡ 





비가 쏟아지고 잠시 개인 맑은 하늘. 빨간 씨티투어 버스와 노란 택시.









에르미타주에 들어가면 중간에 식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호스텔에서 추천해 준 BONCH 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오, 내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높은 천장의 인테리어에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고

젊은 써버들은 친절하고 또 영어가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어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카페라떼를 머그잔에 담아준다!!!

그 동안 손잡이 없는 유리잔에 담아 빨대를 꽂아주는 방식에 황당했었는데

드디어 머그잔에 라떼를 담아주는 카페를 찾아쒀!







호밀빵에 속을 가득채운 닭가슴살 샌드위치. 맛도 분위기도 좋은 카페 Bonch. 




오랜만에 멀쩡한(?) 라떼를 마셔서 기분이 좋은 나.




Bonch의 마스코트인 불곰 캐릭터. 따라해보려다......(...)











드디어 구 참모본부 건물의 커다란 아치 사이로 알렉산드로프 전승 기념비가 보이고, 

그 너머에 겨울궁전이라 불리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모습을 보였다. 

며칠 있으면서 알게 된 건데,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날씨가 정말 변덕스러워서 

거의 1시간 단위로 비가 내리다가 그치다가 맑았다가 구름끼다가를 반복한다.

하루에도 12번은 날씨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

분명 호스텔에서 출발할 때는 아침 소나기에 맑게 갠 느낌이었는데, 밥 먹고 나왔더니 찌뿌둥한 날씨가 되어 있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Эрмитаж : The State Hermitage Museum) 박물관. 

정식 명칭은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바로크 스타일의 기품있는 궁전인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포함한 4개의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에르미타주 박물관

(https://namu.wiki/w/%EC%97%90%EB%A5%B4%EB%AF%B8%ED%83%80%EC%A3%BC%20%EB%B0%95%EB%AC%BC%EA%B4%80)





프랑스어로 '은둔지'라는 뜻의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1764년 예까쩨리나 2세가 겨울 궁전 옆에 

작은 에르미타주(Малый Эрмитаж)와 구 에르미타주(Старый Эрмитаж)라는 별관을 건설하고

그 곳에 본인이 수집한 예술작품들을 소장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원래는 예까쩨리나 2세 전용 미술관이었다가 19세기 말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이 곳에는 총 1,012,657점의 미술작품과, 1,124,919점의 화폐기념품과 771,897점의 고고학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및 에르미타주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본관에는 박물관답게 1,020여 개의 방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빈슨 등의 명화와

이집트, 그리스 의 고고학 유물 같은 전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4개의 별관 중 겨울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는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 같은 근현대 미술작가의 미술작품들이 3층과 4층에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어짜피,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동안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본관이나 별관을 선택해서 보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박물관 울렁증이 있는 나는 겨울궁전의 본관 대신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의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인터넷에 에르미타주 박물관 표 구입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긴~ 줄을 서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i) 인터넷으로 사거나, ii) 본관의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거나, iii) 구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서 사는 것.




구(舊) 참모본부 빌딩에 들어갈 때 우선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면 되는데

본관과 별관 4개를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이 600루블,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제외한 별관 중 1개를 들어가는 티켓이 300루블이다.



어짜피 오늘 본관에 가지 않을 것이지만, 통합권 말고는 선택권이 없으므로 일단 통합권을 샀다.

그리고서 티켓 오피스 바로 뒤에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는 원형모양의 데스크가 있는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

조금 쌀쌀맞아 보이는 나이 지긋한 러시아 할머니가 오디오 대여를 해주었는데, 

처음엔 쌀쌀맞게 굴더니 러시아어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했더니

또 츤데레처럼 우리를 불러다가 작동법을 츤츤하게 알려주었다. 



약간 나이가 있는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츤츤함이 있지만

특별히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한 두 번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츤츤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시크하게 잘 도와준다.  :)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모던한 참모본부 빌딩 내부 




ЕТАЖ 가 귀여워서 찍어봤음.




겨울궁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경관은, 그 반대쪽에 있는 참모본부의 실내에서였다. 





구 참모본부에 있는 미술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4층에 보통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할 만한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바로 4층부터 집중공략.

오디오 가이드를 켜니, 익숙한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배우 손숙씨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온다.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주요 작품에 오디오 해설이 있으니

가이드가 없어도,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그 그림과 화가와 배경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어 좋다.

특히, 김성주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는 해설은 목소리가 귀에 콕콕 박혀서 더 잘 들어오는 듯.

에르미타주에 가시는 분이라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꼭 추천 ('_')=b




 


칸딘스키의 1913년 작. 추상화로 완전히 넘어간 뒤의 그림. (에르미타주 박물관) 




칸딘스키의 1909년 작. Winter Landscape. 




좋은 작품들과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미술관 4층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둘러보던 가운데 정말 운명같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

바로 추상화가 칸딘스키의 1909년 작품인 ≪ Winter Landscape 




사실 그림을 먼저 보고 후에 제목을 읽었다가 망치로 한 방 맞은 듯 멍하게 서 있었다.

제목이 겨울풍경이라는데 그림은 한 없이 따사롭고 포근하다.

분명 풍경 그 자체는 겨울 풍경이 맞는데, 

겨울 풍경을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서늘하도록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니.

겨울은 당연히 하얗고 차가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 하나가 나의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뜨려버렸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면서, 이렇게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하나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 하나로 나는 오늘 이 에르미타주에 온 값어치를 다 한 느낌이다.  :)





마티스의 1910년 작. 춤(II) @ Hermitage Museum in Saint-Petersburg.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작품은, 

야수파 화가인 마티스의 ≪춤 (The Dance, 1910)≫ 이었다.

이 그림은 러시아 미술 컬렉터가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진 벽화라고 하는데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붉은 피부의 3가지 색과 단순한 스케치가 전부인 것 같아 보이는 이 그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이 작품을 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예전 LG전자의 광고에도 쓰였던 이 작품은, 

뉴욕의 MOMA 미술관에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인 1909년, 

이 작품의 초안으로 그려진 또 다른 ≪ 춤 (The Dance, 1909)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08년 뉴욕에서 처음 이 작품을 보고, 8년이 지나서 러시아에서 이 연작을 만나게 되다니, 

두 작품은 비슷한듯 하지만 러시아에 있는 작품이 훨씬 그 색감이 강렬하고 동작이나 신체표현이 역동적이었다. 







마티스의 1909년 작. 춤I  @ MOMA in NYC





뮤직과 댄스 중에서 댄스와 함께 기념사진 :)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인상적인 문양의 등. 





4층부터 3층까지는 미술 작품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2층부터 1층까지는 옛 러시아의 전투복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빠르게 훑으며 내려왔다.



근래에 미술관 관람하고 이렇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여러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즐겁게 관람했다.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서는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나는 마음에 들어했던 칸딘스키의 Winter Landscape 카피 기념품을 내게 주는 선물로 사주었다. 

집에 돌아가면 이쁜 액자에 넣어서 방에 걸어두고, 

이 그림을 처음 마주쳤던 그 따뜻한 느낌과, 겨울 풍경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이 그림을 보면서 항상 기억해야지.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쁨, 

한 눈에 반하는 작품을 마주친 기쁨,

무미건조한 일상에 나만의 애정하는 것이 생겼다는 기쁨.



이 모든 것을 에르미타주가 내게 선물해주었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 박물관

#에르미타주 미술관 #에르미타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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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궁전에서 다시 쾌속선을 타고서 네바강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가득히 몰려오던 구름들도 바람 따라 많이 휩쓸려 가버린걸까.

하늘이 완전히 개이지는 않았지만, 이제서야 서서히 기울어지는 노을빛이 번잡한 네바강 주변을 촘촘히 내리쬐고 있었다. 





쾌속선에서 보이는 바실리 섬의 인류학 박물관 (연두색), 동물학 박물관 (오른쪽 노란색) 




돌아온 네바강의 선착장, 8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해가 대낮같이 중천에 떠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 공원에서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





에르마티주 박물관과 마주보며 궁전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舊) 참모본부 건물과 그 가운데 알렉산드로프 기념비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의 핵심인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궁전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궁전 광장을 반원으로 둘러썬 참모본부 건물 (General Staff Building)이 노을빛을 받아 그 기세가 더욱 등등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어가는데,

백야의 도시 답게 하늘은 파랗고 이제야 햇살이 천천히 기울면서 여전히 환한 대낮같은 묘한 느낌이 들더라. 



나도 러시아 여행을 굉장히 오래 머뭇거렸던 이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러시아의 치안, 특히 동양인에 대한 스킨헤드들의 테러였다.

내가 러시아여행을 가고 싶다던 2006년에만 해도 정말 동양인에 대한 염산 테러 소식이 간간히 있었고

10년이 지난 2016년에 러시아에 가겠다고 했더니,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러어어어시아?! 패키지도 아니고?!! 괜찮겠어? 살아돌아 올 수 있겠어????"

(혹은, 거기 겨울 아니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행하는 동안 치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다녔다.

일단,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스킨헤드족을 보지도 못했고, (단, 4월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서유럽이나 남미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소매치기들 걱정도 없었다.

그리고 백야까지는 아니었지만 여름은 해가 굉장히 길었던 덕분에

늦은 시간에 돌아다녔어도 날이 너무 환하여서 어둡고 으슥한 곳조차 없어서 

시간적으로도 굉장히 여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캄캄한 길을 다닐 일이 없어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방심해서도 안되고 여행지에서는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가 러시아에서 안전했다고해서 모두가 다 안전하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심지어 한국에서도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니 각자가 항상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막연히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비해서는 훨씬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남미 같은 곳이 소매치기 때문에 더 신경쓰였음!)


 



귀여운 마뜨료슈까 인형을 그려놓은 기념품 가게.





시계가 오후 8시 7분을 가리키는데, 구름이 조금 끼어서 그렇지 날 자체는 굉장히 밝다!




누가 보면 아침 8시 인줄....







숙소로 돌아가기 전, 가볍게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넵스키대로에 있는 러시아 전통 파이 가게인 슈톨(Штолле)로 들어가보았다. 

( 홈페이지 : http://spb.stolle.ru/en )



쭈삣쭈삣 거리며 들어가니 커다란 진열장 안에 두툼하게 속을 채운 파이들이 가득 있고, 

우리는 먹고 갈 거라고 했더니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해주고 메뉴판도 가져다 주었다. 

파이 종류가 정말 많은데 고기 파이, 연어 파이, 버섯 파이처럼 식사로 먹어도 좋을 파이도 있고, 

사과 파이, 레몬파이, 럼 케잌, 치즈케잌 같은 디저트 파이도 종류 별로 있었다.

더 좋았던 건, 파이 크기가 그램 단위 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조금씩 시켜서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가격도 100~200루블 사이여서 부담도 없다. 


다만, 저녁 늦은 시간에 갔더니 이미 파이 종류가 많이 매진되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ㅜㅠ)

이것 저것 주문하려다 여러 번 실패하고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를 시켰습니다.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



속을 꽉 채운 고기 파이 (250g짜리) - 맛있었다 :D 보니까 또 먹고 싶네.....






바삭거리는 빵 안에 고기가 두툼하게 꽉곽 채워져 들어가 있어서 먹고 나니 든든한 느낌!

내친김에 내일 아침에 먹겠다며 연어파이까지 테이크아웃으로 사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호스텔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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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일찍 눈이 번쩍 뜨였다.

 

오후에 여름궁전(Петерго́ф : 뻬쩨르고프)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괜찮을지 계속 조바심이 나서

몇 번이나 방 문의 커텐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특히 여름궁전은 화창한 날 가야 이쁘다는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기도 전부터 혼자 좌불안석이었다.

 

 

 

 

 

마트에서 산 하얀 계란, 바나나, 그리고 하트가 이쁘게 그려지 호스텔 키 (♡)

 

 

 

 

 

 

 

 

 

여름궁전(뻬쩨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에서 약 30km정도 떨어진 핀란드만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궁전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수중익선, 메트로와 미니버스, 택시 등)가 있는데

뻬제르고프 익스프레스라는 쾌속선이 값은 좀 비싸지만 여름궁전까지 한 번에 데려다 주고 시간도 적게 걸려서

갈 때는 쾌속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도 귀찮아서 그냥 쾌속선을 타고 돌아왔음 ....홍홍홍)

 

 

 

 

 

 

 

뻬쩨르고프 익스프레스 쾌속선을 타는 선착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의 구 해군성 건물 뒤쪽에 있다.

 

 

 

구 해군성 건물 앞의 기념비

 

 

 

 

 

네바강 선착장에서 바로 표를 끊고 쾌속선을 탈 수 있는데,

참고로 성인 편도가 당시 750루블이었고, (현재 800루블)  왕복은 더 저렴했는데 (현재 1400루블)

우리는 돌아올 때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올 줄 알고 미련하게 편도표를 샀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더 힘 빠지고 배고프고 귀찮아서 더더욱 쾌속선을 타고 싶은 유혹이 솟구치니

애시당초 갈때부터 쾌속선을 탔다면 그냥 왕복을 사는게 훨씬 더 저렴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괜히 나중에 또 편도표를 사려면 괜히 아까움...(ㅠㅠ)

 

 

그리고 네바강 선착장에서 학생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우리를 학생값에 표를 끊어주었다. (당시 편도 500루블)

대박. 우리는 할인해서 판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돈 계산이 안맞아서 한참 옥신각신까지 했는데....

더더욱 왕복으로 샀으면 학생할인 가격으로다가 더욱 싸게....(ㅜㅠ)

동안이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 여름궁전 쾌속선 정보 - 홈페이지 : http://en.peterhof-express.ru/)

 

 

휘유.

 

 

네바강 위에 떠 있던 쾌속선이 시간이 되자 물살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아침일찍 깬 피곤함과 날씨에 대한 스트레스에 잠깐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쾌속선은 30분만에 우리를 여름궁전의 선착장에 내려다주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었고, 선착장옆에는 관광객들만을 위한 카페가 딱 1개 있었는데,

※ 우리 모두 꼭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사를 하고 여름궁전에 오도록 합시다! ※

한국이고 러시아고 관광객은 호갱인 것인가, 아니면 독점의 폐해인 것인가.

굉장히 내용물이 부실한 햄버거를 맛보게 됩니다....이렇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비주얼이라서 찍어놓음.

 

 

 

 

이제, 부실한 햄버거로 배도 채웠고 선착장에서부터 아랫공원 입장표를 끊고 긴긴 수로를 따라

저 위의 여름궁전을 보면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뻬쩨르고프라는 이름의 여름궁전은 18세기~19세기의 궁전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황제들의 여름별궁이었다.

10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과 수 많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고

특히 아랫정원의 삼손분수와 대궁전의 대폭포가 가장 화려하고 유명한데

이 아랫정원의 분수는 여름시즌인 5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한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여름이 아니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런 황제의 별궁이다.  ('이지러시아' 347p~348p 참조)

 

 

 

참고로 여름궁전은 윗정원, 대궁전, 그리고 아랫정원으로 크게 3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궁전 내부 입장과 아랫정원에 입장하려면 각각 따로 표를 끊어야 하고,

쾌속선을 타고 여름궁전에 올 경우는 아랫정원을 거쳐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입장권을 끊게 되어있다.

    

 

 

 

저 멀리 한 가운데 여름궁전의 대궁전과 삼손분수의 물줄기가 보이네요.

 

 

 

저 멀리 대궁전과 함께 ♡ 베스트샷

 

 

대궁전과 함께 2 ♡

 

 

 

 

핀란드만으로 흐르는 수로를 거꾸로 걸어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드디어!

여름궁전의 화려한 대폭포와 대궁전에 도착하였습니다. :D 

 

 

 

 

 

 

 

         

화려하다. 정말 화려하다!!!

 

 

 

파스텔톤의 연주황과 연민트색의 아름다운 궁전 그 앞으로

황금색 칠과 조각상들로 꾸며진 제단같은 계단이 층을 이뤄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그 한가운데 황금빛의 삼손 동상이 입을 찢고 있는 사자 동상에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순간, 구름에 가려져있던 해가 잠시 얼굴을 내밀었고

그 반짝이는 햇살에 황금빛 분수의 동상들이 일제히 눈부시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관광객들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여름궁전의 한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화려함과 맹렬함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뽑아내는

저 삼손분수는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폴타바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분수라고 한다.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삼손은 러시아,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이지러시아' p348 참조)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는 모습으로 승리를 기념하다니.

역시 불곰국답다.

 

 

 

 

분수와 폭포수 사이사이 서있는 다양한 포즈와 형상의 동상들.

 

 

 

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궁전은 그야말로 여심저격입니다 ♡

 

 

 

도통 이 삼손 분수 앞을 떠나지 못하는....♡

 

 

 

 

 

화려한 궁전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많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렇게 아룸다움을 위하여 꾸며놓은 아름다움에 반하기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름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궁전.

잠시 얼굴을 내밀고 햇살을 내리 쬐어준 태약 덕분에 나는 소원 하나를 또 이루었다.  :)

 

 

문득, 유럽 다른 곳에도 아름다운 궁전들이 많은데

이 러시아의 궁전들이 유독 화려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생각해보았는데,

색감이 굉장히 컬러풀하기 때문인 듯 하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 등을 생각해보면

거대하고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외벽 색이 러시아의 궁전들만큼 컬러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궁전를 보자.

모스크바의 짜리찌노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분홍색 벽돌 건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여름궁전은 연주홍색 건물, 겨울궁전은 연민트색 건물. 

푸쉬킨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하늘색 건물.

다들 햇살아래 빛나면 마음이 설렐정도로 색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화려하다.

 

 

러시아 특유의 건축양식은 알 수 없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밝고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건물을 짓게 된 건 아닐까. :)

 

 

 

 

 

 

 

계단을 올라와 대궁전을 등지고 바라본 분수와 핀란드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로의 모습.

 

 

 

 

우리는 대궁전 내부에도 들어가보았다.

대궁전 내부는 하나의 박물관인데,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신발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심지어 입장객 수도 제한할만큼 그 관람자체가 깐깐한 궁전이었지만

각 방마다 제각기 다른 컨셉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화려한 관람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이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자기들의 문화와 유산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보존하고 아끼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피부로 와닿았다.

 

 

 

 

한적한 아랫정원의 모습

 

 

 

여기도 아랫정원

 

 

 

 

대궁전 너머의 윗정원이 있고 대궁전과 핀란드만 사이의 넓은 부지는 아랫정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왕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아랫정원을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 찰나에,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 관람차같은 작은 열차를 발견했다.

이걸 타면 아랫정원을 걷지 않고 빠른 시간안에 정원 전체를 크게 돌아볼 수 있다.

 

 

아랫정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원이라기보다 아주 커다란 전원의 풍경같은데

숲과 넓은 뜰 사이사이 간간이 자그마한 교회당같은 건물들이 하나씩 세워져있다.

이런데서 걷다가 길을 잃으면 미아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 같군.

 

 

 

 

 

 

아랫정원 어느 한 부지에 있는 또 다른 분수.

정원 안에 여러가지 컨셉의 분수와 조각상들이 많이 널려있다.

 

 

 

 

대궁전 앞에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아무리 찍어도 미련이 남는 마성의 궁전

 

 

 

 

 

황제들의 궁전답게 정원들이 너무 넓어서 윗정원은 둘러보지도 못했다.

여름궁전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이쁜 궁전만 있을 줄 알았는데

궁전 앞뒤로 커다란 정원이 둘러싸고 있어서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피크닉 삼아 천천히 정원을 돌아다녀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가면,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궁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궁전 근처에서만 맴돌게 된다는게 함정....☞☜)

 

 

여름궁전이야말로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해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잠깐잠깐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햇살을 내리쬐어준 햇님 덕분에

오직 이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다는 그 화려한 여름궁전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사랑해요 햇님 (♡)

 

 

그런데 여름궁전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면서 이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해야 할 일을 끝낸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숙제를 다 한 느낌 헤헤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러시아 여행 #여름궁전 #여름 궁전 #러시아 자유여행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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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오늘의 일정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름궁전이나 예까쩨리나 궁전 말고는

모든 관광지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의 근거리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메트로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또 시원한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던 오전과 다르게 

점심을 먹고서 관광을 시작하려하자 구름이 몰려들더니

기어코 빗방울이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소식은 밤부터였는데 일기예보보다도 더 빨리 비가 오다니 (ㅜㅠ)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건너 작은 물줄길을 따라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을 향해 걸어갔다.

이름부터 살짝 스산한데 날씨까지 흐리니 괜히 한기가 솟는 그런 느낌.




그리보도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날씨때문에 더 칙칙해보인다. ㅠㅠ 





피의 구원 사원은 얼핏 그 모습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지만,

성 바실리 성당이 장난감같고 조금 유치한듯 동화스러운 면모가 있다면

피의 구원 사원은 훨씬 더 엄숙하고 무게감있고 복잡하하고 정교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성 바실리 성당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외관의 색부터가 조금은 톤 다운 되어 있다.



1883년부터 24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1881년 3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당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당시 피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이지 러시아' p301 참조)






날씨가 안좋아서 안타깝지만, 6일이나 있었던 덕분에 화창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피의 구원 사원의 내부는 내벽과 천장가지 모두 모자이크화로 꾸며져있었는데

그 화려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1층과 천장의 돔 사이에는 다른 층도 없는데 어쩜 저 높은 돔 끝까지 다 타일을 붙였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이 - 또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 구원 사원 천장돔 한가운데의 모습!





높은 성당 내부를 가득채운 모자이크화. 성당 안에서는 모두 고개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의 섬광.





예상보다 빨리 흐려지고 추워진 날씨 탓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버렸다.

오늘 아침 모스크바역에서, 그리고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우릴 반겨주었던

그 상큼화고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비가 뚝뚝 내리는 날씨가 된거지?

(그런데 이 도시에 6일을 있어보고 깨달았는데,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변덕스럽다.)




조금 슬프고 뾰로통한 마음으로 피의 구원 성당을 둘러보고서

(그리고 맑은 날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ㅜㅠ




그래서 우리는 우선 카잔 성당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 스타벅스는 창가에서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이다. 

2층에도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다른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일단 스타벅스로 고고고.





비가 와서 많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 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는 참 비슷비슷하다.






운이 좋게도 창가석에 앉았다! 바로 저렇게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가 베스트인 스타벅스.

물론 따뜻한 카페라떼에 춥고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





When you hold a cup of coffee, think of it's journey.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로 마음을 녹이는 사이 비도 어느 정도 그쳤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야외에서 무언갈 하기는 그런데

또 시간도 저녁이 가까워져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실내 관람을 하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따라 걸어 옐리세예프 상점(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에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 박물관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푸시킨 동상 따라하기.





옐리셰예프 상점은 넵스키대로에 서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1층의 식료품 겸 기념품가게라고나 할까.

원래 1903년에 연 가게인데 2012년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재오픈 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면 베이커리, 디저트류, 초코렛, 술, 치즈 등등 다양한 식료품들과 

그리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여러가지 기념 식료품등을 이쁘게 진열해놓고 있다.


가운데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ㅎㅎ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의 약자.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음음. 뭘 사면 좋을까. 초코렛에 마음을 빼앗겼엉 ♡





이런 마카롱과 디저트류도 있고



러시아 보드카도 있고 참고로 엄청 비싼데 소주도 있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쳐서 네바강을 따라 크게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고작 반나절의 경험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특유의 느낌보다도 커다란 유럽의 한 도시같았고

깨끗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던 모스크바에 비해서 호객꾼들도 많고 정비가 덜 된 느낌.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결국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차이인걸까?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여기도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까?



사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다른 블로그의 얘기들을 많이 참조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더 좋고 볼게 많다는 글들을 보고

모스크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6일로 일정을 짰는데,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5일을 더 있으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피곤해졌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고. 



아니야. 이제 어느새 여행5일차.

시차도 없이 3일을 풀로 여행했고, 야간열차도 탔고 조금 지칠때가 되었어.

내일은 오후에 해가 조금 날것 같아서 그 유명한 여름궁전(뻬쩨르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과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그런 화창한 날씨의 반짝이는 황금분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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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이름인 모스크바_쎄뻬베의 "쎄뻬베"는 러시아로 표기한 상트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의 약자 СПб 입니다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저는 야간기차로 달렸어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러시아의 자작나무 숲

 



 

찬 기운에 눈이 떠졌다.

한 번도 뒤척인적 없었는지 이불 속 온 몸이 뻐근한 느낌이다.

기차벽에서 찬 기운이 느껴져서 이불을 꼬옥 끌어안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차창 밖으로 곧게 뻗은 숲과 파란하늘이 훠이훠이 지나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아니지만 이렇게 야간열차로나마 

쎄뻬베(СПБ :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가가고 있구나.  :)

 



 

 

 

오전 6시43분을 가리키는 시계와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알리는 간판.

보는 순간 이 순간, 이 모습이 운명처럼 마음에 쿵! 하고 박혔다.




 

 

기차는 예상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기분좋게 서늘한 새벽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나와 함께 10년을 여행한, 

이젠 구식인 2바퀴짜리 캐리어를 드르르 드르르 끌며 기차역을 걸으니

10년 전 유럽여행하던 기분이 들었다.

로마의 떼르미니 역에 내리던 바로 그 순간이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심을 찾아,

나의 현실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느낄 수 없는 

스무살의 나의 추억 속 마음을 찾아 

여행하는 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버려서 더 이상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으며 설레고 흥분되고 낯설고

커다란 세계로 빨려들어가던 그 마음과 느낌을 찾아서. 

 


 - 2016. 8. 4. Travel note in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Day 5.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정

 


 

모스크바 역에서 택시를 타고서 미리 예약해 둔 쏘울키친호스텔(Soul Kitchen Hostel)에 도착했다.

원래는 에어비앤비나 호텔을 이용하려다가 러시아 No.1 호스텔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트리플 룸을 예약했는데,

이 곳에서 6일이나 머물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방도 써보고 싶어서 호스텔에 예약 변경하는 메일을 썼었다.


방을 바꾸고 싶다 어쩐다 하면서 러시아 No.1 호스텔에서 묵게되어 기대된다! 라는 나의 말에,

Staff는 방 변경을 도와주는 친절한 답메일 끝에 이런 추신을 붙였다.



"P.S. We are the best small hostel in the world, according to Hostelworld.com :)"

 

 

 

인 더 월드....뭐야......자신감 대박...

호스텔이면 호스텔이지 얼마나 좋은 호스텔이길래...


 

 

쏘울 키친 호스텔

 

 


초인종을 누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어려보이는 스태프가 친절하게 인사해주며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다행히 우리가 쓸 방이 비어서 바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여기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이뻤다. 

더 볼 것도 없이 내 맘 속의 베스트 호스텔 인정 ♡

 

 

 

 

호스텔에서 보이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이 풍경 ♡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사랑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여심을 저격하는 이 아기자기한 부엌 ♡ 매일 아침 사과파이 굽는 냄새가 향긋하게 퍼지곤 했다. (하아)

 

 

 

 

아기자기한 느낌의 중간 거실. :)

 

 

 


호스텔은 정말, 그동안 다녀보았던 모든 호스텔을 통틀어 엄지척(-_-)=b 할 수 있을만큼

내부 공간이 아주 넓고, 인테리어도 이뻤고, 관광지에서 가깝고 테라스에서 보이는 뷰도 아주 좋았다.

그래. 월드 베스트라고 자랑할만 하다. 인정. 

 

 

 

그리고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사과파이를 큼지막하게 구워서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서

쟁반위에 가득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아주셨다.

게다가 커피와 차, 간단한 씨리얼같은 것도 있어서 사과파이와 커피로 아침을 먹어도 되고,

냉장고와 주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가까운 슈퍼에서 장을 봐두고 직접 해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아침 일찍 부엌에 퍼지는 사과파이 구워지는 향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갓 구운 사과파이라니 (♡.♡) 사랑하지 않을 수 가 없자나! 

 


 

우리는 바로 체크인한 방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였다.

K가 야간기차에서 잠을 푹 못잔듯 많이 피곤해해서 잠시 재웠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이불을 털고 나왔다

이제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무려 6일이나 머물게 된다.

해외여행하면서 한 도시에 이렇게 길게 있어본 적은 처음인데.  :)



그런데 다만, 날씨예보가 심상치가 않은 것이

6일 내내 비소식..................아니, 이 여름에 우기도 아닌 것이 웬....6일 연속 비?!!

설마................안돼............제발............................

 

 

 

 

일단은 맑은 하늘의 쎄뻬베(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먹는 점심은 바로, 마말리가(МАМАЛЫГА).

카잔성당 뒷편에 있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등 지방의 분위기있는 전통 레스토랑인데

러시아 유학생들 블로그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레스토랑이어서 눈여겨봐두었다.

(*마말리가 주소 : Kazanskaya ul., 2, Sankt-Peterburg, 러시아 191186)

 

 

 

 

 

 

카잔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창가석에 앉으면 이렇게 카잔 성당이 바로 내다 보인다.

 

 

 

헤헤 멋진 뷰와 함께 ♡

 

 

 

 

음식종류는 고기꼬치구이인 샤슬릭, 피자같이 생긴 하차푸리 등이 메인이었고 (우리는 마지막날 와서 또 먹었다!)

생과일 주스 같은 것도 파는데 전반적으로 음식 퀄리티나 플레이팅도 상당히 괜찮다. :)

음식을 여러 개 시켜서 천천히 나눠먹다보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훌쩍 가버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을 해보려고 하는데

왜 슬픈예감은 틀리지가 않는지................OTL

왜 우리나라 일기예보와는 달리 틀려주지 않는 건지................ㅜㅠ

아침에만 해도 화창하기 그지 없었던 하늘이, 어느새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어둑해져있었다. ㅠ.ㅠ

 

 

일단 마말리가에서 가장 가까운 카잔성당(Каза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으로 향했다.

어으..날은 오후 3시답지 않게 어두침침해지고 사람이 많아도 넓직넓직했던 모스크바와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인도가 좁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계속 치일 수 밖에 없어 더 정신이 없었다.

 

 

 

 

곧 비까지 내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 우리?

 

 

 

 

 

아아. 햇님은 갔습니다. ;ㅅ;

 

 

 

★ Soul Kitchen Hostel

 

http://www.soulkitchenhostel.com/ 

 

1) 관광지와의 접근성 매우 좋음 (카잔성당, 에르미타주박물관, 마린스키극장, 피의 구세주 사원 등 보도 15분 이내)

2)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 (도미토리부터 2인실, 3인실 다양한 방, 요리가 가능한 커다란 주방, 컴퓨터 및 프린트 사용 가능)

3) 편리한 관광을 위한 자체 지도 제공 및 다양한 1 day 프로그램 진행 (러시아 음식 만들기, 벼룩시장 함께 가기 등등)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뜨뻬쩨르부르크 #뻬쩨르 #러시아 자유여행 #여름 러시아 #여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숙소 #러시아 호스텔 #여름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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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2.

 

 


 

오늘 밤, 야간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푸쉬킨 미술관에서 나와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 아르바뜨 울리차 (АРБАТ УЛ.)로 향햇다.

아르바뜨까야 역에서부터 외무성까지 길게 뻗은 이 보행자 거리는

지금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만난 모스크바와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스크바가 깨끗하고 정비된 청담동 같은 분위기였다면 (특히 츠베르까야 울리차부근)

여기 아르바트 울리차는 복작거리는 옛 대학로 혹은 옛 홍대골목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에 다소 생소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모습을 이렇게 보았다.

어느 쪽이 정말 모스크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잠시 헷갈린다.

어쩌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아르바트 울리차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크기대로 서 있는 마뜨료쉬까 인형들. :)

 

 

 

 

러시아 기념품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열어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인형이 아닐까? :)

이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료쉬까 인형은 다복과 다산, 부유함과 행운 등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5개까지가 세트인데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더 작고 더 섬세하게 만든 미니미 같은 인형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형이 많을 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는 거.

하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집에 크기대로 나열해놓으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너무나도 확실한 러시아 상징이어서 스타벅스 씨티 텀블러로도 있다. (완전 이쁨) 

 

 

 

마뜨료쉬까 모양의 마그네틱. 색깔도 장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아주 저렴♡

 

 

이 아이는 췌부라쉬까 ^.^

 

 

원숭이 같기도, 기즈모 같기도 한 이 녀석 이름은 췌부라쉬까(Чебурашк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시아 어린이 프로그램의 외계인인가 우주인 캐릭터다.

이 췌부라쉬까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러시아어 선생님이 매 시험 때마다 100점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러시아에서 사온 선물을 주시곤 했다.

선물이 너무 탐난 나머지, 영어도 아니고 전공언어도 아닌 제3외국어를 열렬히 공부하여

중간, 기말, 중간, 기말 4번의 시험 중에서 3번을 100점을 맞았었는데

딱 한 번, 저 췌부라쉬까 포스터가 선물이었던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해

가장 갖고 싶었던 췌부라쉬까 포스터를 못받았다는 슬픈 이야기가.....(ㅜ.ㅠ)

 

 

 

여하튼, 그 때 당시 러시아어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궁금함이 생겼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정말 러시아에 오게 되었고. :)

쓰빠씨바 ♡ (Спасибо)

 

 

 

 

 

도형 같이 귀여운 러시아어, 단낀도낫쓰 (ДАНКИН ДОНАТС)

 

 

 

아르바트 거리의 푸시킨 부부 동상과도 함께.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뜨겁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이 흐려 낮에는 시원했지만 저녁이 되자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쌀쌀해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깼다가 다시 못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고갈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밤이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밤의 붉은 광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역시박물관

 

 

그저께 밤, 리츠칼튼 호텔 라운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광장 건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Light up이 된 붉은 광장의 야경은,

첫날 이른 아침 단체관광객들이 바글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야경을 즐기러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분명 싸늘한 바람에 부슬비가 내리는 밤인데도

분위기 자체는 낮보다도 활기차고 심지어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마저 들었다.

 

 

 

밤에 만난 성 바실리 성당과 스빠스까야 망루.

 

 

 

밤에 보아도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의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밋밋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 때는 마지막이란 마음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시간이어서 호텔로 발길을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자리에, 바로 그 곳에 서있을

성바실리 성당과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이지만

나는 이제 이 곳을 떠나고 나면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상했던 것보다도 좋았지만

똑같은 도시를 특별한 이유없이 2번씩 가는 일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떠날 때가 생각이 났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로비니도 너무 좋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

 

 

 

 

 

" 사진을 찍는 대신 나도 저 광장에 앉아

불 밝힌, 식지 않는 여름 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분위기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모스크바를 떠난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련을 달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이 떠난다.

여행했던 도시를 떠나는 건 마치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보는 그런 이별.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  2016. 8. 3. Trave note, Moscow in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레닌그라드 역

 

 

 

 

이별하는 것 같은 슬픈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짐을 빼 택시에 싣고 모스크바의 동북쪽에 위치한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출력해온 예약표를 가지고서 자동티켓발매기에서 표를 발권하고,

물을 사고, 짐을 추려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야간기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1층 객차의 4인실 중 침대 3개를 예매했는데,

나머지 1개 침대 주인공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우리의 침대칸에 타 있었다.

하악..웬만하면 여자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ㅜ.ㅠ)

 

 

10년전에 유럽에서 야간기차 타보고 정말 오랜만에 타는 야간기차네. 낭만 돋네....

우리가 탄 야간열차는 2015년에 도입된 2층 열차로 새로 만들어진 기차라서

내부 시설도 엄청 깨끗하고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고 시트도 깨끗하고 바삭바삭 거렸다.

 

 

 

어느 새, 기차가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칸의 할아버지가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자리에 누우셔서

우리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조용히 흔들리는 기차 침대에 누웟다.

고작(?) 11시밖에 되지 ㅇ낳아 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몸의 피로함이 나를 압도해서 자리에 눕자마자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진다.

이별한다.

안녕, 모스크바.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 기차 이용하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주간기차/야간기차)가 있는데,

우리는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겸 야간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야간기차도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붉은화살호라고 불리던 야간기차가 있고

2015년 새로 도입된 2층으로 설계된 야간기차가 있다.

 

야간기차의 좌석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가 가능하고, 미리 할 수록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예매싸이트 : http://pass.rzd.ru/

 

* 붉은화살호 (열차번호 002А «Красная стрела»)

  모스크바 23:55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7:56 도착

  2인1실 - 약 9만원 / 4인1실 - 약 7만원

 

* 2층열차 (열차번호 006А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 Москва (двухэтажный))

  모스크바 22:50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6:47 도착

  4인 1실 - 약 4만원

 

tip) 2층 열차는 모두 4인 1실로 되어 있고, 캐리어가 있는 경우 1층 객차로 예약하는 것이 탑승할 때 편리하다.

     객실에 타면 오렌지주스와 작은 빵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으니 1사람씩 챙기면 된다.

     같은 객실에서도 1층 침대가 2층 침대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참고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여행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열차 #야간기차 #배낭여행 #해외여행 #세계여행

#여름 러시아 #모스크바 #모스크바 여행 #붉은 광장 야경 #러시아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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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1. 오늘의 일정

 

 

 

 

'프라임'에서 사온 그래놀라 요거트

 

 

 

 

아침에 일어났더니, 어제와 달리 날씨가 조금 흐리고 촉촉하다.

어제는 너무 뜨거워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조금 흐리니까 선선하고 좋은 것 같다.

 

어제 저녁, 츠베르스까야 울리차에서 "Prime"이라고 쓰여진 카페를 발견했는데

가볍게 Take-out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샌드위치나, 롤, 샐러드, 요거트까지 !

그러면서도 굉장히 Heathy한 음식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유행하는 비트-당근 쥬스 같은 과일 주스류도 많았다. :D

샐러드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내용물도 신선하고 양도 넉넉해서 완전 괜찮았다.

저녁에는 연어샐러드를 먹고, 아침에는 가볍게 그래놀라 요거트로 :)

 

 

 

오늘 저녁이면 야간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 때문에

3일간 정들었던 호텔에서 짐을 정리해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그동안 러시아에서 실망했던 마음을 달래서 카페 푸쉬킨(카페 푸시킨)으로 향했다.

 

 

어제가 샛노란 벽이었다면 오늘은 연회색빛의 파란 벽. 도시가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컬러풀하다!

 

 

여러가지 색이 다 칠해진 건물. 날이 쨍했으면 이뻤을 텐데!

 

 

Kafe Pushkin (Кафе Пушкинъ)

* 홈페이지 : https://cafe-pushkin.ru/'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러시아 전통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카페 푸쉬킨/푸시킨.

점심에 가면 2코스(620루블) 또는 3코스(930루블)로 우리나라 돈 2만원 내외에서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카페 내부는 Library Hall, Pharmacy Hall등 다양한 컨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Library Hall로 안내된 것 같았다.

나는 그린샐러드 - 만두가 들어간 콘소메 - 오리 콩피로 이어지는 3코스로 주문 했다.

일단 서버들이 굉장히 격식있게 차려입고 영어도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내가 음식 이름을 영어로 몰라서 그렇지....(....)

콘소메가 뭔가요?

 

 

고급진 내부 인테리어 :)

 

 

음식을 기다리며 행복한 모습 :)

 

 

메밀밥 위에 얹어진 오리다리 콩피와 양파튀김

 

 

왠지 오리 다리 콩피만 시키면 배고플 것 같아서, 만두가 들어간 콘소메까지 시켰던 건데

콩피 다리 밑에 살짝 양념해서 볶은 메밀밥이 자박자박 깔려있다.

여행다니면서 느낀 것이 여기 러시아에서는 메밀로 된 밥을 많이 먹는다. 

살짝 양념을 해서 나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메밀이 고슬고슬한데다가 고소해서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한 느낌으로다가 맛있다. ♡

 

 

식사를 다하고 나니 커피가 디저트로 나왔는데

눈이 땡글땡글한 서버가 무려 4종류나 되는 설탕을 이쁘게 담아 들고와서는,

그 큰 눈을 (말그래도) 부라리면서 우리를 훑으며 말했다.

 

 

"Some Sugaaaaaaaaaaar?"

 

 

원래도 설탕은 필요 없었는데,

너무 눈을 부릅뜨고 물어봐서 꼭 설탕을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 ....;;

그뒤로 우리는 여행이 지칠 떄마다 Some Sugar Server를 떠올리며 ....

 

어쨌든, 모스크바에서 먹은 음식 중에 3코스로 나오는 카페 푸쉬킨 음식이 가장 훌륭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좋고, 인테리어도 예쁘니까

모스크바에 간다면 런치코스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카페 푸쉬킨에서만 2시간 넘게 천천히 식사를 하고서

츠베르스까야 울리차를 걸어내려와 그 유명한 볼쇼이 극장(Большой театр) 앞에 도착!

 

러시아에 오면 꼭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8월은 볼쇼이 극단의 휴가기간이라서 발레공연이 없다.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볼쇼이 극장 앞에서 발레 파쎄(Passé) 동작을 스스로 하는 것으로 달랬다.

 

이 러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러시아 여행을 위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간단한 러시아어 수업과 발레를 6개월 정도 배웠는데

러시아 여행을 하는데 훨씬 더 스스로 많이 배우고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볼쇼이 극장 앞에서 (어설픈) 파쎄와 알라쎄콩♡

 

 

 

 

다음에 모스크바에 다시 온다면, 꼭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보리라 마음 먹으며

(이렇게 또 모스크바에 오겠다는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 놓습니다. 홍홍홍)

근처에 있는 쭘 백화점에 들어가서 기념품같은게 살만한게 있나 구경을 하려다가

불곰국의 야채 크기에 엄청 놀라서 되돌아 나왔다.

 

 

불곰국은 토마토조차도 이렇게 큼. 내 손도 여자손치고 엄청 큰데.....너무 놀라서 한국 친구들한테 막 보내줌.

 

 

 

쭘 백화점에서 나와 간 곳은, 어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맞은편에 있는 푸쉬킨 미술관!

 

푸쉬킨 미술관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푸쉬킨 미술관 본관에는 마치 대영박물관처럼 고대 이집트 유물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푸쉬킨 미술관 별관에는 나같이 미알못인 친구들에게 익숙한

세잔, 고흐, 마티스, 모네 같은 화가들의 미술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 티켓 한 장으로 본관과 별관을 모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본관 티켓으로는 본관만 들어갈 수 있고, 별관 티켓으로는 별관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본관으로 입장해서 본관 티켓을 끊고 나서야 이 티켓으로는 별관 입장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ㅜ.ㅜ)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본관으로,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관으로 가야 한다.

물론 두 개 다 들어갈만큼 시간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ㅠ,ㅜ)

 

참고로, 그리스 신전같이 생긴 것이 본관이고 그 옆에 작은 골목길 하나 건넌 곳에 별관이 따로 있다.

 

 

푸쉬킨 미술관 본관과 그 앞에 앉아 크로키 스케치를 하던 학생

 

 

 

휴. 나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미슥거리는 관계로

1층만 대충 스르륵 스르륵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별관까지 둘러볼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 푸쉬킨 미술관을 이렇게 막을 내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제는 엄청 덥더니, 날이 흐리니까 점점 스산해지는 느낌이다.

낮에는 아무리 뜨거워도 저녁에는 조금 쌀쌀하니 가디건 하나 챙기는 센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붉은 광장 야경을 보고 모스크바를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여행 #모스크바 #모스크바 맛집 #모스크바 여행 #배낭여행 #카페푸쉬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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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크렘린과 노보데비치 수도원, 그리고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붉은 광장의 야경까지.

알차디 알찬 모스크바에서의 첫 하루가 지나고 모스크바에서의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호텔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관계로,

오늘도 츠베르스카야 울리차로 나와 카페거리에 가서 두리번 거리다가

가이드북에서 말하기를,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샤깔라드니차 (ШОКОЛАДНИЦА) 당첨.

 

 

문을 열고 들어가 안쪽 좌석에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데

러시아어를 잘 모르면 가장 난감한 것은, 뭐가 뭔지 몰라서 주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꽤 많아서 음식 사진이 있는 것 중에 골랐다.

나는, 따뜻한 카페 라떼와 블린을 시켰던 것 같은데........

이...이 아침에 기름기가 좔좔 넘치는 블린이라니............................

그..그림엔 이렇지 않지 않았니?

 

 

 

 

 

 

러시아에서 음식은 크게 기대하지 말자.

 

특히! 카페라떼!!!

 

스타벅스, 그리고 어제 더블비 말고는 러시아에서 제대로 된 라떼를 못마셨다.

 

충격과 공포!!!!

특히!! 따뜻한 라떼를 시키면 꼭 손잡이가 없는 유리컵에 담아주고 가운데 빨대를 꽂아준다!!!!

손잡이가 없는 머그는 뜨거워서 잡을 수도 없는데!!

 

(또) 아침 식사에서 크나큰 실망을 하고,

우리는 오늘 오전에 예정한 일정인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과 뜨레치아코프 미술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파스텔톤의 건물 앞에서 그림이 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

 

 

 

 

 

 

 

"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상상할 수 조차 없을만큼

강렬하고도 눈부신 햇살이

도시의 거리 구석 구석을 내리쬔다.

 

민트색, 연분홍색, 연노란색의 화사한 건물들 사이로

마치 침엽수림처럼 길게 뻗은

모델같은 여성들이,

말 그대로 샛노란색, 샛분홍색, 새파란색의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고서

이 뜨거운 햇살 아래 당당하고 도도하게 걸어간다.

 

마치 이 짧은 여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리고 이 강렬한 햇살이 다시는 없을 것처럼."

 

 

- 2016. 8. 2. Travel note, Moscow in Russia

 

 

 

 

 

 

 

 

사실 걸으려면 걸을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나는 걷는 걸 좋아하지만)

한 여름 땡볕에서 걷는 것은 꽤 지치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걷고 걸어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에 도착했다.

 

 

역시나 하얀색 벽과 금색 양파모양의 돔으로 만들어진 이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은

1812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인 조국전쟁의 승리를 가져다 준 신의 은총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당시에 소비에트 궁전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폭파, 철거하기 시작했는데

2차 세계대전으로 철거가 중단되었다가 1994년에서야 복원사업을 진행해서 2000년에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성당은 어제 크림렌 안에서 보았던 사원들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장엄하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단 하나 주의할 점! 이 대성당은 이탈리아 성당들처럼 복장규제가 엄하다.

※ 민소매나 너무 짧은 바지를 입고 있을 경우, 입장을 저지  당하기 때문에

성당 내부를 관람하고 싶다면 팔이나 다리를 가릴만한 스카프나 가디건을 가지고 가는게 좋다.

안타깝게도 어린 J가 짧은 반바지 탓에 걸려서 J와 나만 성당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파란하늘아래 빛나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오늘도 역시나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거대한 구름 아래 모스크바 강변의 풍경. 이제야 조금 러시아 같다.

 

 

 

저 멀리 크렘린의 망루들과 이반대제의 벨 타워도 보인다.

 

 

 

 

모스크바 강을 건너, 조금 더 걸어서 드디어 뜨레치아코프 미술관(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미술관은 러시아인들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모스크바 상인이었던 뜨레치아코프가

자신이 수집한 작품을 모스크바시에 기증하면서 세워진 미술관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미술관은 러시아 미술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같은 미알못은 야심차게 들어갔다가 점점 빠르게 지나치게 됨...(ㅠㅠ)

 

 

여기 러시아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티켓자동판매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줄을 서서 직원에게서 표를 산다는 것이다.

뜨레치아코프 미술관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서있는데,

1층으로 올라가보니 티켓자동판매기 앞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결제단계에서 살짝 버벅거리긴 했지만, 옆에 있던 러시아 커플이 친절하게 도와준 덕분에

재빠르게 표를 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여튼, 러시아에서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는게 개이득 (-_-)=b

 

 

 

 

건물양식마저 독특한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미술관 밖에는 저런 작은 귀여운 가게들도 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바로 저 상점들 바로 뒤에 비밀의 화원같이 숨겨져 있는 한 비건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이름은 Sok (Кафе-студия СОК : 카페-스뚜지냐 쏰)

그냥 가까이에 있어 들어갔는데 구글리뷰 4.3/5의 나름 퀄리티가 보장되는 곳이었음!

 

 

실내에도 들어갈 수 있고, 외부에도 앉을 수 있는데

적당히 그늘져 있는 테라스 석에 앉았다. (그런데 점점 내 자리로 햇살이 침범해 들어옴)

 

 

 

 

 

카페 밖에 말로만 듣던 러시아 미녀언니(라고 쓰지만 나보다 13살은 어릴 것이다)

도시가 이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이뻐서 도시가 이쁘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플레이팅도 이쁜 스프

 

단호박과 당근으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너무너무 내 스타일로 맛있었다. 건강한 맛!

 

 

 

 

사실 나는 비건 음식에 별로 거부감도 없고, 건강식이라서 아주 좋아하는데

K와 J가 비건 음식을 처음 먹는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비건 음식인거 모르고 먹으면 정말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만큼

음식 자체가 워낙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

여튼, 구글 평점이 높으니 좋은 집은 좋은 집이야.

저는 뜨레치야코프 미술관 가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

 

 

 

날씨만큼이나, 화창하고 화려한 여름의 모스크바.

이제는 오히려 눈이 쌓인 추운 겨울이 상상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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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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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아호드늬 랴뜨 쇼핑몰 내에 있는 무무(MyMy)

모스크바에 30여개의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으로 여기도 역시 셀프로 여러가지 음식 중에 골라담으면 된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한 끼 먹기에 괜찮은 것 같다.

 

 

 

꼬치구이인 샤슬릭과 구운 야채. 츤데레 직원이 카라멜을 공짜로 줬다.

 

 

낭만적인 가로등의 실루엣 :) 넘나 이쁘다.

 

 

 

 

 

저녁을 먹고서 간 곳은, 이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O2 Lounge).

츠베르스카야 울리차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 12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는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가서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이용할 수가 있다.

심지어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아도 잠시 경치만 보고 나와도 된다.

우리도 호텔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갔다.

 

시간은 딱 해가 질 때 쯤이었는데,

바로 붉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최전방 자리는 식사예약한 고객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것 같았고

우리는 Bar를 이용할거라고 했더니 한 칸 뒷줄에 앉혀줬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데는 전혀 지장 없다 :)

 

 

붉은 광장 반대쪽으로 황금빛 노을이 진다. 저 멀리 스탈린 양식의 외무성(아마도)이 보이네.

 

 

 

한 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가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스카이라운지 뒷편으로 해가 넘어간다.

강남 한복판의 34층 건물에서 항상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나는, 아무 이유없이 러시아를 생각하곤 했었다.

저 광활한 하늘 해가 넘어가는 저 곳에 러시아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가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그 해가 지는 곳에 있다니.

지금 저 해는 또 어디로 넘어가고 있을까.

 

 

저녁을 먹고 왔으니 가볍게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드디어 붉은 광장이 붉게 물든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황금색의 빛깔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아주 빠르게 물들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잃는다.

빛에 투명해졌던 사물들이 어둠에 탁해진다.

 

 

 

 

 

 

해가 지면서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역사 박물관과 크렘린,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원의 황금 돔.

 

 

 

 

 

드디어 완전히 해가 사라지고 검푸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건물에 하나 둘씩 조명빛이 들어온다.

 

 

 

 

건물 끝의 빨간 별, 노란 별들 사이 보이는 성 바실리 성당의 야경.

건물 끝에 달린 별 장식이 이 순간을 동화처럼 만들어준다.

딱딱해보이는 건물들 위에 크리스마스 같은 별모양이라니.

츤데레 같은 이 나라 사람들처럼,

건물들에서조차 웬지 모르게 웅장하고 거대한 위용 가운데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환상의 시간.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노을빛도 모두 사그라져가는 시간.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12층의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한 여름밤 바람이 기분마저 설레게, 시원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상상이나 해본적 있었을까.

 

러시아 모스크바 한 가운데서,

붉은 광장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이 시간, 이 순간을.

 

 

2016. 8. 1. travel note in Moscow.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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